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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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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심혁주
출판사 : 궁리
2019년 04월 22일 출간  |  ISBN : 895820592X  |  304쪽  |  규격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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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보이지 않는 존재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티베트로의 여정! 독수리의 밥으로 사람의 시신을 공양한다는 티베트 조장(鳥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관련 저서들을 활발하게 펴낸 한림대 심혁주 교수의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는 그간 저자가 티베트에서 보고 듣고 상상한 이야기들을 소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길고 긴 실타래처럼 풀어놓은 책이다. 1부 ‘소리는 고독하지 않다’에서는 디지털의 포로가 된 저자가 소리의 친구로 살고 있는 티베트 라마승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질과 소유, 속도와 빛나는 것을 향해서만 박수를 치는 혀의 세상에서 그들이 소중히 하는 귀의 세상을 이야기했다. 2부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실화이자 상상의 내용을 써내려간 것으로, 죽어가는 혹은 이미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를 둘러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글 속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었던 소리와 냄새의 내면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심혁주 티베트학자 대만 국립정치대학(國立政治大學)에서 독수리의 밥으로 사람의 시신을 공양한다는 티베트 조장(鳥葬)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시절 100년 만에 왔다는 대지진을 경험하고 50년 만에 왔다는 홍수에 휩쓸리고 나서 ‘죽음과 내일 중에 어느 것이 더 빨리 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티베트 속담을 믿게 되었다. 시(詩)를 좋아하고 시인(詩人)을 존경한다. 물질과 소유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아기와 같은 발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쏟아낸 글을 보고 있으면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질투하고 화난 상판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티베트에는 시인과 시집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마음, 소리, 냄새, 죽음, 사랑, 영혼, 환생, 시신, 뼈, 피 이런 것들을 평생 시어(詩語)로 부리는 사람들과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지은 시집(경전)이 항상 바람에 휘날린다. 그들은 자연을 쪼개어 살지 않고 바람이 부는 자연에 들어가 산다. 나는 그들의 시가 그리워 거의 매년 티베트에 간다. 그곳에서 걷고, 웃고, 울고, 고독하고, 우울해하면서 피와 살을 고르는 시인들을 만나고 그들이 사는 집에 머문다. 그러다 어떤 슬픈 뼛조각이나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그걸 기록하고 글을 쓴다. 연세대, 명지대에서 강의했고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호수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춘천에서 살고 있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에서 HK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목차]

시작하며 프롤로그 1부 소리는 고독하지 않다 1ㆍ소리의 탄생 2ㆍ낮과 밤, 황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3ㆍ소리의 시간, 듣기의 시간 4ㆍ소리학교 5ㆍ인터뷰: 달이 내려앉은 그곳에서 2부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1ㆍ곱사등이, 다와 2ㆍ동물의 소리를 알아듣는 소년 3ㆍ할머니의 춤 4ㆍ아빠의 울음 5ㆍ귀를 위하여 6ㆍ새의 하루 7ㆍ너의 뼈가 필요해 8ㆍ해부마스터 에필로그 저자 후기 감사의 말 / 주 / 참고문헌

[책속으로]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나를 알아주는 것인가? 소유와 물질을 과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뜨거운 피인가? 큰소리로 지식을 파는 것인가? 그런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의 본질을 ‘소리’와 ‘냄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움직이고〔動〕, 움직이기 때문에 소리〔聲〕를 내고, 소리를 내기 때문에 냄새〔?〕를 발산하고 그리고 타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소리와 냄새를 가지고 말이다.
3년 전, 티베트에서 기운이 없는 노을을 바라보는데 머릿속에서 뭔가 떠오르더니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누구신가요? 하고 물었다. 그 떠오른 무엇은 대답을 하지 않고 빙빙 돌더니 오히려 나에게 묻는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가득한가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티베트. 그건 아마도 티베트일 거예요.
-본문 5쪽

티베트로의 여행은 보이지 않는 존재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시간이다. 깊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불교사원에 들어가면 더욱 그러하다. 하늘에 점처럼 박힌 사원 안에서 나는 돌담 밑으로 가앉는다. 고개를 올려 구름을 본다. 그럼 기분이 말랑해진다. 밤에는 별과 달을 번갈아 마신다. 기분은 낮보다 더 좋아진다. 그러다가 라면처럼 쪼글한 이마의 주름을 가진, 하지만 사슴의 미소를 지닌 라마승 할아버지가 붉은 치마를 살랑이며 다가와 내 옆에 앉으면 설렌다. 가만히 앉은 그에게서 어떤 소리와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할아버지가 나의 팔을 붙잡고 사원의 더욱 깊은 곳으로 데려가면 더욱 황홀할 일이다. 사원을 나와 초원이나 마을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목적 없이 바라본다. 조용히. 하루 종일.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다.
-본문 8쪽

저자: 이곳에서는 매일 소리내어 경전을 읽는데,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나요?
쒀바(니종사원 책임자): 제가 생각하기에 수행의 처음이자 끝은 ‘소리내어’ 불경을 읽는 겁니다. 소리와 소음은 확연히 다릅니다. 소리는 따뜻하고 정(情)이 있지만 소음은 들을수록 불쾌하죠. 소음을 듣노라면 몸의 균형이 흩어집니다. 우리가 소리내어 경전을 읽는 이유입니다. 몸과 정신의 균형 찾기랄까요.

저자: 그럼, 이곳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소리내기(훈련)를 하나요?
쒀바: 그렇습니다. 영적인 길을 가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때때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현상의 소리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자신의 목소리 상태가 어떤지를 우선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갈라지는지, 울리는지, 퍼지는지, 부드러운지, 날카로운지… 저마다 다른 고유의 주파수가 있는 거죠.
-본문 83쪽

이제 다와는 걸을 때마다 호흡이 힘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원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지치고 피곤해서 주저앉아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날이 갈수록 견딜 만했다. 걸음걸이도 씩씩해지고 빠르지는 않지만 속도까지 낼 수 있었다. 목소리도 커졌다. 밥맛도 좋았다. 책을 읽는 것은 요령이 생겼다. 읽다보면 저절로 쉬고 끊었다 가는 곳을 찾을 수 있었고 끝나는 곳을 알 수 있었다. 문장은 어디서 끊고 어디서 쉬었다 가라는 표시가 없었지만 다와는 읽다보면 스스로 호흡이 멈추어지는 곳, 이어지는 지점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입에는 따뜻한 침이 나왔다. 얼굴이 펴지고 어깨도 가볍고 미소가 저도 모르게 흘러 나왔다. 말도 많아졌다. 누굴 만나든 떠들고 싶어졌다. 얼굴이 말랑말랑해진 느낌이 들었다. 가슴의 답답함이 없어지고 목의 불편함도 사라졌다. 코와 입으로 들숨과 날숨을 할 적마다 배가 움직이고 가슴이 움직였다. 하지만 등에서는 무언가가 여전히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곱사등이, 다와> 124쪽 중에서

털과 수염이 얼굴을 뒤덮어 양 볼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자신의 조랑말에게 다가가 뒷발을 들어 살펴보았다. 과연 굵은 가시가 박혀 있었다. 새끼 조랑말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이네. 너의 이름은 뭐니?
다시마라예요.
어떻게 알았지? 발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을.
들었어요. 새끼가 엄마에게 하는 말을요.
정말,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혹시 우리 왕자님의 병도 고칠 수 있지 몰라? 그렇지?
그건 모르겠어요. 전 의사가 아니니까요.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소년> 140쪽 중에서

[출판사 서평]

디지털의 세상, 눈과 혀가 대접받는 요즘 소홀히 하기 쉬운 ‘귀와 소리’에 관한 작은 이야기들을 담아내다! 매일 35억 명의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은 환하고 빠르며 효율성을 무기로 한다. 그 저항할 수 없는 황홀함을 맛보는 대신 우리는 무엇을 내주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빛, 물, 불, 전기, 배, 비행기, 인터넷, 우주선이 인간의 삶을 보다 편하고 빠르게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것 때문에 인류는 거기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내주어야 했다는 것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독수리의 밥으로 사람의 시신을 공양한다는 티베트 조장(鳥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관련 저서들을 활발하게 펴낸 한림대 심혁주 교수가 이번에는 그간 티베트에서 보고 듣고 상상한 이야기들을 ‘소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길고 긴 실타래처럼 풀어놓았다. 1부 <소리는 고독하지 않다>에서는 디지털의 포로가 된 저자가 소리의 친구로 살고 있는 티베트 라마승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질과 소유, 속도와 빛나는 것을 향해서만 박수를 치는 ‘혀’의 세상에서 그들이 소중히 하는 ‘귀’의 세상을 이야기했다. 2부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실화이자 상상의 내용을 써내려간 것이다. 글의 내용은 죽어가는 혹은 이미 죽은 사람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를 둘러싼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글 속의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었던 소리와 냄새의 내면으로 들어가고자 한 것이다. ‘곱사등이, 다와’는 해발 4천 미터 초원에서 만난 한 엄마가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딸을 잃고 우는 모습을 기억했다가 풀어낸 이야기이고, ‘동물의 소리를 알아듣는 소년’은 저자가 산책길에 만난 뱀에게 혼잣말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티베트의 민간고사를 떠올리며 쓴 이야기이다. ‘할머니의 춤’은 라싸에서 초원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티베트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함께 춤을 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이다. ‘아빠의 울음’은 도시로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다 병으로 죽어간 한 소녀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재탄생시킨 이야기이다. ‘귀를 위하여’는 매일 새벽 티베트의 라마승처럼 일을 나가시는 자신의 아버지의 귀를 보며 쓴 것이다. ‘새의 하루’는 사원에서 시신의 해부의식을 보려고 여러 날을 헤매다가 숲속에서 두 마리의 독수리와 마주한 기억을 떠올려 쓴 글이다. ‘너의 뼈가 필요해’는 대만 유학시절,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어떤 사람이 독수리를 어깨에 올려놓고 피리를 불며 웃고 있는 표지를 발견하고는 ‘뼈피리’를 인간들이 왜 만들려 하는지 의아해하면서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해부마스터’는 티베트에서 죽은 시신의 몸을 발라내는 해부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 글을 쓰는 동안 티베트의 초원과 야크를 그리워하며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선함, 평화로움, 사랑, 진실, 유머, 노래, 춤 등의 일상과 거기서 나오는 소리와 냄새를 내내 생각했다고 한다. 티베트는 결핍된 공간이다. 산소가 부족하고 먹을 것이 없고 연료가 다양하지 않은 하늘 아래 고원. 그곳에 가면 결핍의 공간에서 결핍된 존재들이 어떻게 하루를 견디고 무엇을 믿고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단, 눈으로 하는 관광이 아닌 소리와 냄새로 하는 감성의 여정이 되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저자가 티베트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생생하게 느낀 경험을 위축되지 않고 표현할 때 묘한 기쁨이 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기쁨은 물질과 소유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분이다. 나만이 가진 어떤 소리와 냄새를 배양할 수 있는지, 타인의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와 냄새를 감촉(感觸)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소리가 자신들의 몸과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눈과 혀가 중요하게 여겨지며, 보이지 않는 것보다 환히 보이는 것이 환영받고 혀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대접을 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서 귀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제아무리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건 우리 인간의 몸이다. 스마트폰이 업데이트된다고 우리 몸 속의 오장육부(五臟六腑)가 같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수천 년 이래로 인간의 몸과 몸의 구조는 동일하다. 그러므로 몸을 소중히 하며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눈과 혀보다는 귀를 사용하여 자신과 타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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