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2)에 대장의 지위에 올랐던 야마가타 아리토모山?有朋 ·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도고 헤이하치로東?平八?의 일생을 조명한 것이다. ◎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일본 육군의 군제를 확립하고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일본 육군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진다. 청일 · 러일전쟁 때 일본 육군을 지휘한 사령관이기도 했다. ◎ 노기 마레스케는 러일전쟁 때 제3군을 이끌고 뤼순旅順을 공략하며 많은 전상자를 냈지만, 물러서지 않고 돌격하는 전술로 러시아군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이때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적을 무찌르는 일본군”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 도고 헤이하치로는 러일전쟁 때 일본의 연합함대를 이끌고 대한해협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궤멸시킨 영웅이었다. 그는 쇼와 천황昭和天皇의 후원에 힘입어 1930년대 중반까지 해군은 물론 육군과 정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책을 내면서 7 제1부 야마가타 아리토모 19 1 조슈번의 무사 21 2 메이지 정부의 고위 관료 33 3 육군 지휘체계 확립 42 4 군인에서 정치가로 57 5 청일 · 러일전쟁 70 6 원로 정치인 93 제2부 노기 마레스케 109 1 육군 장교가 되기까지 111 2 사족의 난과 세이난 전쟁 121 3 독일 유학과 귀국 후의 생활 135 4 청일전쟁 146 5 타이완 총독 전후 154 6 러일전쟁 168 7 러일전쟁 이후 181 8 순사 그리고 신격화 194 제3부 도고 헤이하치로 211 1 러일전쟁 이전 213 2 러일전쟁 228 3 러일전쟁 이후 244 4 제1차 세계대전과 일본 254 5 군축 문제와 도고 261 6 만년 283 참고문헌 295

◎ 1875년 9월 일본이 강화도 사건을 일으켰다.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시모노세키에 머물며 조선과 전쟁이 일어날 상황에 대비했다. 1876년 2월 13일 야마가타가 기도 다카요시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조선에 파병할 준비를 마쳤는데, 군사를 운송할 선박과 강화도 지역의 지세가 어떤지 걱정이 됩니다.”(40p)

◎ 1879년 5월 내무경 이토 히로부미와 공부경 이노우에 가오루가 내각의 개혁을 단행하기로 합의했다. 이토와 이노우에가 야마가타를 만나 참모본부장에서 물러나 내각 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야마가타가 말했다. “육군을 발전시키기 위해 내가 참모본부에 있어야 한다.” 그는 4년 가까이 참모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육군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48p)

◎ 1889년 12월 24일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제3대 총리대신에 취임했다. 1890년 6월 야마가타가 육군 중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했다. 천황 일족을 제외하고 대장의 지위에 오른 것은 사이고 다카모리에 이어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두 번째였다.(66p)

◎ 1893년 10월 야마가타 육군 대장 겸 추밀원 의장이 「군비의견서」를 내각에 제출했다. 야마가타는 조선에서 언제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고, 중국도 러시아 · 프랑스 · 영국의 침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향후 10년 이내에 동북아시아에서 전란이 일어날 것인데, 그때 일본과 전쟁을 하는 것은 조선·중국이 아니라 영국 · 프랑스 · 러시아 3국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70p)

◎ 1894년 8월 1일 일본이 청국에 선전을 포고했다. 일본 해군이 인천 앞바다 제해권을 확보한 후, 8월 중순에 육군이 경기도를 거쳐 북상하는 작전을 개시했다. 8월 30일 메이지 천황이 야마가타를 제1군 사령관에 임명했다.(74p)

◎ 1904년 6월 20일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참모총장 겸 병참총감에 임명되었다. 이어서 만주군총사령부가 편성되었다. 전쟁에 관한 모든 사안은 야마가타 원수, 가쓰라 대장 겸 총리대신, 데라우치 육군대신, 오야마 총사령관, 고다마 총참모장이 참석하는 정례회의에서 논의되었다. 메이지 천황이 참석하는 대본영회의는 형식적으로 보고하는 절차에 불과했다.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사실상 전쟁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다.(89p)

◎ 1916년 3월 오쿠마 시게노부 총리대신이 자신의 후임으로 가토 다카아키가 적임자라는 뜻을 밝혔다. 다이쇼 천황이 야마가타 원수를 불러 차기 총리대신 건에 대해 하문했다. 야마가타가 원로회의를 열어 데라우치 마사타케를 차기 총리대신으로 추천했다. 그러자 천황이 데라우치에게 조각을 명했다.(102p)

◎ 노기 마레스케의 부친은 아들이 훌륭한 무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마레스케는 어려서부터 몸이 나약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무예에 관심이 없고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아들이 훌륭한 무사가 되기를 바랐던 부모는 마레스케의 왜소한 체격과 여성적인 성격을 마땅치
않아 했다.(112p)

◎ 1871년 1월 노기 마레스케가 23살의 나이에 친병대 육군 소좌(소령)에 임명되었다. 도쿄에서 생활하게 된 노기는 선배나 동료와 함께 요정에 자주 드나들었다. 젊은 나이에 고급 장교가 된 노기의 자만심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근무를 마친 후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게이샤와 함께 자고 아침에 요정에서 부대로 출근하는 날도 많았다.(120p)

◎ 1877년 2월 22일 노기 연대장이 사이고군과 전투를 벌였으나 대패했다. 노기는 군기軍旗를 접어서 가와라바야시河原林 소위가 등에 지게하고 10여 명의 호위병을 붙여서 먼저 후퇴하게 했다. 그러나 가와라바야시 소위가 사이고군의 기습으로 전사했다. 사이고군이 보병 제14연대 군기를 손에 넣었다. 노기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천황 폐하가 내려주신 군기를 잃어버렸다. 무슨 면목으로 폐하를 우러를 수 있겠는가?” 노기는 단도를 뽑아 자결하려고 했다.(131p)

◎ 독일 유학을 다녀온 노기 소장의 생활이 완전히 변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군복만 입고 지냈다. 식사도 쌀밥을 먹지 않고 강피밥에 호박 무침이 전부였다. 손님이 오면 거기에 된장국을 더할 뿐이었다. 손님 중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을 상석에 앉게 했다. 누구를 막론하고 군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말석에 앉도록 했다. 두 아들도 군대식으로 교육했다.(142p)

◎ 1896년 11월 노기 마레스케 타이완총독이 부임했다. 노기는 허름한 건물을 관저로 사용했다. 노기의 일상생활은 매우 소박했다. 그의 점심은 언제나 설탕을 바른 식빵이었다. 아침 · 저녁 식사도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잡곡밥에 두세 가지 반찬이 고작이었다.(159p)

◎ 1904년 4월 16일 노기 마레스케의 두 아들이 출진하기 전날 밤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을 때 시즈코가 노기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밤만은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노기가 말했다. “웃으면 안 된다. 정신 바짝 차려라.” 다음 날 아침 시즈코가 아들들에게 고급 향수를 건넸다. 만약 전사하면 유체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것을 조금이라도 감추기 위한 용도였다.(171p)

◎ 1906년 1월 14일 제3군 사령관 노기 마레스케 대장이 도쿄로 개선했다. 노기가 메이지 천황 앞에 엎드려 아뢰었다. “이것은 오로지 미천한 신이 불민한 죄입니다. 우러러 청하오니 신에게 죽음을 내리소서. 할복으로 사죄하고 싶습니다.”(185p)

◎ 일본인이 노기를 영웅으로 우러러보기 시작한 것은 그의 정신 때문이 아니었다. 신문에 등장하는 노기 대장은 여행할 때 낡은 옷차림에 조그만 가방을 들고 있었고, 그 속에 조그만 비누, 휴지, 책 두세 권, 이쑤시개, 양치용 소금, 얇은 수건 한 장을 넣고 걸어가는 왜소하나 단정한 뒷모습이었다.(192p)

◎ 메이지 천황의 장례 의식이 끝날 무렵 노기 마레스케 대장 부부가 순사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건의 전모가 정식으로 공표되기도 전에 다음 날 아침 신문에 “노기 대장 부부 함께 자살, 근위포병대의 발포를 신호로 순사하다.”라는 제1면 머리기사로 보도되었다.(202p)

◎ 노기 마레스케가 군신軍神으로 받들어지기를 원하는 일본인이 많았다. ‘군신 노기’는 러일전쟁 후에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의 순사를 계기로 “천황에게 충성을 바친 노기”가 일본인의 군신으로 받들어졌다.(206p)

◎ 1878년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도고는 그해 7월에 중위, 12월에 대위, 다음 해 12월에 소좌로 승진했다. 아무리 영국에서 유학한 엘리트라고 해도 이렇게 빠르게 승진한 전례가 없었다.(216p)

◎ 1894년 7월 25일 조선의 아산만 입구(안산시 단원구 대부남동 남쪽 바다)에서 일본 군함 3척이 청국군 군함 2척에 포격을 가했다. 이어서 나니와의 함장 도고 헤이하치로가 영국의 인도차이나 기선회사 소유의 상선에 포격을 가했다. 그 선박은 청국 정부의 의뢰로 청국군 1,100여 명과 대포 14문을 비롯한 무기를 싣고 입항 중이었다.(221p)

◎ 러일전쟁이 임박해서는 무선통신이 더욱 발달해 도쿄에서 한반도는 물론 만주까지 전신선이 부설되었다. 멀리 타국에서 싸우는 군대를 대본영에서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중앙의 전쟁 통제가 점점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해군성은 이러한 근대전의 특성을 이해하고 군령부의 명령을 받들어 함대를 지휘할 지휘관을 연합함대 사령관으로 임명하려고 했다. 그가 바로 도고 헤이하치로였다.(227p)

◎ 5월 27일 6시 45분 제3전대가 발틱함대를 확인했다. 도고 사령관은 제1 · 제2전대에 출동 명령을 내리고 대본영에 전보를 쳤다. “적 함대를 발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연합함대가 즉시 출동한다. 적을 격멸하겠다. 오늘 날씨는 맑다. 하지만 파도가 높다.”(236p)

◎ 도고 사령관도 자신이 일본의 연합함대를 이끌고 어떻게 세계 최강의 러시아 발틱함대와 싸워 대승을 거둘 수 있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기적”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어떠한 말로도 일본 해군의 승리를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243p)

◎ 1921년 2월 28일 황실학문소의 수료식이 거행되었다. 도고 헤이하치로 총재가 히로히토 황태자 앞에 서서 선언했다. “이것으로 전하께서 문무를 겸한 수업의 기초가 되는 고등보통과를 수료하셨습니다.” 그리고 3월 3일 아침 황실학문소 직원 일동이 서양 각국을 순방하기 위해 출발하는 히로히토 황태자를 전송하기 위해 도쿄역 플랫폼에 정렬했다.(261p)

◎ 도고 헤이하치로와 그의 권위를 등에 업은 군령부 · 조약반대론자들은 런던 군축조약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해군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 투입되는 막대한 군사비를 손에 넣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축을 원인으로 하는 해군의 군비확장이 시작되었다. 해군의 군사비 증액이 육군을 자극했다. 그 후 일본군의 군사비가 놀라운 속도로 증가했다.(278p)

◎ 1931년 9월 18일 밤 관동군이 만주사변을 일으켰다. 육군은 만주사변에 관한 기밀을 도고 원수에게 보고했다. 육군이 해군 측에 설명할 사항이 있으면 해군대신을 만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미나미 지로 육군대신은 명예직에 불과한 도고 해군 원수에게 면회를 요청했다.(288p)

◎ 일본군을 상징하는 존재 도고 원수가 존재하는 한 어떻게든 군부를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고는 이미 여든 살이 넘은 노인이었다. 1932년 여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다. 1933년 봄부터 인후염 증상이 악화한 도고가 병상에 누워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293p)

일본 육군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원수 · 육군 대장 야마가타 아리토모山?有朋, 메이지 천황을 따라 자결한 후 군신軍神으로 신사에 모셔진 육군 대장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대한해협에서 맞아 싸워 이긴 원수 · 해군 대장 도고 헤이하치로東?平八?의 일생을 조명하는 일은 곧 메이지 시대 일본의 군대 · 전쟁 · 정치의 실상을 스케치하는 것이다. 야마가타 · 노기 · 도고와 함께 생활했거나 전쟁터를 누볐던 인물들의 옆모습도 자연스럽게 그려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메이지 시대 일본군의 고질이었던 사쓰마번薩摩藩(가고시마번)과 조슈번長州藩(야마구치번), 육군과 해군의 심리구조와 경쟁 구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