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먹방을 보며, 그 감정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가?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먹방의 탄생과 진화, 그 안에 숨겨진 심리적·사회적 의미를 탐구하며, 한국에서 시작된 먹방이 영문 Mukbang으로 널리 퍼진 과정과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밥심’, ‘밥상머리’ 등 밥과 관련된 한국 문화가 공동체 형성과 정서적 유대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디지털 미디어 속에서 먹방을 통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PART 1 먹방과 한국인의 소통 문화 CHAPTER 1 한국인의 일상적 표현 1. 먹고 살기 힘들지? 12 2. 밥은 먹고 다니냐? 14 3. 영화 〈살인의 추억〉 “밥은 먹고 다니냐?” 16 4. 밥과 관련된 한국인의 소통 18 CHAPTER 2 밥심과 밥상머리 문화 1. 한국인과 밥심 22 2. 밥상공동체 문화 25 3. 밥상의 상징성 28 4. 밥상머리 대화 30 PART 2 먹방과 한국 음식 방송 CHAPTER 3 한국 음식 방송 콘텐츠 1. 한국, 푸드 전문 채널이 없는 나라 38 2. 한국의 음식 방송과 먹방 41 3. 한국 음식 방송의 특성 46 CHAPTER 4 온라인 먹방 콘텐츠 1. 온라인 먹방과 밥상머리 대화 50 2. 온라인 먹방의 유형 54 3. 아프리카TV와 유튜브 먹방 59 PART 3 먹방Mukbang의 시작과 영향 CHAPTER 5 먹방Mukbang의 탄생과 성장 1. 먹방이라는 조어의 탄생 66 2. Mukbang 단어의 사전 등재와 의미 68 3. Mukbang의 글로벌 확산 75 CHAPTER 6 방송 시장으로 먹방의 경제학 1. 국내외 먹방 시장 81 2. 먹방과 식품 소비 85 3. 유튜브 경제의 활성화와 먹방 시장 88 4. 먹방의 파급효과 90 5. 먹방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경제 94 PART 4 먹방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CHAPTER 7 먹방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1. 먹방과 가상 음식지형(virtual foodscape) 103 2. 먹방과 정서적 식욕(emotional eating) 108 3. 먹방과 일탈행동(deviance) 111 4. 먹방과 대리 경험(vicarious experience) 114 5. 먹방과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117 CHAPTER 8 먹방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고찰 1. 한국 문화와 음식 철학 124 2. 정서적 교류와 한국의 의례음식 128 3. 현대 사회 정서적 교류와 음식 131 4. 혼밥, 혼술, 그리고 먹방 134 CHAPTER 9 먹방 시청에 대한 방송학적 고찰 1. 먹방 시청에 대한 이용과 충족 138 2. 먹방을 통한 오락 및 즐거움 141 3. 먹방을 통한 현실 도피와 스트레스 해소 144 4. 먹방을 통한 정보탐색 동기 146 5. 먹방을 통한 대리 충족 148 6. 먹방을 통한 정서적 교류 151 7. 먹방에 대한 이용과 충족의 특이점 153 CHAPTER 10 먹방과 헬스커뮤니케이션 1. 먹방이 식문화에 미치는 영향 157 2. 먹방이 식습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159 3. 헬스리터러시와 먹방 시청 165 PART 5 결론 CHAPTER 11 먹방의 순기능과 역기능 1. 디지털 미디어 시대 여가 활동 172 2. 먹방의 순기능 178 3. 먹방의 역기능 185 4. 먹방에 대한 사회적 논의 193 CHAPTER 12 먹방과 결핍, 그리고 충족 1. 먹방을 통한 한국 밥상문화의 전파 196 2. 먹방과 결핍 201 3. 먹방과 충족 206 4. 먹방이라는 헤테로토피아 211 5. 맺음말 216

들어가는 말

어릴 적, 방학이 되면 시골 외할머니 댁에 자주 내려갔다. 아침이면 눈을 뜨자마자 부스스한 채로 마당으로 나갔던 기억이 난다. 마당 한쪽에서는 외할머니가 소여물통 앞에서 소에게 아침을 챙겨주고 계셨다. 나는 마치 하루의 일과처럼 마당 구석에 쪼그려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소가 고개를 꾸벅거리며 여물통에 코를 박고 천천히 씹는 모습은 별것 아닌 듯했지만, 씹는 소리, 콧김을 내뿜는 소리, 그리고 할머니가 소에게 건네는 말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어릴적 외할머니 댁 나의 하루는 소의 먹방으로 시작되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인터넷도 없고, 먹방이 Mukbang으로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기 한참 전.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것은 함께하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대리 만족이나 연결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왜 먹방을 보며, 그 감정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가?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먹방의 탄생과 진화, 그 안에 숨겨진 심리적·사회적 의미를 탐구하며, 한국에서 시작된 먹방이 영문 Mukbang으로 널리 퍼진 과정과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밥심’, ‘밥상머리’ 등 밥과 관련된 한국 문화가 공동체 형성과 정서적 유대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디지털 미디어 속에서 먹방을 통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먹방은 단순히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과 감정을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며, 현대 사회에서 식사가 가지는 새로운 의미를 보여준다.

1장에서는 ‘먹고살기 힘들지’, ‘밥은 먹고 다니냐’ 등 한국인의 일상적 표현과 소통방식을 짚어보았다. 한국에서 먹방이라는 조어가 만들어질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을 끼니를 나눈다는 전통문화와 관련하여 살펴보았고, 2장에서는 밥심, 밥상머리가 주는 문화적 의미를 되새겨 보며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되고 있는 밥상공동체의 의미를 논의하였다.
3장에서는 한국 음식 방송 콘텐츠 전반을 살펴보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 음식 방송의 특성을 정리해 보았다. 4장은 온라인 먹방 콘텐츠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공간에서 밥상머리 대화가 이루어지는 전 세계적 현상을 살펴보았다.
5장에서는 먹방이라는 조어의 탄생과 글로벌 확산을 정리하고, 6장에서는 하나의 방송 시장으로 먹방의 규모, 유형, 방식을 국내외 먹방 시장의 현황과 추세를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7장에서는 먹방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을 진행하였다. 가상 음식지형, 정서적 식욕, 일탈행동, 대리 만족, 그리고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바탕으로 먹방을 살펴보았다. 8장에서는 문화심리학적 차원에서 한국 전통 문화와 혼밥과 혼술이 퍼져나가고 있는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함께 되짚어 보았다.
9장에서는 방송학의 이용과 충족이론 관점에서 먹방의 다양한 시청동기를 정리하였다. 10장에서는 헬스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폭식, 과식, 빨리 먹기 등 좋지 않은 식행동이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 섭취가 주로 이루어지는 먹방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11장에서는 먹방의 순기능, 역기능을 구분하여 정리해 보았다. 풍요의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 사람들이 느끼는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결핍을 먹방이 어떠한 차원에서 충족시켜주고 있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역기능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12장에서는 먹방을 결핍과 충족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차원에서 짚어보았다. 어떠한 결핍이 어떠한 욕구를 생산하고 어떠한 충족으로 대체되는지 먹방을 통해 경험하는 즐거움, 만족 등을 살펴보고, 전 세계적으로 먹방이 확산되고 소비되고 있는 현상을 종합하여 마무리하였다.

어릴 적, 아침마다 소가 천천히 여물을 씹으며 한 입 한 입 삼키던 모습을 지켜보던 것처럼, 먹는 장면을 바라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어느 순간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그냥 생각 없이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밥상이 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함께 둘러앉아 나누던 따뜻한 밥 한 끼, 주고받던 이런 저런 이야기, 그 속에 담겨진 정(情). 그 기억들은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어 있다.
그 수많은 밥상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외할머니의 정겨운 시골 밥상, 언제나 푸근한 우리 엄마의 밥상, 유학시절 낯선 곳에서 마음을 지켜주는 힘이 되던 밥상,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는 웃음과 이야기 속에도 늘 밥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솜씨 없는 내가 차린 밥상으로 남편과 딸, 사위가 함께 한다. 그 속에서 마음이 채워지고 마음이 비워진다.
밥상에서 함께한 우리의 시간을 돌아보면, 밥상머리 대화 속 웃음, 흐뭇하게 바라보던 시선, 시끌벅적한 다툼까지도, 지금의 나와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낸 소중한 기억임을 깨닫게 된다.
먹방으로 충만해지는 우리의 일상과 Mukbang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통과 나눔, 그리고 연결된 시간이 우리 마음을 채우고 때로는 비워주며, 더 건강하게 자리잡길 바란다.

2025년 6월
안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