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부모 자유로운 아이 제1호

책소개

자신의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의견을 나누어 가질 줄 아는 이들에 의해서만이 민주적 사회가 이룩되리라는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의 믿음을 실천으로 옮긴 첫 성과물. 근본적인 사회 변화란 수세대에 걸친 장기적 작업이다. 자녀 양육은 우리 모두가 부모로서, 배우는 사람으로서 체험을 통하여 절실히 느끼고 있는 문제로,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불평등 제도의 극복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풀어 나가는 첫 실마리다. 이 책에서 동인들은 성별 분업과 성차에 대한 고정 관념이 아이들이 자유롭게 커 나가는 데 어떤 형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밝혔고, 성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서 더욱 자유롭고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갈 세대를 위한 창작물도 실었다.

특집 / 자유롭게 크는 아이들 시 우리들의 아이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 고정희 논설 성별 분업은 자녀 양육에 순기능적인가 / 조은 부모는 저절로 되는 것인가? / 조옥라 어머니는 왜 자신없어 하는가? / 조형 새로운 아버지상과 '아버지됨' / 박성수 미래를 향해 열린 어린이의 삶 / 정진경 현장 연구 학교 교육 현장에 나타나는 성차별주의 / 최재성·강성혜 TV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타난 성차별주의 / 오애재·이미숙 동화 속의 편견 / 김경희 친권과 자녀 양육 문제 / 곽배희 아동 정신과 의사의 임상 일기 / 박성숙 사회 계층과 자녀 양육 / 이효재 자녀 양육기 꿈과 좌절 / 곽광수 바쁜 부모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를 / 김영자 억눌리지 않을 다음 세대를 위하여 / 최순영 적절하게 적응 못하는 아이 / 조혜정 자유로운 아이들을 위한 창작물 단편 X : 양성적 어린이의 이야기 / 로이스 굴드 양성적 어린이의 이야기를 위한 머리글 / 주정일 노래와 이야기유진이와 교장 선생님 / 필 레스너 울어도 좋아 / 캐롤 홀 자유로운 너와 나 / 스테판 로렌스·부르스 하트 어른이 되면 / 스테판 로렌스·쉘리 밀러 아무도 가르쳐줄 수 없지요 / 일레인 레론 고정란 적응과 성장 성차별을 주제로 한 자서전 / 박완서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하는 삶 / 정연앙·이진미 '어느 여공의 일기'에서 / 김윤자 창작과 평 촌극 노처녀 재판기 / 박선 평 남녀 평등의 실천 / 장승옥 의존 심리의 극복 / 한현옥 미성숙의 비극 / 박혜란 다시 읽어야 할 글 조선여자여 태양에 면하여 입하라 여성학 자료 동학·천도교 남녀 평등 사상에 관한 연구 / 김경애 한국 도시 사회의 가족주의 / 이영인 지구촌 자매들 국제 여성 운동 소식 / 김수근 AWRAN의 지상 논단 / 박정선 한국 여성학회 발족 / 장필화

책속으로

'또 하나의 문화'를 펴내며

사회 · 고정희
좌담 참석자 · 김애실, 장필화, 정진경, 조옥라, 조은, 조형, 조혜정
정리 · 김효선, 배선희
시간 · 1984.10.7. 11:00~16:00
장소 · 조혜정 동인의 집

'또 하나의 문화'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고정희 ·처음에 '또 하나의 문화' 운동은 열려진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제한 없이 취지에 동의하는 동인을 모으는 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약 백여명의 동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폭 넓은 사회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는 '또 하나의 문화'에서 이끌어가고자 하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 여기부터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장필화 ·'또 하나의 문화'라는 것이 기존문화가 가지고 있는 보수성, 즉 사회 구성원에게 기존 문화에 순응하기를 강요하는 보수성과 개인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획일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아닌가요?

조옥라 ·정확히 보셨어요. 우리는 '또 하나의 문화'를 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하기를 원해요.

장필화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문화'는 복수여야 하지 않을까요? '한 개'의 문화라는 의미로 들리기도 해요.

조혜정 ·'또 하나'라고 형용사를 붙인 것은 바로 여러 개의 문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죠. 기존 문화에 대항하는 문화가 여러 개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하나라는 거죠. 사실은 '반문화'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느냐고 하는 이들도 많아요. 또는 '다른 문화', '대안 문화'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이런 의식의 첫 발디딤은 하나의 작은 목소리로 시작하죠. 이것이 점차 퍼져서 지배 문화가 될 수도 있고 부분 문화로 정착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까지 생각해서 '또 하나의 문화'라는 제목이 채택된 것입니다.

조형 ·그러니까 우리가 바라기는 결국 다양한 소리가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는 사회를 이루자는 것이지요.

조옥라 ·지금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하위 문화로는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직화된 하나의 하위 문화를 형성하려는 것이 이 운동의 목적입니다.

흑백 논리를 지양하는 대안 문화

고정희 ·아까 반문화라는 말이 나왔는데 우리가 그 말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문화에 대한 어떤 모델이 정해져 있다는 얘긴가요? 어떤 문화에 대한 반대인지가 분명해지면 '또 하나의 문화'의 내용이 더 잘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혜정 ·'반문화 counter-culture'라고 할 때는 지배적인 상징 체계에 대한 대안적 상징 체계를 말하는 거지요. 여기서는 특히 가부장제나 남녀 불평등에 대한 반대를 의미합니다.

조은 ·남녀 관계에 관한 반문화라 할 수 있지요.

조옥라 ·관료주의나 획일주의에 대한 우리의 반대 역시 현사회의 통념에서 볼 때는 반문화적인 요소입니다.

고정희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오히려 반문화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스스로를 반문화라고 하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혜정 ·반, 반 하면서도 실제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반대는 결과적으로는 기분풀이에 지나지 않게 되고 그래서 오히려 기존 체제 유지에 기여하는 수가 없지 않아요.

조형 ·사실 부정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그걸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대상에 더 집착하는 현상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조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반'의 슬로건을 내리는 데 있어 조심스런 태도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조형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거나 또 제시된 것이라도 한꺼번에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극단적 형태이므로, 우리는 이 두 가지가 다 싫다는 거죠.

장필화 ·두 가지 다 대안을 내놓고 바꾸려는 것 아닌가요?

조형 ·대안은 제시하나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조옥라 ·그렇지만 신념을 갖는 사람들이나 그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갈구하는 이들에게는 힘이 되는 운동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변화의 노력이 생활화되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문제 의식이 강한 개인이 모이면 실천적인 새로운 '또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고, 변화하려는 노력은 생활화되어야 한다.

장필화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고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의 문화, 새로운 가치 체계의 문화란 어떤 걸까요? '또 하나의 문화'가 바라보고 가는 '해'는 무엇인가요?

조형 ·사람들이 사회와 관념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회?

조혜정 ·양성적 인간, 다원적인 문화, 간단히 표현하면 이렇게 되겠지요?

조옥라 ·좀 덜 경쟁적이고 인간의 가능성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현재 우리가 여성적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는 것과 남성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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