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목사이자 2002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오창극의 첫번째 시집.

저자 : 오창극 오창극 시인은 브니엘 교회 담임목사이자 시인이다. 오 시인은 천부적으로 시인의 재능을 가졌다. 그러나 그동안 그 재능은 오랫동안 땅에 파묻혀 있던 보화처럼 숨겨져 있었다. 꾹꾹 눌려 있던 그의 시적 자질이 분출하는 용암처럼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의 시적 영감은 성령의 감동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시인의 가슴속에는 늘 인생과 우주와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충만해 있었다. 시인은 내년이면 회갑을 맞는다. 그동안 오 시인의 일생은 그렇게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가난에다 어렸을 적 어머니를 여의는 슬픔을 겪었다. 오 시인의 아버지는 지금 오 시인과 같은 나이에 천국으로 가셨다. 온갖 시련과 역경을 겪는 연단을 통하여 브니엘 교회의 목회자로서 천명이 넘는 성도들의 영적 지도자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목사를 예수님의 기준으로 보려고 한다. 그러나 목사는 예수님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고 예수님을 닮아 가려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노력하는 인간이다. 목회 사역을 하면서 율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지만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다. 기쁜 일이 있어도 남이 보는 앞에서 호들갑을 떨 수도 없다. 이럴 때 하나님은 오 목사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셨다. 깊은 밤 그 가슴에 들끓는 인간적인 고뇌, 슬픔, 고독을, 화사처럼 고개를 내미는 유년시절의 추억들과 아련한 그리움, 때로는 묵상 속에 떠오르는 하나님에 대한 복받치는 감사와 사랑을 피를 토하듯 시로 토해내었다. 그러면서 하나님 안에서 한없는 자유함과 위로함을 맛본다. 이렇게 써 모은 시가 5백 편이 넘는다. 오 시인은 소년 때부터 영접한 예수님 안에서 눈부신 태양과 같은 꿈을 먹고 꿈을 꾸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1부 그대 눈 속에 뜨는 별 그리움 1 그리움 2 사랑하면 보입니다 너를 생각하면 사랑은 손끝을 타고 옵니다 만남 꽃씨 꿈새 따뜻한 손길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 그대 눈 속에 뜨는 별 눈꽃(설화) 숲 속의 샘터 가슴에 이름 하나 새기는 것 꿈을 파는 별 그대 앞에 서면 2부 에덴으로 가고 싶다 거룩한 보좌에서 그대 아직도 잠들고 있나요 그래도 꿈을 꾸어야 합니다 태양을 먹는다 모리아 산으로 행복한 포로 나사로 기다림 에덴으로 가고 싶다 성탄전야 단상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동행 길의 끝에는 꿈꾸는 마을 아비가일 3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흔들린다 꽃길 나목 담쟁이 첫눈 아주 짧은 질문 비야 쏟아져라 가로등 환승역에서 내 것은 없다 목마른 사람들 10월의 마지막 밤 내가 없어도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흔들린다 그대도 나처럼 호수의 여유 파노라마 호텔 605호 그 봄날이 오면 4부 헌 고무신 이삿짐 아버지 1 아버지 2 아버지 3 딸 시집가는 날 헌 고무신 기찻길 풀꽃 반지 동화 같은 사랑 등나무 아래서 목련꽃 연서 목련꽃 피는 밤 동백꽃 초롱꽃

영겁의 세월을 흘러 부딪쳐오는
파도의 속삭임인가
붉은 태양을 마신 후
터져 나오는 환희의 몸짓인가
아니면
그리워 목이 말라 피를 토함으로
온몸을 적셔 피어난 아픔인가
가슴이 미어지도록
불러보는 그대여
오래된 책갈피 속에
숨겨둔 그리움처럼
아주 늦게 내 손에
전해진 편지처럼
긴 겨울 바다를 타고 온 그대여나 그대를 위해서라면
살아있는 날 모두를
쉬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이 되겠습니다
먼 바다 끝을 향하여
손짓하는 목마름으로
죽어 다시 태어나도
나는 푸르른 파도 곁에서만
노래하는 불꽃이 되겠습니다.

- 〈동백꽃〉 전문

나무는 흔들리면서도 바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흔들림으로 바람이 얼마나 선명한 사랑인가를 알게 된다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은 아니다. 푸르고 울창한 젊음도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무수한 아픔과 슬픔, 절망과 회한을 오롯이 감당해낸 황혼은 결코 약하거나 초라하지 않다. 이제는 인생의 가을, 흩뿌려진 낙엽 위를 걷고 있는 시인 오창극은 그저 담담하게 스스로 겪어낸 추억과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모래 위로 남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거친 바위 위에 새겨진 깨달음의 자국이다. 시어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시인 오창극. 작품마다 여실하게 묻어나는 그의 땀과 눈물은 곧 그의 혼이자 생명이다. 시집에 함께 실은 시인 변호사 김선옥의 작품 해설이 이러한 시인의 진심을 더욱더 섬세하고 절절하게 전하고 있다. 나는 슬픔이 많은 사람입니다. 슬픔은 슬픔으로만이 치료될 수 있다고 믿기에 굳이 아닌 척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슬픔의 끝 지점에서 진실한 사랑을 만난다는 비밀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목사다워지기 싫어서 조금은 사람 냄새 풍기고 싶어서 너무 외롭고 슬플 때 떠나간 친구가 보고 싶을 때 괜스레 신경이 예민해질 때 그냥 찾아가 본 곳이 시 샘터가 되었습니다. 나의 크신 님과의 밀어일 수도 있고 상념 속의 사모하는 연인일 수도 있으며 애정 어린 눈으로 살펴보는 성도들과 나의 신앙 여정의 일기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찾아주신 벗님들이 삶을 보듬고 고뇌하며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려는 작은 몸부림을 기억하여 주신다면… 찬 바람 부는 생의 순례 길에 따뜻한 길 동무 되어 주신다면… 잠시 들러서 한 모금 샘물로 목 축여지면 된다는 바람으로… 시를 쓰는 마음 그 순간만큼은 진실하여야 됨을 축복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여 주님과 이웃, 그리고 자연을 노래하며 살겠습니다. - 〈자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