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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우리는 왜 문학작품에 빠져드는 것일까? 그 안에는 희로애락,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생사가 담겨 있어, 주인공을 따라 울고 웃다 보면 위로를 받기도 하고 대리만족을 통해 힘을 얻기 때문 아닐까. 한번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폭풍 같은 사랑을 꿈꾸고 빅토르 위고와 찰스 디킨스의 주인공들을 통해 구원과 희망을 발견하며, 불안정하고 방황하는 샐린저의 주인공에게서 우리의 십대를 회상한다. 이처럼 문학작품은 때로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우리를 고양시키고 그 어떤 역사책보다도 인간의 역사를 잘 말해주는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낯선 곳에서 의외의 인간관계와 심리를 경험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두 가지, 문학과 여행을 결합한 책이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설 속 그 장소에 가보고 주인공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리 할 수도, 당장은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먼저 책을 통해 떠나보면 어떨까?
여행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저자는 심혈을 기울여 고른 스물다섯 편의 소설과 그 무대가 된 세계 곳곳의 문학적인 장소를 소개한다. 작품의 줄거리, 작품에 얽힌 사연, 작가 소개와 함께 배경이 된 장소의 정치, 지리, 물리적 특성과 역사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여기에 마음을 사로잡는 80여 컷 전후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삽화는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언젠가 그 장소를 직접 가보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삽화를 통해 먼저 경험해보기 바란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저자 : 세라 백스터
Sarah Baxter
잉글랜드 노퍽에서 자랐고 현재는 바스에 산다. 여행에 대한 열정과 멋진 세상에 이끌려 아시아와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와 미국을 횡단한 뒤 작가로 자리 잡았다. 독립심이 강한 여행자들에게는 성서와 같은 잡지〈원더러스트(Wanderlust)〉의 편집장을 지냈으며〈가디언〉,〈텔레그래프〉,〈인디펜던트〉등에 광범위한 여행 관련 글을 썼다. 또한 십여 권이 넘는《론리 플래닛》에도 글을 썼으며,《500개의 길에 담긴 세계의 역사》와《500곳의 기차 여행지에 담긴 세계역사》, 이 책의 시리즈인 ‘Inspired Traveller’s Guide’ 의 첫 번째 책《Spiritual Places》의 저자이다.
역자 : 이정아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문학의 도시, 런던》,《오만과 편견》,《1984》,《콜드 스토리지》,《스페이스 오페라》,《서양철학산책》, 《이지 머니(전 2권)》,《쌀의 여신(전 2권)》,《책은 죽었다》,《촘스키의 아나키즘》등 다수가 있다.
그림 : 에이미 그라임스
Amy Grimes
런던에서 활동하는 삽화가이다. 자연과 세상에서 영감을 주는 것들을 그린 에이미의 작품은 밝고 굵은 그림체가 특징이며 꽃무늬 상징과 녹음이 우거진 풍경이 많이 등장한다. 의뢰를 받아 삽화 작업을 할 뿐만 아니라 ‘헬로 그라임스’라는 상표로 제작한 판화와 직물, 문구류를 판매하기도 한다.
목차들어가며
프랑스·파리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아일랜드·더블린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이탈리아·피렌체 |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 《전망 좋은 방》
이탈리아·나폴리 |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독일·베를린 | 알프레트 되블린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노르웨이·노를란 | 크누트 함순 《땅의 혜택》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스페인·과다라마 산맥 | 어니스트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스페인·라만차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스위스·다보스 | 토마스 만 《마의 산》
영국·바스 | 제인 오스틴 《노생거 사원》, 《설득》
영국·런던 | 찰스 디킨스 《올리버 트위스트》
영국·요크셔 황무지 |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이집트·카이로 | 나기브 마푸즈 《궁전 길》
남아프리카공화국·소웨토 | 네이딘 고디머 《버거의 딸》
인도·케랄라 |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베트남·사이공(호찌민 시) | 그레이엄 그린 《조용한 미국인》
아프가니스탄·카불 |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호주·행잉록 | 조앤 린지 《행잉록에서의 소풍》
미국·뉴욕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미국·몬터레이 | 존 스타인벡 《통조림공장 골목》
미국·미시시피강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미국·먼로빌 |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콜롬비아·카르타헤나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칠레 | 이사벨 아옌데 《영혼의 집》
책속으로14-15쪽)《레 미제라블》의 시간적 배경이 되었던 1815~1832년까지 파리는 여전히 위고가 사랑했던 ‘옛 파리’였다. 좁다랗게 얽히고 설킨 거리와 안뜰과 후미진 곳들이 미로처럼 뒤얽혀서 등장인물들이 쉽게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 그러나 파리는 또한 너무나 붐볐고 비위생적이었으며 점차 환멸을 느끼게 되는 도시이기도 했다. 1789년에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혁명이 일어났음에도 프랑스는 다시 귀족정치의 시대로 돌아가는 듯했다. 1832년 6월 5일에 3,000여 명의 공화파가 봉기하여 잠시 동안 파리의 동부 및 중심부에 위치한 샤틀레에서 시테섬과 포부르 생 앙투안에 이르는 지역까지 장악했다. 생드니가 옆길에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하지만 6월 6일에 보강된 국민위병대가 반란군을 진압했다. 800명에 가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했다.
위고 자신도 이 폭동을 목격했다. 당시 튈르리 정원에서 글을 쓰고 있던 위고는 (현재는 쇼핑몰로 바뀐) 복작거리는 골목들로 이루어진 전통 시장 지역인 레 알에서 총이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 30쪽) 토스카나주에 자리한 피렌체는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다. 15세기에 황금기를 맞아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발상지가 되었던 피렌체는 예술적으로 독보적인 도시였다. 심지어 1865~1871년까지 잠시 동안 새로 통일된 이탈리아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 여가로 여행을 즐기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부유한 관광객들이 피렌체의 명소를 찾아 몰려들었다.《전망 좋은 방》의 여주인공 루시 허니처치도 그 관광객들 중 하나였다.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는 20세기 초반에 상류층에게 숨 막히는 관습의 나라였던 영국에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로맨틱 코미디 작품을 썼다. 그렇게 탄생된 《전망 좋은 방》은 에드워드 7세 시대의 영국에 만연했던 무미건조함과 엄격함을 비판적으로 꼬집는다. 하지만 피렌체라는 해독제도 함께 제공한다. 이탈리아의 도시 피렌체는 영국과 전혀 다르다. 피렌체는 체계보다는 즉흥성이 특징인 도시이고, 창백함이 아닌 열정의 도시이자 고지식함보다 생기가 넘치는 곳이다. 오늘날의 피렌체에도 이 모든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96-97쪽) 제인 오스틴은 1801년에 바스로 이주해 1806년까지 살았다. 이 시기에 바스는 비록 상류층의 휴양지로서 인기가 잦아들기 시작했지만 가장 통일성 있고 위풍당당한 도시 경관을 자랑했다. 오스틴이 바스에 특별히 반한 것은 아니었다. 타고난 전원 생활자였던 그녀의 눈에는 바스가 천박함과 허세에 짓눌려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창작 소재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예의범절과 체면에 사로잡혀 있는 도시 전체가 재치 있고 신랄하게 사회 현실을 담아내는 그녀의 소설에 유용한 배경이 돼주었다. 제인 오스틴이 사망한 직후인 1818년에 한 권으로 처음 출간된 두 편의 소설《노생거 사원》과 《설득》에서도 부분적으로 바스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들 소설에는 바스뿐만 아니라 섭정 시대의 영국 상류층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112-113쪽)《폭풍의 언덕》의 황무지는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법칙들이 적용되지 않는 곳인 것 같다. 여기서는 세세한 규칙들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그저 종잡을 수 없는 대자연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때때로 이 황무지는 생명체를 보살피는 상냥한 곳으로 바뀌어서 콸콸 흐르는 개울과 노래하는 종달새와 윙윙거리는 꿀벌과 청색 야생화로 넘쳐난다. 또한 비운의 연인인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를 가정 폭력과 사회적 구속에서 해방시켜준다. 그러나 대체로 이 황무지는 무자비한 곳으로 강풍과 유령들이 울부짖는 지옥과 같다. 134쪽)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건축설계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에 놀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녀의 첫 소설《작은 것들의 신》은 2D 설계도를 3D 현실로 만든 것 같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케랄라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하다.《작은 것들의 신》은 한 권의 책이라기보다 사랑과 상실이 휘저어 놓은, 색깔과 향기와 열기와 역사, 그리고 정치로 이루어진 깊은 웅덩이 같고, 문장들은 둑에 부딪혀 되밀리는 물처럼 잔물결을 일으킨다. 1997년에 부커상을 받은 이 소설은 아예메넴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1969년부터 1993년까지의 세월을 회상과 복선으로 넘나든다. 주인공은 쌍둥이 남매 에스타와 라헬이다. 외가에서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맘마치와 고모할머니 베이비 코참마와 살고 있던 이들의 삶은 절반쯤 영국인의 피가 흐르는 사촌 소피 몰이 인근의 강에 빠져 죽으면서 일시에 뒤집힌다. 케랄라 관광국이 ‘신의 나라’라고 광고할 정도로 아대륙에 마치 꿈같이 펼쳐진 이 지역에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수로가 치명적인 어둠의 심연이 된 것이다. 192-193쪽)《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앨라배마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60년대와 아주 비슷해서 과도기에 팽배했던 두려움과 좌절감이 잘 드러난다. 이 소설은 미국에 양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나무랄 데 없는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를 내세운다. 그는 상처한 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이자 변호사이며 ‘지금까지 살았던 이들 가운데 가장 용감한 사람’이다. 소설의 화자인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는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무고하게 기소된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한다. 애티커스는 질 수밖에 없음을 알고도 계속해서 변호를 맡는다. 핀치 가족은 엄밀히 말해 허구의 장소인 메이콤에 살지만 먼로빌에 있는 작가의 생가를 모델로 삼았기에 어쩔 수 없이 애티커스에게서 하퍼 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210-212쪽) ‘영혼의 집’의 이야기는 칠레의 정치가 불안정할 때인 1920년 즈음부터 시작된다.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름 모를 수도의 중심지에 자리한 ‘모퉁이의 큰 집’과 트루에바 가문의 농장인 트레스 마리아스를 중심으로 4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있었던 사건들도 소설 속에 등장한다. 트레스 마리아스를 무너뜨리고 ‘건물들이 부상당한 공룡처럼 쓰러지는’ 광경을 불러온 지진은 1939년에 칠레에서 일어났던 지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칠레는 초토화되었고 사망자가 무려 3만여 명에 달했지만 국제적 관심은 높지 않았다. “세계는 다른 전쟁을 치르느라 너무 바빠, 지구의 외진 구석에서 자연이 광분한 일까지 알아챌 겨를이 없었다.” 출판사 서평아름다운 삽화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문학적인 장소들로 순간이동하게 된다. 아룬다티 로이가 그려낸 풀이 우거지고 나른한 케랄라의 강가부터, 인상적인 절벽이 즐비한 조앤 린지의 행잉록과 빅토르 위고가 묘사한 파리의 미로 같은 골목과 하수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이거나 영화화된 경우가 많지만, 다소 낯선 작품,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소설의 무대가 된 장소들은 비록 가본 적은 없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 많다. 이 장소들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고 주인공들의 행동과 심리상태에 영향을 주며 줄거리의 흐름과 결말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독특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 책을 깊이 파고들수록,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문학적 장소들에 더해 이러한 곳들을 예찬한 소설들까지 새로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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