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부라는 이미지에 담긴 욕망의 변천사를 재조명한 책. 교태 가득한 웃음 뒤에 음습한 계략을 숨기고 있으며 남자들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요부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역사와 신화, 대중문화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요부의 많은 이미지들이 남자에 의해 창조되고 가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신화와 역사적 사실, 영화 등 대중문화 속에 표현되는 요부들의 이미지와 그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어떤 의도와 해석을 통해 사회적 수용을 거치게 되었는지 고찰하고 있다. 남자들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원형적 요부 이야기가 시대와 권력의 양상에 따라 그 이미지가 어떻게 변모되었는지, 그리고 요부의 이미지를 여자들이 어떻게 이용해왔는지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 제인 빌링허스트 (Jane Billinghurst)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독일어와 철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지난 20여 년간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출판 편집자이자 작가로 활동해오고 있으며, 《Growing up royal》 《Grey owl》 《The spirit of the whale》 등 주로 논픽션 분야의 저서들이 있다. 현재 미국 워싱턴 주 애나코테스에 머물면서 글을 쓰고 책을 편집하는 틈틈이 취미로 플라멩코와 벨리 댄스를 즐기고 있다. ▶옮긴이 석기용_ 서강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이다. 서강대, 서경대, 인하대, 명지전문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틈틈이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20세기 첩보전의 역사》 《서양철학사》(공역)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꽃의 유혹》 등 1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이의 글_“여자에게 가는가? 그렇다면 회초리를 잊지 말게” 머리말_남성의 욕망이 빚어낸 산물, 요부 Chapter 1 태초의 악녀들 아담의 첫번째 여자: 릴리트 | 금단에 맞선 유혹의 피조물: 이브 ￭ 필리스와 아리스토텔레스 Chapter 2 신화 속의 여인들 신은 세상을 벌하기 위해 그녀를 만들었다: 판도라 | 욕망의 근원을 건드리는 매혹: 사이렌 | 화해와 파괴의 양면적 존재: 메두사 ￭ 중세의 인어들 Chapter 3 클레오파트라 역사가 만든 요부: 클레오파트라 ￭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Chapter 4 권력과 쾌락의 거래, 정부(情婦) 앳된 정부에서 상류사회 여걸로: 엠마 해밀턴 부인 | 국왕의 진정한 사랑으로 남은 정열의 무희: 롤라 몬테즈 ￭ 비비안 Chapter 5 파멸의 씨앗 죽음을 집행한 베일 뒤의 관능: 살로메 | 시대의 덫에 걸린 희대의 요부: 마타 하리 ￭ 델릴라 Chapter 6 흡혈 본능, 뱀프 억압된 여성상의 반격: 테다 바라 | 약한 남성들의 포식자: 블루 엔젤 ￭ 빅토리아시대 그림 속 여인들 Chapter 7 쾌활한 섹스심벌, 밤쉘 달콤하고 고분고분한 요부:진 할로우 ￭ 클라라 보우 Chapter 8 길들여진 악녀, 팜므 파탈 교활한 요부의 위험한 게임: 디트리히슨 부인 | 팜므 파탈 이미지의 전형: 질다 ￭ 스핑크스 Chapter 9 백치미의 유혹, 섹스 키튼 관능 속 천진함의 매력: 마릴린 먼로 ￭ 그리고 신은 여성을 창조했다 Chapter 10 완숙과 조숙, 극단의 미혹 쾌락을 위한 노련한 게임: 로빈슨 부인 | 욕망의 시선이 만들어낸 환상: 롤리타 ￭ 제임스 본드의 여인들 Chapter 11 진실 외에 모든 것을 가진 악녀 주도권은 그녀에게 있다: 〈원초적 본능〉의 캐더린 트러멜 ￭ 위험한 정사 Chapter 12 성적 권능의 정상에서 성적 독립을 보여준 시대 아이콘: 매 웨스트 | 스스로 선택하라, 맘껏 변신하라: 마돈나 | 일상까지 파고든 요부의 힘 ￭ 브리트니 스피어스 참고문헌 그림 및 사진 저작권 찾아보기

대부분의 인간 역사를 전해준 ‘지정된’ 이야기꾼들인 남성은 당연히 요부 설화를 간수해온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 설화가 이야기되던 각 시대에 따라서, 요부들은 매우 사악하고 지독한 여성이 될 수도 있고, 또는 남성들이 세상을 다스리는 자신들의 주된 임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그렇지만 그들 남성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은 전혀 되지 않는) 매혹적인 기분전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요부들이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치는가 하는 문제는, 이야기꾼들이 남성의 우월성에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 17쪽 (머리말 중에서)

초기의 율법박사나 기독교 교부들이 주로 한 이야기가 타락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여자를 멀리하라고 남자들을 계고하는 것이었다면,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설화는 주로 남자가 감미롭고도 위험한 섹스를 마음껏 즐기고 난 후 어떻게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그리스인들도 자신들이 위험한 땅을 밟고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이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판도라였다. - 50쪽

그녀는 그의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그가 한번쯤 경험해보기를 그저 꿈꿔오기만 했을 뿐이던 바로 그 흥분된 감정을 일깨울 수 있었다. 그녀의 온기가 그를 관통했을 때, 그녀의 포옹이야말로 그가 경험해보고 싶었던 유일한 우주였다. 그런 것이 바로 요부의 능력이고, 또한 그 점은 지금도 늘 변함이 없다. - 119쪽

치명적인 여인과 어수룩한 여인 사이를 오가는 순환은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시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음탕한 팜므 파탈이 등장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그녀들 또한 1950년대에 진 할로우의 뒤를 이어 혜성처럼 등장하는 마릴린 먼로 같은 여인이 구현하게 될 사랑스러운 섹스 키튼(sex kitten)들에 의해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 - 194쪽

먼로는 남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자를 기쁘게 해주는 것 말고는 다른 꿍꿍이가 없음을 그들에게 약속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담긴 언외(言外)의 의미란, 그녀 자신도 물론 섹스를 즐기지만 특히 남자들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그것을 베풀어줄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이 그녀를 원한다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전적으로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녀의 존재 이유이다. 그녀는 남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든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런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또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필요로 하는 전부는 오로지 남자들의 애정을 받는 일뿐이다. - 226~227쪽

이제 여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각자의 고유한 일정표에 따라서 자신들의 특징을 강조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명암을 깊게 만들기도 하는 그런 자유로운 존재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새롭게 성취한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여성들은 자신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들이 직접 공상해낸 자신들만의 요부의 환상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 285~286쪽

인터넷에 ‘요부’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니, 조선시대 3대 요부가 누구인지 묻고 답하는 질문들이 의외로 여럿 눈에 들어옵니다. 장녹수, 정난정, 김개시, 장희빈 등을 놓고 누굴 포함시키고 누굴 빼느냐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모두 음모와 계략이 횡행하는 사극에서 오랜 세월 주역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여인들이지요. 기생, 서출, 첩, 상궁 등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경직된 조선사회에 감히 자신의 목소리를 낸 이들은 조선 왕궁을 나아가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를 뒤흔든 요부로 미움을 받아왔습니다. 임금의 폭정과 무능도 이들 탓이고, 관료들의 부패도 이들 탓이고, 혼미한 당쟁도 이들 탓이 되어버렸습니다. 올해 국내 문학의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는 《미실》의 주인공은 이들에 비하면 훨씬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빼어난 미모와 지력의 소유자로 신라시대의 권력을 좌우했던 요부 미실의 대담한 사랑관과 일생에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요부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브, 클레오파트라, 엠마 해밀턴, 마타 하리 등 서양 역사와 문화에도 내로라하는 요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들은 사악한 유혹으로 인류를 낙원으로부터 몰아냈으며, 대제국의 뿌리를 뒤흔들었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거래도 서슴지 않았으며, 하나같이 남성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그들을 쥐락펴락했다 합니다. 역사의 모든 문제들을 이들에게 뒤집어씌우기에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세력인 것이지요.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요부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신화와 역사, 대중문화 속의 숱한 사례들을 놓고 그 이면의 시대배경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요부라는 이데올로기를 읽어낸 저자는, 매력적인 유희의 대상에서 돌연 모든 혼란을 야기하는 냉혹한 약탈자로 변모하기를 거듭해온 요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남성의 욕망과 시대·정치적 필요성이었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요부에 대한 생각은 지난 세기와는 많이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적극적으로 요부가 되고자 하며, 남자들은 그러한 요부를 경계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즐겁게 매혹당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드러진 위치에 있는 여성들을 향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마녀사냥 식의 여론몰이가 성행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듯 모순되는 시대의 가치관 속에서 그동안 전형적으로 등장해온 요부의 이미지, 그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곧 지금도 진행되는 우리들 욕망, 그 시선의 변천사를 마주하는 일일 것입니다. 1. 책소개 태초부터 존재해왔다고 하는 위험한 여자들. 교태 가득한 웃음 뒤에 음습한 계략을 숨기고 있으며 남자들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이들 요부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역사와 신화, 대중문화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춰보면, 요부의 많은 이미지들이 남자에 의해 창조되고 가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자들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원형적 요부 이야기에서부터 시대와 권력의 양상에 따라 그 이미지가 어떻게 변모되어왔는지, 그리고 요부의 이미지를 여자들이 어떻게 이용해왔는지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통해 면밀히 살펴보는 이 책은 곧 요부라는 이미지에 담긴 우리들 욕망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2. 이 책의 특징과 의의 1. 역사와 신화, 관념 속에 뿌리박힌 요부 이미지를 파헤치다 역사와 이야기의 전승은 주로 남자들의 몫이었으며, 그들은 요부 이야기에도 지속적인 관리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책은 신화와 역사적 사실, 영화 등 대중문화 속에 표현되는 요부들의 이미지와 그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어떤 의도와 해석을 통해 사회적 수용을 거치게 되었는지 고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클레오파트라의 경우이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통치력이 아니라 성적 취향이나 화려한 생활 등에 대해서만 집중되었다. 이는 옥타비아누스와 이야기꾼들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홀려 로마를 버렸다고 여론을 몰아간 옥타비아누스로서는, 위대한 로마인 안토니우스가 탈선하려면 적어도 그녀가 훌륭한 요부이자 빼어난 기교의 여인임을 강조해야 했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에게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 말고 다른 연인들이 있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다. 그리고 그녀는 오랜 기간을 그 두 사람과 떨어진 채 자신의 왕국을 다스리며 보냈다. 그들 두 사람의 로마 장군은 둘 다 여성편력이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음탕함의 업보는 클레오파트라가 온통 감내하게 된 셈이다. 이렇듯 요부는 남성이 여성에게 투사한 하나의 이미지, 혹은 공유된 욕망의 모험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요부란 남성이 창조하고 여성이 요령껏 활용해온 사실과 공상의 합성물이라는 것이다. 2. 시대에 맞게 변형되며 등장하는 요부의 원형에 대한 진지한 접근 고대 신화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요부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치는가 하는 문제는 곧 남성들이 자신의 우월성과 지배력에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압에 직면하여 생존의 투쟁을 벌이던 고대 히브리인이나 초창기 기독교인들은 릴리트와 이브의 예를 들며 여자를 멀리하고 경계하라고 끊임없이 남자들에게 강조해왔다. 대조적으로 뛰어난 문화와 경제적 여유를 향유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악한 요부를 만나 쾌락을 맛보고도 무사히 살아남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진정한 영웅이라면 승리를 거둘 것이므로 모든 남성들에게 언젠가 그들도 두려움 없이 그러한 쾌락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해준 것이다.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요부는 델릴라, 살로메, 비비안, 클레오파트라에 이어 영화와 문학 속 뱀프, 팜므 파탈, 비치 등으로 계보를 이룬다. 쾌락을 약속하는 요부들은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약된 시기에 명성을 떨친 정부(情婦)들과 은막의 밤쉘, 섹스 키튼 등으로 이어진다. 전쟁과 경제, 사회적 통념 등에 영향을 받으며 치명적인 여인과 어수룩한 여인 사이를 오가는 순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신화와 역사적 사실, 대중문화의 이면에 감춰진 성적 욕망을 읽다 이 책에는 신화나 역사 속에 익히 알려진 이야기들을 재해석하며 거기 담긴 성적 욕망들을 읽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릴리트가 아담을 떠난 것은 다름 아닌 성적인 이유에서였다. 한 가지 체위에 만족하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성적 자유를 찾아 낙원을 떠난다. 마녀 키르케와 오디세우스의 대결 역시 성적 의미를 담고 있다. 키르케가 마법지팡이를 흔들려 할 때 먼저 검을 뽑아 덤벼들면 그녀가 항복할 것이라는 헤르메스의 귀띔은 곧 오디세우스가 요부의 기대보다 더 많은 성적 쾌락을 그녀에게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었다는 것이다. 유혹의 게임에서는, 상대에게 최고의 욕정을 유발하는 쪽이 이기는 패를 쥐게 된다.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 잘린 메두사의 핏줄에서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가 출현했다는 사실은, 페르세우스의 검 말고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잠자고 있는 고르곤의 달콤한 육체를 관통했음을 암시한다. 또한 사이렌의 치명적인 유혹은 아름다운 목소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익히 잘 알려진 신화의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에 가해진 새로운 해석들은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이다. 4. 예술과 영화 속 요부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눈으로 확인하다 글과 그림으로 요부의 이미지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이 책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자료들을 포함하여 주제별로 엄선된 시각 자료 70여 점을 수록하고 있다. 이론이나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시대별 요부와 그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유사 주제의 다른 책들과도 차별되는 점이다. 풍부한 시각자료와 깔끔한 구성이 돋보이는 이 책은 알퀸재단(Alcuin Society)에서 수여하는 2004 캐나다 북디자인 논픽션부문 1등을 수상한 바 있다. 3. 주요 내용 Chapter 1 태초의 악녀들 유대사회에 전해지는 민담에 따르면 아담의 동반자로 처음 창조된 것은 릴리트였다. 아담과의 시들한 부부생활에 질려 낙원을 박차고 나간 릴리트는 성적 유희의 생활을 만끽한다. 또한 호기심 많고 규범에 대한 강박관념도 덜했던 이브는 아담을 유혹한 그날 이후 오늘날까지 유혹과 타락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고 있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이처럼 모든 여인이 몸 안에 혼돈의 씨앗을 품고 있으므로 여자를 최대한 멀리하고 경계하라고 경고하였다. 아담의 첫번째 여자: 릴리트 | 금단에 맞선 유혹의 피조물: 이브 >>필리스와 아리스토텔레스 Chapter 2 신화 속의 여인들 그리스인들은 요부를 만나도 끄떡없는 영웅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요부의 사랑을 받은 뒤 불길한 운명을 맞게 될 대부분의 남자들과는 달리, 진정한 영웅은 요부와의 관계에서도 승자로 남는다. 키르케를 이기고 사이렌의 유혹을 피한 오디세우스, 메두사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페르세우스가 대표적인 예.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자들에게 요부를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쾌락을 맛본 뒤 무사히 빠져나오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신은 세상을 벌하기 위해 그녀를 만들었다: 판도라 | 욕망의 근원을 건드리는 매혹: 사이렌 | 화해와 파괴의 양면적 존재: 메두사 >>중세의 인어들 Chapter 3 클레오파트라 신화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무대를 옮겨온 역사적 요부 클레오파트라. 이집트를 치세로 이끈 그녀의 탁월한 정치감각과 국가관리능력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오로지 그녀의 성적 매력과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일화들을 부각시키며 그녀를 희대의 요부로 만들어낸 일련의 과정들은 사회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요부의 이미지가 어떻게 가공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가 만든 요부: 클레오파트라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Chapter 4 권력과 쾌락의 거래, 정부(情婦) 사회가 안정되고 남자들이 굳건하게 권력을 쥐고 있을 때일수록 정부는 기세를 떨치게 되며, 사회 역시 이를 적당히 묵인해왔다. 아름답고 재기 넘치는 여인은 남자들의 성공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그 사회가 보기에 너무 큰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정부들에게는 어김없이 비난의 화살이 집중된다. 엠마 해밀턴과 롤라 몬테즈는 단순히 유쾌한 장난감 노릇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부와 안전을 가져다줄 수 있는 남자를 찾아낸 대표적 정부이다. 앳된 정부에서 상류사회 여걸로: 엠마 해밀턴 부인 | 국왕의 진정한 사랑으로 남은 정열의 무희: 롤라 몬테즈 >>비비안 Chapter 5 파멸의 씨앗 사회가 변화의 한가운데 있고 남성들의 주도권이 위태롭게 느껴질 때면 파괴자로서의 요부 이미지가 번성하게 된다. 무희이자 고급 창부에 아마추어 첩보원이었던 마타 하리는 남성 특권의 구역에서 무모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던 모험가였다. 성서의 델릴라나 살로메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여자에게 홀리면 무모한 약속을 하거나 파멸의 씨앗이 담긴 비밀을 누설하게 된다고 이야기꾼들은 경고한다. 죽음을 집행한 베일 뒤의 관능: 살로메 | 시대의 덫에 걸린 희대의 요부: 마타 하리 >>델릴라 Chapter 6 흡혈 본능, 뱀프 마타 하리의 소설 같은 이야기가 유럽에서 전개되고 있을 때 북미 지역에서는 또 다른 유사한 치명적인 요부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유럽의 낭만주의 시가와 상상력에 근원을 둔 이들은 냉혹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무자비하여 남자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흡혈귀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격렬한 만족감과 감미로운 혐오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들의 이미지는 빅토리아시대 집안에 갇혀 억압되어 있던 여성상의 반격이라 할 수 있다. 억압된 여성상의 반격: 테다 바라 | 약한 남성들의 포식자: 블루 엔젤 >>빅토리아시대 그림 속 여인들 Chapter 7 쾌활한 섹스심벌, 밤쉘 전쟁이 끝나고 여성의 참정권이 한정적으로나마 허용된 뒤에도 별다른 혼란이 야기되지 않자 남자들은 다소 긴장을 풀게 된다. 이 무렵 북미에는 건강미 넘치는 왈가닥 아가씨들이 등장한다. 밝고 생동감이 넘치며 자신의 육체적 매력을 드러내는데 거침없는 밤쉘은 은막의 섹스심벌이었다. 진 할로우로 대표되는 당시 은막의 환상은 곧 현실에도 영향을 미쳤다. 달콤하고 고분고분한 요부: 진 할로우 >>클라라 보우 Chapter 8 길들여진 악녀, 팜므 파탈 경제 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의 기운으로 불안이 엄습한 1940년대, 시절이 불안해지자 남자들은 또다시 여성을 향해 의혹의 눈초리를 던지기 시작했다. 필름 느와르에 등장하는 팜므 파탈은 남자를 도구로 이용하는 성적 포식자이다. 섹스를 사랑, 안정과 동일시한 온순한 아내와 달리 팜므 파탈은 섹스를 권력, 야망과 동일시한다. 교활한 요부의 위험한 게임: 디트리히슨 부인 | 팜므 파탈 이미지의 전형: 질다 >>스핑크스 Chapter 9 백치미의 유혹, 섹스 키튼 1950년대 등장한 섹스 키튼은 남자들에게 팜므 파탈의 피로에서 회복되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강장제 역할을 한다. 행위의 동기나 계략과는 거리가 멀며 여성적인 매력과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이 한데 어우러진 섹스 키튼은 남자들이 좀처럼 거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녀가 필요로 하는 전부는 남자의 애정을 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능 속 천진함의 매력 : 마릴린 먼로 >>그리고 신은 여성을 창조했다 Chapter 10 완숙과 조숙, 극단의 미혹 양성 간의 싸움의 긴장이 비교적 느슨해지고 피임약의 개발로 성적 자유가 확산되어가던 1960년대, 요부는 세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당시 은막에서는 수용 가능한 유혹적인 환상의 한계를 모색하려는 듯 어린 요부의 모습과 나이 든 요부의 모습들이 거침없이 등장하였다. 쾌락을 위한 노련한 게임: 로빈슨 부인 | 욕망의 시선이 만들어낸 환상: 롤리타 >>제임스 본드의 여인들 Chapter 11 진실 외에 모든 것을 가진 악녀 20세기 후반,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급속한 진보를 거듭한다. 그들은 승진상한선을 깨뜨렸고 남성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높은 교육수준을 성취하게 되었다. 남성 고유의 몫이던 선택권이 이제 여성들에게로 넘어가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대한 남성들의 우려는 소름끼치는 새로운 유형의 요부, 이른바 궁극적인 악녀를 내세운 영화 속에 반영되어 있다. 주도권은 그녀에게 있다: <원초적 본능>의 캐더린 트러멜 >>위험한 정사 Chapter 12 성적 권능의 정상에서 1930년대에 무대 위에서 성적 독립을 강하게 표방한 매 웨스트가 결국 통제 가능한 요부를 원한 남성들에 의해 물러나게 되었다면,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마돈나는 스스로 다양한 요부의 이미지를 선택해가며 여성의 성적인 본성이 더 이상 고정적일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여성들은 각자 자신이 직접 공상해낸 요부의 환상을 일상에 구현하기 시작했다. 요부 이야기를 만든 주체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성적 독립을 보여준 시대 아이콘: 매 웨스트 | 스스로 선택하라, 맘껏 변신하라: 마돈나 | 일상까지 파고든 요부의 힘 >>브리트니 스피어스 4. 리뷰 “우아한 이미지들로 이 책의 페이지를 수놓고 있는 저항할 수 없는 악녀들은 서양 문화에서 진정한 페미니스트 선구자들이다. 제인 빌링허스트는 그들의 과감함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요부들은 그들의 육체에 대해 주도적인 입장이며, 그들을 지배하려 드는 남자들을 파멸로 이끌고자 할 때는 가장 적절한 형태로 이를 자랑스럽게 드러낼 줄 안다. 그동안 이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단순화된 흑백 논리만이 범람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상당한 이해를 바탕으로 남성 지배에 대한 이 여인들의 전복성이 지닌 긍정적인 효과를 들려준다.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는 신선한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다.” - Bram Dijkstra, author of Idols of Perversity and Evil Sisters “이브에서 살로메를 거쳐 마돈나에 이르기까지, 님펫에서 뱀프, 관록의 여인에 이르기까지, 유혹녀들의 신화를 규명하는 실험적인 시도가 담긴 책.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책 자체의 매력이다. 예술과 영화에서 찾아낸 매혹적인 요부들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유혹적이다.” - Nick Miliokas, The Vancouver Sun “빌링허스트는 여성들이 대중문화 속에 표현되어온 방식을 따라 고찰하는 즐거운 작업을 했다. 그녀의 학문적 배경이 잘 드러나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명쾌하고 매력적으로 읽힌다.” - The Toronto Star “요부 그 자체가 그렇듯,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는 책.” - Verne Clemence, Star Pheonix “양성 간의 전장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온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지만, 풍부한 도판들과 통찰력 있는 디테일, 빼어난 분석들로 이 책은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 Christine Hearn, aq Magazine “이 책은 재미와 그에 못잖은 유익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빌링허스트는 요부의 역사적이고 신화학적인 뿌리와 각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탐구한다.” - The Edmonton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