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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번의 만남, 백석과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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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김응교
출판사 : 아카넷
2020년 11월 30일 출간  |  ISBN : 8957337156  |  432쪽  |  규격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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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백석과 윤동주 사이에는 백석의 시집 『사슴』이 있다. 윤동주는 백석의 시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1937년 8월 5일, 도서관에서 백석 시집을 원고지에 정성껏 필사한 윤동주는 베껴 쓴 시 위에 붉은 색연필로 감상을 적었다. 『사슴』에는 33편의 시가 실려 있어 윤동주는 백석을 서른세 번 만났을 것이다. 저자는 그 마음을 따르며 이 책을 33장으로 나누어 썼다.” ? 33강으로 만나는 백석과 윤동주, 윤동주는 백석의 시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 1930~40년대 디아스포라의 공간, 일본과 만주에서 백석과 윤동주의 삶을 쫓다 백석(1912~1996)과 윤동주(1917~1945)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시인이다. 두 시인의 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한국 현대시사의 한 뿌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백석과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시인으로 손꼽히지만 백석과 윤동주 시에 대한 정본 연구를 비롯해 여전히 연구할 과제가 많다. 김응교 저자의 책은 비루한 시대를 검박한 언어로 맞서온 두 시인에 대한 이야기로서 윤동주에 관한 책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나무가 있다-윤동주 산문의 숲에서』에 이어서 백석의 시가 돋보이는 세 번째 윤동주 이야기이다. 특히 이 책에는 중요한 사진 자료들이 실려 있다. 연세대 윤동주 유족회의 허락을 얻어 윤동주문학관이 제공한 시 세 편 「모닥불」 「여우난곬족」 「가즈랑집」 의 윤동주 필사본이 모두 실려 있다. 아울러 1938년 《여성》 4월호에 실린 백석의 시 「내가 생각하는 것은」의 인쇄본 이미지(소명출판 박성모 대표 제공), 윤동주의 시 「못 자는 밤」의 육필원고, 그리고 필자가 일본과 만주 신경 지역을 직접 발로 뛰면서 찍은 사진을 비롯해 국내 한 일간지가 소개했던, 화가 이인성이 직접 운영하던 대구의 아르스 다방에서 1938년 12월에 찍은 백석의 이채로운 사진도 눈길을 끈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김응교 시인, 문학평론가. 연세대학교 신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도쿄외대, 도쿄대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와세다 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10년간 강의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신동엽 학회 학회장으로 있다. 시집으로 『씨앗/통조림』,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을 비롯해 『좋은 언어로-신동엽 평전』, 『나무가 있다-윤동주 산문의 숲에서』,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곁으로-문학의 공간』, 『그늘-문학과 숨은 신』, 『일본적 마음』, 『일본의 이단아-자이니치 디아스포라 문학』, 『박두진의 상상력 연구』, 『이찬과 한국근대문학』, 『韓國現代詩の魅惑』(東京:新幹社, 2007), 장편실명소설 『조국』 등을 냈다. 옮긴 책으로는 다니카와 ?타로 『이십억 광년의 고독』, 양석일 장편소설 『어둠의 아이들』, 『다시 오는 봄』, 오스기 사카에 『오스기 사카에 자서전』, 일본어로 번역한 고은 시선집 『いま, 君に詩が來たのか:高銀詩選集』(사가와 아키 공역, 東京:藤原書店 2007) 등이 있다. CBS TV 〈크리스천 NOW〉, 국민TV 인문학 방송 〈김응교의 일시적 순간〉을 진행했으며, KBS 〈TV 책을 읽다〉 자문위원을 지냈다. MBC TV 〈무한도전〉, CBS TV 〈숲 아카데미〉 등에서 윤동주의 시와 삶을 주제로 강연했다. 유튜브 〈김응교 TV〉, 아트앤스터디, K-mooc 등에서 여러 강연을 볼 수 있다.

[목차]

1. 왜 필사했을까 ……… 010 -백석 「청시」와 발터 벤야민 1부 아잇적 기억과 고향 2. 꿩이랑 까치랑 장난치는 산울림 ……… 019 -백석 「청시」 「추일산조」, 윤동주 「산울림」 3. 평북과 북간도 커뮤니타스 ……… 026 -백석 「정주성」 「고향」, 윤동주 「고향집」 4. 가즈랑집을 좋아하는 아이 백석 ……… 044 -백석 「가즈랑집」 5. 버선본 만드는 동주 어머니 ……… 057 -윤동주 「버선본」 6. 평안도 방언과 근원적 힘 ……… 063 -백석 「여우난곬족」 7. 감자 먹는 사람들 ……… 083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초동일」, 윤동주 「굴뚝」 「무얼 먹고 사나」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8. 슬픔을 이겨내는 슬픔 ……… 093 -백석 「여승」 2부 현해탄 건너 9. 일본 유학과 길상사 ……… 101 10. 판타지와 평안도 사투리 ……… 109 - 백석 「해빈수첩」 11. 이즈의 금귤과 고향 ……… 124 - 백석 「가키사키의 바다」 「이즈노쿠니 미나토 가도」 12. 백석은 왜 아일랜드 문학을 소개했을까 ……… 137 13. 열거법의 마술사 ……… 147 - 백석 「모닥불」 14. 대조와 집중의 열거법 ……… 161 - 백석 「모닥불」 「멧새 소리」 15. 왜 임화는 백석 시를 혹평했나 ……… 172 16. 백석의 짧은 시를 읽은 동주 ……… 181 - 백석 「산비」, 윤동주 「비둘기」 「못 자는 밤」 17. 흰 밤 흰 저고리 ……… 193 - 백석 「흰 밤」, 윤동주 「슬픈 족속」 18. 가무래기와 오줌싸개의 주변인 ……… 201 - 백석 「흰 밤」,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눈」 「호주머니」 19. 백석의 천희와 나타샤 ……… 213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20. 명랑성, 가무락조개와 반딧불 ……… 219 - 백석 「가무래기의 낙」, 윤동주 「반딧불」 3부 어진 사람들, 디아스포라 21. 만주, 신경이란 어떤 곳인가 ……… 233 22. 만주국 경제부 직원 ……… 242 - 만주국 경제부, 백석 거주지, 조선인의 요설지역, 창씨개명 23. 동삼마로와 조선인의 요설지역 ……… 248 - 백석 「조선인과 요설-西七馬路 단상의 하나로」 24. 두 시인의 ‘창씨’개명 ……… 258 25. 스크린 몽타주, 흰 바람벽과 별 헤는 밤 ……… 279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윤동주 「별 헤는 밤」 26. 백석의 모더니티와 영상미학 ……… 293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27. 짜오탕, 공중목욕탕의 디아스포라 ……… 298 - 백석 「조당에서」, 윤동주 「거리에서」 28. 백석의 도연명, 동주의 맹자 ……… 315 - 백석 「수박씨, 호박씨」, 윤동주 「서시」 29. 만주, 디아스포라 윤동주 ……… 331 - 윤동주 「이런 날」 30. 경성과 일본에서의 윤동주 ……… 344 - 윤동주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31.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 363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32. 백석의 간저송 ……… 371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33. 동주의 행복한 나무 ……… 376 - 윤동주 「나무」, 윤동주 산문 「별똥 떨어진 데」 더 읽기 영화 〈동주〉와 윤동주 아우라 ……… 383 영화 〈동주〉와 시 14편 ……… 399 글을 마치며 백석과 동주가 있어, 이 작은 나라에 ……… 417

[출판사 서평]

[책의 구성과 내용] 도서관에서 백석 시집 『사슴』을 원고지에 정성껏 베껴 쓴 윤동주에게 ‘필사’는 어떤 의미였을까. 윤동주는 발터 벤야민의 말과 같이 “베껴 쓴 텍스트만이 텍스트에 몰두하는 사람의 영혼에 지시를 내린다”는 말을 체험했을까. 백석 시는 윤동주의 영혼에 어떤 지시를 내렸을까. 이에 대한 답을 묻는 책이다. 백석과 윤동주의 고향 이야기부터 시작해(1부 「아잇적 기억과 고향」) 현해탄 건너 일본 유학시절(2부 「현해탄 건너」), 그리고 만주로 이어지는 행로(‘3부 「어진 사람들, 디아스포라」)를 따라 두 시인의 자취를 더듬는다. 별과 우주와 인간이 하나 된 우주적 연결고리 백석의 「청시」 “별많은밤/ 하누바람이불어서/ 푸른감이떨어진다/ 개가?는다”를 필사하면서 윤동주는 “개가 ?는다”는 끝 문장에 “결구에서 작품을 살리었다”라고 붉은 색연필로 썼다. 저자는 “개가 ?는다”라는 구절에 주목하여 이 구절이 없다면, 이 시는 새롭게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별밤에→하늬바람 불자→바람에 흔들린 푸른 감이 떨어지고→감 떨어지는 소리에 개가 놀라 짖는’ 연쇄현상은 우주의 작은 누리가 움직이면 또 다른 작은 누리가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정동(情動)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백석의 시 「청시」에는 우주적 상상력이 충만하다. 윤동주는 백석 시에 나타나는 우주적 움직임, 우주적 화합, 우주적 정동에 공감하여 「청시」를 필사하고 난 4년 뒤 1941년 11월 5일, 「별 헤는 밤」을 쓴다. 이 시에는 별, 하늘, 달 등 우주적인 상징과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윤동주가 좋아하는 백석 시에도 천상(天上)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저자는 여기서 별과 우주와 인간이 하나 된 우주적 연결고리를 읽는다. 백석의 정주성과 평안도, 윤동주의 명동마을과 함경도 일본 유학을 다녀온 백석은 과거 홍경래의 난이 처참하게 실패했던, 허물어진 정주성을 찾았다가 멈칫하고는 몇 문장을 메모한다. 며칠 후 그날 떠오른 착상으로 시 「정주성」(1935)을 완성해 고향의 한 단면을 연민으로 담아낸다. 윤동주는 시집 『사슴』에서 스물아홉 번째 시 「정주성」을 필사한다. 백석이 맞춤법을 무시하고 자기 식으로 쓴 띄어쓰기를 그대로 살려서 필사했다. 그 후 윤동주는 두만강을 건너 북간도로 온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시 「고향집-만주에서 부른」(1936)을 쓴다. “헌짚신짝 끄을고/ 나여기 왜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쓸쓸한 이땅에/ 남쪽하늘 저밑에/ 따뜻한 내고향/ 내어머니 계신곳/ 그리운 고향집”. 평양 숭실중학교 시절 쓴 이 시에서 윤동주에게 “따뜻한 남쪽”은 어디였을까. 저자는 그곳이 친밀한 내면적 고향, 함경도가 아닐까, 라고 추측한다. “백석에게 평안도 정주는 성이 허물어진 슬픔의 땅이다. 동주에게 명동마을은 볼쉐비키의 폭력에 쫓겨 한밤중에 용정으로 이사해온, 당시 겉으로 보기에는 실패한 유토피아 공동체였다. 식민지 조국을 상징하는 함경도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들은 끊임없이 정주와 함경도 사투리를 시에 살려내며 사라진 공동체를 시에서 복원했다. (…) 백석은 평안도 정주를, 동주는 명동마을과 함경도를 단순히 패배한 변두리로 보지 않았다. 두 시인은 평안도 사투리와 함경도 사투리로 비극을 이겨내는 ‘커뮤니타스’를 시에서 되살려냈다. 그 ‘변두리 커뮤니타스’에서 허물어진 것, 천한 것, 쓰잘 데 없는 것, 죽어가는 것들을 향한 연민을 습득했다.”(42쪽) 백석의 일본 기행시가 보여주는 환상성과 동일화 2부에서는 주로 백석의 일본 유학시절의 자취를 쫓고 일본 기행시를 통해서 백석은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시적 환상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백석은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태어나, 삶의 반을 일본 식민지 아래에서 보냈다. 더욱이 그는 일본에 유학을 다녀왔다. 도쿄 유학을 마친 이후 백석의 시에 일본은 그림자처럼 나타나 그의 시 곳곳에 은밀히 일본이란 기호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우선 일본에서 쓴 백석의 글 세 편, 즉 「해빈수첩」 「가키사키의 바다」 「이즈노쿠니 미나토 가도(街道)」는 모두 이즈 반도를 배경으로 썼다. 이즈 반도는 백석이 주거하던 기치조지(길상사)나 아오야마 학원이 있는 시부야에서 교통편이 편리한 관광지다. 저자는 이즈 반도라는 낯선 땅의 지명(地名)이 갖는 환상성에 주목해볼 것을 권한다. 세 편 모두 일본어 지명을 제목으로 써서, 제목으로 독자를 설레게 하고 가보지 못한 낯선 지명의 제목 앞에서 독자를 망설이게 한다. “이국(異國)이라는 것은 작가나 독자에게 환상을 일으킬 수 있는 낭만적인 단어다. 백석은 어떤 시인보다도 유년기 과거의 시간을 시적 환상으로 승화(昇華)시키는 데에 성공한 시인이다. 이제 그는 과거의 시간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환상적인 자극이 발동되는 일본이라는 기호를 시의 재료로 하여 일본 기행시를 발표했다.” (112-113쪽) 그런가 하면 백석의 일본 기행시 세 편 모두 평안도 사투리가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이즉하니 물기에 누긋이 젖은 왕구새한자리에서/ 저녁상을 받은 가슴 앓는 사람은 참치회를 먹지/ 못하고 눈물겨웠다”( 「가키사키의 바다」에서)를 떠올려볼 수 있다. 저자는 좋은 글을 쓰려면 “종양처럼 퍼진 말들을 태워 없애고 외래어 하나를 은빛나는 갈비뼈처럼 집어넣는다”는 벤야민의 말을 인용하여 문장을 쓸 때 때때로 느닷없는 외래어 삽입은 “은빛 갈비뼈”처럼 낯설고 화사한 환상을 자극시킨다고 말한다. 평안도 사투리를 넣음으로써 평안도라는 정서를 환기시키고 백석의 몸은 일본에 있지만 그의 영혼은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공동체 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표출하는 방식이다. “일본 풍경을 쓰려면 사물과 풍경을 일본 단어로 써야 할 터인데, 백석은 능글맞게 평안도 사투리를 연방 삽입한다. 백석의 글쓰기는 발터 벤야민이 말했던 외래어 쓰기와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일본이라는 시의 공간에서 평안도 사투리는 은빛 갈비뼈처럼 낯설게 빛난다.”(122쪽) 한편 일본 풍경을 시로 펼쳐 보이면서 일본어로 써야 할 사물들을 평안도 사투리로 표현하는 것은 독자들이 읽을 때 ‘동일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백석이 쓰는 수많은 사물의 이름들, 수많은 음식의 이름들 등은 바로 환상의 ‘동일화’가 일어나는 시발점이 된다. 따라서 저자는 백석의 시는 환상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환상적인 요소를 시에 적절히 이용하여 환상적인 미학으로 현실의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시라고 평하며 따라서 임화가 백석의 시를 단순히 이국취미라고 폄하한 것은 이 지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백석은 ‘일본적인 것’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조선적인 것’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1940년대 만주 신경의 디아스포라 시인 백석 과거 만주국의 수도였던 신경(장춘)은 당시 정치, 문화, 행정의 중심지였다. 저자는 백석이 신경으로 떠난 시기는 1940년 2월 7일에서 가까운, 1940년 1월말이나 2월초로 추정한다. 창씨개명을 거부한 사건으로 백석은 만주국 국무원 경제부의 관료생활을 1940년 3월에 시작하여 9월경에 사직한다. 그때부터 백석은 신경에서 ‘실업자 디아스포라’가 되었다. 그 무렵 백석보다 다섯 살 젊은 윤동주는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자는 백석이 신경에서 썼던 글의 배경이 되는 지역 즉 백석이 신경에 도착하자마자 3월부터 근무했던 만주국 경제부 건물과 백석이 거주했던 동삼마로와 서칠마로 등 동네를 답사한다. 장춘은 걸어서 다니면 백여 미터 안에 옛 만주국 정부 건물들이 계속 이어져 있을 정도로 그대로 남아 있다. 신경에 도착한 후 백석이 발표한 산문 「조선인과 요설」은 서칠마로에 사는 조선인의 모습을 비관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조선인의 요설을 나는 안다. 그것은 고요히 생각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가슴에 무거운 긴장이나 흥분이 업는 것이다. 또 무엇인가 비애를 가슴에 지닐 줄 모르는 것이다. 조선인에게는 이러케 비애와 적막이 없을 것인가. 분노가 없을 것인가. 이러케 긴장과 흥분을 모르는 것인가. 그리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잃어버리는 것인가. …”(254쪽) 백석은 식민지에서 벗어나 대도시에서 사는 일부 조선인의 ‘만주 유토피아니즘’ 환상을 지적한다. 이들은 백석이 살고 있던 동삼마로에 거주했던 서민이나 빈민들이 아니라 건너편 서칠마로에 살고 있는, 돈푼깨나 있는 조선인들이었다. 그러나 「조선인과 요설」의 마지막에서 백석은 “비록 몸에 남루를 걸치고 굶주려 안색이 창백한” 민족을 위해 “생각하고 노하고 슬퍼하라”고 권하며. 또 “감격할 광명을 바로” 보라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백석과 윤동주의 창씨개명-윤동주는 스스로 창씨개명을 했을까 창씨개명을 거부한 사건으로 백석은 만주국 국무원 경제부의 관료생활을 접고 신경에서 실업자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석이 창씨개명을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저자의 책 『이찬과 한국근대문학』(소명출판, 2007, 131쪽)에 소개된 문인 창씨개명록 명부에서 백석의 개명한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시라무라 기코(白村夔行), 백석의 본명 백기행의 성과 이름 사이에 무라[村]라는 한자를 넣은 창씨다. 백석의 창씨개명에 대해 저자는 『백석 평전』을 펴낸 안도현의 언급을 인용하여 “백석은 ‘시라무라 기코’라는 일본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백석이 자의로 창씨개명했다고 생각한다면, 무라[村]라는 한자어에는 촌 공동체를 중시했던 백석의 마음이 들어갔으리라 추측한다. 한편 윤동주의 창씨개명은 일제가 강요하는?창씨개명에 굴복한 자신을 참회한 시 「참회록」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1940년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청년들은 ‘창씨’만이라도 해야 편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동주는 스스로 ‘창씨개명’을 했을까(267쪽). 저자 김응교 교수는 일본 교토대 미즈노 나오키의 책(『윤동주와 그의 시대』, 혜안, 2018)을 토대로 윤동주의 ‘창씨’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연구에 따르면 윤동주는 ‘히라누마 도주(平沼東柱)’, 즉 성만 바꾼 ‘창씨’ 신고서를 1942년 1월 29일 연희전문에 제출했다. 닷새 전 1월 24일에 쓰인 「참회록」은 ‘창씨’를 신고하기 전에 쓴 작품이다. 「참회록」에는 일본으로 유학 가기 전에 운석을 맞을지도 모를 운명을 겪으며 ‘창씨’를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슬픔’이 배어 있다. 「참회록」이 끝나는 부분에는 1942년 1월 24일이라고 적어놓았다. 그렇다면 윤동주가 창씨개명계를 제출한 날은 「참회록」을 쓰고 난 닷새 후였다. 즉 미즈노 나오키 교수에 따르면 “윤동주 일가의 경우에도 아마 호주인 윤동주의 조부 윤하현(尹夏鉉)이 이 기간에 히라누마(平沼)라는 씨를 정해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히라누마’라는 성씨가 된 것은 윤동주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였다고 말한다. 연희전문 졸업증명서에는 창씨 이전의 이름인 윤동주로 쓰여 있는데, 일본으로 도항하고 대학 입학을 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다르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윤동주 일가의 호주가 정한 창씨대로 윤동주는 따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동주가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을 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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