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조사들이 보인 불퇴전(不退轉)의 구법(求法)과 전법(傳法)의 여정! 현 해인총림 10대 방장이자, 한국불교의 큰 스승으로 손꼽히는 학산 대원 대종사의 새 강설서, 《역대법보기 강설》이 출간되었다. 다소 생소한 《역대법보기(曆代法寶記)》는 당나라 대력 연간(766~799)에 편찬된 오래된 문헌으로, 석존(釋尊)에서 혜능(慧能)까지 33조사(祖師)와 지선(智詵), 처적(處寂), 무상(無相), 무주(無住)로 이어지는 전등(傳燈)의 역사, 그리고 선법(禪法)을 다룬 초기 선종의 중요 사료이다. 《역대법보기》의 특징 중 하나는 육조 혜능 이후, 남악 회양-마조 도일로 이어지는 계통과는 다른 독자적인 법맥을 보여줌으로써 선맥의 다양성과 깊이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이다. 특히 선종의 정통 계보 밖에 있어 주목받지 못한 신라 출신의 승려 정중 무상 선사의 위상이 조명돼 주목된다. 한편 무상ㆍ무주 선사가 설한 ‘삼구설법(三句說法)’의 가르침을 통해 간화선 이전, 선종 초기의 생동하는 수행 풍토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준다. 이 책은 부처님과 역대 조사로부터 이어진 정법의 원류와 법맥을, 이 시대 정법안장(正法眼藏)의 계승자인 학산 대원 대종사의 법음(法音)으로 전하는 귀한 가르침이다. 「무억(無憶)ㆍ무념(無念)ㆍ막망(莫妄)으로 일체 앞뒤 생각이 끊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하는 화두(話頭)다. 『무엇인고?』 하면 어떤 것도 붙일 수가 없고 단칼에 끊어진다. 거기서 바로 깨닫게끔 되어 있다.」 - 학산 대원 대종사

1 불교의 동토 전래 2 동북방에서 번성하는 불교 부록 《경덕전등록》의 역대 조사 3 선종 초조 달마 대사 4 제2조 혜가 대사 5 제3조 승찬 대사 6 제4조 도신 대사 7 제5조 홍인 대사 8 제6조 혜능 대사 9 부처님 가르침의 정통 10 혜능 선사의 바람과 깃발 11 측천무후와 전승가사 12 지선 선사 13 처적 선사 14 정중 무상 선사 15 삼구어 16 하택 신회 선사 17 무주 선사의 직지견성 18 무주 선사의 심사방도 19 무주 선사의 일향무념 20 무주 선사의 수법 21 두상공의 심사방도 22 삼촉 교화 23 두 가지 근본 24 무념 25 무기와 유기 26 체무 선사와의 대론 27 혜억 선사와의 대론 28 의정ㆍ처묵ㆍ당온과의 대론 29 정장 스님의 귀의 30 지일 스님의 귀의 31 충신 스님의 귀의 32 법륜 법사의 귀의 33 일행ㆍ혜명 형제 스님의 귀의 34 여인들의 귀의 35 공양을 받을 수 있는 사람 36 나를 꺾고 남을 따르라 37 언설을 부수다 38 여러 병통을 부수다 39 무주 선사의 교설 1 40 무주 선사의 교설 2 41 도사ㆍ산인 교화 42 법사들과의 대론 43 율사들과의 대론 44 논사들과의 대론 45 도유사ㆍ민법사ㆍ관율사와의 대론 46 견성 선사 제자들과의 대론 47 웅준 법사와의 문답 48 법연 스님의 귀의 49 무주 선사의 교설 3 50 무주 선사 진영의 찬문

공부를 하다 보면 망상도 없어지고, 잠도 없어지고, 화두가 잠시라도 이어져 나갈 때가 있다. 그 선정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선정이고 영원한 선정이 아니다. 5분을 선정에 들어갔든지, 10분, 30분을 들어갔든지, 그 선정 속에서 무엇을 깨달았느냐가 중요하다. 깨닫지 못하면 계속 깊은 선정에만 있는 것일 뿐이다. _ 25쪽

우리가 밖으로 활동을 얼마만큼 크게 하느냐에 따라서 바깥의 창조가 달라진다. 밖으로 표현해서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죽은 물건이 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열심히 정진하는 속에서도 밖으로 활동하는 걸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밖으로 활동해서 드러난 현실을 놓고 평가하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평가를 안 한다. 밖으로 드러났을 때 공(功)과 과(過)가 붙는 거다. _ 29쪽

지금 시대에 근기가 미약하다고 해서 단정적으로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 지금도 용맹심을 내서 지극히 정진하면 반드시 달마 스님 말씀과 같이 공의 이치를 확연히 깨달아 사(邪)와 정(正)을 가려볼 줄 아는 도안이 열린다. _ 41쪽

여래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착각을 부수어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간화선이다. 간화선에서는 「행할 것도 그칠 것도 없다고 한 여기에서 시비가 붙지 않는 한마디는 어떤 것인고?」라거나 「행할 것도 그칠 것도 없다 하니, 이것이 무엇인고[是箇甚?]?」 이렇게 확실히 되짚어서 분명하게 해결해 준다. _ 93쪽

공의 실체에서 볼 때 크다고 주장할 수도 없고 작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또 옳다고도 주장할 수 없고 그르다고도 주장할 수 없다. 공 자체가 옳고 그른 것이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이라는 자체를 중도(中道)로 정의했다. _ 111~112쪽

우리가 마음 마음 하지만, 자기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확실히 확인을 해 봤느냐는 거다. 중생심과 깨달은 자의 마음이 분명히 다르다. 이걸 확실히 분별해 보지 못하면 많은 사람을 가르치고 이끌 수가 없다. _ 135쪽

부처님 말씀에 좋은 스승, 좋은 도량, 좋은 도반을 만나는 세 가지 인연이 가장 중요하다 했다.
도반을 잘못 만나면 딴 길로 가게 되고, 스승을 잘못 만나면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고, 좋은 인연지를 만나지 않고 세상살이 향락이나 오욕락을 즐기는 그런 데로만 돌아다니면 아무 깨달음도 없고 업이 자꾸 많아지고 안 되는 거다. _ 138~139쪽

세속에서는 부처님의 진리를 모르고 오욕락을 근본으로 삼고 그것을 최고의 진리와 같이 여기고 크게 집착하며 살아간다. 그런 사바세계는 그야말로 고해(苦海)다. 일체 고통의 근본 해결이 안 된다. 오욕락이라는 자체는 고통을 만들어 나가는 거다. _ 182쪽

모든 보배도 다 마음에 의해서 존재한다. 마음이 최고 보배이다. _ 194쪽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당부하시길, 깨달음을 얻은 선지식을 만났을 때, 스승이 세속에서 어떤 신분이었는가를 따지지 말고, 스승의 겉모습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며, 스승의 조그만 허물을 탓하지 말고, 스승의 행동을 자신의 잣대로 헤아려서는 안 된다. _ 267쪽

무념은 삼계의 욕심이 다 떨어진 것인데, 욕심이 깨끗해 떨어진 사람은 비로소 부처님처럼 중생들의 공양을 가만히 앉아서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應供]. 중생의 의식이 탕진되면 청정반야심이 하늘땅을 덮고 빛난다. _ 388쪽

본래 갖춰져 있는 정진력은 무한한 정진력이다. 본래 정진이 구비되어 있는 걸 바로 깨달으면 영원한 정진력이다. 그래서 하루 24시간 참선하든지, 일을 하든지, 사람과 이야기하든지, 항상 푸근하게 쉬어 있고 조금도 다투고 잡된 게 없다. _ 420~421쪽

무념 무심이 되고 나면 어떠할까?
비로소 대자비, 대지혜가 밖으로 드러나서 햇빛이 만상을 비추듯이 중생세계를 포용하고 이롭게 해 줄 수가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무념 무심이 아니다. _ 428쪽

마음자리를 밝히는 수행을 잘하면 하늘이 공양을 가져다준다는 거다.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세상 사람의 본업은 마음을 닦는 건데, 그건 방치해 놓고 아무것도 아닌 세상살이를 가지고 본업이라고 죽자고 매달려서 산다. 그러니까 안 된다. _ 453쪽

안 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로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망상을 바로 알아차리고 공부가 잘되는 것에 따라가서 빠지려고 할 때 얼른 알아차려서 『이건 아니다.』 하고 다시 뛰어넘어서 일념으로 투득해 들어가라고 했다. 이게 공부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 _ 468쪽

역대 조사들이 보인 불퇴전(不退轉)의 구법(求法)과 전법(傳法)의 여정! 석존에서 혜능까지 33조사와 지선, 처적, 무상, 무주로 이어지는 전등의 역사! 그 기록 속에 담긴 선법의 요의! 현 해인총림 10대 방장이자, 한국불교의 큰 스승으로 손꼽히는 학산 대원 대종사의 새 강설서가 출간되었다. 지난 2023년 출간된 《조주록 강설》(전 2권) 이후 선보이는 이번 신간은 바로 《역대법보기 강설》이다. 《역대법보기(曆代法寶記)》. 20세기 초 돈황석굴에서 사본이 출토되어 현재는 영국박물관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문헌은 당나라 대력 연간(766~799)에 편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토록 오래된 문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불교 신자들에겐 생소하다. 《역대법보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역대(歷代)」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대대(代代)로 이어진 전등(傳燈)의 역사를 뜻하며, 「법보기(法寶記)」는 여러 조사에서 무주(無住) 선사에 이르는 법맥과 선법을 기록한 데서 유래하였다. _ 본문 중에서 그렇다. 《역대법보기》는 역대 조사들의 법맥과 전법 일화, 그 안에 담긴 선법(禪法)의 요의(了義)가 기록되어 있다. 《역대법보기》의 이칭(異稱)인 ‘사자혈맥전(師資血脈傳)’, ‘최상승돈오법문(最上乘頓悟法門)’ 등이 의미하는 바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역대 조사들의 전법에 관한 문헌이라면 《전등록》, 《조당집》도 있지 않은가?’, ‘저자는 왜 《역대법보기》를 강설한 것일까?’ 선(禪)의 잊힌 지도를 찾아서 《역대법보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등사(傳燈史) 문헌인 《조당집》(952), 《전등록》(송대)보다 앞선 시대에 편찬된 문헌이다. 간결한 전기 형식을 띠고 있어 조사들의 구법과 전법의 여정을 짧고 명료하게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깨달음의 본질을 중심으로 스승과 제자의 직전(直傳) 구조를 강조하며, 선종 초기의 생동하는 수행 풍토를 엿볼 수 있다. 《역대법보기》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선종의 여명기에 당나라 불교계에 진출한 신라 승려 정중 무상(淨衆無相) 선사의 위상이 조명되었다는 점이다. 무상 선사는 중국 사천성 정중사(淨衆寺)를 중심으로 선풍을 날린 고승(高僧)으로서 선종사의 중요한 인물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신라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선종의 정통 계보 밖에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역대법보기》의 전승에 따르면 육조 혜능(六祖慧能)의 의발(衣鉢)이 측천무후를 거쳐 지선(智詵)-처적(處寂)-무상(無相) 이후 무주(無住) 선사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역대법보기》는 혜능 이후, 남악 회양(南嶽懷讓)-마조 도일(馬祖道一)로 이어지는 계통과는 다른 독자적인 법맥을 보여주며, 선맥(禪脈)의 다양성과 깊이를 새롭게 조명한다. 《역대법보기》를 공부하는 것은 어쩌면 ‘선(禪)의 잊힌 지도’를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상ㆍ무주 선사가 설하고, 한국불교의 큰 스승이 전하는 가르침의 핵심 《역대법보기》에는 무상ㆍ무주 선사가 설한 가르침의 핵심이 담겨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삼구설법(三句設法)’이다. 삼구설법, 즉 삼구어(三句語)의 가르침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세 단계의 수행 관문을 상징한다. 그리하여 ① 무억(無憶), 과거의 습기(習氣)를 끊고, ② 무념(無念), 지금 이 순간의 망념을 거두며, ③ 막망(莫妄), 분별 이전의 순수한 자성(自性)의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역대법보기 강설》에서는 이 삼구설법을 ‘대승의 요의를 밝히는 지침’이자, 달마 대사로부터 이어진 ‘돈오(頓悟) 선법의 정수’라 일컫는다. 무념(無念)이란 곧 중생의 망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며, 간화선의 화두 타파도 또한 중생의 망념이 타파된 경계이다. _ 본문 중에서 학산 대원 대종사는 이 한 마디를 통해 《역대법보기》가 간화선 이전, 선종 초기의 수행 풍토를 간직함과 동시에, 무상ㆍ무주 선사의 삼구설법은 간화선 수행의 궁극과 본질적으로 통하는 것임을 밝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불기(佛紀)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 당시에 태어나지 않아서 알 수가 없는데 지금에 와서 연대가 2500년이면 어떻고, 3000년이면 어떤가? 연대가 필요한 게 아니고 거기에 나오는 부처님 진리의 말씀이 중요한 거다. 그 진리의 말씀을 믿고 현실에서 거기에 자신이 부합되는지가 중요하다. _ 본문 중에서 불기가 2500년이든, 3000년이든 중요한 게 아니다. 나아가 전등사와 관련한 문헌이 비록 법맥과 정통성에 직결되지만, 스님의 말처럼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부처님 진리의 말씀’을 따라 구법의 길을 걸어 온 역대 조사들을 목격하고, 그 안에서 정법(正法)을 얻어, 스승의 가르침 아래 정진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삼구설법의 가르침을 비롯해, 부처님부터 역대 조사로 이어진 정법의 원류를 이 시대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의 계승자인 학산 대원 대종사의 법음(法音)으로 전하는 귀한 가르침이다. 《역대법보기 강설》의 특징 이 책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년여의 긴 시간 동안 진행된 학산 대원 대종사의 《역대법보기》 강설 법회 내용을 엮은 것이다. 그리하여 스님의 강설 내용은 구어(口語)를 최대한 살려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고자 하였다. 또한 《역대법보기》 전문을 싣고, 우리말로 번역하여 독자들이 원문을 온전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필요한 경우 주석을 달아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마지막으로 서역 조사들의 계보만을 밝힌 《역대법보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덕전등록》 중 1조 마하가섭부터 29조 혜가까지 부분을 실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사자상승의 상세하고 풍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