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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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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게일 콜드웰
출판사 : 김영사
2022년 05월 18일 출간  |  ISBN : 8934961856  |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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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계획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터닝포인트가 찾아오다” 〈뉴욕타임스〉 〈보스톤글로브〉, 김완·오지은 작가 추천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의 국내 최신작 문학평론가이자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게일 콜드웰.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 캐럴라인 냅과 절친한 사이이자 《먼길로 돌아갈까?》로 국내에 알려진 그가 이번엔 뜻밖의 사건으로 맞이한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려견 ‘튤라’를 가족으로 맞이하며 시작한 새로운 생활 그리고 급격히 나빠진 다리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주된 서사다. 특히 어릴 적 소아마비를 겪어 평생 다리를 절어온 저자에게 다리 상태 악화는 적지 않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50대 후반에 접어들며 살 만큼 살아봤다고 생각하던 저자는 이 두 사건을 겪으며 새로운 고통과 사랑, 절실함과 희망을 느낀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삶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꿋꿋이 살아내는 태도를 아름다운 비유를 들어 표현했다. 국내 독자에게만 전하는 게일 콜드웰의 서문, 그의 도서를 두 권 번역한 번역가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옮긴이의 말을 더해 특별함이 배가되었다. 사는 게 쉽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랑하는 관계에서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느껴 혼란스러울 때,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을 읽어보자. 좋은 책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다. 게일 콜드웰과 캐럴라인 냅의 책을 접했던 독자는 물론, 문학성 있는 에세이를 즐기는 독자가 사랑하게 될 책이다. “나는 비록 겁먹었음에도 공포 속으로 걸어갈 나 자신을 잘 알았고, 내게 일어날 일에서 도망치는 대신 그 모든 것을 껴안고자 했다.” _179p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게일 콜드웰 미국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1951년 텍사스 애머릴로에서 태어나 자랐고 텍사스대학교에서 미국학을 전공했다. 서른 살에 작가가 되고자 동부로 떠나, 지역 문예평론지의 편집자와 글쓰기 강사로 일했다. 1985년부터 2009년까지 〈보스턴글로브〉 북 리뷰의 평론가로 활동했고, 〈빌리지보이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실었다. 2001년에 동시대의 삶과 문학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인정받아 퓰리처상(비평 부문)을 받았다. 저서로 《먼길로 돌아갈까?》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등이 있다. 현재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살고 있다. 역자 : 이윤정 경희대학교와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간 뒤 출판 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현재 영어권 서적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게일 콜드웰의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을 비롯해 《여명으로 빚은 집》 《헤엄치는 인류》 《단숨에 읽는 미술사의 결정적 순간》 《스타트업 브랜딩의 기술》 《디즈니 픽사 무비동화: 소울》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번역가의 경험과 일상을 담은 에세이 《번역가가 되고 싶어》를 썼다.

목차

한국판 서문 옮긴이의 말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감사의 말 과거의 나에게 말했으면 좋았을 다섯 가지 더 생각해보기 추천의 글

책속으로

발끝도 보고 저 멀리도 보자. 나는 발끝을 보며 나아가자면서도 앞을 내다보고, 오늘을 넘어선 무언가를, 더 다정하고 덜 무서운 무언가를 믿자고 스스로 되뇐다. 우리는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서로를 향해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 _9p, 한국판 서문에서

중년에 이르러 이야기가 달리 전개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스스로 당연하게 여기며 되뇌던 이야기가 알고 보니 진실이 아니었고 세상 보는 각도를 약간 기울였다면 말이다. 마치 기차를 타고 가다 엉뚱한 역에서 내린 모습과 같다. 우연이든 은혜이든, 낯선 장소에 내린 당신은 달라진 거 없이 그대로일지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_25p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찻길로 연결된 이웃 도시라 해도 그곳에 가게 된다는 법은 없다. 만에 하나, 둘 사이에서 유대감이 생겨난다면 당신은 제3의 독립체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사람이 함께 창조해낸 독립체를. _72, 73p

우정을 온전히 감사하게 된 건, 아마 캐럴라인이 떠난 경험을 하고부터일 것이다. 우리의 우정이 너무 소중하고,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꾸밈음과 같았고, 그의 죽음이 나와 계속되는 내 이야기에 일부가 되었으며,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가닿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캐럴라인이 그 누구도 자신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이 모든 과정 내내 나를 도와줄 친구를 한 트럭이나 보내준 것이리라. _202p

지금껏 내 목표가 이토록 신중한 적은 없었다. 조리대까지 가기, 소파에 앉기, 오늘 하루만 무사히 보내기.
이 암울한 구간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았는데, 당시에는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영원할 것만 같았다. 너무도 허약해진 몸 때문에 인내심도 쪼그라들고, 다시 건강해져서 보트를 들거나 하다못해 가벼운 장바구니라도 들 수 있다는 믿음조차 잃었다. 위층의 침실에 일단 들어서면 목발을 옆에 잘 세워두면서 오늘 더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안전하게 다음 날을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에, 더없는 행복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_206, 207p

아빠의 산소를 찾아갔을 때 엄마는 내 옆에 서 있었다. 내가 생화와 모종삽, 물뿌리개를 챙겨와서 주변에 생화를 심는 동안 엄마는 나무에 기댄 채 기다렸다. 그때 난데없이 엄마가 말했다.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뜬금없게 느껴지던 사랑스러운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어린아이처럼 그 말을 붙들고 계속 듣고 싶어 이렇게 물었다. “정말요? 정말 곁에 있어줄 거에요?” 그렇게 묻는 내 마음은 ‘고마워요, 사랑해요, 죽음이 겁나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자꾸 묻자 엄마는 거슬렸던지 약간 안절부절못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얘가……. 그러겠다고 몇 번이고 말했잖니.” _236p

출판사 서평

성공한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게일 켈드웰의 일상을 뒤바꾼 ‘난폭한 기적’ 직업적 성공이 개인의 행복까지 보장할까? 작가이자 문학평론가로 미국 사회에 이름을 알리고 퓰리처상을 받은 이 사람, 게일 콜드웰의 화려한 이력 뒤엔 어떤 일상이 있었을까? 50대가 된 그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실이 여럿, 연달아 찾아왔다. 둘도 없는 단짝 캐럴라인 냅이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으며 20여 년간 키워온 반려견 클레멘타인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어릴 적 앓았던 소아마비로 인해 다른 사람들처럼 걷지 못하고, “왜 다리를 저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고 설명하는 삶도 계속되었다. 저자는 커다란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아파하고 절망한다. 하지만 “맞기만 한 게 아니라 다시 빚어졌음을 느꼈다”라며 “삶을 뒤바꿀 만한 난폭한 기적”을 찾는다. 그렇게 반려견 튤라를 맞이한다. 사랑하지만 힘든, 힘들지만 사랑하는 복잡미묘한 관계에 대하여 솜털 같던 사모예드 강아지가 25kg에 달하는 성견이 되기까지. 입양 전후부터 형성해온 튤라와의 관계가 책에 잘 드러난다. 저자는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한 튤라에게 온 마음을 다해 애정을 쏟는다. 혹시 사랑하지 못할까 봐 겁내던 입양 전 자신의 모습이 무색해질 정도로, 심장이 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의 관계는 귀여움과 즐거움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어린 반려견과 함께하는 생활에는 책임질 일과 힘든 일도 생긴다. 이가 나는 시기에 튤라는 게일의 옷과 팔뚝을 잔뜩 물어뜯고, 호기심이 생기면 함께 걷던 게일의 속도를 개의치 않고 갑자기 쌩하고 달려 나갔다. 더욱이 튤라는 몸집이 급속도로 커지고 더 빨리, 더 오랫동안 밖을 뛰어다니고 싶어 했다. 기운차게 성장하는 반려견과 달리 점점 병약해지는 저자에게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반려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사랑하지만 힘들고, 힘들지만 사랑하는 복잡하고도 친밀한 관계. 저자는 자신과 튤라의 생활을 돌아보며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를 고찰하고, 이제는 세상을 떠난 자신의 부모, 특히 엄마와의 일화를 회상한다. 저자가 알코올중독으로 몸이 상할 지경에 이르고, 무심한 애인과의 갈등으로 감정을 소진하며 힘들어하던 시절. 엄마는 ‘뭐가 힘드냐’라며 타박하지 않고 묵묵히 안부를 물어왔다. 때론 저자의 집에 방문해서 곁에 있어주고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전화와 편지로 함께해주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금, 그때 받은 배려와 지지를 저자는 모든 감각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보호자의 역할과 가치를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엄마의 행위에 내재한 사려 깊음은, 지금, 거의 30년이 지나서까지 순수한 취지를 떠올리게 해 나를 멈칫하게 한다. 비행기로 가면 하루가 걸리는 거리에 살던 엄마가 술을 끊는다고 해도 내 삶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이다. 엄마가 단순히 나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한 행동이 아니었음을 이제는 안다. 엄마의 그때 그 사려 깊음 덕분에 우리 모녀 사이에 친밀감이 형성되었다. 내가 지옥에서 뒹굴고 여전히 고군분투하더라도 엄마는 나와 함께하고팠던 것이다. 다시금 거실 바닥에 앉아 이렇게 말하듯이 말이다. “여기 보렴, 아가. 엄마도 같이할게.” _97p 빠르지 않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살아내기 게일 콜드웰은 책 전반에 ‘완고하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을 설명한다. 반항적이고 융통성 없이 고집스러우며 승부욕과 끈기가 있는 사람. 학생 시절부터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는 사이, 이러한 기질이 더 강해진 듯하다고 짐작한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개와 함께 산책하는 일도, 캐럴라인에게 배운 조정(rowing)도 꾸준히 해낸다. 조정 대결을 해서 지면 상대가 아주 건장한 사람이어도 분해서 견디지 못한다. 다리 수술을 앞두고 다시 조정을 할 수 있을지, 개 산책은 언제쯤 가능할지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그의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길이가 다른 두 다리 그리고 걸을 때 절뚝이는 모습은 저자의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상수와 같았다. 남들처럼 두 다리를 편하게 교차하며 걷는 행위가 자신에게 가능할 거라 상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60세가 되어갈 즈음 다리 상태가 악화되어 찾은 병원에서 새로이 진단을 받고 뜻밖의 결과를 맞닥뜨렸다. 수술을 받은 뒤 왼쪽 다리보다 짧았던 오른쪽 다리가 약 1.6센티미터 길어졌다. 다리 통증이 줄어들며 전처럼 구부정하게 있지 않아 키가 약 5센티미터나 커졌다. 이전과 다르게 걷게 된 자신의 모습에 저자는 놀라워한다. 변화를 만든 건 지난한 반복 동작, 즉 재활이었다. 소아마비에 걸렸던 어린 시절 모습을 반복하듯 수술 뒤 재활에 전념한다. 단순하지만 진땀이 나는 행위를 수백, 수천 번 반복하는 일.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단 몇 초로 요약되는 지루한 과정을 저자는 책에 담아낸다. 재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왜 잔꾀를 부리게 되는지, 재활의 끝이 얼마나 요원하게 느껴지는지, 어떤 말을 떠올리며 단조로운 그 과정을 통과했는지 말이다. 60세가 다 되어 인생에서 두 번째로 걷는 방법을 익혀나가며 저자는 인생의 후반전에 이르러도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기회가 갑작스레 찾아올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은 질병 극복기나 ‘아팠기에 성숙할 수 있었다’라는 교훈을 주는 책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에서 질병은 없애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저자의 정체성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다. 다리 상태가 나빠지면서 저자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 두려움 앞에 자신은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를 돌아본다. 더불어 질병은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흔히 결핍이나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무언가가 우리 모두에게 있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결함으로 여기는 나의 그 무언가를 정작 나 자신은 어떻게 여기고 있는가? 소아마비라는 병력을 악마화하거나 절룩이는 상태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저자의 태도를 접하며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힘들 땐 힘들어하고 절망할 땐 절망하더라도 결국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 서서히 나아가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다. 걷는 속도가 남들보다 절대적으로 느리지만 결국 자신의 속도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저자의 모습처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겠다고. 특히 삶의 속도에 대해 저자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비유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내가 소아마비를 삶의 한 조각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소아마비에 걸리지 않았거나 그 영향을 받지 않은 세월이 단 몇 개월에 불과하니, 말하자면 소아마비가 나의 기준점인 셈이다. 밀고 나가야만 했던 벽이다. 모두에겐 그런 벽이 하나씩 있다. (…) 당신은 이야기를 바꿀 수 없다. 어느 날 오른쪽 대신 왼쪽으로 돌아가거나, 어떤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다음날의 삶을 구할 수는 없다. _240p 기적을 너무 믿지 않는다. 기적은 현란하지만 실증적 근거는 희박해 불빛을 오래 지속하지 않으니까. 대신 나는 느린 경로를 택할 것이다. 하루에 사과를 한 개씩 먹으며 다리 들어 올리기를 천 번 해낼 것이다. 당신은 하늘을 가르는 천둥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천둥에 동반하는 빛의 쇼를 보게 된다. 그렇게 당신은 광채의 증인이 되고, 기다리며 지켜보는 법을 알게 된다. _241p 다리 수술 전후로 두려워하고 있는 저자에게 끼니를 챙겨주고 병원에 함께 가준 동네 이웃들의 다정한 모습도 책에 나타난다. 더불어 AA(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 모임과 함께 운동하는 여성 모임 등에서 수술을 앞둔 저자에게 건넨 여러 격려의 말은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온기를 전한다. 피를 나누거나 결혼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어도 사랑과 응원의 마음을 나누는 여러 관계를 책으로 살피다보면 가족이란 무엇일지, 친밀한 관계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법적으로 엮이지 않았기에 언제든 멀어질 수 있는 관계이지만 그렇기에 서로가 조심하고 배려하였고 그러는 사이 친밀감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저자의 회고를 접하다보면 독자 역시 힘든 시절에 곁에 있어준 존재를 저절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언제나 쉽지 않은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나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 존재를 떠올리고 그 시절 내가 받은 다정한 응원을 되새기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때론 못난 행동과 후회할 짓을 저질러도 결국 나 자신을 내가 지지하며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향해 가는 삶 저자의 진솔함도 이 책에 매력을 더한다. 얼핏 생각하는 냉철한 작가의 모습은 그다지 없다. 전 애인의 소식을 온라인에서 굳이 찾아본 뒤 헛헛함을 느끼고, 튤라에게 화냈다가 후회하기도 한다. 완벽하지도, 철저하지도 않은 모습, 후회할 행동을 하고 마는 모습에서 묘한 친숙함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신의 다리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최악의 가능성을 계속 상상한다. 그리고 질병에 대한 온라인 정보에 집착하며 두려움의 늪으로 스스로 빠져든다. 이 대목에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무언가를 미리 상정하고 두려워하던 우리 모습이 슬그머니 떠오른다. 현재를 오롯이 살아내지 못하고 불필요한 걱정을 하는 건 유명 작가나 우리나 비슷하다. 나는 내가 사랑했던 전 남자친구 두 명의 소식을 접하고 휘청거렸다. 한 가지 소식은 최근 발표된 결혼 소식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몇 년 전 출간한 책에 실린 ‘배우자에게 보내는 감사의 말’이었다. 두 소식을 접하며 내가 결코 되어보지 못한 그리고 아마 결코 될 수 없을 ‘아내 상像’을 떠올렸다. (…)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토막 뉴스를 접한 나는 짧은 운동복 바지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채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샤일로와 튤라도 거실 바닥에서 조용히 쉬고 있었다. 나는 먹다 남은 닭고기를 저녁 끼니로 먹으며 드라마 〈간호사 재키Nurse Jackie〉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내가 창조해온 삶이 바로 여기 있고, 흠 없이 완벽한 저녁 파티 같은 건 없었다. _166, 167p 자신이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그려내고 상상하는 저자의 모습에서도 개성을 느낄 수 있다. 다리도 아픈 50대 후반 여성이 왜 25kg에 육박하는 썰매견을 길렀는지, 자조적으로 물음을 던지며 저자는 이렇게 글을 이어간다. “왜냐면 나는 그 견종을 사랑하고 사모예드가 없는 창백한 삶을 상상할 수 없으니까. 나는 포기할 준비가 안 되었으니까. 시간을 붙들 수 있다는 개념을 포기할 수 없고, 대형견을 다룰 줄 아는 강하고 능숙한 나 자신의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으니까.”(61p) 다리가 아프니까, 나이가 들었으니까, 사모예드는 대형견이라 다루기 쉽지 않으니까. 갖가지 이유를 대며 원하는 것을 쉽게 포기할 수도 있지만, 정반대 길을 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온다.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고수하는 게 쉽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감수해내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도 되새기게 되는 대목이다. 씩씩하게 노를 저었고 고관절 수술만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3킬로미터 정도 갔을 때 나의 정신 나간 각본은 점점 희미해지거나, 수년간 만나지도 않은 사람들에 대한 예상과 판타지 따위는 걷어내고 더 거대한 진실을 향해 확장됐다. 예순 살인 나는 스스로를 마흔다섯 살처럼 느끼는 사람이었고, ‘개’라면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좋아하는 사람, 머리 빗는 일도 깜빡할 만큼 빈틈이 많은 사람이었다. 교회 모임보다는 AA 모임이 좋았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보다는 숲에서 산책하는 게 더 좋았다. 독특하지만 그래도 그게 나의 인생이었다. _167, 168p 소아마비와 다리 수술, 비혼, 반려견과의 생활. 책의 핵심 소재가 독자 자신과 무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인생 이야기와 다름없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도, 비장애인도, 누구나 삶의 의외성과 어려움, 인내에 대해 말하는 이 책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특수하고도 사적인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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