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대화로 다시 태어난 세계문학 “고전을 통한 대화 - 세대를 잇는 문학의 기쁨” 『딸과 함께한 세계문학 읽기』는 음악평론가이자 번역가 이경준이 사랑하는 딸과 세계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 34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책이다. 편지의 수신자는 딸이지만, 개성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은 성인 독자가 읽을 때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저자는 삼천포의 조용한 마을 작업실에서 매일 새벽 글을 썼고, 각 편지는 하나의 작품을 매개로 문학, 윤리, 인간의 선택에 대해 딸과 나눈 대화로 마무리된다. 『데미안』, 『파우스트』, 『오셀로』, 『장크리스토프』, 『바베트의 만찬』 등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 온 명작 고전들이, ‘딸에게 전달해야 할 중요 메시지’라는 관점에서, 이 책에서 새로운 각도로 되살아난다. 저자는 딸에게 명작의 줄거리를 알려주고, 작가의 삶을 알려주며, 자기가 처음 읽었을 때의 체험을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를 놀라게 하는 작품의 메시지를 말해 준다. 그러나 저자는 딸에게 어떤 생각도 주입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삶의 진실이 깃든 명작의 핵심이 딸의 마음에 닿기를, ‘인간 모두가 품고 있는 고귀함’에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편지들이 아버지를 기억하게 해주길 바란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들로 인한 독서의 붕괴, 세대간 대화의 단절이 날카롭게 의식되고 있는 요즘이다. 「딸과 함께한 세계문학 읽기」는 그런 어려운 문제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자식에 대한 사랑, 책과 문학이 삶에 베푼 것에 대한 진지한 사랑으로 채워진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독자는 세계 명작의 핵심뿐 아니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이경준 저자 이경준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록음악 평론가이자 번역가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는 『블러, 오아시스』(2020), 『딥 퍼플』(2022), 『주다스 프리스트』(2023), 『카펜터스』(2023), 『킹 크림슨: 소리에서 침묵으로』(2024)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Wish You Were Here: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2017), 『조니 미첼: 삶을 노래하다』(2022), 『칠흑 같은 아침』(2023) 등이 있다.

첫 번째 편지 - 즐거운 대화를 위하여 두 번째 편지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세 번째 편지 - 데미안 네 번째 편지 - 파우스트 다섯 번째 편지 - 80일간의 세계일주 여섯 번째 편지 -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일곱 번째 편지 -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여덟 번째 편지 - 아Q정전 아홉 번째 편지 - 멋진 신세계 열 번째 편지 - 프랑켄슈타인 열한 번째 편지 - 작은 아씨들 열두 번째 편지 - 올리버 트위스트 열세 번째 편지 - 오셀로 열네 번째 편지 - 자기 앞의 생 열다섯 번째 편지 - 목로주점 열여섯 번째 편지 - 좁은 문 열일곱 번째 편지 - 야간비행 열여덟 번째 편지 - 유리 동물원 열아홉 번째 편지 - 고리오 영감 스무 번째 편지 - 가난한 사람들 스물한 번째 편지 - 변신 스물두 번째 편지 - 면도날 스물세 번째 편지 - 페스트 스물네 번째 편지 -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스물다섯 번째 편지 - 6호 병동 스물여섯 번째 편지 - 오리엔트 특급 살인 스물일곱 번째 편지 - 오이디푸스 왕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스물여덟 번째 편지 - 명상록 스물아홉 번째 편지 - 빌러비드 서른 번째 편지 - 노부인의 방문 서른한 번째 편지 - 장크리스토프 서른두 번째 편지 - 빵과 포도주 서른세 번째 편지 - 바베트의 만찬 서른네 번째 편지 - 명작 읽기를 마치며 후기

2023년 11월 3일 금요일
소율에게
너와 함께 책을 읽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얼마 전 너의 생일을 놀이공원에서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건 내겐 작은 축복이었다. 우리가 언제까지 둘만의 놀이공원에 갈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고, 이제부터는 친구랑 가는 게 더 바람직한 거라고 믿지만, 매점 앞에서 함께 옥수수를 먹었던 추억은 아주 오랫동안 아빠에게 남아 있을 거란다. (16, 첫 번째 편지)

기억나니? 언젠가 너는 커피숍을 열어 불쌍한 사람들에게 빵과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말을 듣고 웃어넘기긴 했지만, 아빠는 내심 감탄하고 있었단다. 꿈이란 바뀌는 법이라지만, 너의 마음 한구석엔 고귀함이 있을 거라고 나는 의심치 않는다.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건 틀림없이 그런 사랑이었을 것이기 때문이야. (26, 두 번째 편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는 구도자였다”라는 말은 인간은 종국에는 자기 자신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암시란다. 물론 거듭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생기는 건 아니야. 단지 자아와의 만남을 무한히 연기한 채 타인에게 비칠 모습에만 신경 쓰는, 그러니까 ‘이미지’ 관리에만 집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 (40, 세 번째 편지, 〈데미안〉)

『파우스트』를 손에 잡게 된 건 20대의 어느 겨울이었어. 어떤 이유였는지 정신적으로 탈진해 있던 시기였던 것 같아.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순간에 사람이 듣고 본 것들은 잊히지 않는 법이야. 아빠는 어떤 식으로든 위로를 바라고 있었어. (58, 네 번째 편지, 〈파우스트〉)

그렇게 로봇 같던 포그가 변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경제적으로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던 남자가 저 긴 여행을 끝냈을 때, 작가는 이렇게 책을 마무리했단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고. (71, 다섯 번째 편지, 〈80일간의 세계 일주〉

그러나 아빠는 이 대목에서 권력이란 특정인의 전유물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단다. 시민들이 자신보다 허수아비를 더 원한다는 걸 알게 되자, 오즈는 미련 없이 에메랄드시를 떠났던 거지. 물론 고향에도 가고 싶었을 것이고. 적어도 저 마법사는 양심을 완전히 저버린 사기꾼은 아니었던 거야. (86, 여섯 번째 편지, 〈오즈의 마법사〉)

그런데 헉은 그토록 정성껏 썼던 편지를 북, 찢어 버리게 돼.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를 변화하도록 했을까? 내면의 양심이었어. 헉은 여행 내내 그를 곁에서 지키며, 배려해 주었던 짐을 도저히 배신할 수 없었던 거야. 그에게 짐과의 우정은 세상의 그 어떤 규칙보다 우선하는 것이었지. (101, 일곱 번째 편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

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지. 그의 태도를 ‘정신 승리법’이라고 해. 정신 승리법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 되는 거야. 더 옳고 정당한 쪽은 타인이 아닌 내 쪽이니까. (111, 여덟 번째 편지, 〈아Q정전〉)

주민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돈을 쓰는 존재가 되어야만 하지. 어때,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 (131, 아홉 번째 편지, 〈멋진 신세계〉)

내가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건 괴물의 정체야. 과연 괴물의 정체는 뭐였을까? 책을 자세히 읽다 보면 메리 셸리가 괴물을 악당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144, 열 번째 편지, 〈프랑켄슈타인〉)

“엄마와 딸들이 만나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문장 하나로부터 뜻하지 않은 감동을 받게 되는 순간이 있어. 예전에 보았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문장 말이야. 시간이 흘러 저 문장을 읽게 되니, 말로는 다 하기 힘든 느낌이 드는구나. 그래. 가족이 서로 만나겠다는데 구구절절한 사연을 끌고 올 필요는 없겠지. 루이자의 저 말은 “사랑하는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어리석은 물음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159, 열한 번째 편지, 〈작은 아씨들〉)

그 시절 굴뚝을 청소하던 아이들은 굴뚝 안에서 그대로 피곤함에 지쳐 잠들기도 했어. 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몰인정한 청소부는 지친 조수를 깨우기 위해 굴뚝에 불을 피웠는데, 아이는 그만 연기에 질식해 죽고 말았던 거야. (175, 열두 번째 편지, 〈올리버 트위스트〉)

딸아, 셰익스피어라는 작가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실패하게 될 거야. 작품 요약만으로도 수백 페이지를 채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 (186, 열세 번째 편지, 〈오셀로〉)

모모는 로자의 얼굴에 곱게 화장을 시켜주고 눈썹도 그려주었어. 향수도 듬뿍 뿌려주었지. 너도 짐작했겠지만, 그때 로자는 이미 죽은 상태였단다. 그러니까 모모는 지하실에서 아주머니의 시신과 함께 밤을 보냈던 거야. 자그마치 3주일 동안!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지하실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전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말이야. 구급차에 오르던 그 순간,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의 말을 곱씹고 있었어. 소년은 조용히 읊조리지. “사랑해야 한다.” (199, 열네 번째 편지, 〈자기 앞의 생〉)

인간이 무거운 망치를 들고 낑낑거리며 리벳 하나를 만들어 낼 때, 졸라는 반나절 동안 수백 킬로그램의 볼트를 생산하는 기계를 언급하고 있어. 기계를 지칠 줄 모르는 “거대한 짐승”에 비유하며, “노동자의 임금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구절은 섬뜩하기까지 하지. (215, 열다섯 번째 편지, 〈목로주점〉)

어쩌면 이런 비극적인 결말이 당연해 보이기도 해요. 제롬에게도, 그리고 알리사에게도요. (저는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만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어도, 인간은 결국 성장하게 되는 존재인 것 같아요. (235, 열여섯 번째 편지, 〈좁은 문〉)

파비앵의 아내는 남편의 도착 시간을 묻던 중 비보를 접했단다. 여인의 떨리는 목소리 앞에 리비에르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지. 곧 사라져 버릴 한 인간의 생명. 그리고 리비에르 자신이 “무엇보다 막중한 일”이라고 말했던 공적 업무. 둘 중 뭐가 우선이었을까? (243, 열일곱 번째 편지, 〈야간 비행〉)

누구보다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한 가족이지만, 여기선 그런 시도가 보이지 않아. 대신 격한 비난, 강압, 내가 더 희생하고 있다는 심리가 저들을 사로잡고 있지. (260, 열여덟 번째 편지, 〈유리 동물원〉)

그러면 발자크는 어떤 답을 내놓았나요? 돈이 인생이 아니라면 그가 우리에게 주는 답은 뭔가요? 책을 읽고 나면 혹 너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가 독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할 의무는 없어. (274, 열아홉 번째 편지, 〈고리오 영감〉)

그는 마카르보다 사정이 더 좋지 않았던 하숙인 고르시코프였지. 아내도 자식도 굶고 있다며 가장은 동전 한푼만 적선을 호소했어. 그것은 모든 판단이나 사고를 중지시키는 순간이었지. 마카르는 겨우 한 닢 남아 있던 은화(그의 전 재산이었어)를 선뜻 내주었단다. 마카르는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모두 존경을 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음으로써 증명했던 것이지. (290, 스무 번째 편지, 〈가난한 사람들〉)

그런데 그레고어는 더 비참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 아버지가 그의 월급을 따로 챙겨 두었다는 것을 말이야. 그간 그레고어는 자기가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생각했거든. 배신감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야.(297, 스물한 번째 편지, 〈변신〉)

그러면 부와 연인을 버린 래리는 그리스어 고전 속에서 진리를 발견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어. 책 속에선 진리를 찾을 수 없었지. 대신 래리는 육체노동을 하기로 해. 대책도 없이 그는 독일 탄광촌으로 건너가서는 한동안 석탄을 캤단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말이야. 종일 책장만 넘기던 사람에게는 고된 작업이었어. 손엔 물집이 잡히고 몸은 온통 석탄 가루 범벅이 되었지. 그럼에도 그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단다. (311, 스물두 번째 편지, 〈면도날〉)

최후의 수단이었던 혈청 주사도 너무나 연약했던 어린아이에겐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지. 아이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카뮈는 리외의 입을 통해 파늘루 신부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단다. “아이에겐 죄가 없소. 최소한 당신은 그걸 알 거요.” (327, 스물세 번째 편지, 〈페스트〉)

캉디드는 왜 사람들이 고통 속에 죽어 가야 하는지, 이것이 과연 최선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지만, 아직 스승을 의심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 그에겐 더 많은 시련과 경험이 필요했던 거야. (340, 스물네 번째 편지, 〈캉디드〉)

열린책들에서 문고판으로 나온 미스터 노(Mr. Know) 시리즈는 너무 좋아했던 세계문학 전집이었는데, 「6호 병동」이 수록된 책도 그 시리즈 중 한 권이었단다. (357, 스물다섯 번째 편지, 〈6호 병동〉)

저는 용서가 인간의 삶에서 꽤 중요한 가치라고 봐요. 인간에게 감정이 존재하는 한 증오나 미움이 들지 않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게 없다면 결국 자기 자신이 무너져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용서는 꼭 있어야 해요. 물론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겠지만요. (376, 스물여섯 번째 편지,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마침내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붙잡아 복수하겠다고 결심하게 돼. 말하자면 왕이 스스로 탐정 역할을 자청한 셈이었어. 그래서 오이디푸스를 서양 문학의 첫 추리물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단다. (381, 스물일곱 번째 편지, 〈오이디푸스 왕〉)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1995)에서 결국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야 만 시즈쿠를 떠올려 보렴. 누구에게나 그런 발견의 순간은 다가오는 법이란다. 아직 오지 않았다면 언젠간 온다. (395, 스물여덟 번째 편지, 〈명상록〉)

단지 그 말밖에는 새길 수 없었지. 그게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어간 자식을 위해 그녀가 해 줄 수 있었던 유일한 글귀였어. 석공과 10분간 성관계를 하는 대가로 새겼던 한 단어 말이야.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전율하지 않을 독자는 없을 거야.(412, 스물아홉 번째 편지, 〈빌러비드〉)

일을 죽이게 되면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을 돌파한 저들은 이제 그 누구라도 쉽게 죽일 수 있었으니까. 원래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은 법이지. (429, 서른 번째 편지, 〈노부인의 방문〉)

증오로 가득 채워질 만했지만, 놀랍게도 그는 적의(敵意)를 충전하지 않았단다. 오히려 내면을 사랑으로 채웠지. 그러니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그가 “운명에 축복 있으라!”라고 읊조린 건 당연한 일이었어. (442, 서른한 번째 편지, 〈장크리스토프〉)

그를 체포하기 위한 포위망이 빠르게 구축되었지. 그때 피에트로는 스승으로부터 뒤늦은 초대장을 받게 되었단다. 둘은 눈물의 재회를 했어. 그날 돈 베네데토는 “‘전쟁을 멈추라’라는 낙서 뒤에, 신은 반드시 존재한다”라고 말하며, 제자에게 힘을 실어 주었어. (454, 서른두 번째 편지, 〈빵과 포도주〉)

마르티네와 필리파에겐 말수 없고 어딘지 모르게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가정부 바베트가 있었어. 왜 프랑스 여자가 춥고 척박한 북쪽 땅까지 오게 되었는지, 먼저 그 사연에 대해 말해야겠구나. (464, 서른세 번째 편지, 〈바베트의 만찬〉)

그들이 고뇌한 바를 사유하고 등장인물에 동일시해 보는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조금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아빠는 믿고 있어. 그걸 해 본 사람과 해 보지 않은 사람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고 말이야. 그게 고전이 독자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어. (479, 서른네 번째 편지)

▣ 책의 구성과 특징 서른네 편의 편지로 쓴 세계문학 이야기 : 각 장은 한 편의 고전을 소개하며, 작품 줄거리보다는 그 책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추천 판본’과 ‘딸과의 대화’ 수록 : 독서의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하는 부분. ‘어떤 책으로 읽을까’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번역본 중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것을 솔직하게 적은 것으로, 저자의 감식안과 애서가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딸과의 대화’는 같은 작품에 대한 아버지와 딸 사이의 다른 관점과 관심사를 생생히 담아 깊은 흥미를 주며, 명작을 새롭게 보게 한다. 책의 선정 기준 : 흔한 권장 도서 목록에 의지하기보다, 저자의 젊은 시절을 실제로 사로잡았던 책, 그리고 딸에게 진심으로 권할 수 있는 책으로 선정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부터 「빵과 포도주」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개성적인 목록. 물론 『데미안』, 『파우스트』, 『오셀로』 등 보편적으로 꼽히는 고전들도 들어 있다. 삼천포 작업실에서 완성된 진솔한 기록 : 저자는 록그룹 킹 크림슨 평전 집필을 위해 삼천포에 작업실을 구한다. 그때 평전 집필과 병행하며 새벽마다 이 글들을 써 내려갔다. 남도의 풍경과 함께한 고요한 시간은 글에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부여한다. 집필 동기와 계기 : 문학 애호가이자 도서 수집가인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우연이다.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서서히 아동 도서를 벗어나게 되자 저자는 앞으로의 읽을거리에 관해 딸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뜻밖에 고전을 재밌어하는 기특한 딸과 나눈 감상과 진솔한 대화들을 짤막하게 SNS에 올리고는 했는데, 이를 그냥 흘려보내기에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 지인들이 본격적 집필을 권유,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에 이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