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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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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원철
출판사 : 불광출판사
2014년 11월 24일 출간  |  ISBN : 8974790742  |  304쪽  |  규격外  |  1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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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상은 평생을 머물러야 하는 거대한 수도원이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는 정확하고 간결한 글 솜씨로 법정 스님을 잇는 문장가라는 평을 듣기도 한 원철스님이 2011년 산사로 돌아간 뒤 처음 펴낸 산문집이다. 이 책은 스님의 일상과 수행, 공부, 여행 단상을 담았다. 누구나의 일상과 다를 바 없지만, 힐링과 충고에 지친 사람들에게 맑은 차 한 잔 같은 ‘쉼’, 그리고 반짝이는 ‘깨우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스님은 어떤 깨달음도 강요하지 않는다. 잘하라고, 노력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지루하면 책을 읽고 심심하면 길을 떠나는 것이 내 나름의 행복 비결이다’라는 스님의 말처럼, 책 읽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김치 담고 빨래하고 해킹도 당하는 스님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질 뿐이다. 스님은 무엇을 가르친다거나 거창한 뜻을 전하려 하지 않지만, 덤덤한 일상의 이야기는 ‘백차’처럼 천천히 흘러들어 공명을 일으킨다. 더불어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글의 풍성함을 더했다. 스님의 일상을 읽다보면, 특별한 수행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일상의 모든 일을 수행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스님도, 평범한 우리에게도 세상은 평생을 머물러야 하는 거대한 수도원이며, 평범함 속에서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쩌면 그것이 비범한 삶일지도 모른다고 스님은 에둘러 말하고 있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원철 저자 원철 스님은 해인사로 출가했다. 은해사 실상사 법주사 동국대 등에서 불교경전과 선어록을 연구하고 강의해 왔다. 일반인들에게도 사랑을 받은 해인사 사보 월간 《해인》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일간지와 종교계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해 왔다. 정확하고 간결한 글 솜씨로 법정 스님을 잇는 문장가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저서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 는 타고난 얼굴은 어쩔 수 없지만 내면을 가꾸면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된다는 메시지로 ’얼굴 부자’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뒤 ‘화두’의 신화를 한꺼풀 벗기며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일상의 이야기로 담아 낸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왕가의 명당에서 폐사지까지 스님의 눈으로 본 건축이야기 『절집을 물고 물고기 떠있네』 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선림승보전』 등 여러 권의 불교 경전을 펴냈다. 불교계의 큰 일꾼으로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 해인사승가대학 학장 소임을 맡고 있다.

[목차]

여는 글 산다는 것은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 1 삶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와 내용이다 뱁새가 숲 속에서 의지할 곳은 나뭇가지 하나 | 보리똥과 보리수, 중요한 건 스토리와 내용이다 | 깨 볶는 솜씨로 커피콩 볶기 | 더운 날 시원하려면 끓는 가마솥으로 뛰어들라 | 금도 눈에 들어가면 병 된다 |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고 우리 모두 꽃이다 | 이름을 바꿀 수 없다면 인생을 바꾸어라 도시적 안목의 시골 사람, 시골 정서를 이해하는 도시인 비움과 받아들임이 만든 영혼의 맛 | 이 세상 엄마는 모두 바보다 | 친한 물 싫은 물, 그 모호한 경계 | 드러냄과 감춤, 때를 아는 중요한 살림살이 | 부지런함이 번뇌를 쓸어버리다 ‘꽃보다 할배’가 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2 죽어도 좋고 살면 더 좋고 매화 한 송이가 전하는 화두 | 죽어도 좋고, 살면 더 좋고 | 경유차와 휘발유차, 들기름과 참기름 | 어디인들 햇빛이 비추지 않는 곳은 없다 | 내가 감당할 괴로움이 있으니 그런대로 살 만한 세상 | 적게 먹고 바쁘게 일하는 식소사번의 삶 | 쓸데없다고 버리지 않고 필요하다고 구하지 않는다 | 겨울눈이 꽃처럼, 봄꽃이 눈처럼 흩날리다 | 호두 한 알이 7백 년 역사를 만들다 | 모든 것을 공평하게 덮는 눈, 여기가 바로 은색계 | 지는 꽃과 피는 꽃에서 읽는 시간의 아름다움 | 과거장과 선불장! 어디로 갈 것인가 | 뒷문을 통해 봄비 소리를 듣다 | 수시 모드 전환형 인간, 순간을 살다 | 더러움과 깨끗함 사이에는 오로지 생각이 있을 뿐이다 | 내 몸이 법당, 무너지지 않게 마음을 돌보라 3 길을 잃으면 길을 알게 된다 눈 내리는 날의 비장함과 편안함 | 한밤중에 강림한 ‘유로 지름신’ | 그림자, 거품도 모으는 게 인간사다 | 주전자가 찻주전자가 되듯 번뇌도 깨달음이 된다 | 해와 달의 길이 따로 있으리오? ‘공부의 신’을 만나다 |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자서전 | 칭짱 열차의 철길 그리고 오체투지의 흙길 맺힌 것은 풀고 풀린 것은 묶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이여, 마음세계에도 등을 비춰라 | 굽은 대로, 곧은 대로, 먼저 앞으로 나아가라 | 아무리 좋은 일도 일 없는 것만 못하다 | 감출수록 드러나는 운둔의 반전 | 문자만 뒤따라가면 결국 넘어진다 | 사람이 길을 넓히지 길이 사람을 넓힐 수는 없다 4 쉬고 또 쉬면 쇠나무에도 꽃이 핀다 쉬고 또 쉬니 쇠로 된 나무에도 꽃이 피다 | 모란인들 어떠하며 작약인들 어떠하리 | ‘무소유’라는 시대의 화두를 남긴 법정 스님 | 지쳐서 돌아오니 뜰 안에 매화가 피었네 | 내 이마를 스치는 건 모두 백두산 바람 | 12월엔 돌도 쉬고 나무도 쉬고 산도 쉰다 |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하고 싶은 일도 생긴다 | 명사십리에서 해당화를 만나다 | 성인마저 뛰어넘는 노릇노릇한 ‘찹쌀떡’ | 산속 절에서 바다를 보다 | 정직한 기록이 지혜를 남긴다 안과 밖의 경계, 석문石門에서 근심을 버리다 하늘이건 땅이건 내가 걸으면 길이 된다 | 마곡사에서 만난 무릉도원 | 갠지스에 꽃등잔을 띄우다 | 윤달, 모자란 것을 채우다 | 천하 사람을 위한 그늘이 되다 | 어제의 해가 오늘 새해로 뜨다

[책속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토忍土, 본래 참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땅이다. 한 단계 낮추어 감인堪忍이라는 완곡한 표현도 사용했다. 참지 못할 고통이 없는 땅인 까닭이다. 이 세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괴로움이 적당히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는 의미다. (101쪽)

계절의 흐름을 읽듯 인생의 흐름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짧은 가을이지만 겨울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인생의 중년기도 길지 않지만 한 호흡 고르면서 준비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76쪽)

올겨울에도 ‘보온이냐? 통풍이냐?’ 해묵은 과제를 붙들고 씨름해야 할 것 같다. 등산복 광고처럼 보온도 되고 통풍도 되는 ‘고어텍스 문’을 만난다면 이 모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터이다. (133쪽)

눈길을 걸으면서도 뒤에 남는 발자국까지 걱정하지 말라. 사실 그냥 당신 갈 길만 유유히 바르게 가기만 하면 될 일이다.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판단은 뒷사람의 몫이다. 설사 앞사람의 발자국을 똑같이 그대로 따라 간다고 할지라도 그건 같은 길이 아니라 뒷사람이 새로 가는 길일뿐이다. (152쪽)

대낮까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스스로 너무 처져 버린 느낌이 싫어 찻상을 당기고는 물을 끓였다. 끓는 물은 올라가면서 소리를 내고 비는 내려오면서 소리를 낸다. 두 소리가 방문을 경계로 묘하게 어우러진다. (265쪽)

‘해야 할 일’은 알겠는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은 도대체 뭐였지? 그리고 냉정하게 살펴보건대 해야 할 그 일이 하고 싶은 그 일을 방해한 적이 있었던가? 괜히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나누는 순간 그것이 불행의 시작은 아닐까? (255쪽)

같은 그릇이지만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주전자가 되기도 하고 차관이 되기도 한다. 주전자가 차관이 되는 것처럼 번뇌가 바로 깨달음으로 바뀌는 것이니, 범부의 모습으로 성인이 되는 것 역시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165쪽)

수백 년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마당 한편의 화강암 수곽은 12월이 되면서 물을 담는 본래 역할을 끝내고 바닥을 드러낸 채 제 몸을 말리고 있다. 설사 생명 없는 돌이라 할지라도 휴식은 필요한 법이다. 그런 쉼이 해마다 있었기에 그 자리를 오늘까지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12월엔 돌도 쉬고 나무도 쉬고 산도 쉰다. 사람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249쪽)

산다는 것은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이다. 출근이 드러냄이라면 퇴근은 감춤이다. 화장이 노출을 위한 것이라면 민낯은 은둔을 위한 것이다. 피부를 밤새 쉬게 해줘야 화장발이 잘 받는 것처럼 퇴근 후 제대로 은둔해야 이튿날 자기역량을 마음껏 노출시킬 수 있다. 도시적 일상이 노출이라면 주말을 이용한 잠깐의 템플스테이는 재충전을 위한 은둔이라 할 수 있다. 연휴와 휴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현실은 제대로 된 노출을 위해 어떤 형태로건 은둔을 위한 나름의 처방책을 가져야 할 만큼 복잡다단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쨌거나 노출로 인한 피로와 허물은 은둔을 통해 치유하고, 은둔의 충전은 다시 노출을 통해 확대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4쪽)

이 세상 전체가 80년 평생을 머물러야 하는 거대한 총림이요 또 수도원이다. 서로 의지하며 또 참지 않고서는 함께 살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기 위해선 붙박이건 떠돌이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했다. 그것은 나와 남에 대한 부끄러움을 아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 까닭에 법연 선사는 이런 소박한 구절을 남겼다. “20년 동안 죽을힘을 다해 공부해 보니 이제 겨우 내 부끄러운 줄 알겠다.” (192쪽)

“죽어도 좋고, 살면 더 좋고.” 그는 수행 생활을 하면서 늘 크고 작은 일 앞에서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농담처럼 이 말을 내뱉곤 했다. 선방을 전전하던 선객답게 현실문제도 늘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마음으로 실타래같이 꼬여가는 번뇌를 일거에 해결하곤 했다.
(87쪽)

[출판사 서평]

정확하고 간결한 글로 법정 스님을 잇는 문장가로 통하는 원철 스님, 2011년 산사로 돌아간 뒤 처음 펴낸 산문집 원철 스님은 일간지와 종교계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해 왔다. 정확하고 간결한 글 솜씨로 법정 스님을 잇는 문장가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서울 한복판 조계종단에서 불교계의 일꾼으로 7년간 일하다가 2011년 홀연 산사로 내려갔다. 그동안 수행에 전념하는 한편 스님들의 교육기관인 해인사승가대학에서 학장 소임을 맡고 있다. 산사로 돌아가 처음 펴낸 이번 산문집에는 스님의 일상과 수행, 공부, 여행 단상을 담았다. 누구나의 일상처럼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힐링과 충고에 지친 요즘 우리들에게 맑은 차 한 잔 같은 ‘쉼‘, 그리고 반짝이는 ‘깨우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원철 스님은 노마드(homo-nomad) 스님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수행자라는 것, 그리고 생각의 이동과 변화에 막힘없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그 자유로움은 지금, 이곳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에 기본한다. 늘 지금을 바로 보고 성실하자는 뜻을 ‘집’이라고 표현한다면, 언제 어느 때라도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집이다. 제목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무엇이든 바로 지금 시작하면 된다. 그 생각을 놓지 않는 것이 순간을 사는 방법인 것이다. 힐링 혹은 멘토의 아픈 충고는 없지만 스님의 글에는 요즘 대세인 힐링 혹은 멘토의 아픈 충고가 없다. 스님은 어떤 깨달음도 강요하지 않는다. 잘하라고, 노력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지루하면 책을 읽고 심심하면 길을 떠나는 것이 내 나름의 행복 비결이다”라는 스님은 말처럼, 책 읽고 여행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김치 담고 빨래하고 해킹도 당하는 스님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질 뿐이다. 이 심심한 일상 속에 사금파리 같은 반짝거림이 있다. 읽다 보면 이심전심 전해지는 ‘무엇’이 있다. 가령, 깨 잘 볶는 사람이 커피콩도 잘 볶는다, 내리는 빗소리와 올라가는 끓는 물소리에서 느끼는 경계의 아름다움, 짧은 가을이지만 겨울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백차(찻주전자에 배인 찻물을 맹물로 우려낸 차)를 대접받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 등의 문장이 그렇다. 스님은 무엇을 가르친다거나 거창한 뜻을 전하려 하지 않지만, 덤덤한 일상의 이야기는 ‘백차’처럼 천천히 흘러들어 공명을 일으킨다. ‘무심無心’이 마음을 울린다 현대인들은 너무 잘하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안간힘 쓰며 노력한다. 최선, 행복, 사랑, 용서, 일……. 모든 좋은 가치들을 가지려고, 이루려고 한다. 그래서 더 힘들고 피곤하고 아픈 것일지도 모른다. 원철 스님은 그런 우리에게 ‘무심히 바라보기’를 권유한다. 겨울날, 스님은 가만히 있지 못해 뜰의 나무를 가지치기하다가 되레 나무 모양이 망가진 것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일 없는 것보다 못하다. …… 모든 것을 떨군 나무와 윤곽이 드러난 산줄기의 모습을 가만히 음미하면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을 즐기는 일은 한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멋과 여유다.” 너무 바쁜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무심無心함’이 아니겠냐고, 스님은 슬쩍 말을 건넨다. 하나에서 둘을 읽는 ’마음의 눈뜨기‘ 이번 산문집은 ‘중도中道’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산승에서 수도승으로 다시 산승으로 돌아간 스님의 위치가 그러하듯, 도시 - 산속 / 이동 - 머묾 / 떠남 - 만남 / 감춤 - 드러남 / 채움 - 비움 / 한 방울의 물 - 바다 / 개화 - 낙화…… 등 양변의 이야기다. 가만 보면 인생은 두 가지의 변주로 흐른다. 우리의 불행은 한 가지만 보기 때문이다. 삶 속에 죽음이 있으며, 잃었으되 얻는 것이 있고, 적은 것이 오히려 많은 것이며, 차갑지만 뜨겁기도 하고, 한 방울의 물에서 바다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중도의 지혜를 터득하면 인생의 어느 자리,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산승이건 도시승이건, 머무는 자리가 어디건 성실함을 다하는 수행자인 원철 스님을 통해 하나에서 둘을 보는 마음의 눈을 떠보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비범함 스님은 생각과 일상에 대해 솔직하다. 거리낌이 없다. 자유롭다. ‘조선스키’ ‘짚신스키’ ‘이노무스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스키 대여점 간판을 보며 상념에 빠지거나, ‘공부의 신’이 3개 국어에 능통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거나, 덥석 이불 빨래를 했다가 내리는 비에 후회하기도 한다. 겨울 찬바람을 막겠다고 외풍과 씨름하고, 서고 정리를 하다가 하루 종일 독서삼매에 빠지고, 도로에서 차가 막히자 내친 김에 근처 유명한 호두나무를 보고 가자고 핸들을 꺾는다. 또 도반 스님이 세상을 떠나자 ’나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이 세상을 떠난 뒤에 죽고 싶다‘는 속내를 보이며 애써 누른 슬픔을 꺼내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수행이란 특별한 수행법에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일을 수행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스님도, 평범한 우리에게도 세상은 평생을 머물러야 하는 거대한 수도원인 것이다. 평범함 속에서 잘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쩌면 그것이 비범한 삶일지도 모른다고 스님은 에둘러 말하고 있다. ‘노동’이 누구에게는 쉼이 되듯, 나에게 맞는 진짜 쉼을 찾아서 현대인들은 쉬기 위해 휴가를 낸다.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몰려간다. 진짜 쉼은 어떤 모습인가. 스님은 사람마다 쉬는 방법이 다르다고 말한다. 평소 몸 놀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노동을 하거나 삼천 배를 하는 등 몸을 움직이는 것이 ‘휴休’라는 것, 스님이 경전을 읽는 것은 일이지만 잡지를 읽으면 휴식이 된다. “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말을 인용하며 스님은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그런 쉼’을 강조한다. “12월엔 돌도 쉬고 나무도 쉬고 산도 쉰다. 사람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쉼을 통한 한 매듭은 한 켜의 나이테가 되고 한 해의 연륜이 되며 또 한 살의 나이가 된다. 겨울 시간이라고 흐르지 않을 리 없지만 섣달은 흐르는 걸 절대로 보여 주지 않는다. 그런 정지된 느낌이 세밑 무렵의 또 다른 산중의 맛이다.” 어제와 같지만 다른 오늘, 2015년 새해를 시작하는 용기 시작과 끝이 따로따로가 아니라는 말은 익히 들어온 말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아름다운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지혜와 격려다. 스님은 이런 말도 일상에서 길어 올린다. “겨울 준비로 김장을 했다. 자연산 배추는 별로 볼품이 없지만 어디에 내놓더라도 맛과 향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배추걷이가 끝난 휑한 빈 산밭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한 해를 마무리한다. 배추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이겠지만 김치로서는 새로운 시작이다.” 배추의 죽음이 아니라 김치의 시작을 보라는 스님의 혜안이 머릿속을 환하게 한다. 배추로서 끝낼 것인가, 김치로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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