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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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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닐 올리버
출판사 : 윌북
2022년 07월 25일 출간  |  ISBN : 1155814983  |  380쪽  |  규격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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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오래전부터 인류가 지켜온 ‘선량한 가치’를 일깨우는 유물과 유적들 BBC 역사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진행자, 닐 올리버의 고고학 에세이 개인과 사회 모두 화가 나 있는 이 시대, 인류애를 회복하고, 지친 우리의 어깨를 보듬어줄 지구 위의 특별한 유물과 유적 36개를 엄선해 그곳에 담긴 인류의 깊은 사연을 들려주는 고고학 에세이. 20여 년간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해온 고고학자 닐 올리버가 가족, 사랑, 죽음, 상실, 집 같은 인생의 영원한 화두를 주제로 인류 역사를 한 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처럼 풀어낸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생생한 경이로움과 따뜻한 통찰이 갈피마다 가득하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멈춰 섰던, 360만 년 전 어머니의 발자국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책은 약자를 돌보고 죽음을 애도했던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장례식을 지나,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과 신석기시대 농부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탁월한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저 황량한 유적들 사이에서 우리처럼 살고, 사랑하고, 고된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옛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리면서도, 인류 기원에 관한 지식을 명료하고 쉬운 언어로 전달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우리와 닮은 과거 인간들의 이야기는 뭉클한 위로로 다가오기도 하고,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방대한 시공간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정, 언어, 예술, 종교가 탄생하고 뿌리를 내리던 역사적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는 역사, 예술, 문화, 지리, 인류학을 아우르는 알찬 인문 교양서인 동시에 유물을 실마리로 인간의 ‘마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따뜻한 에세이다. 고고학자 이진옥이 한국어판 번역을 맡아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였으며, 실제 유물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 책의 재미와 가치를 더한다. 고고학자 강인욱은 “이 책이 우리를 이끄는 곳은 유적지라기보다 인간성의 깊은 근원지”라는 찬사와 함께 긴 추천의 글을 썼다. 수만 년의 세월을 견디고 들판에 고요히 서 있는 유적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생의 가치를 일깨우는 힘이 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그 오래된 풍경 속으로, 성큼 들어가보자.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닐 올리버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작가, 역사 커뮤니케이터.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그곳의 광활한 자연 풍광과 거대한 유적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글래스고대학교에서 고고학 석사를 우등 졸업으로 마친 뒤 고고학 연구를 이어나가며 《가디언》, 《헤럴드》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영국의 섬 100곳에 관한 이야기TheStory of the British Isles in 100 Places』를 비롯해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역사책을 집필했고 한 권의 역사 소설을 썼다. BBC에서 20여 년 동안 20편이 넘는 역사 교양 프로그램의 각본을 쓰고 진행을 맡았으며, 영국 예술 영화 텔레비전 아카데미BAFTA에서 수상한 역사 다큐멘터리 〈코스트Coast〉의 메인 진행자로 활약하며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과 미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대중에게 역사를 전달해온 공로로 2011년에는 애버테이대학교로부터, 2015년에는 글래스고대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코틀랜드 문화유산 보존 단체 ‘내셔널트러스트 스코틀랜드National Trust for Scotland’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국의 뉴스 채널 〈GB 뉴스〉에서 진행을 맡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두 마리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와 함께 유서 깊은 도시 스털링에 살고 있다. 역자 : 이진옥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석사학위를,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고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환경과 문화의 상호작용, 위기와 대응이라는 화두로 강의와 연구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1장 가족 가족의 탄생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만날 수도 첫 번째 농부들 2장 지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 원을 향한 끌림 길의 발명 3장 집 인류 최초의 대기실 집의 의미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4장 세입자들 이 세계의 세입자들 벼랑 끝의 사피엔스 당신이 젖은 흙냄새를 좋아하는 이유 5장 기억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 뼈와 망각 사람이 앉았던 자리 6장 공존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 동물과 인간 옛것과 새것 7장 나아가기 쉼 없이 이동하는 삶 파도 너머로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 8장 영웅 철의 길 해야 할 일을 할 용기 이름 없는 개인들의 죽음 9장 이야기 에덴의 고래 사냥꾼들 작은 것들을 음미하기 믿음의 역사 10장 상실 말보다 오래된 소리 황야에 드리운 그림자와 잃어버린 언어들 죽음의 탄생 11장 사랑 애도하는 인간 비르카, 잊을 수 없는 얼굴 오딘의 마지막 귓속말 12장 죽음 여신의 신랑감 두려움에 잡아 먹힌 사람들 야성의 부름 감사의 말 사진 출처

책속으로

첫 문장
나는 답을 찾고자 이 책을 썼다.

유물과 유적을 보면 자연스레 무궁무진한 역사를 상상하게 된다. 수천 년 전, 혹은 미지의 어느 시공간에서 온 해골과 보물을 보고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부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 풍부한 감성을 곁들인 ‘이야기’에 있다. 저자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36개 유물과 유적에 관한 역사를 들려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고고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유적을 만들고 애도하던 옛사람들의 마음까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추천의 글 中에서, 6쪽

메리는 오래된 화산재층에 남아 있는 라에톨리 발자국에서 이야기를 읽어냈다. 발자국의 주인공은 성인 둘과 아이 하나였다. 세 사람은 아마 단출한 가족이었으리라. 이들은 한동안 서로 가까이 걸어가다가 어른 하나가 (메리는 그가 여성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머지 두 사람과 두세 걸음 떨어져 걸었다. 1979년 4월 메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이렇게 썼다. “누구라도 분간할 수 있듯이, 여자는 한순간 멈춰 서서 왼쪽으로 몸을 돌렸고 잠시 위험이나 이상이 있는지 살폈다. 그러고나서 다시 북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움직임, 너무나 강렬하고도 인간적인 이 움직임은 시간을 초월한다. 360만 년 전, 당신 또는 나의 먼 조상이 의심의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1장 가족의 탄생 中에서, 36쪽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된 유적은 네안데르탈인에 관해 많은 걸 알려주었다. 그중에는 신체장애를 지녔던 사람의 뼈도 있었는데, 연구자들은 그 뼈의 주인에게 낸디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낸디의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은 원시적인 절단 수술로 잘려나가 있었다. 수술 부위에 남은 흔적을 보아 낸디의 장애는 선천적이었다. 그의 관절은 관절염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낸디는 사냥에 나설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한쪽 눈이 멀었을 거라는 증거도 있다. 이렇게 몸이 불편한 데도 낸디는 네안데르탈인으로서는 지긋한 나이인 40대까지 살아남았다. 그의 앞니는 뿌리가 드러날 정도로 닳아 있었는데, 이는 낸디가 손을 대신해 앞니로 온갖 물건을 쥐고 붙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낸디가 그토록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무리의 다른 이들이 그를 돌보았다는 증거다.
1장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를 만날 수도 中에서, 42쪽

우리가 속한 종,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호모 에렉투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집문서도 없는 세입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빌린 방 아래에 땅을 파고 건물의 뼈대를 세웠다. 건물 아래에는 기반암이 있고, 그 기반암 안에는 화석이 되어버린 지난 세입자의 해골이 있다. 우리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존재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우리와 우리의 잡동사니들은 말끔히 사라지고 벽에는 다른 이들의 액자가 걸릴 것이다. 이 사실은 깊은 위안으로 다가온다. 이 또한 모두 지나갈 것이다.
이 세계의 세입자들 中에서, 120쪽

평면도를 보는 내게 그가 가만히 물었다. “어떤 패턴이 보이나?” 나는 그 무수한 형체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 있는 소행성 군단을 찍은 사진 같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 “바로 여기가 부싯돌로 석기를 만든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았던 자리라네. 위쪽에 있는 큰 두 개의 원은 두 무릎이 닿은 공간이고, 그 뒤의 작은 원 두 개는 발끝이 놓였던 자리지.” 그의 말을 듣고 느낀 충격이란! 둔 호수의 다른 모든 것들(토머스의 인간적인 매력, 끝없이 내리던 비, 오븐에서 나던 연기…)과 함께 나는 그 전율의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그의 무릎과 발가락이 닿은 자리에 손을 대보았다.

사람이 앉았던 자리 中에서, 167쪽

플로우 컨트리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게일어 또한 고유한 기억을 품고 있다. 한 언어를 잃어버린다는 건 그 언어에 담긴 생각과 관점 역시 잃어버리는 일이다. 플로우 컨트리는 언뜻 너무도 광활하여 아무런 특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밀하고 정확한 언어로 지도를 만들었다. 캐나다 출신의 인류학자이자 작가인 웨이드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했다. “언어는 문법과 어휘일 뿐 아니라 인간 정신의 섬광이며… 마음속의 원시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황야에 드리운 그림자와 잃어버린 언어들 中에서, 305쪽

껴묻거리가 가장 많이 나온 무덤은 젊은 여성과 갓난아기가 함께 묻힌 무덤 중 하나였다. 여성의 오른편에는 신생아의 인골이 백조의 날개 깃털 위에 놓여 있었다. 아기의 뼈는 너무나 미성숙하고 약해서 성별을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 사랑하는 이의 육신이 차가운 흙바닥에 놓이는 걸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애도의 방식을 생각해내겠는가? 베드베크에서 발견된 아기와 어머니의 유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뭉클함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수천 년 전에도 사랑은 언제나 슬픔과 공존하는 것이었다. 그 가장 인간적인 감정들은 긴 세월을 거슬러 본래 모습 그대로 살아남았다.
애도하는 인간 中에서, 323쪽

나는 이 무덤과 저 무덤의 주인 앞에서 망연해지곤 했다. 그들의 이마와 턱에 쌓인 진흙을 걷어내고 빈 눈구멍에서 흙을 퍼낼 때 그 눈이 생전에 무엇을 보았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고통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야 나는 지난 발굴들을 되돌아보며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오래된 죽음이 나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시간이 그것들을 숨죽이게 했지만 고통과 괴로움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사랑이 깊은 땅속에서도 살아남았듯 악의 증거도 그러하다. 죽은 자들의 뼈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두려움에 잡아 먹힌 사람들. 363쪽

출판사 서평

V 영국 아마존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옛사람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 강인욱 고고학자 고고학 유적을 바라보는 가장 시적인 방법!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찾아서 오래된 유적에는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는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흔적들을 찾아가는 책이다. 그리고 거기서 수천, 수만 년 전의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읽어낸다. 아주 오래된 신화나 전설에 감동한 적이 있다면, 먼 옛날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영혼 깊은 곳이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360만 년 전 고인류의 발자국 화석, 190만 년 전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집(혹은 베이스캠프) 흔적, 3만 년 전의 동굴 벽화, 7000년 전의 묘지, 둥글게 늘어선 3000년 전의 거석 기념물 등 고고학 유적은 대부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거나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아서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쉽다. 수만 년 전의 유적이라고 해도, 그런 숫자만으로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고고학 유적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기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를 제대로 설명해줄 사람이다. 과거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엄청난 시간 차가 있는 만큼, 그들의 삶을 우리에게 설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번역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닐 올리버는 BBC 텔레비전에서 20여 년 동안 굵직한 역사 다큐멘터리의 작가이자 메인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세계 각지를 누비며 시청자들에게 역사 이야기를 전달해온 그가 지구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고고학 이야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는 한국에서 출간된 이 인기 작가의 첫 책이다. 친절하면서도 서정적이고, 그러면서도 학술적 깊이를 잃지 않는 닐 올리버의 목소리를 드디어 한국 독자들에게도 전하게 되었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인간성’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여정 수십만 년 전 지구에 살았던 고인류의 삶은 모질고 고달팠다. 먹을 것은 귀하고 잠잘 곳을 두고도 동물들과 경쟁해야 했다. 죽음은 가깝고 삶은 위태롭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때에도 인류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라에톨리에 발자국을 남긴 이는 주위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해 가족을 보호하려고 순간 걸음을 멈췄다. 저자가 인용한 메리 리키의 말 그대로 “이 움직임, 너무나 강렬하고도 인간적인 이 움직임은 시간을 초월한다. 360만 년 전, 당신 또는 나의 먼 조상이 의심의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선천적인 장애가 있었던 데다 한쪽 눈마저 멀었던 동료를 보살폈고, 그가 죽자 꽃을 바치며 죽음을 애도했던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서는 돌봄과 사랑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만들자마자 강에 던져질 방패에도 최선을 다했던 수천 년 전 어느 예술가의 노력에서 숭고한 삶의 태도를 발견한다. 이 책이 고고학 유적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진짜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어온 ‘인간다움’의 비밀일 것이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엄청난 풍요를 누리면서도 불안과 무기력, 허무에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 가치를 느끼지 못해 겪게 되는 비극과 소외감을 해결해줄 실마리는 어쩌면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이들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보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았던 그들의 흔적은, 수천만 년의 세월 동안 정제되어 우리에게 ‘고대의 지혜’로 전해진다. 고고학자는 무덤에서 무엇을 볼까? ‘잠자는 죽음을 깨워’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 고고학 유적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이면서 많은 사연이 응축되어 있는 것은 바로 무덤이다. 고고학은 죽은 이들의 무덤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산 사람에게 전해주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덤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골에 흔적으로 남은 죽음의 방식, 죽은 사람을 보내기 위해 산 사람들이 보인 정성은 갖가지 사연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된 시체 주변에서는 데이지, 아킬레아, 무스카리, 노란수레국화, 접시꽃, 쇠뜨기 등 여러 종류의 꽃가루가 검출되었다. 막 꺾은 꽃다발을 시신 위에 놓은 것처럼 뭉텅이로 발견된 꽃가루도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해 국화꽃을 바치는 것처럼 5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도 죽은 이를 위해 꽃을 구해다 바쳤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약 5000년 전 덴마크 베드베크에서 발견된 어린아이의 유골은 백조 날개 깃털 위에 놓여 있었다. 바로 옆에는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의 유골이 조개껍질과 사슴, 물개 이빨과 함께 누워 있었다. 저자는 다정하게 다뤄진 유골을 보며 무덤을 만들었을 이들의 사랑과 애통함을 읽어낸다. 아기의 죽음은 당연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는 그때, 이들의 가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귀한 것을 모아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단장하고 기렸다. 스웨덴 비르카섬에서 발견된 8세기 소녀의 무덤은 유리구슬 목걸이, 진홍색 옷 등을 통해 그가 귀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두 눈 사이가 먼 유골은 그가 장애인이었음을 알려준다. 채 여섯 살이 되지 않은, 장애가 있는 소녀를 예우를 다해 장례를 치러준 그들이 과연 오늘날의 우리보다 야만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먼 옛날의 무덤들은 그들이 서로 나누었을 마음을 애틋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우리가 지금 잃어가고 있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떠올려보게 한다. 수만 년의 세월을 견디고 고요히 서 있는 유적에는 잊고 있던 생의 가치를 일깨우는 힘이 있다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4대 문명 유적이나 왕가의 황금 유물 대신, 그 당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유적들에 집중한다. 저자는 자기 집 근처에서 발견한 신석기시대 암각화 이야기를 한다. 동심원 모양의 소박한 암각화지만, 당시 농부들은 어떤 염원을 담아 이 단단한 돌에 무늬를 새겼을 것이다. 저자는 거기서부터 동짓날 태양 빛이 무덤 안으로 들어오도록 만들어진 돌무덤, ‘신성한 땅’을 둥글게 에워싼 거석 기념물들로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모든 유적에서 장대한 주제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그 유적에 얽힌 어떤 사연을 읽어내거나 상상해보려 한다면, 어느 순간 그 유적을 만든 이들과 조우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수만 년 전 과거 인간들의 이야기는 결국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이어진다. 우리 발아래 층층이 쌓인 지층처럼, 인류의 역사가 층층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인류는 사납고 혹독한 세상에서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가족을 이루었고 집을 지었으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돌보았다. 사랑하고 협력했으며 다른 종과 공존할 줄 알았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비추어 지금 이곳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는다. ‘인류애 상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삶의 방식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인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곱씹어 보게 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인류의 가장 오랜 흔적,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노래와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볼 것을 부드럽게 권한다. 거기엔 그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도 빛이 바래지 않은 인류의 지향점이 있다. 가족, 사랑, 집, 돌봄, 희생, 애도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그것을 우리는 ‘인류애’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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