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안에 있는 것이 그안에 있다

책소개

13세기 이슬람 신비주의자이며,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루미의 작품들을 수록했다. 30년 동안 수많은 시와 우화를 통해 이슬람 문학의 정수를 꽃피운 작가로 평가받는 루미의 작품들은 일화, 우화, 이야기, 격언, 비유 등을 통한 신비주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또한 루미는 신비주의적 교의와 페르시아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일상 생활의 그로데스크한 묘사와 익살, 풍자를 동시에 아우름으로써 성과 속을 넘나들며 사상과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인다.

저자소개

잘랄 앗 딘 알 루미Jalal ad-Din ar-Rumi(1207경-1273) 이슬람 최고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입니다. 그는 13세기에 페르시아의 발흐(지금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몽고족들의 침략을 피해 신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바그다드/메카 등지를 떠돌며 순례를 하다 지금의 터키인 코니아에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종교인이자 학자로서 이슬람 신비주의 사상을 펼치는 한편 뛰어난 시를 지어 오늘날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작품 가운데 잘 알려져 있거나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가려 뽑아 편역한 루미 시집입니다.

루미의 삶과 작품: 최준서 신비의 르네상스로 인류의 문명을 일깨운 영혼의 스승, 루미 제1부 제1장 힌두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코끼리 나는 다른 대륙에서 온 새 그리스인들의 예술 개구리를 닮은 영혼, 생쥐를 닮은 육체 친구와 함께 하는 힘 순종과 자유 새들의 언어 위대한 선물 당신은 어떤 종류의 새입니까? 바람 속의 모기 접시에 담긴 바다 힌두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코끼리 사랑의 무력함을 알기 전까지는 제2장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되기를… 나를 찾아가는 물고기 흐느낌이 바로 대화입니다 작은 울음소리에도 어머니는 늘 함께 합니다 꿈 마을 육체가 터놓고 하는 말 빚더미에 앉은 아흐메드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이 알게 되기를… 하루가 연인들에게는 5천년이 될 수 있듯이 당나귀를 위한 순교 위대한 포옹 순진한 선물 당신이 영혼이라면, 육체는 어디 있는가? 우정을 모르는 뱀 제3장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책을 짊어진 당나귀 암탉이 닭장으로 낙타를 초대한다면 나는 당신의 일부입니다 나는 바람에 떠다니는 먼지 가시에 가장 가까이 피어나는 장미 모든 존재가 환희의 술병이나니 누가 이 부서진 마차를 고칠 것인가 손님 사랑의 힘 낡은 신발에 양가죽 외투 사랑의 그림자 갈대 피리의 이야기 아무리 빨리 달리더라도 당신의 그림자가 늘 앞서갑니다 신비의 춤 나는 친구를 잃었습니다 신도 때로는 극적인 역전을 허락합니다 제4장 영혼은 침묵 속에서만 자유롭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건, 그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미친 사람의 자유 어떤 이에게 곧은 길이, 또 다른 이에게는 수렁이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 세상의 모든 악기 미래에 대한 뉴스 불과 물 내 사랑! 지혜는 아이처럼 즐겁다 가난한 베두인 여인 진정한 남자다움 사자 문신을 새기는 사람 제5장 당신이 어디에 있건 그는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금식은 솔로몬의 반지 경험과 환상 살다보면 내 안에 사는 짐승 어떻게 하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갈 수 있을까? 당신은 자유로운 물고기 서로를 닮은 아름다운 치길 족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말을 타고 바다로 향한 세 왕자 친구여, 우리는 함께 여행하고 있습니다 제6장 한 방울의 물이 바다에 떨어지면 내 영혼의 진주 "나는 곧 진실이며, 신이다." 할라즈의 강 밖에 누가 왔나 보러 나오는… 연인에게는 충고하지 마십시오! 즐거움을 흉내낸 수피 촛불 하나만 밝혔다면 진정한 믿음 두 종류의 지혜 한 방울의 물이 바다에 떨어지면 당신의 지혜는 절름발이 염소 아름다운 사람에게 거울을 선물하십시오 깊이 들여다봄의 집 누군가 묻거든 벌거벗고 강물로 뛰어든 사내 스승이 가르쳐 준 소박함 제2부 제1장 입맞춤 음악과 고요와… 컵 속에 담긴 바다 새로운 사랑의 품에서 친구가 내 몸속으로 나 없이 세상 모두와 연기 속에서는 누구나 이제 막 소임을 다한 초의 밑둥을 보라 서로를 깨닫는 길 세상과 입맞추는 방법 풀밭에 영혼이 드러누우면 저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입맞춤 발 없는 춤을 세상의 몸 안에 당신이 오지 않으면 신을 그리는 자는 말이 많은 밤은 죽음이 당신의 입을 닫을 때까지 장미의 노을이 당신이 발하는 그 빛은 제2장 달이 태양에게 그랬듯이 상상 사람은 어떻게 변하는가 당신의 피 속에서 춤을 내 안에서 내가 내가 나를 빙글빙글 돈다 무엇인가 우리의 날개를 태양은 사랑이다 작은 눈이 거대한 사물을 본다 달이 태양에게 그랬듯이 참사랑 중심 갈 곳이 없더라도 바늘귀 안에도 별들이 도는 밤이 있다 완전한 회전 밤바다 사랑의 도살장에서는 우리는 다른 생명으로 산다 우리는 사막에 던져졌다 저 펄럭이는 폭풍의 구름이 바람이 지나가기 전에 방안에 잠시 홀로 있는 것이 술잔이 없다 제3장 나는 당신으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함께 앉아 있을 동안에 당신은 노래 물레방아는 운다 사랑만은 말할 수 없다 새들은 새의 노래 우리가 찾는 것은 당신의 사랑을 기억할 때 조각배를 타고 선술집에서 진정으로 당신이 바라는 것 님이 어디에나 있다면 천둥 같은 소리로 소박한 삶은 피리의 삶 나는 당신으로 가득합니다 물고기는 물을 컵에 담지 않는다 바람이 일러주는 길 당신 홀로 추는 춤 당신의 손은 늘 열리고 닫힌다 나는 당신의 거울 우리는 연인 불면 시들이 가는 곳으로 함께 가라 누가 밖에서 연보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이슬람 문화의 주요 용어 해설

출판사 서평

□ 6만 6406개의 구에 모두 6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대서사시인 루미의 『영적인 마스나위(Mathnavi-i-Ma‘anavi)』는 이슬람 신비주의 사상과 시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침으로써 오늘날 ‘신비주의의 바이블’, ‘페르시아어로 된 코란’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그 명성에 걸맞게 이슬람 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역본을 가지고 있습니다.(마스나위란 2행 연구(連句)로 된 페르시아 문학의 독특한 시 형식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콜맨 바크가 번역한 루미의 시집, 『에센셜 루미』가 25만 부나 팔리면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루미 신드롬” 등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 일화/우화/역사적인 이야기/격언/비유 등 다양한 형식을 차용한 700여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작품집은 신비주의적 교의와 페르시아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일상 생활의 그로테스크한 묘사와 가벼운 익살과 풍자를 동시에 아우름으로써 성/속을 넘나들며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상황에 따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때로는 서로 모순되거나 상징물들이 뒤바뀌어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의 바탕에는 늘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의 사랑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사랑을 얻음으로써 인간은 자아를 잊고 신과 하나가 되는 ‘파나(fana)’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 특히 전통적인 유교적 생활관과 서구적 이성주의에 젖어 사는 이 땅의 독자들에게 수피 루미의 시는 어느 부분을 펼치든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감을 깨고 삶의 본질에 새롭게 다가가는 코드를 전혀 새로운 언어로 들려줄 것입니다. *마호메트는 말합니다. “나라에 대한 사랑은 신의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진정한 ‘나라'란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이 아니라 당신이 향하고 있는 곳을 말합니다. *당신의 집을 사랑하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군요. “어디가 진짜 당신 집입니까?” --「나를 찾아가는 물고기」 중에서 *그리스인의 예술은 수피의 길과 같습니다. 수피들은 철학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맑게 더욱 더 맑게 만듭니다. 아무런 욕심 없이. 아무런 분노 없이. 그 순수 안에서 매 순간의 이미지들을 받아 비춥니다. --「그리스인들의 예술」 중에서 □ 루미의 삶과 문학은 이슬람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루미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터키(루미란 이름은 그가 룸(소아시아)에 정착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의 코니아에는 루미의 박물관이 있으며, 푸르고 둥근 천장으로 된 그의 묘소에는 지금도 그를 기리는 수많은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터키의 모든 수피 교단이 해체되어 몇몇 수도원이나 소도시에서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터키 정부는 코니아의 마울라위야(터키어로는 메불레비아) 교단의 수도승들이 해마다 2주 동안 관광객들을 위해 지크르의 음악 반주에 맞추어 빙글빙글 도는 의례적인 춤을 출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루미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또 ‘춤추는 데르비시’ 인형은 터키의 중요한 민속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하여 에서는 1997년에 출시되었다 절판되었던 『비전 2-루미의 영혼(VISION II-SPIRIT OF RUMI)』을 책의 출간에 맞춰 재발매에 들어갔습니다. 동서양의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각각 루미의 시를 제나라 말로 번역하고 곡을 붙여 옛 것과 새 것, 동양과 서양의 융합을 꾀한 이 음반에는 특히 이스라엘의 가장 인기 있는 가수 노아가 루미의 시를 히브리어로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 매니아를 중심으로 소문만 무성하던 그 뉴에이지 음악들을 다시 듣게 된 것도 큰 행운이라 여겨집니다. 1998년, 미국의 인기 작가인 데팍 초프라가 가수 마돈나와 데미 무어, 골디 혼 등을 비롯한 할리우드의 내노라하는 배우와 가수들과 함께 루미의 시를 낭송하고 노래하는 오디오북 『사랑의 선물』을 만들어 세계 언론에 떠들썩하게 소개된 것도 루미의 시가 가진 문화적 포용력을 드러내는 좋은 예가 될 듯합니다. □ 이 책의 제목은 루미의 동료들이 기록한 작은 일상 담화집, 〈그 안에 있는 것이 그 안에 있다 Fhi m fhi〉에서 빌어왔습니다. ♧ 본문 소개 나를 찾아가는 물고기 어떤 호수에 커다란 물고기 세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한 마리는 지혜로웠고, 한 마리는 그저 그랬고, 나머지 한 마리는 멍청했습니다. 어느 날, 어부들이 그물을 들고 호숫가에 나타났습니다. 세 마리 물고기는 모두 어부들을 보았습니다. 지혜로운 물고기는 즉시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다를 향한 길고도 힘든 여행을 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 두 마리하고는 의논하지 말아야지. 저들은 이곳을 너무 사랑해서 내 결정을 나약하게 만들 거야. 게다가 이곳을 집이라고 부르잖아! 무지가 여기에 저들을 묶어 두겠지.” 여행을 떠날 때는 여행자에게 조언을 구하십시오. 다만 한곳에 집착하는 절름발이에게는 묻지 마시고. 마호메트*는 말합니다. “나라에 대한 사랑은 신의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진정한 ‘나라'란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이 아니라 당신이 향하고 있는 곳을 말합니다. 전통에 따라 세례를 받는 중에도 사람마다 기도하는 것이 다릅니다. 참 기도자는 조심스레 물을 부어 코를 씻어 내며, 영혼의 향내를 구합니다. “신이여! 저를 씻겨주세요. 저의 손이 이 몸을 씻기지만, 이 손은 영혼을 씻길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껍질만을 씻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만이 저를 씻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엉뚱한 구멍에다 대고 그릇된 기도를 합니다. 그는 흙탕물을 일으키며 콧구멍 기도를 합니다. 엉덩이에서 천상의 향기가 피어날 수 있겠습니까? 바보들과 어울려 초라해지지 마십시오. 스승 앞에서 자존심을 세우지도 마시고. 당신의 집을 사랑하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가 없군요. “어디가 진짜 당신 집입니까?” 그 현명한 물고기는 어부들과 그물을 보고 말했습니다. “나는 떠난다.” 알리**는 마호메트의 비전(秘傳)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말하지 않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는 우물 속에 대고 그것을 속삭였습니다. 늘 말을 나눌 상대가 자기 곁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는 당신 자신 속에서 상대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 지혜로운 물고기는 먼길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사냥개에게 쫓기는 사슴처럼… 온갖 고난을 헤치고 그 물고기는 마침내 끝없는 바다의 품에 들었습니다. 현명한 물고기가 떠나고 난 뒤 그저 그런 지혜를 가진 물고기는 생각했습니다. “인도자가 떠나갔구나. 그와 함께 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구나. 이제 탈출의 기회를 놓쳤구나. 그와 함께 갔어야 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을 두고 후회하지 마십시오. 과거가 되어버린 일은 그냥 그대로 놔두십시오. 기억조차 하지 마십시오! 한 사내가 덫으로 새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그 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당신은 살면서 수많은 소와 양을 먹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당신은 배가 고픕니다. 보잘것없는 제 몸의 고기 한 점으로는 입맛만 버리게 될 겁니다. 저를 살려 주시면 당신께 세 가지 지혜를 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당신 손바닥 위에서. 하나는 지붕 위에서. 나머지 하나는 저 나무 가지 위에 앉아 일러 드리겠습니다.” 사내는 궁금했습니다. 그는 새를 풀어 손바닥에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지혜 하나: 누가 뭐라고 하건, 어리석은 말은 믿지 말라.” 새는 날아올라 지붕에 내려앉았습니다. “지혜 둘: 지난 일을 슬퍼하지 말라. 이미 지난 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후회하지 말라.” 새는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몸 속에는 금화 10냥에 버금가는 진주가 들어 있다네. 그것이면 당신과 당신 아이들에게 큰 재산이 될 텐데… 하지만 당신은 이미 나를 놓아 버렸다네. 당신은 이 큰 진주를 손에 쥐고 있다가 날려보냈네.” 사내는 아이를 낳는 여자처럼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새가 말했습니다. “그러지 마시오. 지난 일을 슬퍼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그리고 어리석은 말을 믿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내 몸을 다 합쳐도 금화 10냥 무게는 되지 않는다네. 어찌 그렇게 무거운 진주를 내 속에 지닐 수 있겠소?” 사내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좋다. 세 번째를 말해달라.” “좋아요. 앞의 두 가지 지혜를 이제 제대로 사용할 줄 알게 되었군요! 지혜 셋: 불안정하거나 잠 속에 빠진 사람에게는 충고를 하지 말라. 모래 위에는 씨앗을 뿌리지 말라. 헤진 곳은 꿰맬 수 없는 법.” 두 번째 물고기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반쪽 지혜의 물고기. 그는 한참동안 자신의 인도자가 떠난 것을 한탄하다가 생각했습니다. “저 어부들과 그물로부터 나를 살릴 방도는 무엇일까? 죽은 척을 하면 어떨까! 수면위로 올라가 배를 드러내고 지푸라기처럼 둥둥 떠다녀야지. 그렇게 호수에 나를 던지는 거야. 죽기 전에 죽으라고 마호메트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는 그렇게 했습니다. 어부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서 맥없이 둥둥 떠 있었습니다. “어이, 이것 봐! 가장 크고 좋은 물고기가 죽었어.” 어부 하나가 그 물고기의 꼬리를 집어 들어올려서 손바닥으로 두드려 보더니 땅위로 휙 던져 버렸습니다. 어부들이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물고기는 물가로 살금살금 몸을 굴려 도망쳤습니다. 잠시 뒤, 그 멍청한 세 번째 물고기가 흥분하여 솟구쳐 올랐습니다. 자신의 민첩함과 영리함을 믿고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곧 그물이 세 번째 물고기 주위로 좁혀 들어왔습니다. 결국 물고기는 뜨거운 솥에 담기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리고는 누워서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나간다면 다시는 유한한 호수 같은 곳에서는 살지 않을 테야! 다음 생에는 바다! 무한의 집에서 살아야지.”

♧ 저자 소개 잘랄 앗 딘 알 루미Jalal ad-Din ar-Rumi(1207경-1273) 이슬람 최고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입니다. 그는 13세기에 페르시아의 발흐(지금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몽고족들의 침략을 피해 신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바그다드/메카 등지를 떠돌며 순례를 하다 지금의 터키인 코니아에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종교인이자 학자로서 이슬람 신비주의 사상을 펼치는 한편 뛰어난 시를 지어 오늘날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작품 가운데 잘 알려져 있거나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을 가려 뽑아 편역한 루미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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