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데헌KPop Demon Hunters’ 등 K-컬쳐의 세계적인 열풍 속에 한국 고유의 서사이론을 열전의 형식으로 ‘장장하게’ 펼쳐놓은 신예 늘샘 김상천 문예비평가의 흥미있는 이야기 〈케이서사열전〉이 출간되어 장안의 화제다!

머리말 총론 1, 한국의 유래 2, 어디로 가 갈거나 3, 서사이론 개요 개관 제1부, 고대편 1, 원효 2, 이규보 3, 일연 제2부, 중세편 4, 김시습 5, 서경덕 6, 정철 제3부, 근세편 7, 허균 8, 홍대용 9, 연암 박지원 제4부, 근대편 10, 만해 한용운 11, 임화 12, 백석 제5부, 현대편 13, 김수영 14, 한강 대결어(또는 요약) 부록: 연암과 다산의 문자전쟁 해설: 조동길 후기

“우리도 우수한 문화이론의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 또한 하나의 철학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이론 없이 선진국 문화이론의 일방적인 소비국이었던 한국에 고유의 서사이론에 기반한 'K-서사학'을 들고 신예 문예비평가가 나타났다. 낡은 마르크시즘, 정신분석학, 기호철학에 이어 이제 K-서사학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낡은 마르크시즘, 정신분석학, 기호철학’이라니...과연 그럴까? 그러나 이제는 전설이 된 레가시legacy 문화이론이라 할 저 고전적인 이론들이 낡은 이유는 그것은 생명의 연장이 되지 모하고 다만 나타남으로서의 문화 현상에 대한 한낱 분석의 도구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는 이차적인 생성물이지 우연의 결정물이 아니다. 경제적 동기, 성적 동기, 그리고 의미화 기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만큼 근본적인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의지로서as a will 형성을 통한 창조의 세계다. 문화는 혼자 이룰 수 없는 것으로 끝없는 만남에서, 새로운 결합에서만이 창조가 가능하다. 이것은 생성의 철학자 들뢰즈의 언어로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와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에 해당하는 일이다.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케데헌KPop Demon Hunters’ 열풍이 이를 잘 보여준다. 즉 한국 출신의 매기 강Maggie Kang 감독이 한국의 전통 문화를 배경으로 만든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시도 소설도 그렇다고 전통적인 이야기도 뭐 단순한 애니물도 영화만도 아니다. 이것은 “a film that combines disparate elements like K-pop, animation, traditional Korean art and mythology(THE NEW YORK TIMES, 2025. 7. 25)”라고 한 〈뉴욕타임즈〉의 해명처럼 서구 전통의 이분법적(분석의) 장르 개념으로는 설명이 불가하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문화적 욕구로서as a cultural needs ‘케데헌’ 현상이라는 나타남으로서의 세계적인 문화 현상(학)에 대한 해명이 요청되고 있는 현실에서 마르크시즘, 정신분석학, 기호철학은 그 시효가 만료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 서구 최고의 문화이론의 종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서로 다른 이질적인 다문화적 요소들의 창조적인 결합에 있다. 그러니까 지구적 현실 공간을 전제로 해서 하는 말이지만 좁직한 민족적 영토와 경계를 가로질러 너와 내가 만나는 탈영토적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재영토화로서의 ‘우리’라는 사회적 패밀리 의식에서, 하나의 문화적 결합에서 문화가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저 신라국의 원효元曉 이래 고유한 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한국 고유의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의 대승적 사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위와 같은 새로운 문화현상이 가능하고 또한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설명가능한 도구로서의as an exponible tool 연장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오랜 연원을 지닌 한국 고유의 사유의 번철燔鐵로서의 불이 사상이고, 이것이 오늘 새로운 문화이론으로서의 K-서사학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할 것이다. 이 시대는 또한 저 68혁명의 아이콘 푸코가 일찍이 〈저자란 무엇인가〉(1969)에서 "누가 말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 했던 것 그대로, 바로 대중이-영웅도 아니고, 지식인도 아닌-역사와 문화를 주도하는 대중적 헤게모니로서의 대중서사, 대중평자시대다. 잘 알다시피, 60년대는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저항의 물결이 일던 시대였다. 그것은 바로 낡은 근대의 식민적 지배질서에 대한 저항의 물결이고, 이는 곧 ‘분류학’이라는 언어지식을 무기로 이성과 주체와 주어를 무기로 김성과 객체와 술어를 주무르던, 가장 대표적으로 ‘어법語法’처럼 획일화된 지식인 관료사회에, 남성중심주의 문화에 대한 저항이었다. 우리에게도 60년대의 김수영이 이에 대응하는 것이지만, 이런 물결이 세계사적인 물결이 되기 위해서는, 또한 그 세계사적 배꼽이자 모순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대표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서울의 봄을, 87년을 전후로 한 민주화 대항쟁을 기다려야 했다. 이때를 전후로 세계사의 물결은 대중에게 완전히 넘어왔던 것으로, 서울이 그 세계사의 중심으로서의 문화의 아테네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세계사적 모순과 고통의 똥구덩이에서 피워낸 한국적 근대화와 K-민주주의의 세계사적 성공이 그것으로 바로 여기서 피어난 대중문화의 꽃으로서의 한국적 서사인 한류가, 세계에 통하는 범용한 문화로서의 글로컬한 속성을 지닌 고유의 K-컬쳐가 화려하게 개화하고, K-서사학이 옹글게 열매를 맺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하나의 설명가능한 도구로서의 한국적 서사 변증법이라는 고유한 문화이론으로 흥미있으먼서도 기름지게 구워내는데 사유의 번철이 될 철학을 바로 조선 고유의 ‘유명론적唯名論的’ 사유에서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신예 늘샘 김상천 문예비평가가 일궈낸 〈케이서사열전〉의 최대의 장처라 할 수 있다. 외부의 객관적인 평가 “한국형 서사체는‘시도 아니며 소설도 아닌’, 그러면서 또한 ‘시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한’, ‘한국적 변증법이자 문화적 결절점’에 해당한다. 가히 파천황의 새로운 울림이 아닌가.” 이 책의 핵심은 열네 명의 유명론자들, 그들의 살아온 시대적 행적과 그들이 남긴 글의 가치를 논하는 데 있다. 실제 책의 상당 부분이 그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 살피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는 그럴 여유도, 필요도 없다. 그 핵심과 요지만 살피는 일만도 버겁다. 고대의 원효는 통일 이후 신라의 철학으로 불일불이不一不二 사상을 내세웠으며, 이는 비속미를 바탕으로 한 민중불교의 창시로 이어지고, 그것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서사 형태의 각종‘논論’과 ‘소疏’를 저술하여 남겼다. 이규보는 공자 이래 정형화된 중국의 시 형식을 거부하고 산문정신에 바탕을 둔 우리나라의 “동명왕편” 이야기를 서사시로 창작하고, 당시 지배층들이 경원시하던 패관문학(“백운소설”)의 글도 거침없이 써냈다. 일연은 원의 침략으로 어지러워진 당대 현실을 바로잡고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 전승하려는 의도로 공자가 부정적으로 얘기했던 괴력난신怪力亂神의 이야기를 모아 〈삼국유사〉를 저술했다. 이들 열네 명의 유명론 문인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동시대 현실의 지배적 주류적 흐름과 불화했다는 점, 어지러운 현실을 개혁할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점,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직접 써서 남겼다는 점, 그 글의 내용은 무론 이를 담은 형식과 표현에서 기존의 전통을 과감하게 파괴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들은 대부분 시대의 아웃사이더, 이단아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득권 포기와 강고한 지배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 주류에서 배제되어도 괜찮다는 용기, 스스로의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굴강한 의지,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했음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 역사를 바꾼 혁명가들이고, 또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뿌리와 토대였다고 할 수 있다. 늘샘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역사적 끈으로 조선의 유명론이라는 특이한 발상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주변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탐구하여 그러한 점을 입증해 내는 방식으로 이 책을 썼다. 또한 그들이 남긴 글에서 내용적으로 한국적 독자성을 발견해냄과 아울러 형식에서 ‘시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그러면서 시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한’독특한 서시 양식을 찾아내어 이에 ‘케이 서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앞으로 이런 ‘케이 서사’의 내용이 원천이 되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오페레타 등 이 시대의 새로운 보편 서사 형식으로 거듭 태어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케이 서사’는 한국만의 그 고유성과 독자성, 그리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양식으로 그 경쟁력이 무한하다. 이미 일부 작품으로 그 효과가 증명된 한국형 서사체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현재의 ‘케이 컬쳐’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속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그 새로운 영역 개척의 하나로 늘샘이 개척한 ‘케이 서사’의 이론적 성취는 그 실현 가능성과 성공 확률이 아주 높은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요체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다. 우리 스스로 이에 대해 무관심하면서 남들의 기대와 지지를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어떤 사물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질 때 그 사물은 비로소 내 것이 되고, 우리 것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케이 서사’를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관심을 가지면 새로운 ‘케이 컬쳐’의 시대가 활짝 열릴 수 있다. 이는 늘샘의 꿈이자 우리 모두의 희망이기도 할 것이다. -조동길(소설가/문학박사/공주대명예교수)님의 ‘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