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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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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도서정보 저자 : 김재영
출판사 : 김재영
2018년 06월 11일 출간  |  ISBN : 8954438806  |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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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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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땅히 사과받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노래”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자들의 삶과 그들의 인권문제를 선구적으로 다룬 『코끼리』의 작가 김재영의 신작 소설집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이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자본과 개발의 논리에 삶터가 무너지고 생존을 위협받는 보다 확장된 의미로서의 ‘이주민’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마땅히 사과받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집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은 방치된 이웃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환부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우주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별에 빗대어 “폭발한 별들의 잔해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남겨졌듯이” “이웃들의 심장이 타버려 생겨난” 상처들도 쉽게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낭만적 상상력은 참담한 오늘을 견디게 하는 위로의 메시지이다. “세상 모든 것이 반짝여야 할 필요는 없잖아?” 소멸하는 별처럼 빛을 잃어가는 우리 존재를 위로하는 가장 낭만적인 문학적 상상력! 『코끼리』와 『폭식』에서 ‘신화적?원형적 상징’을 통해 파괴된 현실 세계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소중한 가치를 이야기해온 작가의 작품 세계는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에서도 계승, 발전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천문학적 현상을 통한 우주적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표제작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에서 주인공 ‘미래’는 이웃에 살고 있는 친구 ‘우주’로부터 우주의 9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 세상도 재벌이나 권력자, 유명인이 아니라 암흑물질처럼 평범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던 중 재개발로 인한 철거에 반대하던 마을 사람들이 의문의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미래는 함께 사과파이를 먹으며 우주가 말한 “찻숟가락 하나분의 무게가 보통 산 하나의 무게와 맞먹는다”는 중성자별에 대해 떠올린다. 미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중성자 덩어리가, 작년 겨울에 알고 지냈던 이웃들의 타버린 심장에서 생겨난 덩어리가 허공에 떠 있다. 작지만 무거운 그 덩어리를 찻숟가락 위에 올려놓는다. 덩어리는 금세 찻숟가락을 뚫고 밑으로 빠져버린다. 땅 밑으로, 땅 밑으로 서서히 미끄러져 간다. 그들 존재도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잊혀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중성자 덩어리는 지구 반대편의 도시 위로 튀어 오른다. _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37쪽. [무지갯빛 소리]의 주인공 ‘수연’ 역시 대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다 의문의 실족사를 당한 연인을 잊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공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정성을 쏟았던 온갖 일들이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는 철학자 하위헌스의 말을 떠올린다. 이처럼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에서 우주적 상상력은 소중하게 다뤄져야 할 가치들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기능을 하는 동시에, ‘오늘의 힘듦’을 견디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김재영 저자 김재영 1967년 경기도 여주 출생.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전태일문학상에 입상했고, 2000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코끼리』 『폭식』 등이 있다. 소설 [코끼리]는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영문 번역되어 해외에 알려졌으며,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창비, 비상, 천재교육)에도 수록되었다. 대산창작지원금, 문예진흥기금에 선정되었으며, 중앙대, 경기대, 숭의여대, 충북대, 한성대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현재 문화예술연구소 ‘바라’의 대표이며 제주 외국인평화공동체 이사를 맡고 있다.

[목차]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미로 모기 특별한 만찬 얼음사과 무지갯빛 소리 그 섬에 들다 더 러브렛 해설 다른 세계를 상상할 자유ㅣ이수형 작가의 말 아름다움의 지푸라기 하나 그대에게

[책속으로]

지구가 구멍 난 치즈처럼 변해간다. 도시마다 싱크홀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자동차가, 빌딩이, 길을 걷던 사람이, 잠자던 사람들의 침대가 갑자기 땅 밑으로 빠져든다.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악행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저 하늘의 어디선가 폭발한 별들의 잔해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에게 남겨졌듯이. 하물며 우리 이웃의 심장이 타버려 생겨난 덩어리들이 그리 쉽게 사라질 리가 있을까?
_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37~38쪽.

미래는 사과파이 한 조각을 찻숟가락 위에 올려놓은 다음 가만히 흔들어본다.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지구 반대편으로 쏘아 보낸다. 자, 받아!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지면을 뚫고 나갈 때, 우주야, 너도 놀라겠지?
_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40~41쪽.

“네 영혼을 고향집에 두고 몸만 빠져나왔다고 생각해. 아니, 너 자신을 복제품이라고 생각해봐. 그러면 모든 게 간단해져.”
희는 눈을 감았다. 여권을 복사하듯이 자신을 기계 속에 넣고 복사했다. 한 장의 나, 두 장의 나, 세 장의 나……. 과연 효과가 있었던 걸까? (……) 하얀 양들이 하나씩 울타리를 넘는 것처럼 자신의 모습이 담긴 하얀 종이가 기계 밖으로 마구 튀어나왔다.
_미로, 62쪽.

“나는 어둠 속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멀리 우주 공간에 떠 있는 하얗고 둥근 달이 나를 내려다볼 때까지. 달빛 아래 서 있던 한없이 작아진 사내…… 그가 지금의 나보다 더 힘들고 절망적이었을까. (……)
‘그래도 난 아직 존재하고 있어. 비록 작아져 있을지라도, 난 아직 존재하고 있어. 비록 작아져 있을지라도, 난 아직 존재…….’
모기만큼 작은 생명체들이 내는 소리가 메아리 되어 돌아왔다.
_모기, 107~108쪽.

“금성은 원래 형제별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구와 밀도와 크기, 환경이 유사했대. 하지만 뜨거운 불기운에 휩싸인 지옥과도 같은 곳이 되었지. 왜인 줄 알아? 자기장을 잃어갔기 때문이야. 심한 태풍이 자주 불던 금성은 자전 속도가 느렸고, 그래서 자기장이 약해지자 차츰 금성을 둘러싸고 있던 대기권이 우주 속으로 흩어져버렸어.” (……) 설명 끝에 캐서린이 강조했다. “금성은 자기장을 잃어버린 존재를 상징해. 두번째니 세번째니 해가면서 자기를 잃어버리면 결국 수진만 황폐해질 따름이야.”
_특별한 만찬, 127쪽.

여자는 제 목을 감은 혀를 가위로 동강동강 잘라낸다. 잘린 혀들이 바닥에서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뛴다. 여자는 아기를 내동댕이치고 어디론가 도망친다. 동강 난 혀들만이 날뛴다. (……) 그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새빨간 혀들을 뿌리치느라 두 손을 휘젓는다. (……) 못다 한 말들의 조각……. 꿈속에서 발광하던 혀 조각들이 떠올라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잊고 있던 허기가 밀려왔다.
_얼음사과, 160~161쪽.

하지만 우주 여행자 보이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지금도 우리에게 전해지듯이, 멀리 떠나간 사람들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두고두고 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이 고통스럽든지 혹은 아름답든지 간에. 오래전, 참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말하던 그 사람은 지금쯤 별이 되어 있을까. 저 우주 멀리까지 올라가 내려다보고 있을까. 목성과 토성을 지나 우주 성간을 떠도는 보이저호처럼?
_무지갯빛 소리, 211쪽.

해피니스 오피스텔에서 지내는 동안 그들은 그다지 해피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아흔아홉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꿈이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미래를 제시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조금씩 희망을 잃어가는 것이었다. (……) 그 순간 그는 사과처럼 생긴 자신의 심장으로 아주 작은 벌레 한 마리가 기어들어오는 이물감을 느꼈다.
_그 섬에 들다, 218쪽.

이곳의 말은 훈련을 제외하고는 종일 마방에 갇혀 홀로 지낸다. 서로 어울리지도, 제대로 걷지도, 심지어 사랑도 나누지 못하면서 세 평짜리 방에서 혼자 지낸다는 건 몹시 힘든 일이다. 대초원을 내달리던 활기찬 피의 본능이 몸속에서 바늘처럼 돋아나 마구 찔러댈지 모른다. 그래서 그 지루함과 답답함, 알 수 없는 불안을 견디기 위해 악벽을 하나씩 가지게 되었는지도. 한때 나나 내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_더 러브렛, 271쪽.

[출판사 서평]

“더 이상 이 도시에선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으로 사과파이 보내는 법! “최근 몇 년간 자꾸 다음 세대들의 안타까운 삶의 조건이 눈에 들어왔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에 나오는 등장인물 대부분은 등 떠밀리듯이 억지로 밀려났거나, 줄곧 자신의 것을 강제로 빼앗겨왔음에도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유감’의 뜻을 밝히는 것으로 화재로 인한 희생자들에 대한 모든 책임을 끝내려고 하거나([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경쟁자의 음모로 정규직이 될 기회를 놓치고 사랑하는 여자마저 잃은 채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거나([그 섬에 들다]),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모기만큼 ‘작아지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본 후로 자신도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모기]). 매일 밤 나는 예전에 배꼽이 있던 자리에 강력한 충전기를 꽂는다. (……)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사장실로 달려간다. 길고 단단하게 진화한 나의 세번째 발톱이 딱딱한 오피스 바닥을 탕탕 치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이번 주 실적을 자신 있게 보고하기 시작한다. 사장이 읽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는다.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의 기사 한 줄이 눈에 들어온다. ‘간접고용된 스포츠 마사지사 과로 끝에 사망.’ (……) 길고 단단해진 세번째 발굽이 이상하게도, 갑자기, 견디기 힘들 만큼 몹시 가렵다. _더 러브렛, 283~284쪽. 경마장에서 일하는 ‘나’와 스포츠 마사지사인 ‘준’은 가운뎃발가락의 발톱이 속도전을 치르기에 적합한 말의 발굽처럼 진화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정규직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뿐이다.([더 러브렛]) 이렇듯 작가는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우리 주위의 수많은 불행에 주목한다. 그리고 “사과파이 한 조각을 찻숟가락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흔들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지구 반대편으로 쏘아 보내는”([사과 파이 나누는 시간]) 것처럼 진정으로 사과받지 못한 이웃들의 상처를 위로한다. 오븐에서 막 구워낸 사과파이처럼 따뜻하고, 향기로우며, 가장 달콤한 방식으로. [해설] 곧 일어날 참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우주의 중성자별에 대해, 사방에 널려 있는 중성자에 대해, 우리가 별의 자녀라는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허황되고 무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상상이야말로 현실에 질식하거나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가장 유력한 출구가 아니겠는가? 이때 다른 세계에 대한 상상은 현실을 외면하고 현실의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곤경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의 자유를 시험하기 위한 것인바, 김재영 소설의 상상 역시 이러한 정신적 자유의 소산일 것이다. _이수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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