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숫자의 바다에서 사람의 마음을 건져 올리다. 네모 반듯한 교과서 속 세상은 정답이 있었지만, 창 밖의 세상은 그렇지 못했다. 2022년부터 ‘전세사기’라는 단어는 사회적 화두가 되었고, ‘영끌’과 ‘대출규제’는 사회초년생 ·청년들의 현실을 파고들었다. 문득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이 머지않아 마주할 세상이 떠올랐다. 그들이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는 대신, 그 본질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마음 하나로 2024년 2학기, 학부생들을 위한 ‘부동산 경제분석’ 강의를 개설하게 되었다. 학생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25년 이른 봄부터 『부동산 경제분석: 이론과 데이터』라는 교재 집필에 매달렸다. 한 자 한 자 원고를 채워갈수록, 교과서라는 틀 안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각주와 참고문헌 뒤편에 숨어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 데이터 이면에 숨어있는 인간의 욕망과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믿음들이 자꾸만 내게 말을 걸어왔다. 결국 교과서 집필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던 2025년 초여름, 이론의 옷을 잠시 벗어두고, 숫자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마음 먹었다. 그 결심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괴짜 부동산』이다.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이 여정은 오롯이 혼자만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20년치 실 거래가 데이터와 씨름하고 수만 건의 플랫폼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그 안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갔다. 연구실 대신 커피 향이 은은한 집 앞 무인 카페와 텐퍼센트의 구석 자리가 나의 서재가 되어주었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 면 습관처럼 집 앞 갈매천으로 향했다. 흐르는 물길을 따라 한 시간 남짓 걷다 보면, 엉켜 있던 생각이 정리되곤 하였다. 이 책은 그렇게 쌓아 올린 시간의 기록이다. 딱딱한 교과서 의문법을 벗어나, 아파트 한 채가 두 가장의 26년 운명을 어떻게 갈라놓았는지, 평범한 머그컵에 대한 애착이 내 집의 가격을 왜 다르게 평가하는지 와 같은 이야기들을 담담히 따라가는 여정이다. 차가운 숫자의 행렬 속에서 내가 발견한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 그리고 기이하고도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은 뒤, 어떤 분은 그저 ‘재밌네’라는 한마디로 이 책을 기억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부동산 시장의 현상에 ‘왜?’라는 질문 하나를 품게 된다 면, 긴 여정에서 더없이 든든한 동행을 얻는 셈일 것이다.

1장 두 가장의 26년- 아파트 한채가 가른 운명 2장 가격이 아닌 거래량으로 잠재우다- 금리의 역설 3장 데이터는 알고 있다- 실거래가 20년의 기록 4장 호가와 실거래가 사이- 당신은 얼마나 깎을 수 있을까? 5장 세입자의 이상한 선택- 그들은 왜 5%를 포기했는가? 6장 전세사기 게임의 구조 7장 땅을 잃은 아파트 8장 부동산도 당근 하세요? 9장 보이지 않는 애착의 가격- 행동 경제학으로 본 부동산의 심리 10장 가격의 새 얼굴 11장 투표용지에 숨은 부동산 민심 12장 플랫폼 데이터로 읽는 부동산의 새 판 13장 사라지는 월세방- 내 옆집은 한 달 살기 여행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