60세가 넘어 홀연 오키나와로 떠나버린 아버지에게서 연이어 도착하는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소설. 아버지가 서핑을 배운다고? 굳이 이해하려 노력한 적 없었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편지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는 아들, 이들의 간극은 과연 메워질 수 있을까? '가면 편지하마' 하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로부터 속속 도착하는 편지. 그 안에는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주변의 소박한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천천히 관계를 맺어나며 서핑을 배우려고 분투하는,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그의 현재와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던 그의 과거가 쓰여있다. 어린 시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려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아버지라는 존재. 어느덧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알아가게 되는데... 고부관계만큼이나 어렵고 어색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 그 관계는 과연 바뀔 수 있을까?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와 아들에게 던지는 화해의 메시지. *책을 구입하시는 분께는 표지이미지로 만든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함께 드립니다. 책의 중간에 들어있으며,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떠오르는 누군가에게 짧게 편지를 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1. 프롤로그 2. 첫 번째 편지 3. 두 번째 편지 4. 세 번째 편지 5. 네 번째 편지 6. 다섯 번째 편지 7. 여섯 번째 편지 8. 일곱 번째 편지 9. 여덟 번째 편지 10. 아홉 번째 편지 11. 열 번째 편지 12. 열 한번째 편지 13. 열 두번째 편지

p. 8
사진 속에서 서핑보드 위에 올라 파도를 타고 있는 사람은 분명 아버지였다.

p.9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아버지로부터 편지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우리는 의례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떠난 후 정말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p. 41
가끔씩 카즈가 집 앞에서 서핑 수업을 할 때 따라 나가서 내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 카즈가 수업하는 모습을 구경하거나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해변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p. 54
창문에서 들어온 한줄기 빛이 제작 중인 하얀 서프보드의 배를 비추고 있었고 그 빛의 기둥 안으로 아주 미세한 먼지들이 대류현상을 일으키며 천천히 떠돌고 있어서 그 서프보드가 하늘에 떠있는 배 같아 보였다.

p. 200
덕분에 파도가 무너지는 일부 구간에는 파이프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아버지는 마치 고래의 뱃속으로 삼켜지듯 그 안으로 사라져 잠시동안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파도가 작아지면서 파이프 모양이 사라질 때 즈음 몸을 잔뜩 구부린 채로 파이프 안에서 튕겨져 나왔고 뭔가 해냈다는 표정으로 서프보드 위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파도 뒤쪽으로 서프보드를 휙 튕겨내며 서프보드와 함께 바다 위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