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화 시대에 서정시집 『아름다운 사람들』을 발간함에 즈음하여 혹자는 사치스러운 일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정이 메말라 인문주의가 외면당하는 이때일수록 시인으로서 염려와 사명감과 은근한 유혹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다. 에덴동산에 무화과 나무를 심어 꽃과 열매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이 시집을 펼친다.

1부 아름다운 사람들 12 자작나무 숲에서 13 비록 꽃동산에 꽃사슴일지라도 14 지구를 들고 있을 풀꽃 15 숲속에 내 길 하나 16 어머니의 손길 17 담쟁이가 익힌 언어들 18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19 누가 소크라테스를 죽였는가 20 오래된 미래의 목소리 21 흔적 22 잣나무는 허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23 매달리지 않은 종소리가 있으랴 24 휘파람새 노래 공으로 들으랴 25 갈림길 26 2부 벽을 휘달리는 야생마 30 어느 자연주의 시인의 시학 31 유지매미의 노래를 들으며 32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33 상사화(相思花)의 사랑 34 보름날 보름달 35 그는 입체파 화가인가 보다 38 알바트로스 새 39 별자리들을 헤아리며 40 인연 닿는 눈물이라면 41 하이얀 물소리 42 지워지지 않는 섬 하나 43 금잔딧빛 추억들 44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45 훈수(訓手) 46 3부 아비뇽의 처녀들 50 내가 그리고 싶은 명화 51 아스라한 점 하나 52 그 사람 · 2 53 어느 봄날의 햇살들 54 바위로 살으리라 55 놀빛 붉은 삶을 위하여 56 달팽이 사랑의 미학 57 네 잎 클로버를 찾아 58 다알리아 꽃 59 진화론 60 꼭 그렇게 걸어야 하는가 61 서귀포 바닷가에서 62 유성(流星)빛을 바라보면서 63 별 하나 별 둘 별 셋 64 4부 그와 함께 걷는 길을 익혔다 68 봄은 겨울 다음에 찾아온다 69 가을 길을 걸으면서 70 조선백자기 71 해탈(解脫) 72 공양(供養 73 청산되어 청산에 살레 74 햇살의 향연 75 동그라미 그리기 76 아픈 만큼 반짝일래 77 가시나무새는 꼭 한번만 운다 · 2 78 돌 · 2 80 겨울 나목이 되고 싶다 81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82 행복의 거리 83 어머니의 강 84 5부 만다라 시를 아시나요 88 사랑의 함수관계 89 바다는 파도 춤을 춘다 90 모래시계 91 불나방 인생 92 우리의 봄날은 오리라 · 2 93 901병동의 형광등 94 순수시를 위하여 95 모소대나무 96 정자나무가 쓴 서정시 97 복사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98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바다 99 돌주먹 100 월광 소나타 101 6부 회한이여! 다시 한 번 104 봄의 향연 105 파도야! 106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명화 107 수평선 108 목련꽃을 처음 보았을 때 109 천년 비자목(榧子木) 앞에서 110 조선 짚신을 바라보면서 111 돌무덤 1 12 누굴 위해 학익진을 익혔을까 114 누가 그토록 외롭게 했는가 115 당신을 위한 장미꽃 1 17 오리와 포크레인 118 파밭 타령 119 저 하늘에 별이 된다면 121 논단 현대시의 난해성에 대한 단상 122

바람이 분다. 연붉은 초롱꽃잎에 봄비가 구른다
꽃대 잡고 애처로이 흔들리는 초롱꽃 봉오리들

허허한 들녘에 가는 종탑을 곧게 세워 들고
허공에 울리는 소리 없는 초롱꽃 종소리들

매달리지 않고 피는 들꽃이 있으랴
매달리지 않고 맺는 열매가 있으랴
매달리지 않고 울리는 종소리가 있으랴

시의 생명력은 독자와 서정적 대화가 중심이다. 그래서 요즘은 독자와 친숙한 짧은 서정적 담화시(談話詩) 경향이 강세다. 그러므로 시의 효과는 맑고 깨끗한 정서적 감흥과 생각의 깊이와 섬세함,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오는 새로운 깨달음을 시인과 독자가 서로 주고받는 데 비롯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