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지난 6년간의 헌법재판 역사를 기록하고, 임명에서부터 퇴임까지의 소회를 담은 책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재판관 임명장, 취임 및 퇴임사, 헌법재판관으로서 국외출장을 가서 발표한 연설문 등도 수록하였습니다. 작금의 헌법재판소에는 1년에 3,000여 건의 사건이 접수되어 수많은 결정이 내려지고 있지만, 이 책에는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재임 중에 선고한 사건 가운데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고, 그 중 저자가 소수의견이나 보충의견을 개진하였던 사건을 중심으로 추려 모았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 주요 쟁점을 색인으로 만들어 찾아보기 싶도록 책 마지막에 삽입하였습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 연보 발간사 헌법재판소 주요결정 (2019~2024) [2019년] 1.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1항 등 위헌확인 등 [2019. 2. 28. 2017헌마403, 2017헌바372·515(병합)] 2.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 위헌제청 [2019. 4. 11. 2018헌가14] 3.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 등 위헌확인 [2019. 4. 11. 2018헌마221] 4.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15조의2 제1항 위헌확인 등 [2019. 7. 25. 2017헌마1038·1180(병합)] 5. 조세범 처벌법 제15조 제1항 위헌소원 [2019. 8. 29. 2018헌바265·266(병합)] 6. 식품위생법 제7조 제4항 등 위헌소원 [2019. 11. 28. 2017헌바449] 7.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등 위헌소원 등 [2019. 11. 28. 2017헌바504, 2018헌바336(병합)] 8. 구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42조 제1항 전문 위헌소원 [2019. 11. 28. 2018헌바455] 9. 평가인정 학습과정 운영에 관한 규정 제2조 제2항 제2호 등 위헌확인 [2019. 11. 28. 2016헌마40] 10. 공직선거법 제8조의5 제6항 등 위헌확인 [2019. 11. 28. 2016헌마90] 11.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2조 제1항 위헌확인 [2019. 11. 28. 2017헌마399] 12.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 등 위헌소원 [2019. 12. 27. 2014헌바381] 13. 형법 제105조 위헌소원 [2019. 12. 27. 2016헌바96] 14.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42호 위헌확인 등 [2019. 12. 27. 2017헌마1366, 2018헌마1072(병합)] 15. 정치자금법 제6조 위헌확인 [2019. 12. 27. 2018헌마301·430(병합)] [2020년] 16.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위헌제청 [2020. 2. 27. 2015헌가4] 17. 구 법인세법 제1조 제1호 등 위헌소원 [2020. 2. 27. 2017헌바159] 18. 도로교통법 제63조 위헌확인 [2020. 2. 27. 2019헌마203] 19. 지방세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다목 2) 등 위헌제청 등 [2020. 3. 26. 2016헌가17, 2017헌가20, 2018헌바392(병합)] 20.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등 위헌소원 등 [2020. 3. 26. 2017헌바129, 2018헌바93(병합)] 21. 구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2020. 4. 23. 2018헌바402] 22. 의료법 제8조 제4호 등 위헌소원 등 [2020. 4. 23. 2019헌바118·171·176(병합)] 23. 법관 및 법원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칙 제3조 제5항 위헌확인 [2020. 4. 23. 2017헌마321] 24. 정당법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등 위헌확인 [2020. 4. 23. 2018헌마551] 25.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간의 권한쟁의 [2020. 5. 27. 2019헌라1] 26.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간의 권한쟁의 등 [2020. 5. 27. 2019헌라3, 2019헌라2(병합)] 27.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 위헌소원 [2020. 5. 27. 2018헌바465] 28.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등 위헌확인 [2020. 5. 27. 2017헌마1326] 29. 구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8호 위헌제청 [2020. 6. 25. 2019헌가9·10(병합)] 30. 충청남도 등과 행정자치부장관 등 간의 권한쟁의 [2020. 7. 16. 2015헌라3] 31.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 등 위헌제청 [2020. 8. 28. 2017헌가35, 2019헌가23(병합)] 32. 지방세법 제10조 제2항 단서 등 위헌소원 [2020. 8. 28. 2017헌바474] 33. 군인보수법 제2조 제1항 위헌확인 [2020. 9. 24. 2017헌마643] 34. 병역법 제34조 제3항 단서 위헌확인 등 [2020. 9. 24. 2019헌마472·473·474·511·696·697·698·950(병합)] 35.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2호 위헌제청 [2020. 10. 29. 2019헌가15] 36. 장애인시험용 이륜자동차 미비치 위헌확인 [2020. 10. 29. 2016헌마86] 37. 구 지적법 제34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20. 12. 23. 2019헌바484] 38.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 제3호 위헌확인 [2020. 12. 23. 2019헌마502] [2021년] 39.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 위헌확인 등 [2021. 1. 28. 2018헌마456, 2020헌마406, 2018헌가16(병합)] 4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위헌확인 [2021. 1. 28. 2020헌마264·681(병합)] 41. 공직선거법 제57조의6 제1항 등 위헌제청 [2021. 4. 29. 2019헌가11] 42. 정치자금법 제27조 제1항 등 위헌확인 [2021. 5. 27. 2018헌마1168] 43. 구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등 위헌제청 [2021. 6. 24. 2017헌가31] 44. 보안관찰법 제2조 등 위헌소원 [2021. 6. 24. 2017헌바479] 45.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 [2021. 6. 24. 2018헌마1103] 46. 세무사법 제3조 등 위헌확인 등 [2021. 7. 15. 2018헌마279·344, 2020헌마961(병합)] 47. 공탁규칙 제20조 제2항 제5호 위헌확인 [2021. 8. 31. 2019헌마516·586·768, 2020헌마411(병합)] 48. 행정부작위 위헌확인 [2021. 9. 30. 2016헌마1034] 49. 구 약사법 제47조 등 위헌소원 [2021. 10. 28. 2019헌바50] 50.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부칙 제2조 위헌확인 [2021. 10. 28. 2019헌마106, 1049] 51. 삼보일배 행진 제지행위 등 위헌확인 [2021. 10. 28. 2019헌마1091] 52. 상표권압류기입등록거부처분취소 [2021. 10. 28. 2020헌마229] 53.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 위헌확인 [2021. 11. 25. 2017헌마1384, 2018헌마90, 145, 391(병합)] 54.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 제27조 등 위헌확인 [2021. 11. 25. 2019헌마534] 55.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소원 [2021. 12. 23. 2018헌바198] 56.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3 제4항 등 위헌소원 [2021. 12. 23. 2018헌바524] 57. 구 약사법 제50조 제1항 본문 위헌소원 등 [2021. 12. 23. 2019헌바87, 2020헌바409(병합)] 58. 최저임금법 제6조 제4항 등 위헌확인 [2021. 12. 23. 2018헌마629, 630(병합)] 59. 의료법 제82조 제3항 등 위헌확인 [2021. 12. 23. 2019헌마656] 60. 대구교육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 제23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 [2021. 12. 23. 2019헌마825] [2022년] 61. 국회법 제54조의2 제1항 본문 위헌확인 등 [2022. 1. 27. 2018헌마1162, 2020헌바428(병합)] 6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8조 제4항 위헌확인 등 [2022. 2. 24. 2018헌마1010] 63. 사립학교법 제53조 제3항 단서 위헌소원 [2022. 3. 31. 2018헌바522] 64.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전단 위헌확인 등 [2022. 3. 31. 2017헌마1343, 2019헌마993, 2020헌마989, 1486, 2021헌마1213, 1385(병합)] 65. 예비군법 제15조 제10항 전문 위헌제청 [2022. 5. 26. 2019헌가12] 66.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3조 제2항 등 위헌확인 [2022. 5. 26. 2021헌마619] 67. 기소유예처분취소 [2022. 5. 26. 2020헌마1275] 68. 공직선거법 제57조의6 제1항 본문 등 위헌제청 [2022. 6. 30. 2021헌가24] 69.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 위헌소원 [2022. 7. 21. 2018헌바164] 70. 공직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소원 등 [2022. 7. 21. 2018헌바357, 2021헌가7(병합)] 71. 재판취소 등 [2022. 7. 21. 2013헌마496] 72. 통신자료 취득행위 위헌확인 등 [2022. 7. 21. 2016헌마388, 2022헌마105·110·126(병합)] 73. 영유아보육법 제16조 제8호 등 위헌확인 [2022. 9. 29. 2019헌마813] 74. 민법 제80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22. 10. 27. 2018헌바115] 75.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 등 위헌확인 [2022. 11. 24. 2020헌마417] 76.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 제1호 단서 위헌소원 [2022. 11. 24. 2020헌바463] 77. 공증인법 제10조 제2항 등 위헌확인 [2022. 11. 24. 2019헌마572] 78. 육군훈련소 내 종교행사 참석 강제 위헌확인 [2022. 11. 24. 2019헌마941] 79.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위헌소원 [2022. 12. 22. 2020헌바39] [2023년] 80.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의2 제1항 위헌소원 [2023. 2. 23. 2019헌바43] 81.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 위헌소원 [2023. 2. 23. 2020헌바11·12·13·77·78·312·388·464·465·512, 2021헌바45·56·69·78·81·87·93·98·147·197·209·210·211·212·213·214·215·216·217·287·288·296·299·326·334·335·423, 2022헌바23·125·151·158·161·196·205·224·236·272·278·279·283·312·316(병합)] 82.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 위헌확인 등 [2023. 2. 23. 2021헌마374·743·1043(병합)] 83.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위헌제청 [2023. 3. 23. 2020헌가1, 2021헌가10(병합)] 84. 남양주시와 경기도 간의 권한쟁의 [2023. 3. 23. 2020헌라5] 85. 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2023. 3. 23. 2022헌라2] 86. 법무부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2023. 3. 23. 2022헌라4] 87. 수형자 접견 제한 위헌확인 [2023. 3. 23. 2021헌마115] 88.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 위헌확인 [2023. 6. 29. 2019헌마227] 89.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1항 제6호 등 위헌제청 [2023. 10. 26. 2023헌가1] 90. 국회의원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2023. 10. 26. 2023헌라2] 91. 국회의원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2023. 10. 26. 2023헌라3] 92.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2023. 10. 26. 2020헌마93] [2024년] 93. 의료법 제27조 제1항 등 위헌소원 [2024. 2. 28. 2019헌바239] 94.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항 위헌제청 [2024. 3. 28. 2020헌가10] 95. 민법 제1003조 제1항 위헌소원 등 [2024. 3. 28. 2020헌바494, 2021헌바22(병합)] 96. 구 지방자치법 제4조 제3항 위헌소원 [2024. 3. 28. 2021헌바57] 97.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헌확인 [2024. 3. 28. 2020헌마387] 98. 군인사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위헌확인 등 [2024. 3. 28. 2020헌마1401, 2021헌마973(병합)] 99. 민법 제1112조 등 위헌제청 등 [2024. 4. 25. 2020헌가4·14, 2021헌가11·15·26·29, 2022헌가11·12·17·30·38·43, 2023헌가7·22, 2020헌바295·342·351·353·502, 2021헌바15·16·43·72·91·193·255·256·275·277·386, 2022헌바6·29·35·55·111·134·152·267·315, 2023헌바43·109·156·229·309·414·415, 2024헌바38(병합)] 100.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1호 가목 단서 위헌소원 [2024. 4. 25. 2020헌바322] 101. 주민등록법 제24조 제2항 위헌확인 등 [2024. 4. 25. 2020헌마542] 102. 검사(안동완) 탄핵 [2024. 5. 30. 2023헌나2] 103. 민법 제1014조 등 위헌확인 [2024. 6. 27. 2021헌마1588] 104.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44조 등 위헌확인 [2024. 7. 18. 2020헌마1434] 105. 법원조직법 제43조 제1항 제5호 위헌확인 [2024. 7. 18. 2021헌마460] 106. 개별소비세법 제1조 제3항 제4호 위헌소원 [2024. 8. 29. 2021헌바34] 107.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등 [2024. 8. 29. 2020헌마389, 2021헌마1264, 2022헌마854, 2023헌마846(병합)] 부 록 1. 헌법재판관 임명장 (2018) 2. 재판관 취임사 (2018) 3. 공무국외출장 발표문 (몽골, 2019) 4. 공무국외출장 발표문 (독일, 2019) 5. 공무국외출장 발표문 (태국, 2024) 6. 재판관 퇴임사 (2024) 7.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식 축사 (2025) 8. 수록 헌법재판소 결정 주요 쟁점 색인

발 간 사

저는 지난 2024. 10. 17.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 6년간의 소임을 마치고 퇴임하였습니다. 재임하였던 지난 6년간(2018. 10. 18.~2024. 10. 17.) 다양하고 중요한 결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나름의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비루(鄙陋)하고 천학비재(淺學菲才)한 인품 탓에 매 사건 타당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자부하지는 못하지만, 9명의 현자로 칭송되는 재판관 중 한 사람으로서 재판 업무에 부족함이 없도록 매사 신중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재임 중 헌법재판 절차 및 주요 결정례 소개의 특강을 진행하면서, 또 퇴임 후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좌교수로 부임하여 후학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국민들과 젊은 학생들이 헌법재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강을 하면서 헌법재판에 관한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그 질문의 성격과 깊이를 보았을 때, 국민들이 관심 있는 사건의 결정문만 읽어보는 것만으로는 평소 갖고 있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야 정당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빈부격차나 남녀차별, 이념과 진영 논리의 대립, 세대 간·지역 간 갈등 등도 해소되기는커녕 날로 심화되는 일로에 있으니,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사회 현실문제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어 갈등이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면서 이러한 궁금증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판관으로 재임 중 우리 사회에 부각된 주요 문제(agenda)에 대하여 최종결론을 내렸으나, 국회나 우리 사회가 우리 헌법재판소의 결론에 터 잡아 안정화되기는커녕 더욱 혼란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현상이 여전히 있는 것이지요. 특히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그 결정 취지에 따른 개선입법을 하고 있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2002. 9. 19. 내려진 약사법 헌법불합치결정, 2019. 4. 19. 내려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외국에서는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을 ‘저스티스’(Justice)라고 부릅니다. 정의로운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에서 존중의 뜻으로 붙여준 것으로 이해합니다. 미국의 법학자 러셀 갤러웨이(Russell W. Galloway) 교수는 “법은 누구 편인가”(Justice for All? : The Rich and Poor in Supreme Court History, 1790-1990) 라는 책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역대 판결을 분석하여 연방대법원은 시대에 따라 부자의 시녀, 가난한 사람의 대변인, 이익집단 간의 조정자 등 서로 다른 3개의 역할을 했던 기관이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명칭은 대법원이나 우리 헌법재판소와 같이 헌법재판을 주로 하는 최고 사법기관이고, 9명의 연방대법관들의 임기는 종신(終身)으로, 이들은 권위를 최고로 존중받으면서 다양한 정치·사회적 분쟁을 판결로 최종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갤러웨이 교수처럼 역대 헌법재판소 결정을 분석하여 시대에 따라 헌법재판관들이 어떤 입장을 고수하면서 첨예한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였는지에 관한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는 이 책이 일반 국민들에게 헌법재판관들의 고민과 성찰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소개하는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껏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관한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국론이 계속 분열되는 현상이 만연하였습니다만,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의를 대변하는 재판관이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그 취지에 터 잡은 이해와 공감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안정의 길로 가기를 희망해 봅니다.
이 책은 저의 지난 6년간의 헌법재판 역사를 기록하고, 또 저의 소회를 수록한 책입니다. 저는 국회 선출 몫의 재판관이므로 국회 선출을 거쳐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재판관 임명장, 취임 및 퇴임사, 헌법재판관으로서 국외출장을 가서 발표한 연설문 등도 수록하여 재판관 활동에 따른 역사성을 살리고, 저의 각오도 새삼 되짚어 보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작금의 헌법재판소에는 1년에 3,000여 건의 사건이 접수되어 수많은 결정이 내려지고 있지만, 이 책에는 저의 재임 중에 선고한 사건 가운데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나뉘고, 그 중 제가 소수의견이나 보충의견을 개진하였던 사건을 중심으로 추려 모았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하고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였더라도 전원일치의 의견에 이른 사건이나 저의 의견이 법정의견이 된 사건들은 이 책에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2021. 10. 28. 선고된 법관(임성근) 탄핵 사건(2021헌나1, 각하), 2023. 2. 23. 선고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위헌제청 등 사건(2021헌가9,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및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 중 해당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선고한 사건), 2023. 3. 23. 선고된 기획재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중 일부 위헌확인 사건(2019헌마1399,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 금지조치 등의 위헌성을 다툰 사건으로서 기각결정 선고), 2023. 7. 25. 선고된 행정안전부장관(이상민) 탄핵 사건(2023헌나1, 기각), 2024. 6. 27. 선고된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하도록 한 형법 제328조 제1항 등 위헌확인 등 사건[2020헌마468, 2020헌바341, 2021헌바420, 2024헌마146(병합), 헌법불합치], 2024. 8. 29. 선고된 검사(이정섭) 탄핵 사건(2023헌나4, 기각) 등이 수록되지 아니한 대표적인 결정례입니다.
아홉 분의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뉜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이 많으며, 다양한 해석과 결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어떤 때에는 다수의견으로서 법정의견의 편에 서고, 어떤 때에는 법정의견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내었지만, 어떠한 의견을 내었던 간에 그 근원에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에 제동을 걸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공익을 우선으로 생각하였지만, 개인의 기본권이 수인한도를 넘을 정도로 침해됐을 때, 또 국민의 상식과 배치되거나 불편한 생활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과감히 소수의견을 밝혀 기본권을 보호하고자 하였습니다. 국회의 입법재량권을 존중하여 현행 법률의 합헌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장차 바뀌어 나아갈 방향이나 대안의 제시가 가능할 때에는 위헌의견을 내거나 대안을 제시함에 주저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우리의 헌법 정신이나 규범과 사회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있어 이를 시정하여 상호 일치를 이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였음에도, 재판관 전원이 일치해 시정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해외 출장 중 만난 서구 국가의 재판관들은 헌법재판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재판관들 간의 의견이 분열되지 않도록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여 의견의 일치를 모아 선고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누어지는 경우, 국론이 분열되어 사회 통합이나 갈등의 치유가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매우 타당하고 지혜로운 생각입니다. 우리 재판소도 의견이 서로 다를 때 자신의 논리를 잘 설명하여 다수의견이 되도록 노력하는 점은 외국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대 재판관들에 대한 설득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개개 재판관들의 소신이 완고하여서인지 최종적으로 의견통일을 이루지 못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 역사상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조항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건이 4차례 다루어진 바 있는데, 3번째까지는 합헌이었지만 마지막 4번째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과 같이(헌재 2015. 2. 26. 2009헌바17 사건 참조) 어제의 소수의견이 수년이 지나 법정의견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때그때의 재판관들의 의견을 통일시키는 것은 실로 지난한 일이고, 소수의견이라 하여 일방적으로 무시할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소수의견이 항상 옳다고 단정해서도 안 될 것 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1973년에 선고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에서는 임신 여성의 헌법상 낙태권을 폭넓게 인정하였다가 50년 뒤인 2022년의 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판결에서는 로 앤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주 정부가 낙태 금지법을 제정하는 형식으로 낙태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국민의 분열을 초래한 것을 보면, 재판소의 결정은 만고불변한 진리가 아니라 시대가 변하고, 재판관들의 구성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제가 재임 중 관여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한 평의 내용과 그 뒷이야기를 수록하면 보다 흥미진진하고 이해와 설득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법에 위반되는 것이고, 한편으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무미건조하더라도 의견이 나뉜 헌재 결정문 전문을 그대로 수록하는 데 그치기로 하였습니다. 갈라지는 의견 중 어느 견해가 더 타당하거나 적절한지는 결정을 읽으시는 독자께서 스스로 판단하실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먼 훗날 학자와 역사가가 평가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의 의견이 집약된 결정 내용을 통하여 소수의견이 담고 있는 기본권 보호 정신이 장차 더 확산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며, 이로써 대한민국은 보다 탄탄한 민주국가, 법치국가로 성장할 것입니다.
재판관으로 재임하는 6년 내내 도움을 주신 동료 재판관님과 헌법연구관님들, 또 그 밖의 헌법재판소 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헌법재판 업무에 헌신적인 헌법연구관님들의 불철주야 지대한 협력과 도움이 없었다면 재판소가 발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분들의 앞날에 행복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기초 자료를 수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정상언, 김관훈 비서관과 출판을 기꺼이 맡아 주신 고시계사의 정상훈 사장님께도 감사를 올립니다.

2025. 6. 어느 봄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석좌교수 이 영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