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날의 삶 속에서 긍지(矜持)를 잃지 않고 겸손하면서 비굴(卑屈)하지 않고, 그러면서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사람답게 산다는 것. 그러한 삶은 어떤 것일까?” - 배우 오순택 이 책은 배우 오순택이 미완으로 남긴 ‘신체시정적 접근법’에 대한 탐구다. 기본 토대는 『칼을 쥔 노배우』다. 『칼을 쥔 노배우』는 40여 년의 할리우드 배우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마스터로서 헌신한 13년의 과정에서 만났던 제자들이 연기에 대한 스승의 끝없는 모색을 모아 헌정한 기록이다. ‘신체시정적 접근법’은 오순택이 40년을 배우로 활동하며 터득한 연기 경험과 한국에서 마스터로 산 13년의 경험을 정리해 내놓은 연기 접근법이다. 오순택은 ‘신체시정적 접근법’이 21세기에 적합한 연기 방법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13년의 짧은 마스터 과정에서 키워낸 제자들, 활발히 활동 중인 다수의 연극배우와 영화·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진경, 조한철을 비롯해 학교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강사들, 드라마 PD 유종선까지 다양한 제자들의 존재가 바로 그 믿음의 증거다. 도제를 자처하는 저자 오순한 역시 스승의 가르침이 매우 값진 것임을 알기에 3년여에 걸쳐서 ‘신체시정적 접근법’을 실제적 연기 방법으로 자리매김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이 책은 생전에 배우 오순택과 제자들이 나눈 마지막 대화에서 출발한다. 제자들의 질문과 스승의 대답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를 뽑고, 『칼을 쥔 노배우』에 기록된 제자들에게 전한 가르침에서 스승의 연기 노하우의 기본을 찾아내 밝히고, 더 나아가 배우 오순택이 할리우드 최초의 동양인 배우로서 우뚝 선 비결이라 할 수 있는 ‘신체시정적 접근법’을 실제적이고 유용한 연기 방법으로 구체화하고자 했다. ‘순간에서 순간으로’ 자연스럽게 연기가 흘러가는 것, 그것이 ‘신체시정적 접근법’의 핵심이다.

저자 : 오순한 극단 ‘실험극장’에서 연극에 입문했고,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러시아로 유학했다. 러시아 국립연극아카데미(GITIS) 연출과에 입학해 연출 마스터(M. F. A) 학위를 받았고, GITIS 연출과 최고과정에서 「스타니슬랍스키와 네미로비치 단첸코, 그리고 미하일 체홉의 결합 메소드」로 예술철학 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면서(에��드 창작 실험극 〈창작 단편 13〉, 연기 메소드 실험극 〈둘 몸짓〉, 〈데포르마시옹 햄릿〉,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 리얼리즘 연극으로 안톤 체홉의 〈갈매기〉,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 연출), 경기대학교(창작 시극, 〈이상의 시로, 이상을 놀다〉 연출, 연기, 화술지도), 동신대학교(실험극 이오네스코 〈막베드〉 연출, 연기, 화술지도), 한양대학교(시극 〈윤동주〉 연출, 연기, 화술 지도), 청계 발도로프 학교(아서 밀러 〈세일럼의 마녀들〉 연출, 연기, 화술지도, 그 작업으로 『문장//쪼개기』 저술.), 한국예술종합학교(그림 에��드, 관찰 수업)에서 연극 워크숍과 연기 및 화술 수업을 진행했다. 지금은 평생 숙제인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연기술로 풀어내기, 최고의 연기 시스템이자 러시아 연기 교육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스타니슬랍스키 『배우 수업』을 뇌과학 이론 기반으로 풀어내기, 그리고 우리 배우들을 위한 우리말 한글 화술 탐구에 전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열린메소드의 길』 1·2·3·4권, 『시학&배우에 관한 역설』, 『오디션에서 살아남기』, 『문장//쪼개기』, 『갈매기 연출노트』, 『배우 수업 오디세이-서 여행의 시작, 『칼을 쥔 노배우』(공저)가 있다.

들어가는 말 서문 1장. ‘만일’의 오지랖 2장. 연기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3장. 캐릭터의 문제 4장. 감정 & 이성: 인간의 두 본성 5장. 오순택과 스타니슬랍스키: ‘만일’을 중심으로 6장. 나는 누구인가(Who am I) 7장. ‘신체시정적 접근’ 방법의 밑그림 요소 7가지 8장. 신체신정적 접근법의 실천 에필로그 특별한 도서 목록 부록. 『칼을 쥔 노배우』, 「후기를 대신하여」 전문

“과연 나날의 삶 속에서 긍지(矜持)를 잃지 않고 겸손하면서 비굴(卑屈)하지 않고, 그러면서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사람답게 산다는 것. 그러한 삶은 어떤 것일까?”

선생님을 만났던 초기에 선생님의 글을 다시 정리해 컴퓨터로 옮겨드리면서 눈과 귀에 박힌 글입니다. 온전히 배우로서 산 당신의 삶과 연기에 대한 자세와 생각이 압축된 물음입니다. 오래 곱씹고 곱씹다 보니 내 연극 인생에 대한 화두가 되었고, 지금은 내 남은 삶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정말 그러한 삶은 어떤 것일까요?
_ 16쪽, ‘서문’ 중에서

‘만일에’라는 상상으로 다시 그 대화를 잇는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했을까?

내가 이 책을 시작하면서 던졌던 첫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해 온 힘을 다해, 온몸으로 밀고 나가면서 나에게 해온 대답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나는 이 책을 초보자들의 연기 입문서로 썼습니다. 내용과 가치의 경중을 떠나서 이 책은 미래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기 입문서입니다. 오직 한 번뿐인 삶에서 선택한 배우의 길, 어떻게 갈 것인가? 스승의 가르침의 기저에 흐르는 문제, 올바른 배우의 태도, 연기에 대한 자세는 초보 배우에게 밑그림과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하듯 연기를 시작하기 전 배우는 연기에의 태도를 먼저 올바르게 갖추어야 합니다.
_ 24쪽, ‘서문’ 중에서

그렇습니다. 스스로 배우에 대해, 연기에 대해 진실된 마음으로 ‘어떠한 배우, 어떠한 연기’를 할 것인지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따라 각자가 모색해야 합니다. ‘신체시정적 접근법 - 身體詩精的 接近法’은 스승이 본 것입니다. 어떤 출발을 하든지 가능성의 한계까지 가보는 것은 오직 스스로의 문제입니다. 스승 역시 아메리칸 메소드로 시작하셨다고는 하나 배우 오순택이라는 정체성으로 적응하면서 완벽히 다른 방향이 생긴 것입니다. 배우의 다양성 측면에서 특별한 진화인 것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의 정체성과 맞물린다면 당신은 귀한 나침반을 손에 쥔 겁니다. 스승께 직접 배운 많은 배우가 그 나침반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확신컨대 역설적으로 그 길이 바로 자신이 되는 길입니다.
_ 330~331쪽, ‘에필로그’ 중에서

『칼을 쥔 노배우』 속 제자들의 기록에는 여기저기 숨은 보석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읽힙니다. 심지어 최근 샌포드 마이즈너의 연기 방법을 공부하다가 더 명확해진 것도 있습니다. ‘은밀한 사이드 코칭! 속닥속닥 코멘트!’입니다.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정말 정말 중요한 태도입니다. 나에게 부족했던 점, 연기 내공의 부족과 배우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태도를 다시 자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순간, 문득 선생님과의 그 대화 자리에 함께했던 제자가 던진 질문이 생각납니다. 바로 초초목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답은, 배우의 초초목표는 ‘이야기가 배우 연기를 통해 풍경이 되어 관객과 깊이 연결되는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_ 332~333쪽,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