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핵심 목적은 퇴계와 율곡의 정사ㆍ구곡 조영에 내재된 철학적 의미를 그들의 사유체계 내에서 해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사상가의 리기론에 나타난 자연 인식의 근본적 차이이다. 퇴계의 경우, 리(理)와기氣)를사유함에있어자연으로부터모든전거를찾지않았다 그의 리기론은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전개되며, 자연은 도덕적 수양을 위한 비덕(比德)의 대상이자 관념적 사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관점은 자연을 ‘대상화’하는인식론적태 도로 이어지며, 이는 도산 조영에서 외부 경물을 집약적이고 절제된 형식으로 구성하는 방식 으로 나타난다. 반면 율곡은 자연과 인간을 일체적 관점에서 파악하며, 리와 기의 불상리(不相離)를천지만 물의 보편적 원리로 이해한다. 그에게 자연은 리기지묘(理氣之妙)가현현하는실재적장소이 며,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이는 자연과의 ‘합일적’ 인식을지향하는존재 론적 태도로서, 고산구곡이 자연과 일체화되는 열린 공간으로 조영되는 철학적 기반이 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학술적 기여를 기대한다: 첫째, 조선 성리학의 추상적 이념이 구체적 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한국 전통 공간 철학의 독자성을 규명한다. 이는 단순히 중국 성리학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조선 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맥락 속에서 독자적으로 재창조된 것임을 보여줄 것이다. 둘째, 철학과 건축, 자연과 인간, 이념과 실천이 통합되는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총체적 세계관을 재구성한다. 이는 오늘날처럼 학문과 삶, 이론과 실천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적 삶의 양식이었음을 드러낼 것이다. 셋째, 현대적 관점에서 전통 공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 운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환경 파괴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현대 사회에서, 자연과 조화 를 이루며 살아간 조선 성리학자들의 지혜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퇴계와 율곡이 조영한 정사와 구곡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 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 사유가 공간으로 구현되는 과정,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는 지혜를 담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지혜의 철학적 의미를 밝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공간과 환경의 문제에 대한 성찰적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발간사 감사의 글 서 문 _ 조선 성리학, 공간에 새겨지다 제1부 _ 조선의 도학자들, 삶의 터전을 찾아서 제1장 조선 전기 성리학자들의 주거관 1.정도전과 권근의 도성 설계와 공간 질서 2. 김종직과 김일손의 처사적 주거관 3. 조광조의 향촌 주거와 도학 실천 4. 서원 건축에 나타난 공간 철학 제2장 조선 중기, 사림의 성장과 향촌 사회의 변화 1. 도학파의 대두와 향촌 기반 구축 2. 농업 생산력의 증대와 영남 지역의 특수성 3. 향촌사회를 기반으로 한 도학파의 성장과 건축문화 4. 관학파와의 이념적 갈등과 사화(士禍)의 전개 제3장 은거구지(隱居求志)의 이상과 정사ㆍ구곡의 탄생 1. 도학자의 ‘출처관’과 산림에서의 삶 2. 정사의 기능과 의미 변화: 유교, 도교, 불교의 접점에서 3. 주희의 무이산(武夷山) 조영과 조선 성리학의 만남 제4장 조선의 정사와 구곡 조영의 배경 1. 주희의 시가문학에 내재된 철학과 장소 건축의 관계: 무이정사를 중심으로 2. 무이산(武夷山)에 대한 조선 도학자들의 두 가지 해석 제2부 _ 퇴계의 도산: 리(理)를 담은 절제의 공간 제1장 퇴계의 리(理) 중심 철학과 자연 인식 1. 태극(太極)과 리기이원론(理氣二元論) 2. 인간 심성론과 ‘경(敬)’의 실천 3. 자연을 ‘비덕(比德)’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관점 제2장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과 도학적 공간의 구현 1. ‘언지(言志)’와 ‘언학(言學)’, 관념적 구곡의 의미 2. 퇴계의 은거 여정: 양진암에서 도산서당까지 3. ‘경(敬)’ 사유에 입각한 장소와 경물(景物) 조영 4.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의 철학적 함의 제3장 퇴계의 건축, 리(理)의 규범을 담다 1.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수신과 강학의 전일적 공간 2. 도산서당과 농운정사의 전일적 도학 공간 3. 절제와 집중을 지향하는 건축적 특징 4. 도산 조영, 철학적 이념의 물리적 재현 제4장 풍수 전통의 철학적 전환: 도산에 구현된 퇴계의 독자적 공간관 1. 도산 입지에 나타난 풍수 원리의 성리학적 재해석 2. 좌향(坐向) 결정과 공간 배치의 리(理) 중심적 질서 3. 인문 경관 조성에 나타난 자연과 문화의 창조적 융합 4. 실용적 수용과 철학적 초월: 퇴계 공간관의 독자성 제3부 _ 율곡의 고산: 기(氣)의 묘리를 담은 일상의 공간 제1장 율곡의 리기지묘(理氣之妙) 사상과 자연 인식 1. 리기(理氣) 불상리(不相離)와 리통기국(理通氣局) 2. 생동하는 자연과 인간의 상보적 관계 3. 자연을 통한 ‘관물궁리(觀物窮理)’의 실천 ? 제2장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와 자연 합일의 장소 1. 고산의 조영과 자연합일적 장소 구현 2. 담박(淡泊)한 묘사 속에 담긴 ‘리기지묘’의 체험 3. 고산에서의 삶: 하루와 사계절의 시간성 4. ‘학주자’와 ‘영월음풍’의 조화로운 실천 제3장 율곡의 건축, 일상과 자연을 통합하다 1. 자연과 일상이 합일된 고산의 장소와 건축 2. 청계당과 은병정사: 수신과 교육의 확장 공간 3. 율곡의 자발적 은둔과 공간의 의미 변화 4.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건축적 태도 5.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의 철학적 함의 제4장 풍수 전통의 철학적 전환: 율곡의 이상적 공간관 1. 전통 풍수사상과 성리학적 자연관의 만남 2. 고산구곡의 입지 선정과 공간 배치의 철학 3. 음양오행론의 창조적 재해석 4. 율곡의 이상적 공간관과 현대적 의의 제4부 _ 사상의 계승과 공간의 변용 제1장 영남학파, 정사의 전통을 잇다 1. 서애(西厓) 류성룡과 겸암(謙菴) 류운룡의 정사 조영 2. 강학 중심의 집약적 공간 구성 3. 18세기 이후 ‘도산구곡’의 재탄생과 학파의 정체성 강화 제2장 기호학파, 구곡을 도맥(道脈)의 상징으로 삼다 1. 율곡 사후, 소현서원(紹賢書院)으로 확장된 고산구곡 2. 우암(尤庵) 송시열과 곡운(谷雲) 김수증의 구곡 조영 3. 일상 공간으로 확대된 구곡과 자연의 실재적 효용성 제3장 퇴계와 율곡의공간 철학, 시대를 넘어 1. 퇴계와 율곡, 상이한 철학이 낳은 공간의 동이(同異)점 2. 주희의 전범(典範)을 주체적으로 계승한 조선의 지혜 3. 정사ㆍ구곡 조영의 현대적 가치와 의의 제5부 _ 퇴계ㆍ율곡 정사ㆍ구곡의 동이(同異)점과 철학적 의의 제1장 정사ㆍ구곡 조영의 철학적 기반과 공간 구현의 차이 1. 리기론(理氣論)과 공간 철학의 상관성 2. 정사와 구곡의 기능적 차이와 통합 3. 은거구지(隱居求志)의 실천 양상 제2장 학파별 계승 양상과 정체성 형성 1. 영남학파의 정사 중심 전통 2. 기호학파의 구곡 중심 전개 3. 정사ㆍ구곡의 변용과 확산 제3장 퇴계ㆍ율곡 정사ㆍ구곡의 현대적 의의 1. 한국 전통 공간 철학의 독자성 2. 현대 공간 문화에 주는 시사점 3.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활용 방안 결 론 _ 조선의 이상향을 짓다 1. 주희 무이산 모델의 창조적 변용과 조선적 재해석 2. 퇴계의 도산: 집약적 도학 공간의 구현 3. 율곡의 고산: 일상과 도학의 통합 공간 4. 퇴계와 율곡의 대비적 공간 철학 5. 영남학파와 기호학파의 전개 6. 정사ㆍ구곡의 현대적 의의

김 교수는 퇴계의 리(理) 중심적공간관과율곡의리기지묘理氣之妙)적공간관이어떻게 구체적인 입지 선택과 공간 조영으로 구현되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상사 연구를 넘어,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실사구시적 공간론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합니다. 김덕기 교수가 한국적 주거입지론 정립이라는 원대한 학문적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체계 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우리 학계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인의 공간 인식과 주 거입지 선택에는 음양오행론, 풍수사상, 성리학, 실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독특한 원리가 존재하며, 이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를 담고 있다는 저자의 확신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문헌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현장을 답사하며 공간의 실제를 체험하고 분석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도산서당의 엄정한 좌향, 고산구곡의 자유로운 공간 배치, 각 건축물의 세부적 특징까지 꼼꼼히 살펴본 현장 중심의 연구 방법론 은 앞으로의 한국적 주거입지론 연구에 중요한 모범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또한 학제간 연구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철학, 부동산학, 건축학, 조경학, 지리학, 풍수지리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은 한국적 주거입지론이 단일 학문의 영역을 넘어서는 종합적 지혜임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융합적 연구야말로 우리 전통 공간 사상의 총체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올바른 방법일 것입니다. 부동산법ㆍ정책연구원이 이 연구를 적극 지원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판단이었습니다. 부동산 정책과 법제가 단순히 경제적 논리나 서구 이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 의 공간 문화와 전통적 지혜를 바탕으로 수립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시점 에서, 이 연구는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