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니체를 둘러싼 다양한 오해와 편견들 가운데 특히 도덕과 관련하여 그가 철저하게 도덕을 부정하고 비규범성을 강조한 인물로 여겨져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오해의 배후에는 그가 삶의 원리로서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도덕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비규범적 삶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는 평가가 깔려 있다. 비규범적 삶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는 평가의 정당함과는 별개로, 그 흐름 속에서 니체는 오랫동안 규범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비규범적 인물로 취급받게 되었다. 이 책은 니체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와 편견에 의문을 제기하며, 특히 도덕과 관련하여 그에게 덧씌워진 비규범적 인물이라는 낡은 오해와 편견을 검토한다. 이 책은 비도덕주의적 니체 해석의 흐름이 니체의 대안적인 도덕적 입장에 대한 규범적 정당화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니체 도덕철학의 규범 연관성 문제를 자연주의적 논의와의 연관성 속에서 모색한다. 그 작업은 니체의 도덕철학을 ‘나쁜 것의 윤리학’(ethics of bad)의 관점에서 재조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전통 윤리학의 문제는 니체가 도덕의 정초를 문제 삼은 것처럼 규범성의 정당화를 ‘좋은 것’을 통해 확립하려고 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전통 윤리학의 과제는 ‘최고선’의 근거를 밝히는 것이 되었으며, 이것은 경험적 영역을 넘어서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이 책은 니체가 전통 윤리학의 절대주의적 방식을 벗어나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규범성의 정당화를 위한 하나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으며, 초자연적인 정당화 방식을 버리고 자연주의의 길을 선택한 니체의 도덕철학이 ‘나쁜 것의 윤리학’의 형태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은이의 말 제1부 니체와 해석 제1장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적 니체 해석 비판 1. 들어가는 말 19 2. 하이데거와 형이상학 23 3. 힘에의 의지의 형이상학 26 4. 형이상학적 니체 해석의 문제점 31 5. 존재 물음에서 가치 물음으로 39 6. 나가는 말 43 제2장 니체의 관점주의에 대한 로티의 해석 1. 들어가는 말 45 2. 허무주의의 극복과 관점주의 47 3. 우연성의 철학 51 4. 관점주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56 5. 신체화된 관점주의의 가능성 60 6. 나가는 말 63 제3장 비도덕주의적 니체 해석 비판 1. 들어가는 말 65 2. 비도덕주의적 니체 해석의 유형 68 3. 비도덕주의적 해석의 의의와 한계 80 4. 니체의 도덕적 자연주의 85 5. 나가는 말 95 제2부 니체의 자연주의 윤리학 제4장 니체의 도덕 개념과 도덕 비판 1. 들어가는 말 101 2. 니체의 도덕 개념 102 3. 전통 윤리학 비판 108 4. 기독교 도덕 비판 118 5. 나가는 말 124 제5장 니체의 도덕 비판과 도덕의 자연성 회복 1. 들어가는 말 127 2. 도덕의 자연적 기원 130 3. 도덕으로부터의 해방 135 4. 개인적 가치평가의 긍정 139 5. 도덕의 자연성 회복 145 6. 나가는 말 148 제6장 니체 도덕철학의 자연주의적 함의 1. 들어가는 말 151 2. 자연주의의 두 유형 154 3. 니체의 자연주의 158 4. 니체, 자연주의, 규범성 162 5. 규범성의 자연주의적 원천 165 6. 니체와 윤리적 시각 전환 168 7. 나가는 말 173

하이데거의 니체와의 대결의 목표가 니체를 극복함으로써 형이상학을 극복하는 데 있다면, 하이데거 이후의 니체 해석자들에게 니체와의 만남은 니체로 들어가는 문을 지키고 있는 하이데거와의 대결이 될 것이며, 이는 결국 하이데거의 극복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다. 하이데거의 극복은 단순히 그의 니체 읽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니체에 대한 그의 부정적인 평가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은 ‘형이상학의 완성이냐 극복이냐’라는 하이데거의 니체 해석의 기본 구도를 극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20쪽)

니체가 허무주의를 문화적 현상뿐만 아니라 역사의 논리로 파악하는 반면, 그 어떤 필연적 계기도 인정하지 않는 로티는 허무주의를 하나의 우연적 현상으로 파악한다. 로티는 언어, 자아, 세계 등 모든 것을 우연성으로 규정함으로써 전통적인 이론들이 추구해왔던 필연, 절대, 보편과 같은 철학적 열망들을 강력하게 해체한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시간과 기회의 산물일 뿐이다.(51쪽)

인간의 삶과 그 삶의 지반인 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모든 학문적 노력은 어쩌면 끊임없이 자기모순적이며 자기분열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겠지만, 그것은 신들을 기만한 죄로 끝도 없이 반복해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에 처해진 시시포스(Sisyphus)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삶이라는 바위를 끌어올려 이론이라는 정상에 세우는 순간 다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러한 비극적 운명은 신들로부터의 영원한 형벌이기보다 끊임없는 자기 극복의 과정일 따름이다.(64쪽)

니체는 어떤 면에서 모순에 가득 차고 역설적인 인물이다. 그가 그토록 강하게 도덕에 반대한 것은 그만큼 도덕에 더 충실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비도덕주의자라는 이름도 자신이 기독교 도덕의 본질을 알아차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하나의 도발적 의미로 사용한다.(85쪽)

니체의 도덕 비판은 기본적으로 도덕을 둘러싼 편견들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도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도덕의 자연성을 회복함으로써 도덕에 의한 도덕의 자기 극복을 수행하는 도덕재평가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삶의 조건과 성장의 조건이라는 도덕의 자연적 특성을 회복함으로써 우리는 삶과 도덕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도덕을 삶에 유효한 도구로서 적절하게 자리매김할 수 잇게 될 것이다.(130쪽)

자연주의에 대한 불충분한 규정과 니체의 자연주의적 입장에 대한 불일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니체를 한 사람의 자연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그것을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감추는 것이기도 하다.(153쪽)

니체는 규범을 본능적 충동의 산물로서 삶의 조건과 성장의 조건으로 파악한다. 도덕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근거들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 니체의 도덕 비판에 담긴 기본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니체는 도덕의 핵심인 규범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172쪽)

니체는 힘의 상승, 하강과 관련한 미적 가치의 영역을 자기 극복과 자기 형성이라는 비도덕적 영역으로 전환하고, 힘의 약함 자체를 유지하거나 지속시키는 것과 관련한 해로운 것의 영역을 금지의 도덕 영역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기독교 도덕은 자연적 삶에 해로운 반자연적 도덕으로 규정되고, 금지와 제거의 대상이 된다.(198쪽)

니체의 도덕 비판은 도덕이 원한의 도구가 아닌 삶ㅇ늬 도구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하며, 도덕의 자연성 회복은 원한의 도덕에서 삶의 도덕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216쪽)

니체의 도덕 비판은 중층적 성격을 띠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도덕이론 비판과 실제 도덕 비판으로 구분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도덕이론 비판이 도덕의 정초를 추구하는 ‘도덕주의’ 또는 ‘도덕적 이상주의’에 대한 이론적 비판이라면, 실제 도덕 비판은 니체가 원한의 도덕으로 규정하는 노예도덕, 구체적으로는 도덕에서의 노예 반란을 통해 지배적인 도덕의 지위를 획득한 ‘기독교 도덕’에 대한 비판이다.(2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