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02일 출간 | ISBN : 119332131X | 256쪽 | 규격外 | 2판

PART 01 범죄의 정의와 범죄통계 1. 범죄 정의하기 11 2. 범죄통계: 경찰, 범죄자, 시민의 상호작용 19 3. 범죄추세: 범죄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는가? 31 4. 범죄율 랭킹 42 5. 살인범죄의 통계학 54 PART 02 범죄현상과 분포 1. 외국인 범죄의 패러독스 69 2. ‘소수-다수’의 레토릭 84 3. 범죄의 시ㆍ공간분포 94 4. 연령범죄곡선과 소년비행 106 PART 03 범죄의 원인 1. 고전주의 범죄학 119 2. 생물학적 범죄원인론 132 3. 심리학적 범죄원인론 146 4. 사회구조와 범죄 159 5. 사회화와 범죄 172 6. 사회갈등과 범죄 184 PART 04 범죄, 이슈와 대응 1. 기후변화와 범죄 195 2. 경찰학의 실험들 207 3. 새로운 범죄대응 수단들 219 4.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 자살 231 ? 주석 241

PART 01
범죄의 정의와 범죄통계

1. 범죄 정의하기
범죄학 공부의 시작은 범죄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에 대부분의 범죄학 교과서 앞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범죄의 정의이다. 범죄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정의되거나 분류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범죄로 규정되지 않았던 행위가 새롭게 범죄로 규정되기도 하고, 기존에 범죄로 규정되어 있던 행위가 비범죄화 되기도 한다. 우리가 범죄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범죄 개념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1) 범죄와 유사 개념들
범죄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 방식은 법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즉, 범죄란 법 위반 행위이며, 특히 형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형법이나 형법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특별형법 등은 특정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 금지된 행위가 범죄이다.
하지만 형법을 기준으로 범죄를 정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중요한 한계 중의 하나는 형법은 사회와 시대에 따라 일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형법을 기준으로 간통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를 본다면, 주에 따라 간통을 범죄로 규정한 주도 있고 범죄로 여기지 않는 주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통은 수십년 전에는 범죄행위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처럼 형법을 기준으로 범죄를 정의하는 것은 자의적이며 일정한 질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범죄와 유사한 개념들로 사회학적인 관점에서는 일탈이나 비행,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공격성이나 분노 등의 현상이 있다. 일탈이나 비행은 사회구성원들의 평균적이며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모습 또는 사회구성 원에게 기대되는 행동양식으로부터 이탈한 행동 및 태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일탈이나 비행의 일부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수업때 학생들에게 일탈의 한 유형으로서 종종 드는 예시는 “오타쿠”인데, 오타쿠는 특정한 대상에 집착적인 관심을 갖거나 파고드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나 소위 “밀덕”이라고 불리는 군사 관련 이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오타쿠 문화는 사회구성원들의 평균적인 모습 또는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행위양 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당연히 오타쿠와 같이 일탈이라고해서 모두 범죄는 아니며, 오히려 사회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등의 순기능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심리학적 관점의 경우, 형사사법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법정심리학에서는 범죄라는 개념이 다루어질 수 있다. 다만, 일반 심리학에서는 범죄라는 개념이 다소 생경하다고 할 수 있으며, 범죄보다는 범죄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는 폭력의 유사 개념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심리현상에는 공격성이나 분노 등이 있으며, 이상심리현상 또한 범죄행동 및 폭력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심리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PART 03 3. 심리학적 범죄원인론]에서 다룬다.

(2) 자연범과 법정범
범죄를 정의하는 또 다른 방식은 범죄를 자연범과 법정범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자연범은 ‘그 자체로 나쁜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자연범은 그자체로 악한 행위이기 때문에 시대와 사회, 문화를 불문하고 범죄로 규정된 다. 이러한 범죄로는 살인, 강도, 강간 등의 흉악범죄가 대표적이다.
자연범이 그 자체로 나쁜 행위라고 한다면, 악하지 않은 범죄가 있다는 것인가? 나쁘지 않은 범죄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기는 하다. 하지만, 두번째로 소개할 법정범이라는 개념은 범죄로 정의될 수 있지만 항상 나쁘지만은 않은 행위를 지칭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법정범이란 법이 금지했기 때문에 범죄가 된 행위이다.
여기에는 관습이나 도덕 혹은 윤리적인 문제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우리의 「경범죄 처벌법」은 호객행위, 광고물 무단부착, 물길 흐름 방해, 구걸, 공무원 원조불응 등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비윤리적이라고 충분히 비난할 수 있는 행위들이지만 그 자체로 악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살인이나 강도 등의 범죄는 어느 시대에나 그리고 어느 사회에서나 범죄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범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박, 마약, 성매매 등의 범죄는 규제의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법정범이라고 할 수도 있다. 즉 도박, 마약, 성매매 등 도덕범죄로 분류되는 많은 범죄 유형은 법정범이라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자연범은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인 반면, 법정범은 시대와 문화 및 사회에 따른 차이가 크다.
법정범의 하나인 대마초 사용을 통해 범정범의 문화 및 사회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자. [그림 1-1]은 유흥용 대마초 사용 recreational use of cannabis 의전세계적 규제 현황을 보여준다. 각 지역은 음영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캐나다를 포함한 가장 어두운 지역은 합법이고, 브라질과 스페인 등은 불법이지만 비범죄화되었으며,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불법이지만 단속을 잘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러시아와 아프리카 등 많은 지역에서는 불법에 해당한다. 즉, 우리나라는 유흥용 대마초 사용이 범죄이지만, 어떤 국가들에서는 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한 국가 안에서도 주에 따라 달리 규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정범은 문화와 사회에 따른 차이가 크다.

그림 1-1 유흥용 대마초 사용 규제 현황 1

[그림 1-1]의 브라질과 스페인 등은 유흥용 대마초 사용이 ‘불법이지만 비범죄화된 지역’이라고 소개하였는데, 일반인이 듣기에 이러한 표현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법을 위반하면 모두 범죄가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법 위반 중에서도 형법이나 특별형법 등을 위반하는 경우를 범죄라 칭한다. 쉽게 생각해서 위반하였을 때 교도소를 가거나 벌금을 부과받는 등 형사처벌을 받는 행위가 범죄이다. 주차위반과


PART 02
범죄현상과 분포

1. 외국인 범죄의 패러독스
범죄행위와 범죄피해에는 국적이 따로 없다. 다만 사람들은 이방인으로부터 외모나 언어와 같은 외적인 이질감을 느끼며, 이들을 자신들과 구분한다. 지방으로 이주한 표준어를 사용하는 서울사람이라든지 선진국에서 온 백인이라든지 어떤 이방인들에게는 긍정적인 편견이 부여되기도 하며, 다른 이방인들에게는 부정적인 낙인이 부여되기도 한다.

(1) 외국인 범죄를 바라보는 관점
외국인 범죄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는 것이나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 외국인 범죄사건을 지적하며 이를 우려하는 관점과, 외국인 범죄의 증가는 외국인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외국인 범죄율 자체는 높지 않음을 지적하는 관점이다.
다음 기사를 한 번 살펴보자. 2021년에 41건이었던 외국인 살인 범죄가 2024년 73건으로 증가하였다. 기사에는 표현이 되어 있지 않지만, 일단 그 발생건수를 보건데 이는 미수범 등을 포함한 통계이다. 미수범이 포함되어있든 그렇지 않든 몇 년 사이 외국인 살인범죄가 50% 이상 증가하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기사에서 나타나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단독] 작년 외국인 범죄자 3만5283명… 살인은 전년비 59% 급증
지난해 국내 체류 중 살인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73명으로, 전년 대비 59%나 뛴 것으로 7일 나타났다. 마약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2년 연속으로 2000명대를 기록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외국인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범죄자는 3만5283명으로 2023년(3만2737명)보다 7.8%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1만6097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인(3920명), 태국인(2203명), 미국인(1772명), 러시아인(138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엔 특히 살인 범죄 증가가 두드러졌다. 2020년까지 80명에 달했던 살인 범죄 외국인은 2021년(47명), 2022년(45명), 2023년(46명) 등 3년 연속 40명대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다시 73명으로 급증했 다. 중국인이 42명으로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베트남인(8명)과 태국인(6명) 순으로 많았다.
[후략]
출처 : 문화일보 2025년 5월 7일자(https://www.munhwa.com/articl)

또 다른 기사를 살펴보자. 이 기사는 기사 작성 당시 이슈가 된 외국인 범죄사건에 대한 대중의 혐오반응을 우려하며,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에 비하여 훨씬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기사는 특히 중국인 피의자 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여타 국적의 외국인보다 낮은 수준임을 강조한다.

“중국인 범죄 보기만 해도 치가 떨렸는데”…국내 범죄율 살펴봤더니
최근 경기 시흥과 화성, 수원 등지에서 중국 국적자와 중국계 동포가 연루된 흉기 난동과 군사시설 무단 촬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인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과 혐오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범죄 통계를 보면 강력범죄를 포함한 전체 범죄율은 내국인이 중국인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그러나 수치상으로는 오히려 한국인의 범죄율이 중국인보다 더 높았다. 경찰청 통계 사이트에 공개된 가장 최근 수치인 2023년 기준 국적별 범죄 피의자 수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내국인의 범죄율은 2.36%로 국내 체류 중국인의 범죄율 1.65% 보다 0.71%p 높았다.
강력범죄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내국인의 8대 강력범죄 피의자 수는 2만4천149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0.047%였으며, 중국인은 293명인 0.031%로 더 낮은 수준이었다.
중국인 피의자의 수가 다른 외국인보다 많은 이유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중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이 36.2%(95만8959명)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11.5%(30만5936명), 태국 7.1%(18만8770명), 미국 6.4%(17만251명), 우즈베키스탄 3.6%(9만4893명) 순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검거된 중국인 피의자 수는 5년 전인 2020년 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략]
출처 : 매일경제 2025년 5월 21일자(https://www.mk.co.kr/news/society/11322584)

이 두 유형의 기사는 자신들의 논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동전의 한 면만을 보여준다. 외국인 범죄를 우려하는 앞의 기사의 경우, 통계를 2021년부터 잘라서 보여주는데 2021년은 아직 펜데믹을 벗어나지 못한 시점이다. 외국인범죄의 장기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2024년에 외국인 살인범죄가 급증한 것이 아니라, 펜데믹 이전의 추세로 돌아간 것이 적절한 해석으로 보인다.
한편, 뒤의 기사와 같이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공포를 과장된 것으로 여기는 콘텐츠도 있다. 이러한 기사들은 통상 가장 심각한 형태의 폭력인 살인범죄의 경우 외국인 범죄율이 높다는 사실은 무시한다.
물론 이 두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외국인에 입장이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논지를 전개하는 데 유리한 통계만을 제시하고, 각자의 관점에서 이를 해석하는 것이 문제이다.

(2) 외국인은 위험한가
외국인 범죄의 추세를 살펴보자. 아래 그림은 1998년부터 2023년까지의 외국인 범죄현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1998년 2,300건에서 2023년 32,737건으로 약 15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전반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2010년대 중반까지는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16년을 기점으로 감소세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외국인 살인범죄 발생과 유사하게, 외국인 전체범죄 또한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크게 감소한 이후 2023년에 다시 한 번 반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외국인의 증감에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 즉,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외국인이 증가하며 범죄 또한 이에 비례하여 증가하다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에 체류 외국인이 줄어들며 범죄발생건수 또한 감소한 것이다.

그림 2-1 외국인 범죄추이 58

아래 그래프와 같이 체류외국인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인원 추이를 함께 살펴보면, 체류인구 증가에 따른 범죄발생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외국인 범죄의 증가는 체류 외국인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림 2-2 체류 외국인 및 외국인 검거 인원 추이 59

물론 위의 그래프에 따르면, 외국인의 증가추세에 비하여 외국인 범죄의 증가가 더욱 빠르기는 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범죄율이 낮았다가 점차 내국인의 범죄율에 가까워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음 그래프는 전체 거주자 중 체류외국인의 비율(실선), 국내 체류외국인 비율,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범죄중에 외국인의 비율(짧은 점선), 외국인 체류 및 검거 비율 차이(긴 점선)을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긴 점선은 0 이하를 나타내는데, 이는 전체 범죄 중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의 비율은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보다 낮다는 것이다. 즉, 체류 외국인 수의 증가에 비해서는 외국인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는 있지만, 전체범죄 중 외국인 범죄의 비율은 전체 인구 중 체류 외국인의 비율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PART 03
범죄의 원인

1 고전주의 범죄학
고전주의 범죄학은 합리주의적이며 사회계약론적인 관점에서 범죄문제에 대응하고자 했던 관점이다. 고전주의 범죄학은 범죄학 뿐만 아니라 근대 형사사법체계의 수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전주의 범죄학 이전에는 범죄라는 것을 귀신에 사로잡힌 행위로 보는 등 초자연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하지만 고전주의 범죄학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범죄를 통한 보상과 처벌의 고통을 합리적으로 비교하여 범죄행동을 선택한다고 보았다. 이에, 고전주의 범죄학자들은 형벌은 범죄행동이 미치는 해악에 비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 형벌의 목적
지금까지 우리는 범죄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앞서 살핀대로 범죄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이 책에서는 대체로 형법의 개념과 범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형법에는 범죄가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질렀을 때의 처벌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형벌이라는 것은 왜 존재할까?
범죄학과 형사정책 분야에서 제시되는 형벌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다: 응보 retribution, 억제 deterrence, 무능력화 incapacitation, 그리고 교화ㆍ개선rehabilitation. 이는 형벌을 둘러싼 철학ㆍ사회적 요구가 시대마다 달라져 왔음을 보여 주는 일종의 계보와도 같다. 이 중 교화ㆍ개선은 고전주의 범죄학 이후 등장한 실증주의 범죄학의 산물이다. 반면, 응보, 억제, 무능 력화는 모두 고전주의 범죄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들이다. 이에 여기서는 교화ㆍ개선을 제외한 세 가지 목적에 대해 간단히 살피도록 한다.

그림 3-1 형벌의 목적

응보는 형벌을 정당화하는 가장 오래된 명제라 할 수 있다. 응보는 범죄행위에는 당연히 이에 대응하는 처벌(보복)이 따른다는 생각이다. ‘눈에는 눈’으로 상징되는 응보 사상은 가해자에게 저지른 해악과 비례하는 고통을 돌려주는 것이 정의라는 직관에 기반한다. 이는 대중이 흉악한 범죄를 접했을 때 경험하는 법감정과도 관련이 깊다.
고전주의 범죄학자인 베카리아와 벤담도 처벌의 비례성 principle of proportionality을 강조했다. 이들은 계몽주의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형벌의 고통은 범죄로 인해 사회가 입은 해악에 상응해야만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았다. 불필요하게 가혹한 형벌은 시민에게 공포만 조장할 뿐 예방 효과는커녕 법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고 보았다. 물론,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 역시 범죄의 편익을 능가하지 못해 억제력을 상실한다고 지적했다.
억제는 형벌의 미래 지향적인 기능에 주목한다. 형벌이 충분히 고통스럽고 확실하게 집행된다면, 사람들은 비용?편익 계산을 통해 범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즉, 형벌제도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목적이라기보다 는, 궁극적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억제는 일반억제와 특별억제로 구분한다. 일반억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범죄는 손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특별억제는 이미 처벌받은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