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는 명나라 때 종산거사(終山居士) 견위(甄偉)가 쓴 ‘서한연의(西漢演義)’가 그 원본이라고 알려져 있다. 유방(劉邦)이 건국한 한(漢)나라는 서기 8년 외척인 왕망(王莽)에게 제위를 찬탈당하였다가, 서기 25년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한나라를 재건하였다. 이때를 기준으로 한나라는 왕망 이전을 전한(前漢), 광무제 이후를 후한(後漢)으로 구분한다. 전한의 수도인 장안은 후한의 수도인 낙양보다 서쪽에 있다고 하여 전한을 서한(西漢)으로, 후한을 동한(東漢)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서한연의’에서 ‘서한’이란 용어는 여기에서 따온 것이고, 그 배경은 중국의 진(秦)나라 말기부터 전한(前漢) 초기까지이다. 우리나라 시중의 ‘초한지’는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진(秦)나라와 한(漢)나라 교체기의 여러 이야기를 개별 작가들 나름대로 구상하여 쓴 작품들이다. 필자도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진시황에 의해 분서갱유가 일어난 기원전 213년부터 한나라 초기 유방의 서자인 문제(文帝)가 즉위한 기원전 180년까지의 약 30여 년간 이 시기에 유래된 고사성어를 채집하였다. 이 시기는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의 폭정이 시작되었고, 그가 죽은 후 2세 황제 호해(胡亥)와 환관 조고(趙高)에게 억압받던 민중들이 반란을 일으킨 틈을 타 일어난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중국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난세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전개되는 여러 사건과 등장인물 그리고 일화를 배경으로 한 고사성어가 많이 유래되었다. 필자는 2024년 3월에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고사성어로 엮은 열국지’를 펴낸 바 있다. 그 후속편으로 춘추전국시대의 다음 시대인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고사성어 68개를 간추려 시간적 순서대로 차례를 구성하고 집필하여 ‘고사성어로 엮은 초한지’로 펴내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은 ‘고사성어로 엮은 열국지’와 마찬가지로 고사성어의 유래만 단편적으로 나열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유래와 관련된 사건 및 등장인물, 그 일화 등의 배경과 전후 사정을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형식을 취하였다. 따라서 소제목으로 된 하나의 고사성어로 이야기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고, 고사성어와 고사성어가 시간적 순서대로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전개되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고사성어의 차례 순에 따라 이 책 한 권을 읽기만 하여도 이 시기의 대강의 역사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두 번째로 고사성어에 대한 출전(出典)을 명시하여 그 출처를 명확히 하였다. 이 시기의 고사성어 출전은 주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이고, 반고(班固)의 한서(漢書)·강지(江贄)의 통감절요(通鑑節要)·홍매(洪邁)의 용재속필(容齋續筆)·양웅(楊雄)의 양자법언(楊子法言)도 참조하였다. 또 한유(韓愈)의 ‘과홍구(過鴻溝)’와 두목(杜牧)의 ‘제오강정(題烏江亭)’의 시(詩)도 인용하였다. 세 번째로 고사성어의 글자마다 훈과 음을 달아 한자를 잘 몰라도 이해를 쉽게 하도록 하였다. 고사성어는 인간의 삶 전반과 관련된 상황, 혹은 인간의 심리 상태 등을 옛 선인(先人)들의 사건과 일화에서 교훈을 얻어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한자를 모르더라도 글자마다 명기된 훈과 음을 통하여 그 의미가 이해되도록 하였다. 고사성어는 선인의 경험과 심리 상태 등이 깃들어 있어 지혜와 지식의 보고이며, 교훈을 전달하고 있어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상의 언어이기도 하다. 시대를 배경으로 나온 고사성어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지혜가 녹아 있어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삶의 문제들을 각자의 관점에서 이를 통해 다양하게 상상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진나라 말기부터 한나라 초기까지 이 시기에 유래된 고사성어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 책에는 방대한 시중의 ‘초한지’ 내용이 한 권으로 농축되어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이 시기의 역사에 대한 흥미와 함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제1장 분서갱유(焚書坑儒) 08 제2장 하견지만(何見之晩) 13 제3장 애인희시(愛人喜施)와 용안(龍?) 19 제4장 유자가교(孺子可敎) 24 제5장 과하지욕(袴下之辱) 28 제6장 연작안지 홍곡지지(燕雀安知 鴻鵠之志)와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 寧有種乎) 32 제7장 서절구투(鼠竊狗偸)와 부족현치아(不足懸齒牙) 36 제8장 만인지적(萬人之敵)과 선즉제인(先則制人) 40 제9장 일패도지(一敗塗地) 44 제10장 이군돌기(異軍突起) 51 제11장 금성탕지(金城湯池) 55 제12장 좌불안석(坐不安席) 59 제13장 파부침주(破釜沈舟) 66 제14장 능행독책(能行督責)과 동문황견(東門黃犬) 70 제15장 지록위마(指鹿爲馬) 76 제16장 양약고구(良藥苦口)와 약법삼장(約法三章) 81 제17장 항장무검(項莊舞劍)과 두주불사(斗酒不辭) 88 제18장 진평분육(陳平分肉)과 수자부족여모(竪子不足與謀) 94 제19장 금의야행(錦衣夜行)과 목후이관(沐?而冠) 98 제20장 국사무쌍(國士無雙) 101 제21장 암도진창(暗渡陳倉) 106 제22장 오가소립(吾家所立) 110 제23장 독당일면(獨當一面) 116 제24장 구상유취(口尙乳臭) 121 제25장 배수진(背水陣) 126 제26장 패군지장(敗軍之將) 132 제27장 걸해골(乞骸骨) 137 제28장 이식위천(以食爲天) 143 제29장 분일배갱(分一杯羹) 150 제30장 노중오지(虜中吾指) 156 제31장 해의추식(解衣推食) 161 제32장 천여불취 반수기구(天與不取 反受其咎) 167 제33장 홍구위계(鴻溝爲界)와 건곤일척(乾坤一擲) 172 제34장 양호유환(養虎遺患) 178 제35장 팽월요초(彭越撓楚) 182 제36장 사면초가(四面楚歌)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186 제37장 면목(面目)과 권토중래(捲土重來) 191 제38장 삼불여(三不如)와 운주유악(運籌?幄) 197 제39장 계포일낙(季布一諾) 203 제40장 간뇌도지(肝腦塗地)와 마상득지 마상치지(馬上得之 馬上治之) 209 제41장 옹치봉후(雍齒封侯) 214 제42장 일반천금(一飯千金)과 토사구팽(兎死狗烹) 219 제43장 평성지치(平城之恥) 228 제44장 우익이성(羽翼已成) 234 제45장 수여쾌오(羞與?伍)와 다다익선(多多益善) 240 제46장 성야소하 패야소하(成也蕭何 敗也蕭何)와 차희차련(且喜且憐) 243 제47장 중원축록(中原逐鹿)과 척구폐요(?狗吠堯) 251 제48장 대풍가(大風歌) 254 재49장 소규조수(蕭規曹隨) 261 제50장 좌우단(左右袒)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