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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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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김경희
출판사 : 공명
2015년 12월 30일 출간  |  ISBN : 8997870114  |  320쪽  |  규격外  |  1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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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히말라야 동쪽 끝에 자리한 작은 나라 부탄, 그곳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마을이 있고 단단하고 작은 집에서 걱정을 놓아두고 웃으며 사는 부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높고 깊은 산맥에 소중히 숨겨놓은 것은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그저 우주의 숨결 따라 깊고 평안히 잠들며 욕심 없이 공평하게 살아가는 바람뿐이다. 이 세상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서로 실감하며 사는 것보다 멋진 삶이 있을까? 다큐멘터리 작가이기도 한 저자가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에서 찾아낸 의미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2002년 ‘꼴찌들의 올림픽’의 감동실화를 만들어낸 ‘부탄 축구의 아버지’ 고(故) 강병찬 감독의 흔적과 부탄에 살고 있는 네 명의 한국인과의 흥미로운 만남도 담겨 있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김경희 저자 김경희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2년 KBS 라디오 드라마로 데뷔하여, 십수 년째 방송작가 일을 하며 KBS 《수요기획》 , EBS 《세계의 아이들》 등 사람과 자연, 문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다수 선보였다. 2010년 단편소설 ?코피루왁을 마시는 시간? 으로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012년 다큐에세이『제주에 살어리랏다』를 출간했으며 현재는 EBS 환경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 구성 작가로 활동 중이다.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그녀의 화두는 늘 ‘사람과 삶, 자연과 생명’이었다. 바쁜 일상이 끝없이 이어지는 현대인의 삶에서, 마흔을 바라보며 그녀는 더 이상 특별한 꿈을 꾸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리는 부탄을 알게 된다.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슴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라, 작고 이름 없는 풀과 벌레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세계 최초의 ‘유기농 국가 선언’을 한 나라, 세상의 별과 달이 그 자리에 있어 달라고 누구나 기도하는 나라, 부탄. 그녀는 부탄에 흠뻑 빠져들었다. 부탄에서 지낸 그녀의 시간들은 태어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하고 혹은 수십 년 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있던 우리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만들었다. 부탄을 다녀온 후,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부탄은 다시 사람을 사랑하게 하고, 왜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 알게 해준 나라였다.”

목차

프롤로그_서른아홉과 마흔 사이, 문지방의 경계에서 부탄을 만나다 1장_ 세상의 오아시스, 부탄에 오다 행복의 나라로 가자 |강남 스타일? 부탄은 팀푸 스타일!|부탄의 첫날밤, 누구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리라|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도, 빅부다를 만나다|타임슬립,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1- ‘부탄 축구’의 아버지 고 강병찬 감독을 찾아서 2장_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시간은 그대로, 언제나 사람이 변한다 |첫 만남, 열두 살 소년 점소|목숨에 관하여|사교육이 없는 나라, 교육 철학이 있는 나라|누구라도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리라|버터차의 추억|이토록 쿨한 여자들을 봤나?|홉지카에서 만난 소녀들 3장_ 마지막 샹그릴라, 부탄의 자연에 취해 울고 싶은 날 _ 탁상사원에서1|죽음에 관하여 _ 탁상사원에서2|두 바께스의 물과 7번 방의 기적|부탄 처녀들이 남자를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혀 위의 부탄|푸나카의 강물은 인도로 흘러간다|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부탄에 사는 네 명의 한국인과의 만남|유기농 채소 한 뿌리에 담긴 행복의 진리 4장_ 부탄, 그 강렬한 행복의 기억 타임슬립,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2|운수 좋은 날|농가에서 집밥을 먹다|그러면 소는 누가 몰아? |달콤한 도시, 팀푸!|정 때문에 |피고 지는 꽃과 6개의 세상|부탄을 떠나며|카트만두에서 아리랑을 만나다|황소 두 마리의 꿈 에필로그_사람이 그리울 때, 다시 삶을 사랑하고 싶을 때면 부탄에 가고 싶다

책속으로

내가 부탄 사람들에게 놀란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다름 아닌, 그들의 기도 스케일이다. 기도에 무슨 스케일이 있나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보통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부탄 사람들이 매일 드리는 기도가 뭔지 아세요?”
“글쎄요. 가족에 대한 걱정? 재물에 대한 기도?”
“틀렸어요. 자신의 부귀영화도 아니고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것도 아닌 오로지 자연이 그대로 있기를 원하는 기도예요.”
“자연이 그대로 있기를 원한다고요?”
“산이 거기에 있고, 별이 그 자리에 있으며 인간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요.”
“아! 부탄 사람들의 기도는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군요. 대자연과 우주에 대한 기도라니…….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더욱이 부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물고 뜯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은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이미 많이 가졌음에도 더 많은 것을 누리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세상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 평수를 넓혀가고자 하는 기도가 아닌, 내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기도가 아닌, 그저 하늘과 별이 제자리에 있길 바란다는 그들의 기도는 내게 엄청난 감동을 안겨주었다. 부탄에 다녀와서 이 나라에 푹 빠진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었다.
“부탄 사람들이 하는 가장 작은 기도가 뭔지 아세요?” “작은 기도요? 글쎄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도가 인류 평화나 전쟁에 관한 것들이라고 해요. 얼마나 스케일이 큰 사람들인지 짐작이 가나요?”
이 작은 체구의 몸으로 그들은 어쩌면 저리 큰 생각을 품을 수 있을까? 영화로 치면 부탄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블록버스터급인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도, 빅부다를 만나다》 중에서

직물 공장을 나서 길을 따라 내려오니 종이 공장(Paper Factory)이라고 쓰인 아담한 백색 건물이 있었다. 이곳은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공장 내부의 풍경은 마치 색채를 잃어버린 듯 낡은 느낌이었다. 마당 한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종이의 원료가 될 나무 껍데기 같은 것들이 펄펄 끓고 있었다. 직물 공장이나 종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나는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갔던 시장 골목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태어난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들어선 골목은 가내 수공업을 하는 작은 주택들이 즐비했다. 이를테면 콩나물을 사기 위해 정아네 콩나물 집에 간다거나 두부를 사려고 연희네 두붓집에 들르곤 했던 기억들 말이다. 지금 떠올려 봐도 콩나물 시루는 참 풍성했고 사각 판에 꽉 들어찬 두부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나는 종이 공장 한가운데 서서 아련한 기분을 맛보았다. 우리는 이제 어디를 가도 정아네 두부나 연희네 콩나물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골목 상권까지 장악한 슈퍼마켓에 가면 1회용 팩에 담긴 네모반듯한 두부가 칸칸이 정리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차갑게 식어버린 두부는 단단하지도 않고 어딘가 모르게 헛헛하다. 그 부실한 두부로는 한 모를 다 썰어 찌게에 넣어 먹어도 왠지 허기가 진다. 갑자기 우리가 살고 있는 회색의 번듯한 도시가 을씨년스러운 공간으로 느껴졌다. 부탄에 와서 나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는 슬픔이 어떤 감정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부탄에 오면 누구라도 예전의 나를 만나게 된다.
《누구라도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리라》 중에서

농가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농부 겸 목수인 새롭 데마의 남편이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장작더미를 쌓아놓은 마당 한가운데서 연신 나무를 패고 있었는데 불 앞이라 그런지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돌이 거의 달궈졌으니 저기서 목욕해 보세요.”
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나무로 제작한 이동실 목욕탕이 보였다. 겨우 한 사람 정도 들어갈 만한 비좁은 목욕탕에서는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저기서 목욕을 하라고요?”
“네. 핫 스톤, 부탄의 전통 목욕방식이에요. 불에 달구어진 뜨거운 돌을 넣어 물을 덥히는 거죠.”
당황스러워하는 나를 향해 점배가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눈앞에 있는 나무 목욕탕이 내게는 몹시도 낯설었다. 우선 원시적인 생김새가 그랬고 나무로 만든 욕조도 터무니없이 작고 허술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것만은 꼭 해보라는 주인 부부의 시선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약간 망설이는 나에게 점배는 뜨거운 돌에서 미네랄과 철분이 나와 피부가 엄청나게 매끈매끈해진다고 부추겼다. 결국 나는 나무 목욕탕에 들어가기로 했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는데 세상에! 물의 온도가 정말 딱 좋았다.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나는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은 다 잊어버리고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때 밖에서 새롭 데마의 남편이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물이 식으면 ‘원 모어 스톤’이라고 외치세요!”
이렇게 상냥한 사람들이라니! 나는 애초에 갖고 있던 망설임이나 어색함 따위는 던져버리고 결국 20분이면 충분하다는 목욕을 40분씩이나 했다. 목수 아저씨의 말대로 “원 모어 스톤!”을 외치면 금세 뜨끈뜨끈한 돌덩이가 목욕통 안으로 퐁당 넘어왔다. 몸이 노곤해지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낯선 나라에 와서 부딪친 어려움과 언어 스트레스 같은 것들은 더운 물 속에 다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부탄에 있었다. 나는 그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농가에서 집밥을 먹다》 중에서

우리 일행은 학교에 다녀오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났다. 이 마을 아이들은 다함께 무리를 지어 산을 넘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워낙 학교가 멀어 삼삼오오 짝지어 한 시간씩 걸어 다니는 건 봤지만 이렇게 떼로 몰려다니는 경우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그 아이들은 또래만으로 이루어진 구성도 아니었다.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서부터 십대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아마도 마을 아이들이 각자의 형제들을 모두 데리고 학교를 오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어찌나 다정하고 살가운지 우리 일행을 보자마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 한 장을 요청했는데 볼이 빨간 아이들이 일렬로 서서 환하게 웃어주는 표정은 내 마음을 홀딱 빼앗았다.
“점배, 아이들이 어쩜 저렇게 인사를 잘하죠?”
“학교에서 배우고 집안에서 배우고 마을 어른들에게도 배우니까요.”
“그러니까 모두가 스승이군요?”
“물론이죠. 산을 넘어가면서 자연에게 배우기도 하죠. 부탄에서는 세상 모든 것이 다 스승이에요.”
《그러면 소는 누가 몰아?》 중에서

서른아홉과 마흔이라는 문지방의 경계에서 나는 부탄 여행길에 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다시 사는 게 재미있어졌다. 행복한 부탄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따뜻했던 우리의 옛날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챙기고 돕는 우리의 잃어버린 사회 속을 다시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두려움 없이 한 발씩 나아가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부조리한 세상도 가능한 한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볼 작정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어른 여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품위 있는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탄 여행에서 내가 궁극적으로 찾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위로’ 내지는 ‘용기’였던 모양이다 .
길다면 길고 짧다면 한없이 짧은 보름간의 여행에서 나는 많은 부탄 사람들을 만났다. 까무잡잡하고 촌스러운 데다가 장난스럽기까지 한 그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다정함’이다. 도무지 의심하려야 할 수 없는 눈빛은 대자연을 닮아 있었고 인심은 또 얼마나 넉넉한가. 부탄 사람들은 하루하루 삶을 위해 일을 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번다. 돈이 사람의 주인 노릇을 하는 뒤바뀐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부탄 사람들의 얼굴에는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그들을 보며 부탄 여행 내내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내 어머니의 과거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 세대의 삶을 긍정하고 때론 부정하면서 자라온 나는 이제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부탄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남루한 인생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었을 테니. 부탄에 다녀와서는 남루한 건 내 인생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히 기사회생의 여행길이었다.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서평

《 김홍신 작가 추천 》 《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김경희가 국내 작가 최초로 쓴 부탄 여행기 》 정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운 이때, 행복한 나라 부탄이 우리를 부른다 - 김경희 작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탄 사람들을 만나다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방송 작가 김경희는 문득 삶에 지치고, 사람이 싫어졌다. 바쁜 일상이 끝없이 이어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특별한 꿈을 꾸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삶도 없다는 것을 알 만한 나이, 차갑게 식어버린 가슴이 향한 곳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불리는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이었다. 그곳에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그녀는 일상의 스위치를 완전히 끄고, 마음을 멈춘 채 부탄을 걸었다. 왜 행복하냐구요? 우리는 외롭지 않으니까요! -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굳건히 살아 있는 나라 부탄, 행복의 비밀은 결국 사람이었다 첫눈이 오면 휴일이 되는 동화 같은 나라, 부탄의 수식어는 화려하다. ‘세계 유일의 GNH(국민총행복) 를 통한 행복정치를 추구하는 나라’, ‘세계 유일의 금연국가’, ‘세계 최초의 100퍼센트 유기농 국가 선언’, ‘국민의 97퍼센트가 행복하다고 답하는 나라’……. 도무지 믿기지 않는 부탄의 행복에 대해 많은 이들이 그들의 행복을 궁금해했다. ‘어떻게?’라는 물음표를 던졌다. 이 책의 저자 김경희는 언제나 사람과 삶, 자연과 생명을 화두로 품은 채 소설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삶이 몹시 헛헛해지고, 의욕을 잃을 때면 그녀는 언제나 부탄을 떠올렸다. 기적과 같은 이 나라의 수식어가 늘 궁금했고, 행복한 사람들의 생기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정(情) 많은 나라 한국에서는 이제 냉정하고 뾰족한 눈을 한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섣불리 말을 건네고, 미소를 보낼 이 어디에 있는가. 김경희 작가가 다녀온 부탄에는 우리가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잃어버린 것들이 온전히 살아 있었다. 그녀가 부탄에서 만난 아이들은 동네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씩 걸어서 학교에 다녀온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는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축구나 배드민턴을 하고 뛰어논다. 가족과 학교와 마을 어른들, 오가며 대하는 자연이 그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서로를 중하게 여기라고 가르친다. 학교에서는 ‘해와 달과 별이 그 자리에 있기를’, ‘자연의 공기가 늘 말고 깨끗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한다. 열두 살짜리 점소를 만나 찾아가본 그들의 학교 수업은 생기가 있었고, 열정이 넘쳤다. 아이들은 ‘공부가 재미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가 거리에서 만난 부탄 사람들은 한결같이 맑은 미소, 밝은 웃음을 품은 건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을 건네면 수줍게 웃지만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짧은 만남 후에도 꼭 이름을 묻고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경희 작가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오래 전에 잃어버렸지만 한때 익숙했던 추억과 감각, 따뜻한 느낌들을 다시 기억해낼 수 있었고 비로소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탄은 화려한 먹거리, 반드시 가보아야 할 관광지를 기대하고 가서는 안 된다. 관광객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재미난 체험거리도 없다. 대신에 부탄에는 소박하지만 정갈한 100퍼센트 유기농 음식과 인간이 한없이 겸손해지는 히말라야 산맥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것을 도리어 불편해 하며 기품이 넘치고 자존감이 강한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귀히 여기며, 서로 기댈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하고 말했다. 그들을 보며 ‘태어난 것 자체가 행복이다’라고 말하는 그들의 속담에 나도 공감했다”라고 말한다. 부탄에는 고아도, 노숙자도 없다. 자살자는 최근에 극소수 발생하여 일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수준이지만 부탄 정부에서는 이를 무척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경희 작가가 부탄에서 발견한 그들의 행복에는 ‘이웃과 나라가 나를 걱정해주는 삶’이 있었다 . 부탄을 걷고 온 김경희 작가의 이후의 삶은 변화되었을까. 세상 어느 곳과도 비교 불가능한 부탄의 여행 - 100퍼센트 유기농으로 만들어진 건강한 음식, 완전한 어둠 속에서 잠드는 건강한 잠자리, 상업적인 관광 서비스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서비스,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을 안고 돌아오는 부탄 여행 부탄의 모든 식단은 유기농이다. 매번 거의 똑같은 식단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부탄 여행을 하면 어느 호텔, 어떤 식당에 가도 치즈를 듬뿍 넣은 감자와 매운 고추요리가 나온다. 처음엔 재료의 신선함 덕분에 모든 것이 다 맛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분명 곤혹스러운 순간이 온다. 그것은 배탈로 인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는 시기와 거의 일치하게 된다. 하지만 음식이란 것은 계속 먹다보면 적응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인 것 같다. 혀 위의 그 느끼한 맛과 매운 향이 좋아지기 시작할 때, 그때부터 진짜 부탄 여행은 시작된다.”(194쪽) ‘완벽한 어둠 속에서 잔다는 것’도 매력이다. 부탄에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원초적인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날 밤 어둠 속에서 나무 침대에 누웠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으니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고 불빛이 없으니 책을 읽기에도 좀 애매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요함 속에 누워 있으니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귀에 들렸다. 몇 시간 사이에 빗줄기가 굵어졌는지 처마를 타고 흐르는 빗소리가 전해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선반 위에 올려놓은 두 개의 양초가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 이리저리 뒤척이는 내 몸이 만드는 버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살아 있는 소리들에 집중하자니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워졌다.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오는 호텔에서 샤워를 한 것보다 오히려 더 개운하고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172쪽) 그리고 고객이 아닌, 사람을 향한 예의로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가 있다. 부탄은 하루 체류비를 받는 나라이므로 거기에 포함된 운전수와 가이드가 배정되는 관광을 해야 한다. 저자는 여행 내내 함께 해야 하는 이들의 진심 어린 서비스가 그래서 더욱 와 닿았으며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대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마지막 모습에 예의를 다하고 싶었던 것인지 점배와 초키는 전날보다 말쑥한 차림으로 숙소 앞에 대기했다. 그들은 단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고의 앞자락을 손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사소하지만 배려가 담긴 이런 행동 하나하나에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는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라는 제스처로 보이기도 했다. 자신들이 기억될 마지막 모습까지 신경 쓰는 그들은 정말로 다정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예의를 갖추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행복감과도 관련이 있다. 예의를 지킴으로써 상대에게 불쾌한 기분을 건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인데, 부정적인 감정의 연쇄작용을 막아 좋은 기분으로 생활하기 위한 부탄 사람들의 지혜라고 한다.”(293쪽) 그녀는 부탄에 다녀와 어떻게 되었을까. “행복한 부탄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따뜻했던 우리의 옛날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챙기고 돕는 우리의 잃어버린 사회 속을 다시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가히 기사회생의 여행길이었다. 그렇게 나는 부탄에서 나를 되찾았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사람을 좋아하는 나, 누군가와 대화가 통할 때면 기분이 좋아져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는 피가 뜨거운 사람으로서의 온전한 나를 말이다.” 히말라야 동쪽 끝에 자리한 작은 나라 부탄, 그곳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마을이 있고 단단하고 작은 집에서 걱정을 놓아두고 웃으며 사는 부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높고 깊은 산맥에 소중히 숨겨놓은 것은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그저 우주의 숨결 따라 깊고 평안히 잠들며 욕심 없이 공평하게 살아가는 바람뿐이다. 이 세상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서로 실감하며 사는 것보다 멋진 삶이 있을까? 다큐멘터리 작가이기도 한 저자가 이번 여행에서 찾아낸 또 하나의 의미, 2002년 ‘꼴찌들의 올림픽’의 감동실화를 만들어낸 ‘부탄 축구의 아버지’ 고(故) 강병찬 감독의 흔적과 부탄에 살고 있는 네 명의 한국인과의 흥미로운 만남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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