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불편한 것이 많다. 물리적인 불편함부터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그리고 존재 자체가 불편한 수많은 타자들이 있다. 불편한 타자들? 그렇다면 타자가 아니면 참아낼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디까지 견디어 낼 수 있을까? 글 쓰는 사람 이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자기 자신을 견디는 사람이 얼마나 있냐고. 아니, 자기 자신을 알기나 하는지, 되짚어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냐고 말이다. 그리고 ‘나’를 헤집기 시작한다. 내가 나를 나로 인식한 때가 불과 얼마 안 되었다는 것부터 자아를 초월하는 저 너머의 나까지 작정하고 덤벼든다. 〈나는 내가 불편하다〉는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 작가들이 총 동원되어 ‘나’를 밝힌다. 답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파고 들어가면 우리에게 구원이 있는 건 아닐까 희망마저 생길 지경이다. 그러나 구원의 길은 편치 않다. 사실 나는 평범하다는 가시를 참아내야 한다. 사실 나는 나만 불편한 게 아니라는 민폐도 겪어내야 한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타자들이라는 걸 인지하고 조금 더 다정해져야 한다는 선언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 나는 내가 불편하고, 너도 내가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무엇인지, 나를 넘어 그 언저리는 밟아볼 수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해본다. 이인이 도와줄 것이다. 불편하지만 기꺼이 도움을 받기로 하자. 이만큼 편하게 나를 찾을 수 있는 건 다 그의 불편한 노고 덕분이니까.

나라는 수수께끼 1부. 자기 의문 1장. 내가 누구인지 말해봐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실패하는 자기소개 -곤란한 자기소개 -인생 뭐 있나 -자신이 가짜라는 공공연한 비밀 -자기성형의 후유증 -역할이 무너질 때 2장. 나를 향한 여정 -나를 알려고 하지만 -두려움과 확신 -내면의 방황이 아닌 가벼운 방황 -내가 누구냐는 질문 -내 안의 빛에 의지해서 -거룩한 의무 2부. 자기 조명 3장. 관계망 안의 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 -부모가 드리운 그늘 -몇째로 태어났는가 -나를 넘어 우리 -나를 에워싼 환경 -나를 만드는 사회 -사회화로 덧칠되다 -누구와 친구였는가 -역사적인 인간 4장. 과학의 관점으로 -진화하는 생명 -인간의 본성 -언어의 탑재 -경이로운 신체 -몸에 의존하는 뇌 -자유의지는 있는가 -자유의지를 고민할 수 있는 존재 -타고난 기질들 -운명과 변화 5장. 내 안의 낯선 나 -자기에게 자지러지다 -금기를 위반하면서 생기는 쾌락 -밤이면 상영되는 영화 -한바탕 기나긴 꿈 -불확실한 기억 -나는 생각한다? -종잡을 수 없는 정신세계 -나의 변호사 3부. 자기 향상 6장. 내면의 건강 -자신을 점검하는 시기 -직감과 성찰 -거짓을 해소하는 진실 -상처받은 내면아이 -부정편향 -마음속 구멍 -감정의 노예가 아닌 주인 -쾌락의 말 다스리기 -나의 민주화 -타인과 비교하려는 마음 -자존감과 자기애 -과오가능성과 자유 -특별한 평범함 7장 나다운 인생을 빚다 -인정욕망 -진정성과 자율성 -개인주의와 관계성 -양날의 검, 신념 -의미의 창출 -서사적 존재 -착한 굴레를 벗어나 -영웅본색 -예술의 창조 -인생을 작품으로 -몰입과 고양 -자아실현을 넘어선 욕구 4부. 자기 심화 8장. 나의 근원 -내가 만든 세계를 내가 다시 인식한다 -실재와 생각 -불편한 자아 -자아라는 감옥 -자아를 넘어서 -무아란 무엇인가 -자아와 올바른 관계를 맺는 과정 -너의 목소리가 들려 -독이 든 성배 -숭고한 황홀경 -언제나 나를 바라보는 관찰자 -슈뢰딩거의 고양이 -내면의 신성 -신비한 무 -나의 진실

실제보다 자신이 더 사랑스럽고 더 선하다는 착각 때문에 우리는 개선의 기회를 놓친다. 자기 미화가 흉악한 범죄는 아니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변호사의 지저귐에 홀리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타인 역시 변호사에 사로잡혀 자신을 무고한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로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근거들만 수집해서는 자신을 방어하는 데만 치중한다. 첨예한 대립의 원인은 자신에 대한 미화다.

내가 나를 속이면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 정신병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거짓말이라고 미국의 정신의학자 스캇 벡은 진단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거짓말과 변호사의 거짓말이 뒤범벅되면서 정신건강이 깨진다. 정신건강을 회복하려면 자신을 에워싼 거짓을 파헤치고 진실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세상은 낙원이 아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경험을 겪는다. 그러면 충격을 다시 받지 않고자 방어하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하지만 미숙한 방어태세는 오히려 화근이 된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란 마음이 찢어졌을 때 서투르게 반응했던 유년시절의 방식에 고착된 상태이다. 다른 대처법을 익히지 못했으면 특정한 상황이 되었을 때 아이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 과거부터 누적되어 전승되는 불안이나 공포나 분노나 설움을 끌어들여 현재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 차고 넘친다. 항우울제가 무시무시하게 팔린다. 항우울제의 판매량은 현재 우리가 얼마나 불행한지 알려주는 증거이다.

현대인만 우울한 건 아니다. 인간은 대대로 부정적이었다. 생존하는 데 마뜩잖은 태도가 이로웠기에 그렇다. 과거를 곱씹으며 후회하고 앞날의 위험에 가슴 졸이던 사람들이 살아남아 우리의 조상이 됐다. 그들의 성향을 물려받아 우리는 부정편향을 띤다. 부정편향이란 탐탁잖게 지각하고 표현하는 심리작동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