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의 상상력과 유쾌한 풍자가 뒤섞인 독일 문학의 색다른 걸작! 『장화신은 고양이(Der gestiefelte Kater, 1797)』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루드비히 티크(Ludwig Tieck)가 쓴 실험적이고 풍자적인 연극이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샤를 페로의 유명한 동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극장에서 일어나는 현실과 환상의 충돌을 다루며 웃음과 철학이 교차하는 메타연극이다. 무대 위에서는 고양이와 주인의 모험이 펼쳐지는 반면, 무대 밖에서는 배우, 관객, 무대 관리자, 심지어 극작가까지 제멋대로 등장하며 이야기에 끼어든다. 이들은 진지한 장면을 방해하고, 각본을 논쟁하며, 때론 그 자체가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면서 연극과 현실, 환상과 진지함 사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티크는 이 작품을 통해 전통 연극의 규칙을 비틀어 문학 형식의 경계를 실험하고, 당시의 연극 관행을 비판하고, 낭만주의 미학을 표현하면서, 문학의 역할을 유쾌하게 묻는다. 그 결과, 독자는 단순한 이야기 너머의 철학적 성찰-예술의 역할, 현실과 환상의 경계, 문학의 자율성 등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등장인물 프롤로그 1막 막간극 2막 막간극 3막 에필로그 작가와 작품해설

『장화신은 고양이』는 샤를 페로가 쓴 동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한 방앗간 주인이 죽으면서 남긴 재산을 세 형제가 나누게 되는데, 막내아들에게는 단지 고양이 한 마리만 돌아간다. 처음에는 아무 쓸모 없어 보였던 이 고양이는 사실 매우 지혜로웠고, 주인에게서 장화 한 켤레와 자루 하나를 받아 그야말로 기발한 방법으로 주인을 부와 명예를 얻게 해준다. 결국, 그는 공주와 결혼에 성공하게 되는데, 이 친숙한 줄거리는 워낙 유명해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루드비히 티크의 동명의 작품을 접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샤를 페로의 동화를 생각하고 티크의 작품을 접하게 된다면, 서사의 흐름이 무척 혼란스럽고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극 중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작품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마치 고양이 힌쩨와 그의 주인 고트리프의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어느새 다시 힌쩨와 고트리프의 이야기로 돌아오곤 한다. 이와 같은 구성이 반복되면서 극의 흐름이 계속 끊기는 듯한 느낌을 주어 독자가 몰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책의 번역자는 티크를 전공한 문학박사로서, 원문의 의미를 충실히 전달함과 동시에 티크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독자의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번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무엇보다 극의 독특한 구성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 연극을 해체한 뒤 새롭게 조합하여 ‘연극 안의 연극’이라는 기법을 구현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티크의 재치와 대담함이 얼마나 돋보이는지 알 수 있다. 이야기 곳곳에는 진지한 철학과 장난기 가득한 유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독자는 가볍운 웃음을 짓다가도 이내 깊은 사색에 잠기게 만드는 강렬한 매력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동화를 사랑하는 독자, 연극에 관심 있는 예술가, 새로운 형식의 문학을 찾는 이들, 그리고 독일 낭만주의의 실험성과 깊이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