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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최선의 롱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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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문보영
출판사 : 비사이드
2019년 11월 27일 출간  |  ISBN : 8960517550  |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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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제3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작가 문보영의 대충과 최선 사이에서 어슬렁거리며 간 보는 일상 이 책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느라 녹아웃된 사람들에게 ‘존버’로 일군 소확행 대신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일상을 사는 법을 알려준다. 대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서 묵묵하게 롱런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멀리 봤을 때, 최선보다 ‘준최선’이 더 가성비가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준최선이 몸에 배면 어떤 일을 해도 디폴트값으로 준최선하게 되기 때문이다. 똑같지는 않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하루들. 오늘 하루 별 일 없이 잘 넘겼다 싶으면 나름대로 선방한 존버들의 인생. 어쩌면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생각이, 우리의 불행을 시작을 알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럴 땐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삶은 ‘무의미의 축제’라 생각하고 최선과 준최선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좋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아닌 오직 ‘오늘의 나’를 위해 숨 고르고 ‘롱런할 준비’를 하는 사람이 더 끈질기고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문보영 시인.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했다. 2017년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 먹었다. 일상을 사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시작했으며, 시와 소설, 일기를 편지 봉투에 넣어 독자들에게 배송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시집으로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산문집으로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AM 11 : 10 준최선의 하루 소중한 기억이 삶을 끈질기게 만들 때 얼떨결에 하늘에 다녀오다 1 얼떨결에 하늘에 다녀오다 2 준최선의 롱런 둔함 존버 vs 예민 존버 별거 없어서 계속 보게 되는 타인의 일상 크게 크게 작게 작게 너무 작고 사소한 사랑 PM 2 : 39 벽의 날개 나에 관한 항의 사람들이 우물을 들여다보고 시를 쓴다 결정적인 혼자 우체국 상주 작가 픽션 일기) 은행일기 1 픽션 일기) 은행일기 2 대표 사진 벽의 날개 PM 8 : 47 춤과 거울 네가 날 알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원하는 불행은 절대 안 줘 춤과 거울 픽션 일기) 피로회복과 타로 보기 1탄 픽션 일기) 피로회복과 타로 보기 2탄 픽션 일기) 피로회복과 타로 보기 3탄 이거 먹어주세요. 저거 먹어주세요 네가 가진 게 나밖에 없다면, 너는 가난뱅이일 것이다 AM 4 : 15 타존감 이름 스스로 짓는 이름 아프다는 말은 빼먹는 데다가 겁쟁이에요 타존감 최고의 휴식 말씹러와 거인 생계에 관하여 거리에 관하여 질문에 관하여 시 낭독회- 역사와 전쟁

책속으로

소중한 기억이 삶을 끈질기게 만들 때
불행은 접착성이 강해서 가만히 두어도 삶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 소중한 기억은 금방 닳기 때문에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추억은 가지고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체감할 수 있도록 등에 메고 다니거나, 가방에서 책을 꺼낼 때 이따금 눈이 마주치도록 하거나, 손이 긁힐 수 있게 새로 출력해서 종이의 사면을 날카롭게 한다거나. 좋은 기억에 관한 트리거를 덫이나 지뢰처럼 심어 두는 것이다. 소중한 기억이 지뢰처럼 계속 폭발할 수 있도록. 그러면 소중한 비밀은 일회성에서 벗어나 간헐적으로 나를 미움에서 구출할 수 있다._〈본문 18쪽〉

둔함 존버 vs 예민 존버
“둔함 존버 vs 예민 존버의 교전이군.” 나는 케첩이 없는 밍밍한 감자튀김을 집어먹었다. “왜 우리는 어딜 가나 대치 중이냐….” 정강이가 더블 치즈버거를 한입 베어 물며 말했다. 우리는 예민함으로 존버했고, 나머지 인간들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둔함으로 의도치 않게 존버하는 듯했다. 맥도날드 2층의 사람들은 다 같이 어떤 종류의 존버를 행하고 있었고, 나는 1층에 내려가서 케첩을 받아 오지 않는 케첩 존버까지 해내고 있었으며, 내 친구는 케첩이 아닌 일에 대비하지 않는 비(非)케첩 무대비 존버를 하고 있었다._〈본문 38쪽〉

별거 없어서 계속 보게 되는 타인의 일상
중심 사건에서 풀려난 이야기들은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며 여러 공간에 심어진 채 자라나기 시작한다. 브이로그는 우리 삶에, 흥미진진한 서사가 없다는 지독한 사실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큰일이나 서사는 눈길을 끌지만 휘발성이 커서 금방 우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별게 있어서 보기 시작한 것들은 별게 없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게 하지만 일기적인 일화들을 사소하고 감각적으로 쌓아 올린 브이로그는 아무것도 아님을 지속하는 힘과 별거 없음에 내성을 쌓도록 도와준다._〈본문 43쪽〉

나에 관한 항의
사랑받으면 장땡이지, 하는 생각으로. 시나 일기, 내면의 것을 토해 낸 것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다. 나는 누군가 그런 식으로 나를 사랑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 뒤틀리고 왜곡된 사랑법은, ‘나를 알면 상대가 떠날 것’이라는 불안에 기반한 중증의 방어 기제인 동시에 ‘네가 나를 알아볼 리 없다’는, 타인의 이해력을 신뢰하지 않는 오만함에 기반한다. “넌 겁쟁이지? 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표현할 줄 모르고, 진지한 관계를 두려워하지? 넌 왜 왜 뭔가를 바라도록 너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 누군가 나에게 항의했다. _〈본문 61-62쪽〉

픽션 일기) 은행 일기 1
그런데 꿈에서 무도수는 나와의 대화를 거부하려는 듯 앞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나는 그 애의 뒷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자신이 나를 보지 않는 모습을 내게 보여 주려고 애쓰는 것 같았고, 나는 그 노력에 상처받았다. 꿈에서 무도수는 모자를 거꾸로 쓰고 있었고, 안경은 안 쓰고 있었다. 나는 그 애가 안경을 안 쓰고 있을 때를 더 좋아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나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경을 쓴다는 건 나보다 더 자세히 볼 게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 친구에게 그건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습마저 좋아했다. 나는 걔가 나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좋았다._〈본문 83-84쪽〉

우리가 원하는 불행은 절대 안 줘
이따금 나는 거래 기도를 한다. 내 정신이 허락하는 예산 범위 안에서 불행을 교환을 해보자는 외교 전략이다. 건드리면 죽을 단 하나의 급소, ‘절대 견디지 못할 불행 하나만 빼고 나머지는 괜찮으니 다른 걸 건드리십쇼’라고 말하는 불행 장사다. 이 불행을 내놓을 테니 다른 불행을 달라고, 내가 팔 수 있는 불행들을 장사판에 부려 놓고 골라 보라는 것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우리의 거래가 성사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 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알아냈으니 정확히 그것을 건드리는 것이다._〈본문 109-110쪽〉
타존감
나는 확신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는 사람은 관계도 사랑도 얼버무릴 것만 같다. ‘널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 ‘널 안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앞으로 내가 부자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저 나무가 노란색인지 파란색인지 잘 모르겠어.’ 어차피 확실한 건 세상에 없으니까 뭐든 잘 안다고 말이라도 해 주는 사람이 좋다. “나을 겁니다. 3개월만 지나면 흉터도, 그때 입은 상처도, 기억도, 말도, 눈빛도 다 잊을 겁니다. 그럴 겁니다.” 나는 의사가 내가 믿지 못하는 걸 대신 믿어 주는 사람이었으면 했다._〈본문 163-164쪽〉

최고의 휴식
사랑은 은행 어플 같다. 은행 어플은 사용할 때마다 “○초 후 로그아웃됩니다. 연장하시겠습니까?”라는 알람이 뜬다. 그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 “연장 버튼이 어딨지?” 다급하게 찾아 몇 분을 더 연장한다. 아침에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저녁이 되면 사랑은 몇 초 후 로그아웃되기 때문에 어서 연장 버튼을 찾아 눌러 대야 한다. 그래서 사랑은 때로 연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_〈본문 170쪽〉

말씹러와 거인
“제가! 돼지를 잃어버렸습니다!” 내가 외쳤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무슨 색이죠?” 나는 안심했다. 그 사람의 말투에서 미루어 보아 그가 이미 어떤 돼지인지 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나쁜 사람(다섯 살 꼬마가 잃어버린 돼지를 훔치려는 못된 어른)일 수도 있으므로 자신들이 보호 감찰 중인 새끼 돼지를 위해, 먼저 나의 신상을 확인하려는 듯했다. “복숭아색 피부.” 나는 대답했다. “무엇과 같이 있었죠?” 그가 물었다. “걘… 혼자인데… 늘 그랬는데….” “그물과 함께 있었죠.” 그가 나무라듯 말했다. “아…! 맞아요. 베이지색 그물.”_〈본문 175-176쪽〉

질문에 관하여
나는 이따금 설명하기 어려운 예감에 사로잡힌다. 예감의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사건일 수도 있는데 대체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누가 다가올 거란 예감. 그 사람으로 인해 내 인생의 시즌2가 시작될 것 같다는 느낌. 드라마의 시즌1이 마무리되고 시즌2가 시작될 때, 주인공만 유지되고 나머지 주연들이 교체될 때가 있다. 주인공은 시즌1의 주역들을 잊은 것처럼 살아가고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그럴 땐 주인공이 괘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찾아오는 어떤 예감은 바로 이런 느낌이다. 익숙한 세계의 한 장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모험이 펼쳐질 거라는 느낌._〈본문 195-196쪽〉

출판사 서평

브이로그 하는 92년생 시인 문보영, 최선을 다하는 삶과 대충 사는 삶 사이에서 ‘존버’의 삶을 쓰다 책 쓰고, 춤추고 ,일기 딜리버리도 하고, 브이로그도 하고, 1인 문예지도 만들고 전국 북토크도 다니고…. 실제 문보영 시인의 일상을 이렇게 요약하면 정말 뭔가 많은 일을 벌인 것만 같다. 시인은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뭐해?” “아무것도 안 하지.” 별거 안 하고 있었지만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더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제야 “그렇게 매일 많은 일을 하고도 안 힘드냐?”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삶과 대충 사는 삶 사이에서 박쥐처럼 오락가락하며 어물쩍 살아가는 존버의 삶. 준최선에서 한 계단만 오르면 최선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에 조금만 더 힘을 쓰면 진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계단 내려와서 쉬고. 최선이 비켜난 자리에는 친구나 여유, 딴생각과 재미, 그리고 소중한 것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문보영 시인은 마치 놀면서 바운스를 유지하듯 한 발 한 발 가볍게 내디뎌보자고 이야기한다. “테이블 위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커피를 다 마시자 직원이 다가와 이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겠다고 했다. 커피를 마셨는데 또 커피를 준다니. “역시 하늘은 좋아.” 인력거가 말했다. “맞아. 맞아. 중국 식당 같네. 고급 중식집에 가면 현란한 요리가 나오고, 식사를 끝내면 주방장이 방으로 들어와서는 “식사는 뭘로 하시겠어요?” 하고 묻잖아.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시작을 주는 곳이 하늘인가 봐.””(본문 29-30쪽) “너무 힘들 땐 멀리 보지 말고 땅만 보고 달려, 그러면 어느 순간 끝나는 지점에 와 있어” 내일 일은 ‘내일의 내가’ 해줄 테니, ‘오늘의 나’에게만 집중해보자 하루를 살아내기도 버거운 순간이 있다. 너무 힘들고 숨이 막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은 순간들. 정말 힘이 들 때는 너무 멀리 내다보면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럴 땐 아무 생각 없이 일단 간다. 오늘 하루만, 딱 지금 이 순간만, 당장 눈앞에 닥친 일만 하나씩 하다 보면 꼬인 실타래가 풀리듯 어느새 지나가고 끝이 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의 하루 일과를 총4부로 나누어 담았다. 너무 먼 미래를 계획하지도, 일주일 뒤를 고민하지도, 내일 일을 걱정하지도 말고 그냥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자는 마음에서. 이 책에서 시인은 간헐적으로 행복하다. 때론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걸음마 하듯 일상을 연습한다. 가령 ‘가장 강렬하고 끈질길 정도로 짧았던 한순간에 관한 일기’를 백팩에 넣어 등과 맞닿게 해 매일 상기시키기도 하고, 가내 수공업자가 되어 가족들과 거실에 도란도란 앉아 독자들에게 보낼 편지에 스티커를 잔뜩 붙이기도 하고, ‘제발 그것만은…!’ 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꼭 집어 가져가는 신(神)을 원망하기도 하고, ‘반려돈(돼지 인형)’ 말씹러와 제주도에 워크샵을 가서 말씹러를 잃어버렸다 되찾아 울컥해하기도 한다. 언젠가 시인은 친구와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가 2층 베란다에서 걷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저 사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적어도 저 사람은 뭔가를 하고 있잖아. 이 세상이 커다란 러닝머신일지라도, 누군가 우리를 보며 ‘저 인간들 제자리에서 뛰고 있네’라고 비웃을지라도, 나는 어디론가 가고 있기 때문에 주저앉지 않을 수 있었어. 어딘가에 당도하지 않더라도 그냥 간다는 느낌이 좋아서, 그런 순간들이 시간을 건너게 해주니까.” 여기에 저자의 삶의 태도가 온전히 담겨 있다. 애써 당장 무엇을 해내지 않더라도, 제자리걸음하는 것 같아도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간직하고 조금씩 꾸준히 걷는 게 일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상처도 너무 가까이서 보면 그게 뭔지 모르게 되어 버려. 사랑도 너무 가까이서 보면 그게 뭔지 모르게 되어 버려. 가끔은 내가 나의 불행을 내동댕이칠 필요도 있어. 닥치는 대로 살고 잊어버리자. 나는 일기장에 적었다. 그리고 의사가 남긴 마지막 말도. “어느 순간 “어! 사라졌네?” 할 겁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죠.””(본문 166-167쪽) 때론 찌질하고, 때론 용기 있는 어느 시인의 “일상 고투기”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한 사소한 연습 이 책은 어느 시인의 ‘존버’하는 일상이자 “인생 고투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수필로, 소설로, 시로서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짓궂고, 때로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찌질이’나 ‘아싸’가 되어 좌절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행복하고 좋았던 순간뿐 아니라 뒤틀리고 왜곡된 순간의 기분이나 행동 또한 진솔하게 고백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면 깊숙한 곳의 ‘어둡고 못된 나’를 적확하게 꼬집어 끌어올린다. 그의 내면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지닌, 스스로 의심하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꼬이고 뒤틀린 자아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에서 시인은 그런 자기 자신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하고 “따뜻하지만 냉소를 남기는 사람인 것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그런 거 같아요. 정말 그렇군요” 하고 미소 지으며 대답하기도 한다. 그에게 손 내미는 어떤 새로운 인연에 ‘인생 시즌2’를 기약하기도 하고 힘든 일을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공감하고 함께 눈물짓게 한다. 섬세하고 순수한 사람이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한 행위, ‘세상은-’ 하고 외치는 공허하고 거대한 말보다 작고 사소한 것들을 돌아보며 사랑하는 연습들. ‘혼자서 아무 생각 안 하고 멍 때리기’ ‘좋은 것 보기’ ‘일기 쓰기’ ‘친구와 타로 보러 가기’ ‘금방 사라져버리는 소중한 기억을 관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기’ 등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느 작고 여린 시인의 마음에 거인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바탕 드라마가 지나가고 지금은 다음 시즌 사이의 휴식기 같다. 감독은 시즌 2의 배우를 캐스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배우들에 대한 예감은 친구들에 대한 예감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뽕따유가 뭐야?” 나는 노이즈캔슬링에게 문자를 보내려다가 말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남겨 두는 한 세상에 대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누가 날 찾아올 거야. 타인에 대한 막연한 느낌. 나는 아직 만나 본 적도 없는 그 사람을 기억하려 애쓴다. 마치 미래를 이미 겪어 본 사람처럼. 그런 기분 좋은 예감에 사로잡힌다.”(본문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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