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과 휴머니즘의 작가 박영한의 작품집! 박영한 소설집『지상의 방 한 칸』. 1987년에 출간되었다 절판된 박영한의 첫 작품집을 새롭게 편집하고 젊은 평론가의 해설을 덧붙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베트남전 참전 경험,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고 등 자신의 불우한 과거를 작품 속에 녹여내며 현실적 주제와 휴머니즘을 강조했던 박영한의 대표작 3편을 묶었다. 표제작 〈지상의 방 한 칸〉은 박영한의 문학적 변모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가난한 작가가 글만 써서 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기록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변두리 지역을 전전하던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업 작가의 현실에 대한 눈물겨운 기록이자, 작가의 정체성을 묻는 일종의 작가론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중편 〈머나먼 쏭바 강〉은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전쟁소설이다. 가슴 아픈 우리의 현대사를 무겁게 다루면서도 현장의 생생함을 살렸다. 작가는 이 작품을 개작한 장편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갈등, 베트남의 고단한 현실, 그 가운데서도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font color="ff69b4"〉☞〈/font〉 시리즈 살펴보기! 한국 소설의 황금기로 꼽히는 1970~90년대 초에 출간되었던 주요 작가들의 첫 작품집들을 복원한「소설 르네상스」시리즈. 현재는 절판되어 만날 수 없었던 작품집들을 새롭게 펴내, 당대적 텍스트로 부활한 우리 소설의 진경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모두 5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저자 : 박영한 박영한 194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자신의 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을 다룬 중편 '머나먼 쏭바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 장편으로 개작한 〈머나먼 쏭바강〉으로 제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이 작품의 속편인 장편 〈인간의 새벽〉과 〈노천에서〉를 출간했다. 이후 서울을 떠나 부산과 경기도 일대 도시 외곽 지역을 전전하며 작품을 썼다. 1988년 중편(지옥에서 보낸 한 철)로 동인문학상을, 〈지상의 방 한 칸〉으로 연암문학상을 받았다. 그 밖에 〈왕룽일가〉, 〈우묵배미의 사랑〉, 〈장강〉, 〈첫사랑〉, 〈키릴로프의 연인〉 등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6년 타계했다.

작가의 말 머나먼 쏭바 강 빈 방에서 지상의 방 한 칸 해설_ 작가의 방, 지상과 천상의 통로/이종환(2008)

체험, 해학, 휴머니즘의 작가 박영한 문학의 원형 1987년에 출간되었다 절판된 박영한의 첫 작품집《지상의 방 한 칸》을 새로운 편집, 젊은 평론가의 새 해설과 함께 새로이 펴냈다.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첫 작품집 복간 시리즈인 ‘소설 르네상스’의 스물두 번째 권이다. 궁핍했던 어린 시절과 베트남전 참전 경험,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고와 변두리 농촌 체험 등 불우한 과거를 작품 속에 녹이며 현실적 주제와 휴머니즘을 강조했던 박영한의 대표작 3편(중편〈머나먼 쏭바 강〉과〈지상의 방 한 칸〉, 단편〈빈 방에서〉)을 묶었다. 초판 출간 당시 작가의 말에서 “나는 지금 작가로서 살아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문학적 변신을 위한 주춧돌”이라고 표현할 만큼 작가 박영한에게 의미 깊은 작품집이다. 중편〈머나먼 쏭바 강〉은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으로, 그때까지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베트남전을 소재로 하여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다. 박영한은 자신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실존과 역사적 의미에 주목한 이 작품을 장편으로 개작하여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수상 직후 출간한 책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하게 된다. 또〈지상의 방 한 칸〉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변두리 지역을 전전하며 집필에 전념하던 작가의 경험을 담은 작품으로, 가난한 작가의 현실에 대한 눈물겨운 기록이자 작가의 정체성을 묻는 일종의 작가론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개인사와 문학의 궤적에서 모두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 작품집의 복원을 계기로, 2006년에 타계해 최근작을 만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한가운데서 부조리와 대면하다 ‘체험의 작가’로 불릴 만큼 박영한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는데,〈머나먼 쏭바 강〉역시 작가 자신의 베트남전 참전 체험 위에서 씌어진 작품이다. 발표하자마자 문단의 호평과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의 하나인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묵직한 관념을 내재하면서도 세련된 문체와 균형 잡힌 시선으로 전쟁의 서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3인칭 전지 시점을 취한 작가는 전쟁을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국가 간 충돌로 그리기보다는 인간 생존의 무대로 육화한다. 주인공 황일천 병장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 군상과 그들 사이의 갈등,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베트남의 고단한 현실, 그 가운데서도 피어나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개인을 파괴하는 전쟁의 부조리함이 드러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명분과도 상관없이 이데올로기 전쟁의 무대이자 열강의 각축장으로서 장기화되는 전쟁의 한가운데서 개인은 자괴감에 빠지거나 타락하거나 증오보다도 무서운 무관심을 체화하게 된다. 주인공 황일천 병장은 기타의 선율과 노랫소리에서, 그리고 베트남 처녀와의 사랑에서 위안을 얻으며 부조리함의 극단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필사적으로 대면한다. 관념과 이념의 과잉에 빠지지 않고, 또 고통스러운 체험의 무게를 적절히 제어함으로써 이 작품은 개인의 체험을 보편적 의미로 끌어올리는 가운데 인간의 실존과 전쟁의 부조리함 그리고 역사의 맥락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지상의 방 한 칸을 찾아서 - 가난한 소설가의 현실과 작가의 정체성 베트남전을 다룬 2편의 장편과 자전적 성장소설《노천에서》를 발표한 박영한은 자신의 문학적 분기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중편 집필에 착수하는데, 그 결실이 바로〈지상의 방 한 칸〉이다. 가난한 소설가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지난한 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면서, “작가란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한 편의 작가론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발자크풍의 장편과 실험적 중편을 쓰리라던 소설가의 야심찬 계획은 1970년대 말의 삼엄한 시대 상황과 가난이라는 이중고 앞에서 좌절하지만, 그는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작가로서의 존재 이유를 확인한다. 그런데 한 지붕 아래 네 가구가 모여 사는 궁핍한 현실은 작가에게 창작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인 방 한 칸을 허락하지 않는다. 전쟁터 같은 일상의 소음과 이웃의 악다구니에서 비껴나 집필에 몰두할 후 수 있는 방을 찾아 변두리 지역을 전전하던 작가는 결국 집으로 돌아와 한 마을에서만 네 번, 한 집에서만 또 네 번 책상을 옮긴 끝에 다락방이라는 공간을 찾아낸다. 서울 근교 국민주택의 좁디좁은 이 다락방이 방이야말로 시장 논리와 정치적 억압이라는 이중의 벽을 딛고 작품으로 시대와 응전하고자 하는 소설가를 위한 ‘지상의 방 한 칸’이다. 또한 이 방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야만 안주할 수 있는 밀실의 공간, 미적 거리를 확보한 예술가의 공간”(이종환)이며, “문화 노동으로서의 중간 지식 역할”(이윤기)이라는 작가의 위상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