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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눈을 뜨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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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리신룬
출판사 : 원더박스
2021년 01월 25일 출간  |  ISBN : 1190136376  |  328쪽  |  규격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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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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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8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비소설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이 책은 ‘엄마 되기’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엄마가 있다. 아이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듯 엄마 역시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그 과정에 무지하다. 『아이가 눈을 뜨기 전에』는 타이완의 문학 교수 리신룬의 에세이로, 저자 본인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과정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지난하고 고단한 여정은 결혼식 당일 화려하게 차려입은 자신의 낯선 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임신 중 몸의 경험과 분만 과정에서 몸의 감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1장, 아이를 기르며 벌어지는 일을 마치 단편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 낸 2장을 거쳐, 펄펄 끓는 물에 화상을 입어 입원한 아이를 돌본 경험을 절절하게 적어 내려간 3장, 아이를 낳은 뒤 자신의 엄마에 대해 곱씹어 보는 4장까지, 한 여성이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의 여정을 거치며 경험한 몸의 감각은 물론 변화무쌍한 감정까지 오롯이 담아냈다. 단언하기 힘든 그 혼란스러운 현실과 이런 현실을 살아가는 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충실히 담아낸 이 작품은 아이로 인해 울고 웃어 본 이들에게는 통점을 살살 어루만져 주는 위로를, 작가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지평이 확장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리신룬 리신룬 징이대학(靜宜大學) 타이완문학과 부교수. 타이완 국립중앙대학교 중국문학 학사, 석사, 박사 졸업. 여성의 몸, 질병, 육신의 고통을 주요 주제로 글을 써 왔다. 작품으로는 『약탕기』, 『병』, 『다시 오다』, 『이 몸』이 있다. ‘연합보문학상 산문상(聯合報文學?散文?)’, ‘시보문학상(時報文學?)’ 등을 수상했고, 『아이가 눈을 뜨기 전에』로 ‘2018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비소설 부문 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역자 : 우디 우디 대학에서 중국어를, 대학원에서 중국 정치외교를 전공했으나 졸업 후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인간이 활자를 번역하는 마지막 시대가 될지도 모를 이 시대에 번역가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순진한 생각 끝에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는 흔치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픽스』, 『그라운드 제로』, 『하루 한 번,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한자의 유혹』 등을 번역했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오늘은 네 인생에서 중요한 날이란다 1장 어떻게 이렇게 아플 수 있어 태동 / 후각은 마치 / 대기실 여성들의 언어 / 내 고통을 밟고 나아가네 / 산후조리원의 밤과 낮 / 오래된 창파오 / 떨어지는 머리칼 / 새 생명의 탄생 곁에는 죽음이 2장 아이가 눈을 뜨기 전에 하루 / 남루한 시간 속에서 나는 계속 글을 써 내려가네 / 다시 책상으로 돌아간 그 여성들처럼 / 순수의 시대 / 버려진 것들에 부쳐 / 정전기 3장 그해 여름의 흉터 나중에 일어나는 일 / 여행이 아니다 / 하얀 거짓말 /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4장 나의 엄마 이야기 장대비 / 종종 그 두 손이 생각난다 / 이제 엄마가 여행을 떠날 차례 / 엄마가 오는 시간 에필로그

[책속으로]

결국 무사히 집을 빠져나와 문을 닫았다. 딸아이는 문 뒤에서 큰 소리로 울며 한바탕 흐느꼈다. 나는 두 가지 복잡한 감정에 이끌렸다. 죄책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찾아올 자유로 인한 기쁨. 솔직히 말해서 죄책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딸아이가 몇 번 울다가 울음을 멈췄으니까. 나는 그제야 발걸음을 내디디며 짧디짧은 자유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강의는 예전에 여행이 내게 선사해 주었던 것을 준다. 정확히 말하면 나 홀로 하는 이 짧은 외출은 나를 엄마와 아내에서 다시 한 여성으로 되돌려 놓는다. 에코백에는 기저귀도 물티슈도 아이 물병도 젖병과 분유, 아기 과자도 없이 오직 ‘책’(이 위에 중요 표시 해 주시길)과 필통, 그리고 내 텀블러뿐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걸음에 힘이 붙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보고 미소 지으며, 얼굴이 어떻게 또 엄마에서 여성으로 되돌아왔는지 살펴본다. _146~147쪽

따스한 이불 속에서 아이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마주 대니 아이가 웃었다. 가늘게 뜬 실눈, 찡그린 작은 코, 옹골찬 이마, 앙증맞은 입술이 천사처럼, 신의 은총처럼 특별했다.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낮에 나를 걱정에 빠뜨리고 분노하게 했던, 비명을 내지르게 했던 모든 것이 기적 같은 아이의 얼굴 속에서 가만히 멈춰 섰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101가지 일들도 딸아이의 자그마한 주먹 속에서 부서져 먼지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이 티 없는 여자아이에게서 떼어 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수정해야 할 글과 보내야 할 원고, 회신해 줘야 할 이메일, 첨삭해 줘야 할 학생들 과제, 설거지해야 할 그릇과 접시와 젖병, 이런저런 것들을 밀쳐놓고, 나는 이토록 기꺼이 아이를 안고 잠든다. 내일 아침, 또다시 시시포스가 거대한 돌을 밀어 올리듯, 엄마의 일을 반복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_150~151쪽

아이가 잠들면, 나는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책상으로 돌아갔다. 이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은 번잡한 생각의 갈피를 정리하는 시간이었고, 내가 주체로 개선(凱旋)하는 시간이었으며, 나 자신에게 충실한, 거울을 손에 쥐고 나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헤어나기 힘든 천사 같은 아이의 얼굴을 뒤로 하고, 달콤한 단잠을 단호하게 마다하고, 책상 앞으로 돌아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자판을 두드렸다. 과한 흥분에 사로잡혀 손가락을 덜덜 떨었던 적도 몇 번인가 있었다. _170쪽

내가 글쓰기를 갈망하는 것이 이상할 리 없다. 특히나 선생님과 엄마라는 정체성이 나를 잠식할 때, 나의 존재감을 무장 해제시킬 때, 나는 써야만 한다. 곤혹스럽기 때문에, 피로하기 때문에, 무겁기 때문에, 혼란스럽기 때문에, 온갖 잡다한 일들과 열렬하게 내게 달라붙는 아이들로 인해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에. _184쪽

딸아이는 일반 병실로 옮겨진 뒤, 매일 아침 드레싱을 할 때마다 울부짖었다. 그게 나한테 어떻게 고통이 아닐 수 있었겠는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어느 날 결국 병실을 걸어 나갔고, 끝없이 눈물을 쏟았다. 한 환자의 어머니가 나를 보고 어깨를 다독이며 달래 주었다. “다 좋아질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몸은 깡말랐지만 얼굴에는 늘 따뜻한 미소가 걸려 있던 분, 하지만 일이 터진 첫 달에는 그 어머니도 더는 어떻게 웃어야 할지 모르겠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그분이 이런 말을 했다. 처음 중환자실 밖에서 나를 봤을 때, 속으로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고. 또 다친 아이가 들어왔구나 싶어서, 또 슬픔에 젖은 엄마가 들어왔구나 싶어서. _237~238쪽

물이 다 빠진 그 커다란 배낭을 메고서 내게 손을 흔드는 엄마를 바라본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한기와 온기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흐른다. 성큼성큼 집 문을 나서던,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나서던 예전의 나를 보는 것만 같다. 꼼짝도 하지 않고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엄마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_313쪽

엄마가 된 뒤로 나는 정말 많은 눈물을, 많고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 감동과 기쁨에 젖은 눈물도 있었고, 분노와 서글픔의 눈물도 있었으며, 뭐라고 이름 붙이고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모르겠을 눈물은 훨씬 더 많았다. _325쪽

[출판사 서평]

“엄마가 되어 맞는 현실에 대한 사실적이고 거침없는 묘사가 충분히 깔린 상태에서 반전처럼 아이에 대한 사랑 고백이 흘러나오는 것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다.” _정아은(소설가,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저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그날 밤, 오래도록 아프지 않았던 제왕절개 상처 부위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_린웨이윈(林蔚?), 작가 “신룬의 원고를 읽고 있던 무렵, 난 원고를 한 반 정도까지 읽다가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원고를 내려놓고 아이에게 이리로 와서 꼭 안아 달라고 했다.” _린완위(林婉瑜), 시인 한 생명이 태어나 자라는 이면에 감춰진 숱한 모순과 좌절, 자기혐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한없이 투명한 눈물과 웃음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엄마 되기’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엄마가 있다. 아이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듯 엄마 역시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그 과정에 무지하다. 『아이가 눈을 뜨기 전에』는 타이완의 문학 교수 리신룬의 에세이로, 저자 본인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과정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지난하고 고단한 여정은 결혼식 당일 화려하게 차려입은 자신의 낯선 몸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임신 중 몸의 경험과 분만 과정에서 몸의 감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1장, 아이를 기르며 벌어지는 일을 마치 단편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 낸 2장을 거쳐, 펄펄 끓는 물에 화상을 입어 입원한 아이를 돌본 경험을 절절하게 적어 내려간 3장, 아이를 낳은 뒤 자신의 엄마에 대해 곱씹어 보는 4장까지, 한 여성이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의 여정을 거치며 경험한 몸의 감각은 물론 변화무쌍한 감정까지 오롯이 담아냈다. “정말로 엄마가 되어 첫날을 맞이하면, 그제야 그 모든 건 정말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첫째 아이를 임신한 작가는 의사로부터 무통분만과 제왕절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심지어 아픈 건 당연하며, 통증은 기쁨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이처럼 인류가 존재한 이래 모든 인간이 여성의 몸을 통해 태어났지만, 여전히 그 과정은 은폐되고 여성은 배제된다. 어디 감추는 게 그뿐인가. 미디어 속 아기와 엄마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몇 번 힘을 주면 ‘으앙’ 하는 소리와 함께 아기가 태어나고, 아기는 이내 새하얀 배냇저고리에 싸인 채 등장한다. 젖을 물리면 색색 소리를 내며 빨다가 곧 새근새근 잠든다. 잠든 아이를 눕히고 토닥토닥, 엄마 역시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사회는 한없이 한가하게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런 기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임신 중 몸의 변화와 출산 순간 몸의 감각을 사실적으로 내보인다. 예상할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는 태동, 콧구멍을 꽉 붙들어 생각이라곤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각종 냄새, 시도 때도 없이 치미는 메스꺼움을 잠재우기 위해 신맛 나는 음식을 갈망하던 나날 등 임신 중 몸의 감각을 섬세한 언어로 기록한다. 그 절정은 단연 분만 순간이다. 스물일곱 시간 동안 이어진, 온몸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듯한 진통, 옆 침상 임신부의 울부짖음과 통곡 소리, 그런 고통을 겪는 임신부에게 의사가 했던 말(“제왕절개는 하지 않을 겁니다.” 혹은 “통증은 기쁨이에요.”)과 그 음성의 톤, 그가 지어 보인 표정까지, 자신이 경험한 출산 순간을 있는 그대로 생생히 전한다. “엉덩이를 들었다가 내려놓아 보고, 자궁을 움츠려 보고, 하복부를 눌러 보고, 몸을 옆으로 돌려 보고, 자리에 앉아 보고, 무릎을 끌어안아 보고, 차가운 침대 틀에 닿도록 발바닥을 힘껏 쭉 뻗어 봐도, 그 어떤 자세를 취해도 고통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고, “하다 하다 나중에는 차디찬 침상 난간을 잇몸에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깨물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한 생명체가 태어나는 순간을 숨김없이 써 내려간 이 글은 동일한 경험을 한 이에게는 위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것이 출산의 ‘현실’임을 낱낱이 드러내 보인다. “아이가 눈을 뜬다는 것은 젖 먹이기, 기저귀 갈아 주기, 씻기기 그리고 방대한 집안일의 윤회를 의미한다.”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운다. 작가는 “실상은 이러하다.”라고 운을 뗀 뒤 엄마와 아기가 한 방에 있는 상황을 묘사한다. “두 눈에서 생기가 사라진 채로 헝클어진 머리와 부스스한 얼굴을 한 엄마와 도대체 왜 계속 울어 대는지 모르겠는 아기, 혹은 심각한 수면 박탈로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엄마와 도대체 왜 계속 울어 대는지 모르겠는 아기, 그게 아니면 심각한 우울감에 빠져 쉼 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엄마와 도대체 왜 계속 울어 대는지 모르겠는 아기, 그것도 아니면 내내 점차 어두워지는 방에 있던 엄마와 여전히 쉬지 않고 우는 아기. 얘가 도대체 왜 이러지? 배가 고픈가? 방금 젖 먹였는데? 어디가 불편한가? 방금 깨끗한 기저귀로 갈아 줬잖아. 어쨌거나 아기는 이유도 없이 쉬지도 않고 울어 댄다.” 아이가 자라면 뭐라도 달라질까. 아이가 두 발로 걷고 옹알이일지언정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면, 이제 시작이다. 아이는 어떤 음식이 들어 있건 난데없이 그릇을 던져 버리고, 온 장난감과 인형에 물을 뿌려 대며, 마룻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잠시 한눈을 팔면 식탁 밑으로 들어가 젓가락으로 그릇을 찔러 대고, 가방 속 물건들을 죄다 끄집어내며, 식탁 위에 놓인 우유로 목욕을 한다. 아이의 몸을 닦아 주면 비로소 보일 것이다. 멀리 팽개쳐진 아이의 신발과 양말, 그리고 아이의 두 맨발이. 두 눈에 졸린 기색이 역력하여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면, 팡, 걷어차고는 깔깔거리는 아이. 덮어 주면 걷어차고 다시 덮어 주면 다시 걷어차는 이 놀이에 아이는 절대 지치는 법이 없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집안일은 또 어떤가. 끼니때에 맞춰 밥을 차려 내고, 설거지를 하고, 그 와중에 아이는 울고, 청소기를 밀고, 걸레질을 하고, 아이는 놀아 달라며 보채고, 빨래를 돌리고, 건조대의 옷을 걷어 개고, 아이는 개킨 옷을 걷어차고, 다시 밥을 하고, 아이를 씻기고,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잠투정하는 아이를 토닥여 재우고…… 작가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안일과 육아를 거대한 돌을 매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에 빗댄다. 이 모든 일이 ‘현실’ 육아이건만, 미디어는 철저히 아이의 해사한 웃음만을 클로즈업한다. “글쓰기가 나를 살게 한다. 그렇다. 글쓰기였다.” 하지만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나’의 존재를 잃어 간다는 것이다. 첫째 아이를 낳고 찾아온 우울감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 와중에 ‘아이를 위해서’ 뭐라도 먹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작가는 자문한다. “나는 누구일까?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오직 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젖이나 대 주는 기계인가?” 아이가 자란 뒤에도 대학 강단에 서는 작가는 교수로서의 정체성과 엄마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쏟아지는 행정 사무와 선생님에게 요구되는 역할의 무게로 인해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는 동시에 엄마로서는 무능함과 피로감, 무력감 앞에서 서성인다. 그래서 쓸 수밖에 없다. 울고 울고 또 우는 딸아이로부터 도망가 변기 위에서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리던 작가를 구원한 것은 결국 글쓰기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매몰되어 허우적거릴 때마다 번잡한 집안일을 모두 끝내고, 때로는 밀쳐 두고 책상 앞에 앉았다. 쓰지 않고서는 “온갖 잡다한 일들과 열렬하게 내게 달라붙는 아이들로 인해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살기 위해’ 글을 썼다. 많은 여성에게 결혼과 임신, 출산은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건이다. 특히 출산은 아홉 달간의 몸의 변화만이 아니라 영구적인 삶의 변화를 의미한다. 작가는 ‘엄마가 되는’ 이 지난한 여정을 섬세한 언어로 써 내려간다. 아이를 몸에 품고,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수많은 모순을, 기꺼운 마음으로 아이를 품에 안고 잠들던 순간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굴레와 같은 집안일을, 숱한 자기혐오와 아이에 대한 사랑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렇기에 글 속에서 새어 나오는 아이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자연히 주어진 것이 아닌, 그 눈물의 여정 속에서 힘겹게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은 기쁨과 축복만 넘치는 일도 아니고 고통과 혼란만 가득한 것도 아니다. 단언하기 힘든 그 혼란스러운 현실과 이런 현실을 살아가는 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충실히 담아낸 이 작품은 아이로 인해 울고 웃어 본 이들에게는 통점을 살살 어루만져 주는 위로를, 작가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지평이 확장되는 기회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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