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전의 원리』는 고대 손자병법에서 현대전까지 이어지는 전략사상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전쟁술 - 마비전(痲?戰)을 이론화한 새로운 병법서다. 적의 지휘체계와 조직심리를 단기간에 무력화하는 이 전략은, 소모전이나 기동전을 넘어선 제3의 정규전 개념으로 제시된다. 전의식은 이 책을 통해 열세군도 우세군을 이길 수 있는 자주국방 전략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미래 안보 전략의 철학적 기반을 정립하고자 한다. 이 책은 한국의 전략환경에 특화된 전쟁이론으로서 ‘마비전(痲?戰)’을 중심으로 다룬 혁기적인 병법서이다. 저자 전의식은 수천 년에 걸친 한민족의 전쟁사를 되짚으며,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병법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화가 부재했던 현실을 지적한다. 이 책은 손자병법에서 시작되는 기동전의 원리를 바탕으로, 적의 지휘체계와 조직심리를 최단 시간 내에 마비시키는 전쟁술을 이론화하고 이를 실전 사례 및 전략사상가들의 연구와 접목해 해설한다. 세계전쟁사 속 마비전의 실제 사례뿐 아니라 한반도 역사 속 인천상륙작전, 광개토태왕의 백제 정벌 등도 분석 대상이 된다. 특히 ‘마비전’을 소모전과 기동전에 이은 제3의 정규전 형태로 규정하며, 전략의 철학과 전술의 과학을 종합해 새로운 안보 전략사상의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군대 편성과 군사력 구축 방안을 제안하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현실에 부합하는 자주적인 전략사상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머리말ㆍ4 제1장 마비전의 발전 과정 제1절 기동전의 태동과 발전ㆍ18 1. 『손자병법』은 기동전의 최초 저술ㆍ19 2. 몰트케는 기동전 전쟁술 발전과 실행, 그리고 군사력 건설과 군사교육의 선도자이다 ㆍ32 3. 구데리안의 전격전 이론 발전ㆍ41 4. 리델 하트의 간접접근전략 이론 발전ㆍ51 5. 심킨의 기동전 이론ㆍ57 제2절 마비전의 태동과 발전ㆍ62 1. 풀러의 마비전 이론ㆍ62 2. 레오나드의 기동·마비전 이론ㆍ72 3. 현대 항공력으로 전략적 마비 달성 이론ㆍ80 제2장 마비전의 전쟁 사례 제1절 세계적인 마비전 전쟁 사례ㆍ94 1. 과가멜라(Gaugamela) 전투ㆍ94 2. 칭기스칸의 대(對)호레즘 전쟁ㆍ97 3. 나폴레옹의 울름-오스테를리츠 전역ㆍ101 4. 1940년 독일의 대(對)프랑스 전쟁ㆍ109 5. 이스라엘과 아랍의 ‘6일 전쟁’ㆍ118 6. 연합국의 대(對)이라크 걸프전쟁ㆍ125 제2절 한반도의 마비전 전쟁 사례ㆍ134 1. 광개토태왕의 백제 침공 전례ㆍ134 2. 왜(倭)의 조선(朝鮮) 침략ㆍ140 3. 청(淸) 태종의 조선 침공ㆍ158 4. 한국전쟁 시 인천상륙작전ㆍ170 5. 민족사의 국가안보체제, 전략사상 부재 유감ㆍ178 제3장 전쟁 이론과 사례의 종합 평가 제1절 기동·마비전 이론가들의 전쟁술 종합ㆍ182 1. 주요 전략사상가들의 전쟁술 분석 및 평가ㆍ182 2. 전략사상가들의 기동·마비전 이론 종합 평가ㆍ194 제2절 마비전 전쟁 사례의 전쟁술 종합ㆍ196 1. 세계의 마비전 전쟁 사례의 전쟁술 종합ㆍ196 2. 한반도의 마비전 전쟁 사례의 전쟁술 종합ㆍ217 제3절 마비전 전쟁술의 종합ㆍ228 1. 마비전의 개념 정립ㆍ228 2. 마비전 수행의 전쟁술 종합ㆍ231 제4장 마비전 수행의 원리 제1절 마비전의 종합적인 원리ㆍ240 1. 마비전의 종합적인 원리ㆍ240 2. 마비전 수행의 원리에 관한 해석ㆍ243 3. 시간이 전쟁에 미치는 영향ㆍ246 4. 조직심리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ㆍ257 제2절 마비전 수행 원칙들의 원리ㆍ269 1. 주도권 장악·유지로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270 2. 지휘체계 마비 원칙의 기본적인 원리ㆍ283 3. 공중 우세권 확보로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290 4. 에너지 공급체계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299 5. 우세 확보로 마비 원칙 적용의 원리ㆍ304 6. 기습 달성으로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313 7. 작전속도·기세유지로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321 8. 적의 군수지원체제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335 9. 과학기술·무기체계로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341 10. 적군 조직심리 마비 원칙의 적용 원리ㆍ349 제5장 마비전 수행 군대 건설 제1절 마비전을 수행할 군대의 건설ㆍ364 1. 마비전을 수행할 전략군을 우선 편성하라ㆍ365 2. 현대 과학군 위주로 편성하라ㆍ368 3. 쉽게 편조, 고속 작전 수행 군대로 편성하라ㆍ373 4. 임무 중심의 조화된 군대를 편성하라ㆍ378 5. 적의 중심군에 대비할 군대를 편성하라ㆍ380 제2절 마비전 수행 여건 보장ㆍ382 1. 전쟁 수행과 군사력 건설 관련 법률 재정비ㆍ382 2. 마비전 전쟁술에 능숙한 장교단 육성ㆍ386 3. 과학적 군사훈련 체제 마련ㆍ391 맺음말ㆍ393

*머리말
우리 한민족은 오랜 과거에서부터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민족사를 이어왔다. 환웅(桓雄) 천제 시대의 14대 치우(蚩尤) 천제가 중국사의 시작이라고 하는 공손헌원(公孫軒轅)과 긴 전쟁을 치렀다는 사례로부터, 단군조선(檀君朝鮮) 시대에 중국 민족과의 전쟁, 고구려와 수(隋) 및 당(唐)나라와의 전쟁, 고려와 거란(契丹) 및 원(元)나라와의 전쟁, 조선과 청(淸) 및 왜(倭)국과의 전쟁, 그리고 시대마다 치른 우리 민족 간의 전쟁, 현대 일본의 침략과 6.25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치러 왔다. 이런 연유로 민족의 강토는 점차 좁아지고 한반도 내로 쪼그라들었는데, 그 반도마저 반쪽으로 쪼개져 겨우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은 뿔뿔이 흩어져 그 존재마저 사라질 위기까지 겪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렇게 많은 전쟁을 치르며 민족과 강토가 사라질 위기까지 겪으면서도 전쟁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전쟁에서 승리할 병법을 마련하고 이를 강력하게 수행할 군사력을 건설한 역사적 사례가 없었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이다. 중국의 『손자병법』을 읽고 배우면서도 병학(兵學)을 학문의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중반부터 유교가 민족사상을 주도함에 따라 문존무비(文尊武卑)의 전통이 뿌리를 내려 국가의 공직에서 무관(武官)이 홀대받음에 따라 병법의 연구와 국방사상의 태동과 발전은 더욱 더 관심 밖의 일이 되어왔던 것이다. 손자는 그의 『병법』에서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사로서 백성들의 삶과 죽음이 달려있으며, 나라의 보존과 멸망이 결정되는 길이므로 깊이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라고 하며 전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라고 하면서 “전쟁이란 적으로 하여금 이쪽 의지에 굴복하게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폭력행위인 것…… 물리적 폭력은 어디까지나 수단이고 적에게 이쪽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정의하였다. 따라서, 전쟁의 목적은 적국의 의지를 굴복시켜 아국의 의지를 강요함으로써 아국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목적은 같더라도, 적국의 의지를 굴복시키는 수단과 방법은 여러 가지로 발전되어 왔다. 시대가 달라지고 군대의 규모와 전쟁 공간이 커졌으며, 과학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전쟁이론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 전쟁에 관해서는 소모전(消耗戰) 이론과 기동전(機動戰) 이론으로 크게 구분되어, 전쟁전략의 발전과 선택에 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하여 전쟁을 연구해야 하고, 이 시대에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현실에 부합하는 전쟁이론을 발전시키고 한가지 학문으로 뿌리내리도록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 목적은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여건에 맞는 병법을 연구하여 제시하고, 이를 수행할 강력한 군사력을 건설할 근거를 제공하며. 더 나아가 국가안보전략사상(국방부문)의 기반 사고를 제시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및 일본은 모두 우리나라보다 영토의 면적이 넓고, 인구도 많으므로 우리보다 강대국일 뿐만 아니라 이미 역사적으로도 세계의 근현대사에서 강대국으로 입증된 바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열세군(劣勢軍)이 우세군(優勢軍)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고, 또한 대량 살상과 파괴를 하지 않고 국토를 황폐화하지 않으면서 단기간에 승리하는 경제적인 전쟁을 수행할 전략사상(戰略思想, 이후 병법을 전략사상으로 표현함)을 발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 전략사상을 기반으로 정예군을 건설하여야 하고, 이를 국가안보전략사상으로 뿌리내리도록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하여 필자는 세계의 역사상 주요 전략사상가들의 이론을 탐구하고, 열세군으로 우세군을 상대로 승리한 세계의 주요 전쟁 사례를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전략환경에 맞는 전략사상의 개념과 원리를 발견해내고자 한다. 세계전쟁사에서 현재까지 수행되어온 전쟁의 유형은 소모전, 기동전, 마비전(痲?戰), 유격전(遊擊戰), 간접침략(間接侵略), 핵전(核戰)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유격전은 또 다른 명칭으로 게릴라전이라 하는 비정규전 유형이며, 간접침략은 무력 이외의 다른 수단과 방법으로 수행하는 일종의 정치 전쟁의 유형이고, 핵전쟁은 전쟁 당사국은 물론이고 자칫 주변국과 인류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전쟁 유형이므로 이는 오히려 핵전쟁 방지 수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규 전쟁의 유형으로는 소모전과 기동전 및 마비전 유형을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쟁의 수단과 방법 면에서 소모전 이론은 적국의 의지를 굴복시키기 위해 전투를 통하여 적국의 병력을 대량으로 살상하고, 적국의 자원과 재화를 지속적으로 소모시키고 영토를 탈취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친 누적된 살상과 소모와 빼앗긴 영토로 인하여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없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론은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며, 자원과 자본이 많은 대국이 채택하는 경향이므로, 우리나라의 전략환경에 부합되지 못하는 이론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전략환경에 부합하는 전쟁이론인 기동전 이론과 마비전 이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세계의 선진 강대국들은 역사상 많은 전쟁을 치르고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국의 지정학적 전략환경과 국력에 맞는 전략사상을 일찍부터 연구 및 발전시키고 그에 부합하는 군사력을 건설하였다. 무엇보다 이들 선진 강대국들은 전쟁학을 연구하는 전략사상가들을 존중하였으며, 그 이론을 수용하여 군사교리로 발전시키고, 군사력 건설에 반영하였다. 영국, 미국, 러시아, 독일 및 일본은 일찍이 전쟁학을 과학적, 체계적으로 연구한 전략사상가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전략사상가들뿐만 아니라, 구 소련에서는 투하체프스키가 「종심공격이론」(작전기동단OMG이론 포함)을 제시하였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통수강령(統帥綱領)』(비밀로 분류되어 배포)을 작성하고 군에 배포하여, 전쟁을 수행한 후에 대교무부(大橋武夫)가 이를 해설하여 제시한 바 있었다.
독일은 주변의 대국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으며, 양면 전쟁을 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일찍이 프레데릭 대왕 시절부터 전쟁을 조직적으로 연구하여, 그 해결책으로 기동전 이론을 발전시켜 제1, 2차 세계대전에 임하였다. 이스라엘도 독일과 비슷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하여 생존을 위해 기동전 이론을 수용하여 4차에 걸친 아랍국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우리나라도 독일 및 이스라엘과 유사한 지정학적 위치와 전략환경에 처해 있으므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기동전 이론과 마비전 이론을 깊게 연구하여 우리나라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전략사상을 발전시키고, 나라의 굳건한 국방사상으로 뿌리내리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의 우리 군은 미국군의 영향으로 소모전 이론의 굴레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기에 현대 과학기술로 무장되어 전략사상이 혼미(昏迷)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으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할 군사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 관한 이론이 명확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이 이론에 따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길 지휘체계 및 군대 조직이 갖추어져야 하며, 이런 행동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을 통하여 숙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군사력 건설의 기반 사고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 관한 이론을 담고 있는 자주적인 전략사상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및 미래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군사력을 건설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전략환경에 부합하는 자주적인 전략사상을 연구 및 정립하고, 이 전략사상이 나라의 국방사상으로 뿌리내리도록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부디 이 책이 이러한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고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여 마지않으며, 이 분야에서 연구와 공부를 하는 학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필자의 군대 재직 시에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윤천득, 김세환 장군님과 이상희,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님께 이 지면을 통하여 깊이 감사드리며, 또 이 책의 출간을 흔쾌히 수락해주신 도서출판 황금알의 김영탁 주간님께 감사드린다.

2025년 봄
전의식

*본문일부(미리보기)

제1장
마비전의 발전 과정


■ 전쟁이란?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사로서 백성들의 삶과 죽음이 달려있으며, 나라의 존속과 멸망이 결정되는 일이므로 깊이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 - 『손자병법』, 시계편(始計篇)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라고 하면서 “전쟁이란 적으로 하여금 이쪽 의지에 굴복하게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폭력행위인 것……물리적 폭력은 어디까지나 수단이고 적에게 이쪽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였다.
- 클라우제비츠 지음, 『전쟁론』, 병학사, 1991, p.28.

무릇 전쟁을 오래 끌어서 나라에 이로운 경우는 결코 없다(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전쟁을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故兵貴勝 不貴久). - 『손자병법』, 작전편(作戰篇)

전쟁의 법칙은, 적국을 온전히 두고서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책이고 적국을 깨부수는 것은 차선책이며, 적의 전군을 온전히 두고서 이기는 것이 상책이고 적의 전군을 섬멸하여 이기는 것은 차선책이며……그러므로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전쟁술이다.(凡用兵之法,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是故百戰百勝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 -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에 위태롭지 않으며, 천시를 알고 지리를 알면 항상 승리할 수 있다(故曰 知彼知己 勝乃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 - 『손자병법』, 지형편(地形篇)

천리를 기동하면서도 피로하지 않는 것은 적이 없는 곳으로 기동하기 때문이고, 공격하여 반드시 탈취하는 것은 적이 지키지 않는 곳을 치기 때문이며, 진격함에도 방어하지 못하는 것은 적의 허점을 충격하기 때문이다(行千里而不勞者 行於無人之地也. 攻而必取者 攻其所不守也…進而不可禦者 衝其虛也). - 『손자병법』, 허실편(虛實篇)

적 전군의 사기를 꺾을 수 있고, 적장의 전쟁의지를 굴복시킬 수 있다(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 『손자병법』, 군쟁편(軍爭篇)


제1절 기동전의 태동과 발전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집단을 이루어 살게 된 이후 다양한 인종이 마을과 종족 및 민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가운데, 종족을 먹여 살리고 번성하게 하고, 다른 종족과 민족을 지배하기 위하여 다툼과 투쟁이 점점 더 커져서 분쟁으로 확대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종족과 민족의 인구가 증가하고 소규모의 종족과 민족을 통합하여 그 규모가 더욱 커져서 국가를 세우게 됨으로써 비로소 국가 간의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마을과 종족 간의 최초 싸움에는 분명히 맨주먹과 몽둥이 및 죽창 등을 사용하여 싸웠을 테지만, 청동기와 철기가 발명된 이후에는 칼과 창 그리고 활 등을 사용하고, 말과 코끼리, 낙타 그리고 말이 끄는 전차, 노를 젓는 함선을 이용하여 전쟁을 수행하였으므로 피·아간에 살상과 파괴율이 점점 더 커졌다고 할 것이다.
고대의 군대는 대부분 보병(步兵)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주요 지휘관과 특수 목적의 소규모 부대만이 말을 타고 전투를 수행하였으므로 부대의 기동성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전쟁의 양상은 밀집된 보병부대 간의 치열한 살육전으로 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병력을 모집해야 하고, 장기간에 걸쳐 식량과 무기 및 장비 등을 원거리로 수송하여 지원하여야 한다. 이런 유형의 전쟁은 장기간에 걸쳐 수행되고 그 결과 양측이 모두 대량 살상과 파괴 그리고 물자와 재화가 엄청나게 소모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전쟁의 유형을 ‘소모전(消耗戰)’이라고 한다. 이런 소모전 유형의 전쟁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되는 살상과 파괴 및 소모가 누적되어 더 이상 이런 소모율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전쟁의지가 굴복되는 측이 패자(敗者)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유형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유리한 나라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영토가 넓으며 자원과 재화가 풍부한 측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반면에 기동전에 관하여 군사학 사전에 정의한 내용을 보면 “기동전은 적의 군사력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기보다는 기동을 통하여 심리적 마비를 추구함으로써 최소의 전투로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는 전쟁 수행 방식”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면 이제 이런 기동전이 어떻게 태동하고 발전하여 왔는지 알아보자.

1. 『손자병법』은 기동전의 최초 저술

가. 기동전 유형을 제시한 동기와 이유

기원전 510년경에 제(齊: 중국)나라의 손무(孫武: 손자의 이름)가 그의 병법서를 저술하였다. 그는 남다르게 전쟁술을 연구하여 한가지 학문의 영역으로 이끌어 올림으로써 병가(兵家)의 시조가 되었다. 그는 춘추시대(春秋時代)와 그 이전의 전쟁을 연구하면서도 소모전 유형이 아닌 전혀 새로운 ‘기동전’ 유형의 전쟁술을 제시하여 그 이후 전쟁의 양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심으로 인하여 세상에서 전쟁을 부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전쟁의 양상과 결과가 우주와 자연의 법칙을 위배하지 않아야 하고, 인간 세계의 윤리와 도덕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바탕에 깔고, 고대로부터 그 시대까지 수행되어 온 잔인한 소모전 유형의 전쟁에 대하여 반성하면서 전혀 새로운 기동전 유형의 전쟁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기와 이유는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1) 손자는 ‘부전승(不戰勝)’ 전쟁술을 제시하였다
그는 “전쟁의 법칙은, 적국을 온전히 둔 채로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책이고 적국을 깨부수는 것은 차선책이며, 적의 전군을 온전히 두고서 이기는 것이 상책이고 적의 전군을 섬멸하여 항복시키는 것은 차선책이며, 적의 여단을 온전히 둔 채로 이기는 것이 상책이요 적의 여단을 격멸하는 것은 차선책이며…… 그러므로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전쟁술이다.(凡用兵之法,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全旅爲上 破旅次之……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하였다. 이어서 “전쟁에서 최상책은 책략으로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고, 차선책은 외교를 통하여 적국을 고립시켜 이기는 것이며, 그다음이 적의 군대와 싸워 이기는 것이고, 최하책은 적의 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성전(攻城戰)은 어쩔 수 없을 경우에만 선택하는 방법이다(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攻城之法 爲不得已)”라고 하였다. 또한 “전쟁을 잘 아는 장수는 싸우지 않고도 적군을 굴복시키며, 적의 성을 공격하지 않고도 통째로 빼앗고, 장기전을 치르지 않고도 적국을 무너뜨린다. 이렇게 적국의 모든 것을 온전히 둔 채로 천하의 패권을 장악한다… 이것이 바로 계략으로 공격하는 전쟁술이다.(故善用兵者, 屈人之兵而非戰也 拔人之城而非攻也 毁人之國而非久也, 必以全爭天下… 此謀攻之法也)”라고 하면서 전쟁에 임하여 적국의 모든 것과 적의 군대를 그대로 둔 채로 계략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전쟁술이라고 주장하였다.
손자는 전쟁을 하더라도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책략이나 외교로 적국을 고립시키고 위협함으로써 굴복시키거나, 군사력을 사용하는 전쟁을 하더라도 전략적 수준의 용병술을 교묘하게 적용함으로써 전술적 수준의 유혈 전투를 하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전쟁 유형을 창안하여 제시한 것이다.

(2) 손자는 단기전(短期戰) 수행을 강조하였다
그는 『손자병법』의 「작전편(作戰篇)」에서 “전쟁준비가 부족하더라도 속전속결하여 승리한 경우는 더러 있어도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장기전을 치르며 승리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무릇 전쟁을 오래 끌어서 나라에 이로운 경우는 결코 없다.(故兵聞拙速 未睹巧之久矣,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그러므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전쟁을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故兵貴勝 不貴久)”고 하면서 전쟁을 단기간 내에 끝내야

『마비전의 원리』는 단순한 병법서를 넘어, 정치와 전쟁, 전략과 심리의 교차점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전략을 새롭게 사유하려는 문제작이다. 전의식 저자는 손자와 클라우제비츠, 몰트케 등 고전 전략사상가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기존 소모전 중심의 전쟁관에서 벗어나 ‘마비’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전략지형을 그려낸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대 손자병법에서 현대전까지 이어지는 전략사상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전쟁술 - 마비전(痲?戰)을 이론화한 新병법서이다. 적의 지휘체계와 조직심리를 단기간에 무력화하는 이 전략은, 소모전이나 기동전을 넘어선 제3의 정규전 개념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열세군도 우세군을 이길 수 있는 자주국방 전략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미래 안보 전략의 철학적 기반을 정립하고자 한다. 이 책의 독창성은 ‘마비전’을 단순히 물리적 공격이 아닌 조직심리와 지휘체계의 마비를 통해 적의 전의(戰意)를 붕괴시키는 전략적 수단으로 규정한 데 있다. 이는 단기전의 유효성, 기습과 우회, 정보우위, 주도권 장악 등 고전 병법의 정수를 통합하면서도, 현대과학기술과 융합된 새로운 전쟁 개념으로 확장된다. ‘마비전’의 핵심을 담은 이 책은 이론의 제시뿐 아니라,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전쟁 사례, 특히 한국사 속에서 관찰되는 마비전적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이론의 실천적 정합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특히 ‘인천상륙작전’ 같은 역사적 순간들을 마비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또한 마지막 장에서는 마비전 수행을 위한 군대의 조직 및 훈련, 법제 정비까지 제안함으로써 단순한 학술서가 아닌 실천 지침서로서의 역할까지 모색하고 있다. 『마비전의 원리』는 전쟁을 단지 힘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인간의 심리와 조직의 기제를 관통하는 섬세한 전략으로 읽어낸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안보 전략 재정립에 필요한 철학적 뿌리와 실천적 근거를 동시에 제공하는 혁신적인 병법서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