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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20만 부 기념 양장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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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패트릭 브링리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2023년 11월 24일 출간  |  ISBN : 8901276534  |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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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4년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기념 양장 에디션 출간!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해 가을, 나는 다니던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한동안은 고요하게 서 있고 싶었다” 2024년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가 ‘20만 부 기념 양장 에디션’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23년 11월 초판이 출간되어 ‘메트로폴리탄 열풍’을 불러일으킨 지 꼭 1년 만이다. 한정판으로 발간된 20만 부 기념 양장 에디션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특유의 고즈넉함을 상징하는 세피아 톤과 삶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는 레드 톤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표지로 재탄생했다. 이와 함께 양장본 표지에 사용된 엔젤클로스 종이 특유의 질감은 마치 전시회 도록을 보는 듯한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아울러 20만 부 기념 양장 에디션에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저자 패트릭 브링리의 특별 서문을 담았다. “고독 속에서 쓴 책이 언어의 장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수많은 사람들과 깊숙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한국 독자를 향한 애정과 존중은 물론 인생과 예술에 대한 특유의 유려하고 위트 있는 문장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양장 에디션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을 선사한다.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본문 속 186가지 예술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별책부록이 바로 그것이다. 일전에 한정판으로 제작된 이후 쇄도하는 독자들의 요청에 응답해 20만 부를 기념해 다시 한 번 증정한다. 마지막으로 양장 에디션 구매 독자들은 책 속에 삽입된 QR코드를 통해 2025년 예정인 저자 방한 기념 독자 초대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를 들려주며 전 세계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은 이 책은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랜 슬픔과 무기력에서 한 걸음 내딛고 싶은 이들, 소용돌이치는 삶에서 치유와 사색이 필요한 이들에게 20주년 기념 양장 에디션은 더욱 감동적인 연말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 이 책은 2023년 출간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초판의 20만 부 기념 양장 에디션으로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제외한 도서 내용은 초판과 동일합니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패트릭 브링리 (Patrick Bringley)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 4년간 몸담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욕 한복판에서 성공을 꿈꾸며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던 어느 날, 각별한 사이였던 형이 젊은 나이에 시한부 암을 진단받고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겪는다. 2008년 가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어 그곳에 있는 300만 점의 예술 작품을 지키는 삶을 시작한다. 2018년, 10년간 근무했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떠나 뉴욕 도보 여행 가이드로 일하며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을 회고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All the Beauty in the World)』를 집필했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2023년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CBS, NPR, AP통신 등 영미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았고,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4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브루클린 선셋파크에서 사랑스러운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살며 비정기적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역자 : 김희정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인슈타인과 떠나는 블랙홀 여행』, 『나무의 모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인간의 품격』, 『채식의 배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견인 도시 연대기』(전4권), 『진화의 배신』, 『랩 걸』,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우주에서 가장 작은 빛』, 『완경 선언』, 『배움의 발견』,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스웨트』 등이 있다. 역자 : 조현주 컬럼비아대 미술사학과와 동경예술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런던예술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16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인턴 큐레이터로도 일했다. 글과 인터뷰, 사진, 기물 설치에 관심을 두는 동시대 예술 연구자로 활동하면서 예술의 생태, 가치, 예술 노동 등의 화두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번역 연구 모임(Translation Cases)를 운영하며 다수의 논문과 전시 도록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책속으로

아침은 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더욱이 미술관 문을 열기까지 30분 정도 남겨두고 근무 자리에 도착하는 날이면 말을 걸어 나를 속세로 끌어내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나와 렘브란트, 나와 보티첼리, 나와 실제로 거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믿어질 만큼 강렬한 환영들뿐이다. 메트의 옛 거장 전시관이 마을이라면 주민은 거의 9천 명에 달한다(몇 년이 흐른 후 전시실 하나하나를 섭렵하면서 모두 세어본 결과 정확히는 8496명이었다. 전시관을 크게 확장한 다음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숫자가 되었지만 여기에는 배경에 나오는 아기 천사, 투우장의 관객, 개미 크기의 곤돌라 사공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그런 것들까지 모두 셀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면 그건 나에게 얼마나 시간이 많았는지를 실감하지 못해서다). 주민들은 596점의 그림 속에 살고 있는데 우연히도 거의 그 숫자에 맞먹는 햇수 이전에 붓으로 창조된 사람들이다.
_‘완벽한 고요가 건네는 위로’ 중에서

운 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중략) 그러다 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나는 뉴욕의 훌륭한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봐왔다. 보이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이 아니라 구석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서 있는 경비원들 말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_‘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중에서

밥은 500명이 넘는 경비원들의 이름을 모두 아는 극소수의 인물 중 하나다. 우리가 사무실에 들어서면 그는 이름과 소속 구역이 적힌 타일을 찾아 미술관의 수많은 관리 구역 중 하나를 나타내는 게시판의 세로줄에 놓는다. 구역마다 그가 채우고자 하는 할당 인원이 있지만, 당일에 특별 근무 인원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각 구역에 배치할 인원을 늘리거나 줄이기도 하고, 몇몇 전시실을 닫기도 한다. “브링리, A(중세)구역!” 그가 곧 외친다. 아니면 “R(근대)!”, “K1(그리스ㆍ로마)!”, “F(아시아)!”, “I(19세기)!”, “G(아메리카)!” 혹은 또 다른 시대, 문화, 지역을 외친다. 오늘 아침은 “브링리H, 구역!”이다.
_‘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중에서

월요일은 미술관의 정기 휴관일(책이 출간된 지금은 매주 수요일로 정기 휴관일이 변경되었다-옮긴이)이라 쿵쾅거리며 돌아다니는 관람객도 없어서 메트의 직원들이 각자의 은신처 밖으로 나온다. 메트는 2천 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데 오늘만큼은 많은 이들이 제 물을 만난 듯하다. 큐레이터들은 전시실 한복판에 서서 어느 유물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토론한다. 기술자들은 누군가와 부딪힐 염려 없이 예술품이 실린 카트를 이리저리 밀고 다닌다. 인부들은 그들의 실력을 믿고 편안해 보이는 보존가들의 감독하에 로프와 도르래로 조각상을 어떻게 들어 올릴지 몇 시간씩 계획을 세운다. 도처에서 전기 기술자, 공기조화 기술자, 페인트공(세밀한 붓이 아닌 롤러를 사용하는)들이 몰고 다니는 전동 리프트의 삐, 삐, 삐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몇몇 직원들은 손님을 한두 명씩 데려올 수 있는 특권을 활용하기 위해 휴일임에도 얼굴을 비춘다.
_‘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드문 순간’ 중에서

방문객들이 미술관을 관람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사람 구경도 할수록 는다. 이러한 ‘기예’에 통달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매일 보는 수천 명의 사람 중에서 전형적인 인물들을 골라내는 법을 터득했다. 첫 번째는 ‘관광객’ 유형이다. 대개 사는 지역 고등학교의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카메라를 목에 건 채 무조건 가장 유명한 작품을 찾아다니는 아버지들이다. 이들은 예술에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보는 눈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옛 거장 전시관의 솜씨들을 관람하며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뭐, 액자를 본 것만으로도!”
_‘예술가들도 메트에서 길을 잃을 것이다’ 중에서

“이봐 트로이, 이 일은 어쩌다 하게 됐어?”
“보험회사에서 20년 동안 일했어.” 그가 대답한다. “그런데 어느 날 상사가 직업 적성 검사를 하라는 거야. 어떤 일이 각자에게 제일 잘 맞는지 보여주는 검사라나 뭐라나. 왜 그런 걸 하랬는지 이유는 묻지 마. 검사 결과를 보면서 생각했지. 내가 유일하게 되고 싶었던 건 개인적으로 예술을 후원하는 부자였다고. 이게.” 그는 입고 있는 푸른색 근무복의 옷깃을 잡아당겨 펴면서 말한다. “그 꿈에 제일 가까워.”
_‘푸른색 근무복 아래의 비밀스러운 자아들’ 중에서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히 작품을 파고들어 재량껏 의미를 찾아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넘겨짚는다. 메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의 주된 역할이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는 걸 더욱 확신하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심 영역은 하늘 높이 솟았다가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지하 무덤까지 내려가고, 그 둘 사이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런 것에 관한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_‘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이해하려고 할 때’ 중에서

그토록 불만으로 가득했던 사람이 그린 그림이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한편으로는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한한 근면성의 산물이다. (중략) 종이 위의 무엇 하나 그냥 그린 건 없다. 한 획 한 획마다 어려운 임무를 완수하고자 하는 에너지와 야심과 헌신이 깃들어 있다. 미켈란젤로는 빈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모든 근심을 잊고 혼신의 힘을 바쳐 주어진 과제를 해냈고, 씁쓸한 불평 따위는 일이 끝난 후에나 하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어려운 일을 해내는데 이보다 나은 방법이 또 있을까?
_‘무지개 모양을 여러 번 그리면서’ 중에서

그러나 안젤리코 수사가 묘사한 것은 예수의 몸뿐만이 아니다. 그는 십자가의 발치에 뒤죽박죽으로 모여 있는 구경꾼 한 무리를 상상했다. 옷을 잘 갖춰 입은 사람, 말을 타고 있는 사람 등등 꽤 많은 구경꾼들의 얼굴에는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반응과 감정들이 떠올라 있다. (중략) 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가운데 부분이 혼란스러운 일상생활을 제대로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_’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 2024년 대한민국 3대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 ★ ★ 평론가 이동진 선정 ‘올해의 책’ ★ ★ 아마존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 상실의 고통으로 삶이 무너진 순간 가장 경이로운 세계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우리는 때때로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원하는 대로 삶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야심만만한 젊은이였던 패트릭 브링리도 그랬다.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 입사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고층 사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인생이 그대로 수직 상승해 언젠가는 ‘빅 리그’로 올라가리라 여겼다.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어느 날, 누구보다 똑똑하고 배려심 깊던 형 톰이 젊은 나이에 시한부 암을 진단받고 세상을 떠난다. 의지했던 형의 투병과 죽음을 겪으며 브링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그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러던 그는 형의 장례식을 마치고 문득 어머니와 미술관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침묵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슬픔과 달콤함이 허용되는 미술관. 전시실 한 구석에 조용히 서서 관람객들을 지켜보는 경비원. 마침내 브링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그저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2008년 가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길어 올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의 관람객을 자랑한다. 이 거대한 미술관에서 매일 여덟 내지 열두 시간씩 최소한의 기척으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경비원 일은 저자가 뉴욕 한복판 마천루 숲에서 치열하게 일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브링리는 매일 아침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전 고요한 전시실에서 벽에 걸린 작품들을 바라보다가 렘브란트나 보티첼리를 만난 듯 강렬한 몰입을 체험하기도 하고, 고통의 순간을 포착한 베르나르도 다디의 회화를 마주하고는 냉혹하고 가슴 저미는 처연함을 떠올린다. 그런가 하면 미켈란젤로의 특별전에서는 천재 조각가가 여든의 나이에 그린 소묘를 바라보며 부단한 근면함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메리 카사트의 다정함이 넘치는 그림에서는 “햇살에 젖은 것 같은”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저자는 너무나도 장엄하거나, 아름답거나, 혹은 비통한 순간을 묘사한 거장들의 작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며 ‘입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갖는 순간’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저자의 사색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은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며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것”임을,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아름답고 거대한 미술관과 그곳을 채우는 작품들, 그리고 그 공간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트 있고 공감 가는 연대기 이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함께 미술관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큐레이터, 보존 연구가, 페인트공, 공조 전문가, 운반 전문가 등 2천여 명의 직원들이 상주한다. 그중에서도 스스로를 ‘보안 예술가’라고 부르는 600여 명의 경비원들은 큐레이터나 보존 전문가들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전시된 작품 곁을 지키는 이들이기도 하다. 브링리가 만났던 경비원 동료들은 대체로 엘리트 사립학교를 나와 비슷비슷한 이력을 지녔던 《뉴요커》의 동료들과 확연히 달랐다. 암살 위협을 겪고 미국으로 망명한 이민자 출신 동료, 보험회사에서 20년간 일하다가 잊었던 꿈을 떠올리고 경비원이 된 동료, 문학가로서 등단을 꿈꾸는 동료, 벵골만에서 구축함을 지휘했던 동료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배경을 지닌 이들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짙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동료들과 작은 인사를 건네고, 부탁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형을 잃고 마음속에 자리 잡은 커다란 구멍이 조금씩 채워지는 것을, 사라졌던 삶의 리듬이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이밖에 시끌벅적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휴관일의 풍경, 다양한 유형의 관람객들과 있었던 흥미로운 에피소드, 한 편의 영화 같은 예술품 도난의 역사 등이 저자의 위트 있는 문체로 펼쳐지며 독자로 하여금 슬며시 웃음 짓게 한다.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지독한 슬픔과 무기력을 내려놓고 다시 일어나 걸어갈 용기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브링리는 자신이 더는 고요하고 정돈된 세계를 원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과거와는 달리 여전히 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고, 그 방향키는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현실의 세상은 예술 작품처럼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고 때때로 인생은 우리에게 폭군처럼 무자비하게 군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며, 형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인생과 예술, 다시 나아갈 용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매력적인 에세이는 깊은 사유와 위로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커다란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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