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신생 독립국이었던 오트볼타에서 일단의 군인들이 1983년 8월 4일 혁명을 일으켜 민중의 신망 을 얻었던 지도자 토마 상카라 대위를 대통령에 추대하였다. 상카라는 나라 이름을 ‘올곧은 이들의 땅’이 라는 뜻의 아프리카어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로 바꾸고, 그가 피살되었던 1987년 10월 15일까지 나라를 이끌었다. 이 4년 동안 그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 남단에 위치한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부르키나파소를 ‘정직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국제적 연대에도 주력하였다. 토마 상카라의 주도로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혁명정부는 농민, 노동자, 수공업자, 여성, 그리고 청년 을 조직, 문맹퇴치와 질병예방 활동을 벌였으며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고 댐과 주택을 건설했다. 여성을 억 압에서 해방하고 토지소유에 따른 착취를 개혁했으며 스스로 제국주의의 멍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통 해 같은 투쟁을 벌이는 세계의 다른 이들과 연대했다. 1983년부터 그가 암살당한 1987년까지 상카라는 국제 노동자와 청년의 뛰어난 혁명 지도자로 서 부르키나파소와 아프리카 민중을 대변하는 주옥같은 내용 의 연설과 인터뷰를 남겼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혁명을 일으켜 그를 추대했던 최측근 블레즈 콩파오레의 반역적 쿠데타로 종국을 고 하였다. 부르키나파소는 그 후 40여 년 동안 콩파오레의 독재 치하에 있었으나 상카라의 유산 곧, ‘반제민 족자주화의 혁명적 실천’은 현재 대통령 이브라힘 트라오레에게 계승돼 결국 혁명정부 수립에 성공했다. 이 젊은 대통령은 프랑스군을 철수시켰고, IMF와 세계은행의 대출을 거부하며 국민 중심의 자립경제를 펼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미일극체계를 거부하며 다극화 물결에 적극 가담하여 아프리카 자주화운동 의 선봉에 서 있다. 이 책은 아프리카 젊은이 토마 상카라의 혁명사상을 오롯이 담고 있다. 상카라의 담화에는 민족자주에 대 한 그의 신념과 철학, 혁명을 실천해나가는 구체적 전략, 전술의 방안이 낱낱이 밝혀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걸 표현하는 그의 말은 사뭇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머리말 메리-앨리스 워터스 09 책에 관하여 미셸 프레리 20 지도 28 혁명 당시의 부르키나파소 31 약자 및 약어 32 연 표 34 연설과 인터뷰 인민의 적은 누구인가? 52 와가두구에서 열린 대중 집회에서(1983년 3월 26일) 조국의 빛나는 미래 68 8ㆍ4 선언(1983년 8월 4일) 권력은 의식 있는 사람들의 몫 72 기자회견(1983년 8월 21일) 사회적 불의와 제국주의적 지배를 척결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자 80 정치방침연설(1983년 10월 2일) 인민 혁명 법원 116 개회 연설(1984년 1월 3일) 단 하나의 색, 단결한 아프리카 126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며(1984년 8월) 우리의 투쟁은 쿠바의 사례와 지원에서 힘을 얻습니다 145 호세 마르티 훈장 수여식, 아바나(1984년 9월 25일) 우리의 정체성, 우리의 문화 151 할렘의 부르키나베 미술 전시회에서(1984년 10월 2일) 우리의 백악관은 검은 할렘에 있습니다 156 할렘 집회에서(1984년 10월 3일) 자유는 쟁취하는 것 164 유엔 총회에서(1984년 10월 4일) 제국주의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합니다 202 〈인터콘티넨탈 프레스〉와 인터뷰(1985년 3월 17일)) 9 과감하게 미래를 발명하라 217 장 필립 랩과 인터뷰(1985) 우리에게 부당한 전쟁을 도발하려는 시도들이 있습니다 267 대중 집회 연설, 와가두구(1985년 9월 11일) 아프리카에 대하여 274 몽고 베티와 인터뷰(1985년 11월 3일)) 말리 군은 더 이상 포로가 아닌 우리의 형제입니다 286 부르키나-말리 연대 집회에서(1986년 1월 3일) 제국주의는 우리의 숲과 사바나의 방화범입니다 291 나무와 숲에 관한 국제회의, 파리(1986년 2월 5일) 책과 독서에 관하여 298 《쥔 아프리끄》(Jeune Afrique)지 인터뷰(1986년 2월) 프랑스어는 투쟁 속의 다른 민중과 소통하게 해 줍니다 304 제1차 프랑스어권 정상회의 메시지(1986년 2월 17일) 혁명수호위원회의 임무: 의식 고양, 행동, 생산 308 제1차 혁명수호위원회 전국 회의에서(1986년 4월 4일) 니카라과 편에서 337 다니엘 오르테가 방문 환영 인사말(1986년 8월 27일) 비동맹 운동은 무엇을 하고 있나? 357 비동맹 정상회의, 하라레(1986년 9월 3일) 우리를 깨우치고 힘을 주는 죽음 368 사모라 마셸의 사망에 부쳐(1986년 10월) 우리는 니카라과의 투쟁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376 대중 집회 연설, 마나과(1986년 11월 8일) 이곳과 프랑스에서 우리를 착취하고 억압하는 자들에 맞서 380 프랑수아 미테랑 공식 리셉션에서(1986년 11월 17일) 여성 해방 없이 혁명의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391 세계 여성의 날(1987년 3월 8일) 부채에 대항하는 단일 전선 433 아프리카 단결 기구 회의, 아디스아바바(1987년 7월 29일) 믿음직한 쿠바 443 라디오 하바나와 인터뷰(1987년 8월) 우리의 혁명은 정복당한 자가 아니라 확신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448 혁명 4주년 기념일(1987년 8월 4일) 10 800만의 부르키나파소인, 800만의 혁명가들 464 정치방침연설 4주년 기념일을 맞아(1987년 10월 2일) 사상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483 체 게바라에게 바치는 헌사(1987년 10월 8일) 용어집 489 찾아보기 502

8월 4일에 여러분이 이곳 오트볼타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대중의 의지가 낳은 논리적 결과이 자 구체화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유명한 5월 17일 쿠데타 이후에 와가두구와 다른 지역에서 모여든 모든 볼타 사람이 단지 상카라 대위와 그의 동지들 때문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매우 헌신했던 과정, 즉 볼타 인민을 해방하는 과정에 모여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이 모여듦으로 써 민중은 자신의 운명과 발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볼타 인민들이 주변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싸웠습니다. 그들은 볼타 민중의 이익이 배신당했기 때문 에 싸웠고, 그 배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싸웠습니다. _〈1983년 8월 21일 라디오방송으로 중계 된 기자회견에서〉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들은 전혀 비슷하지 않습니다. 각 혁명은 다른 혁명과 구별되는 독창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혁명인 8월 혁명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특 수한 특징, 발전 수준, 세계 제국주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예속을 반영합니다. 8월 혁명은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적이면서도 대중적인 혁명입니다. 그 주요 임무는 제국주의 지배와 착취를 철폐하고, 조국을 후진적인 상태로 묶어 놓는 모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민주적 성격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이 혁명의 대중적 성격은, 혁명에 대한 볼 타 대중의 전폭적 참여에서, 그리고 제국주의와 동맹을 맺은 반동 계급의 이익에 반하여 자신의 이익 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민주주의적이고 혁명적인 구호를 중심으로 동원되는 그들의 일관성에서 나 타납니다. 8월 혁명의 대중적 성격은 또한 낡은 국가 조직 대신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민주적 권 력 행사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가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_〈1983년 10월 2일 '정치 방침연설'에서〉
혁명은 수출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이데올로기적 선택도 어떤 사람에게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 혁명을 수출한다는 것은 우리 부르키나베가 다른 사람에게 접근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 야 하는지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반혁명적 관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이비 혁명가들, 즉 책에 집착하고 독단적인 소부르주아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혁명을 수입해 왔으니 이제 우리가 그 고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의 혁명이 다른 사람들의 경험, 그들의 투쟁, 성공, 좌절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부르키나파소의 혁명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세계의 모든 혁명을 고려한다는 뜻입니다. ...... 원조는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원조는 원조를 종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원조를 죽이는 모든 원조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복지 의존증을 일으키는 모든 원조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우리에 게 원조를 약속하거나 제안할 때, 심지어 우리가 주도적으로 원조를 요청할 때도 매우 신중하고 엄격 합니다. 어느 정도의 금욕주의와 희생 없이는 혁명을 이루거나 독립을 쟁취할 수 없습니다. 부르키나 인민들이 스스로에게 금욕주의를 요구하는 것은 유혹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 원조 단체가 부추기는 것처럼 쉬운 길을 택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신기루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 많은 해를 끼 쳤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멈추고 싶습니다. _〈나라이름을 '부르키나파소'로 고친 1984년 8월 혁명 1주년 기 념식 이후 인터뷰에서〉
의장님: 저는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해 왔습니다. 저는 잘못된 사람들의 오만이 멈추도록 하기위해서,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아이들의 슬픈 모습이 자취를 감추도록 하기 위해서, 무지가 사라지도록 하기 위해서, 민중의 정당한 봉기가 승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무기 소리가 잠잠해 지도록 하기 위해서, 마침내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 하나의 뜻으로 뭉쳐 위대한 시인 노발리스(Novalis)와 더불어 노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분 각자가 함께 노력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곧 별들은 어둠의 시대에 떠났던 지구를 다시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태양은 그 가혹한 망령을 내려 놓고 다시 한번 수많은 별 중 하나의 별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종족은 오랜 분열 끝에 새롭게 하나가 될 것입니다. 고아가 된 가족들이 재회하고 하루하루가 재회와 새로운 포옹의 날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옛 주민들이 땅으로 돌아오고, 모든 무덤에서 꺼진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며, 모든 곳에서 생명의 불꽃이 다시 타오를 것입니다. 오래된 주거지가 재건되고, 지나간 시대가 다시 태어나며, 역 사는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현재의 꿈이 될 것입니다.' 조국 아니면 죽음을,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_〈1983년 10월 4일 제39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국주의 체제는 단순히 이 나라, 저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존재하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전체 시스템과 싸워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이해하고, 우리 사 이에 플랫폼, 이해의 영역을 구축해야 제국주의와 진지하게 싸울 수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 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소통의 필요성에 동의합니다. 당신은 언론인이고, 그것이 당신의 일이며, 저는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매우 바쁘고 테이블 위에 많은 파일이 쌓여 있더라도 최소한 5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해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혁명 가로서 우리는 설명하는 데 지쳤다고 말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설명해야 합니다. 사람들 이 이해할 때 우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국가나 민족에 관한 한 우리 인민에게는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적은 제국주의 정권과 조직뿐입니다. _〈1985년 3월 17일 〈인터콘티넨탈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여기서 저는 자연환경이 죽어 가는 것을 수동적으로 지켜보면서도 스스로 죽어 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겸손한 대변인일 뿐입니다. 1983년 8월 4일 이후 부르키나파소를 이끄는 국가혁명평의회 가 취한 모든 행동에서 물, 나무, 생명은 생존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근본적이고 신성한 요소였습니 다. 이런 점에서 저는 프랑스 국민과 정부, 특히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계획 은 항상 세상에 열려 있고 세상의 불행에 민감한 국민의 정치적 천재성과 선명한 통찰력을 표현한 것 이라고 말합니다. 사헬의 중심부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는 국민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발의에 항상 전적으로 감사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관광 여행과 달리, 우리나라는 필요 할 때마다 그런 자리에 참석할 것입니다. 거의 3년 동안 우리 민족인 부르키나베 인민들은 사막의 침 략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플랫폼에서 그들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고 전 세계 다른 사람 들의 경험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은 우리의 의무였습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거의 3년 동안 결혼, 세례, 시상식, 저명인사 방문 등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무 심기 행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_〈1986년 2월 5일 파리에서 열린 '나무와 숲에 관한 국제회의' 연설에서〉
이 인간 존재, 고통과 기쁨의 광대하고 복잡한 조합! 고독하고 버림받았지만, 모든 인류의 창조자! 고통스럽고, 좌절하고, 모욕을 당하면서도 우리 각자에게 끝없는 행복의 원천이 되는 존재! 비교할 수 없는 애정의 원천이자 가장 예상치 못한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존재! 약하다고 불리지만 명예로운 길 을 걷도록 영감을 주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존재! 살과 피와 영적 신념을 지닌 존재 ─이 존재는, 여 성은, 바로 당신입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위안이자 삶의 동반자이며, 투쟁의 동지입니다. 이러한 사 실 때문에 여러분은 당연히 혁명의 즐거운 승리의 잔치에서 동등한 파트너로서 자신을 주장해야 합 니다. 다시 말해, 남녀가 함께 겪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모든 측면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부르키나파소 여성의 투쟁이 전 세계 모든 여성 투쟁의 일부이며,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의 완전한 재건을 위한 투쟁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여성의 현실은 여기, 저기, 그리고 모든 곳에서 인류 자체 문제의 핵심입니다. 따라 서 이 질문은 보편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_〈1987년 3월 8일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도 와가두구에서 열 린 '세계여성의 날' 연설에서〉

◆ 주요 내용

아프리카 대륙의 부르키나파소는 19세기 말 프랑스 보호령이 되어 60년만인 1958년 오트볼타자치령이 되었다가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신생 독립국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모리스 야메오고가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만, 그 뒤 약 20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일어난 혁명으로 나라는 혼란이 계속되고 국민은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식민지 시대인 1949년에 태어난 토마 상카라는 ‘운이 좋게’ 학교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앙시라베 육군사관학교 입학과 프랑스에도 유학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유학 기간은 마르크스 사상을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는 1974년 연말에 있었던 말리와 벌어진 국경분쟁에서 군사적 활약을 나타내 오트볼타에 알려지게 되었다. 1981년 대위로 승진한 상카라는 그 해 가을 사예 제르보 정부의 공보장관직을 수락하여 정치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듬해 4월 사예 제르보 정부가 노동 탄압을 자행하자 장관직을 사임하지만, 그는 다음날 체포되어 수감된다. 그해 연말쯤 소메 요리얀 대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인민보호평의회를 조직하고, 장-밥티스트 우웨드하우구 사령관을 대통령에 임명하고, 이듬해 연초에는 상카라를 총리에 선정한다. 그해 봄에 소메 요리얀이 다시 쿠데타를 일으키고 상카라를 가두자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가두행진이 벌어진다.
역사적인 혁명의 시작은 1983년 8월 4일 블레즈 콩파오레 대위가 이끄는 불과 250명 군인의 수도 와가두구 진군으로 이루어졌다. 상카라는 새롭게 형성된 국가혁명평의회 의장에 추대되었다. 그 후 4년 동안 상카라가 이끄는 혁명 정부는 농민, 노동자, 청년을 조직하여, 지역의 지주와 부유한 상인들의 권리와 특권을 축소하는 경제적 사회적 조치를 심도 있게 밀고 나갔다. 이들은 제국주의 지배에 반대하기 위해 전 세계 노동자와 연대했고, 또 각 계층이 참여하는 혁명수호위원회, 부르키나 전국농민연합, 부르키나 전국장로연합, 부르키나 여성연합 같은 대규모 조직을 출범시켰다.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혁명정부는 마을 추장에 대한 공물 납부와 강제 노역을 폐지했다. 토지를 국유화하여 인구의 90%나 되는 농업 노동자가 생산적인 농부로서 노동의 결실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했다. 농민이 소출한 기본 식량 작물에 대한 정부 수매 가격도 인상되었다. 또한 정부는 생산성을 높이고 북부 사헬 지역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 심기 및 관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의료개혁을 단행해 영아 사망률을 예전의 절반가량으로 줄였고, 기생충으로 인한 실명의 급속한 확산도 억제하였다. 높은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문맹 퇴치 운동도 병행되었다. 오래된 여성의 예속 전통과 싸우는 조치가 취해졌고, 여성 해방을 위한 조직적 대처가 장려되었다. 도로, 학교, 주택 건설을 위한 공공사업에 자금 지원도 이루어졌다. 또
한 인민혁명법정을 설립하여, 부패 혐의로 기소된 전직 지도자와 고위 관리들을 재판하였다.
상카라가 이끈 부르키나베 혁명은 아프리카와 전 세계에서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는 이들과 국제주의적 연대의 길을 개척했다. 상카라는 모로코의 서사하라 점령에 반대하는 서사하라 인민의 투쟁을 지지했으며, 사하라위 대표를 아프리카단결기구에 가입시키기 위한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대항하는 투쟁과 팔레스타인의 조국 재건 투쟁을 위해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적극적으로 지지세력을 조직했다. 상카라는 제국주의 정부와 은행이 반식민지 국가에 부과한 부담스러운 부채를 폐기하기 위한 캠페인도 벌였다. 그는 뉴욕 할렘에서 연설을 통해 인종차별적 억압에 맞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투쟁과 미국 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1984년과 1986년에는 쿠바를, 1986년에는 니카라과를 방문해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 25주년을 기념하는 20만 명 규모의 집회에서 모든 해외 참석자를 대표해 연설하면서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 투쟁에 부르키나파소의 손을 내밀었다.
혁명이 일어난 지 불과 4년 만에 달라진 나라 분위기 속에서, 1987년 8월, 혁명 4주년 기념일에 대중적으로 연설한 상카라는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혁명은 정복당한 국민이 아니라 확신에 찬 국민, 수동적으로 운명을 감내하는 복종적인 국민이 아니라 신념에 찬 국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혁명 대열에서 노동자, 농민, 청년이 부르키나파소의 사회와 정치 전반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면서 그 반향은 내륙에 자리했던 이 나라의 국경을 넘어 서아프리카 중부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1987년 10월 15일, 블레즈 콩파오레 대위는 이 혁명적 변화를 거슬러, 재산을 보고하고 계급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국내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다. 상카라와 그의 보좌관들 그리고 경호원 12명이 피살되었고, 부르키나베 혁명정부는 이렇게 무너졌다. 상카라 혁명정부를 무너뜨린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상카라는, 제국주의에 의해 황폐해진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고,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영아 사망률과 98%에 육박하는 농촌 문맹률, 평균 수명이 40세에 불과했던 나라 사람들의 결연한 의지와 존엄성을 대변했다. 또한 그는 계급 사회의 경제적 속박과 그 결과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 그들 편에서 대변했다. 거기에는 생태 파괴, 사회 붕괴, 인종차별,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초래한 정복과 약탈 전쟁이 포함되었다. 상카라는 이러한 상황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오늘날 제국주의 세계 질서가 낳은 산물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카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한 세계 질서는 맞서 싸울 수 있으며 반드시 파괴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를 돋보이게 한 것은 평범한 인간 존재들
의 혁명적 역량에 대한 확신이었다. 피델 카스트로나 체 게바라와 마찬가지로, 상카라 역시 제국주의 세계의 지배자들이 오만하게도 무시했던 민중을 유혹하거나 채찍질해야만 발전할 수 있는, 고칠 수 없는 작은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다양성 있는 토대 위에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기술관료나 금융 재주꾼이나 정치가가 아니라, 자연의 풍요와 결합한 노동이 모든 부의 원천이 되도록 만드는 노동자와 농민 대중이라고 상카라는 믿었다. 그 결과로 능동적이고 의식적인 힘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평범한 사람들이 삶의 조건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혁명정부는 그 과정을 따라 농민, 노동자, 장인, 여성, 청년, 노인을 동원하여 문맹 퇴치 운동과 예방접종 운동을 벌이고 우물을 파고 나무를 심고 집을 짓고 이 땅의 억압적인 계급 관계를 없애기 시작했다. 토마 상카라가 20세기 후반 아프리카 민족 해방 투쟁의 지도자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그가 코뮤니스트였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사람과 달리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아프리카의 계급투쟁과 동떨어진 ‘유럽의 사상’이라며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마르크스주의가 일련의 사상이 아니라 전 세계 노동 계급이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투쟁을 통해 얻은 교훈을 일반화한 것이며, 모든 투쟁을 통해 그것이 더욱 풍부해진 것으로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