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열정이 남아있는 순수한 어른의 이야기!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수태의 꾸임 없는 성찰과 성장의 기록 『어른 되기의 어려움』. 동경했던 어른의 나이가 되자, 아이의 마음을 가진 저자는 막상 그 세계로 흡수되지 못한다. 저자는 권태롭고 무의미해 보이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우리가 놓쳤던 진리를 찾아낸다. 이 책은 성장기에 우리가 진정으로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방법을 전한다. 저자는 돈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을 부러워한다. 돈 쓰기를 미학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그는 그 기술을 배우려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 기술은 꼭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없을 때도 적게 쓰면서 당당한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큰돈을 낼 때는 자연스럽다가도 술값이 없어 돈이 내지 못하는 날은 어쩐지 위축되는 우리들. 이런 상황에서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 사람이 돈에 얽매이지 않는 돈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사람이라 저자는 전한다. 어릴 적 품었던 꿈을 성장한 다음에도 잊지 않고, 항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순수한 사람.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는 어른. 그것이 저자인 이수태이다. 간절하게 원했던 책을 헌 책방에서 찾는 재미, 일의 결과를 생각하고 덤비기 보다는 순수하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법. 객관적 시각을 갖고, 믿음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저자의 평범해서 더 기품 있는 삶이 펼쳐진다.

이수태 1951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서울사대부고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학과를 수료하였다. 1989년 「한국가곡의 재인식 문제」로 제5회 객석 예술 평론상을 수상하였으며, 「흐르지 않는 시대의 한 음악논의를 위하여」등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저서로는 『새번역 논어』(1999)와『논어의 발견』(1999)이 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우리는 똑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사 유감 1 이사 유감 2 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희미한 예사랑의 그림자 Pierre Gardin? 당신의 뜻대로 키우소서 꿈꾸던 날의 우상 우리들의 죄의식 핼리 혜성 이야기 고향이라는 허물 사라져가는 말들 달리기 독본교육은 할 수 없는가? 해리 골든의 수필집 김명인 시낭송회 젊은 날의 노오트 기억의 인간성 헌 책 이야기 정리정돈의 철학 성숙의 논리 사라져가는 말들 돈 쓰기의 미학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일 윤 하사와 당앙 가장 무서운 사람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일 일하는 것을 먼저 하고 그 결과는 나중으로 하라 신화의 탄생과 죽음 서정주 선생에 대한 생각 위대한 인물은 어떻게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가? 비판적 인식을 넘어서 객관적 시각에 대하여 우리 나라 사학의 내일을 위하여 믿음이라는 말의 진폭 통일은 서로 눈치 보고 간섭하는 것이다 고요한 시간 고요한 시간 음악은 흐른다 누나, 그 구원의 여인상 이성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 사랑의 변증법 다시 태어나도 저분과 결혼하시겠어요? 책 앞에서 병과 의료 그리고 건강 취중대오 역사를 넘어서 '그것'이라고 불리는 세계 중용의 길

아내여, 이해해 줄 수 있겠는가? 내가 저 곰팡내 나는 내 짐보따리를 일주일이 지나도록 풀지 않고 있는 데에는 나의 게으름도 게으름이지만 이 서른두 평 안에 나의 모든 것을 볼모 잡히지 않으려는 마지막 버티기도 있다네. 안방에 딸린, 당신이 그토록 정성 들여 닦아놓은 조그마한 화장실을 내가 구태여 외면하는 데에도 역시 그런 무력하고, 서글프고, 모순된 안간힘이 있다네.
- 이사유감1

그러나 어쩔 것인가. 나는 아직도 완강히 핸드폰 사용을 거부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요즈음 핸드폰이 없다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것처럼 취급될 소지가 있다고 넌지시 일침을 가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 세상은 수년 전만 해도 최신품이던 핸드폰 사양을 무슨 골동품처럼 취급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나는 아직 버티고 있다. 이 버팀이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버티는 데까지는 버티어보려 한다. 이것이 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다.
- 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달리기에는 이 모든 것이 혼합되어 있다. 그러나 〈중경삼림〉과 〈포레스트 검프〉에서의 달리기는 이런 것들의 혼합 외에 또 다른 것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의 떠남이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임하여 그들이 선택한 이 달리기는 쓰러지지 않기 위한 마지막 수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자전거가 가만히 있으면 쓰러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달리는 것과 같다. 그런 달리기는 특수한 상황에 의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의미를 가진다. 우리 인생의 얼마나 많은 행위와 열정이 달리기처럼 공허한가! 내용만으로 보면 달리기가 무의미한 것처럼 내용만으로 보면 얼마나 많은 인간 행위가 부질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가!
- 달리기

인류의 위대한 문헌은 오히려 가르치는 일이 적다. 나는 왜 『신약성서』가 교육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보다 더 보잘것없는 문약한 글들은 가르치면서 인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성서가 교육되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런 일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논어』와 불교경전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크리스마스와 부처님오신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는 유별난 나라가 교육에서 그 가르침을 제외하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일관성이 없다.
- 독본교육은 할 수 없는가?

얼마 후 나는 윤 하사와 둘이 있는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어떻게 그렇게 소대원들을 ‘훌륭하게’ 장악할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애들은 칭찬해 줄 만한 일에 칭찬해 주고 화낼 만한 일에 화를 내면 절대 내무반장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칭찬을 들을 줄 알았는데 화를 내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 칭찬을 듣고, 한마디로 미친 척해야 비로소 내무반장을 무서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하며 윤 하사가 내밀한 비법이나 전수한다는 듯이 씩 웃던 그 웃음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전율을 일으켰다.
제대를 하고 또 나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종종 윤 하사가 했던 그 말을 떠올리며 좁은 목적의식에서 선택하는 전략적 사고의 위험성을 새삼스럽게 절감하곤 했다.
- 윤 하사와 당앙

책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는 것은 책이 물건으로, 무엇보다 상품으로만 취급되는 자본주의의 천박한 풍토 때문이다. 책을 가지는 것은 돈이 아니라 책에 대한 열정, 다시 말해서 책 속의 길에 대한 갈구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때로 좋은 책은 돈으로 살 것이 아니라 그 옛날처럼 수백 리 수천 리를 찾아가서 경건한 마음으로 필사하는 그 정성으로 구하게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 헌 책 이야기

그 고요한 순간에 우리의 의식은 잠시 존재의 뿌리에 닿고 삶의 근원에 닿는다. 이 고요를 우리 시대는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의식은 항성 이것 또는 저것을 향하고 있다. 의식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리하여 전체를 돌아보는 일은 희귀한 일, 드물게만 발생하는 일이 되었다. 아니 그런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그런 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순간이 다가오면 그것의 의미를 미처 깨닫기도 전에 TV를 켜거나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잠을 자버린다. 고요 속에서 미세하게 가물거리는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를 우리의 의식은 이미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늘 이것 또는 저것에만 관련되는 데 길들여져 그러한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공무(空無)의 낭떠러지로 떨어지거나 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 말하자면 의식의 물화(物化), 존재의 물화가 깊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고요한 시간

삶과 책에서 길어올린, 한 평범한 생활인의 성찰과 성장의 기록들 덧없고 부질없는 것들로 채워진 게 인생이라고 믿는 철없는 당신의 서류가방에 넣어주고 싶은 책! 성장기의 나의 삶을 이끌어온, 한없이 신비하고 완전해 보이던 어른의 세계 아직도 나는 그 세계 앞에서 머뭇거리는 아이가 된다 이수태의 에세이 『어른 되기의 어려움』을 읽었다. 이 범인(凡人)의 세계는 수신(修身)과 심학(心學)을 말한다. 몸을 닦는 것이 수신이고 세상을 향하여 몸을 일으켜 나아가는 것이 입신이고 몸을 낮추어 나아가지 않는 것이 굴신(屈身)이다. 마음속에서, 없었던 그림과 색깔이 빚어지는 것은 삶의 놀라움이다. 마음은 타고난 바탕이다. 이 바탕이 마음자리, 심전(心田)이다. 그 마음의 밭을 바로 하는 공부가 심학일 것이다. 그래서 공부는 몸의 일이다. 나처럼 아무런 중뿔날 것이 없는 범인이지만 마음을 공부한 이수태의 글에는 도덕적 존재로서의 기품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 - 김훈(소설가) 한 평범한 생활인의 소중한 마음공부 지은이 이수태는 결코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도 아니고, 대단한 명성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서 자란 시골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올라와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차분하고 진지했던 그는 한때 문학청년이기도 했다. 시와 소설을 사랑하여 문학 서클에 들어가 문학과 철학을 이야기하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습작에도 몰두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환경과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과 글솜씨 등 그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한 젊은이였다. 걸출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자신의 전공과는 별 상관없는 직업인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첫 직장은 건강보험공단이다. 단 한 차례의 이동도 없이 지금도 그는 계속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지난 시절 문학과 철학에 열정을 불태웠던 사람은 흔하다. 다들 ‘한때……, 왕년에……’ 하며 자신의 지난 꿈들을 회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초라한 현실을 생각하며 우울해한다.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냐’는 말과 함께. 꿈은 그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수태는 다르다. 그는 그 꿈을 외면하거나 잊지 않았다. 그가 꿈을 이루었다는 뜻은 아니다. 어릴 적 품었던 꿈을 성장한 다음에도 잊지 않고, 계속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면서 일상의 결결이 그 꿈이 배이게 하는 힘, 그 꿈을 지향하는 마음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힘, 그는 그런 순수한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쌓은 인문학적, 철학적 성과로 논어를 새롭게 번역하고, 논어에 관한 책(『새번역 논어』, 『논어의 발견』)을 낸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단순한 일상의 마디마디에 삶의 진리가 담겨져 있는 것을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일상을 대하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살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똑같이 9시 뉴스를 보고, 똑같이 세상 소식을 듣고, 똑같은 물가상승과 패션의 변화 속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이 세상을 모두 똑같이 보고 있지는 않다. 권태롭고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세상이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군가에게는 의미와 섭리로 가득 찬, 우리가 가야 할 길이 그 가운데에 뚜렷이 가로놓여 있는 세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는 힘주어 말한다. 지혜와 안목을 얻기 위해 생사를 걸고 발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뇌함으로써 우리는 지금과는 엄청나게 다른 세상을 살 수 있기에. 삶의 진리,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속세를 떠나 탈속의 경지에서 자신을 연마하는 구도자의 길도 있지만, 속세의 진탕 속에서 몸을 부대끼면서 자신의 몸으로 깨우치는 참된 진리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일상의 구도 자세도 전자 못지않게 소중하다. 진탕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가난한 영혼의 행복을 찾아 성찰과 마음의 다스림을 실천하는 이수태의 글에서 우리는 모처럼 일상에서 철학적 사유를 감행하는 어른다운 성숙함을 만나게 된다. 내적으로 성숙한 어른만이 들려줄 수 있는 관용과 여유, 그리고 자기반성의 진솔함이 결곡한 그의 글 속에서 조용히 울려나온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겸손과 선함을 간직한 그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시간이 지나 육체적 성숙 단계를 거치고,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 가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어른일까? 젊음, 청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젊음의 치기 어린 열정,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의 방향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아무것도 완성된 것이 없는 진행형의 그 열린 가능성에 우리는 찬미를 보낸다. 하지만 그 과정이 한 단계의 완성을 거치면서 이룩되는 어른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책임과 의무만을 이야기할 뿐. 아무리 무서워도 내색할 수 없고, 자신의 과거, 미래와 연결된 현재의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 그런 것들이 어른을 따라다니는 의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어른, 자신은 어떤 불편도 감수하려 들지 않고 자유의 혜택만을 누리려는 이기적인 어른들, 사유와 반성은 까마득한 옛날의 것이 되어버린 어른들, 일상의 덧없음과 부질없음을 허덕이며 따라가는 어른들, 개인의 성(城)을 쌓는 현대사회에서 어른들은 대의를 위해 일생을 던지는 책임 있는 어른이 되기보다 개인으로 남아서 안위와 자유를 얻고 경제적 보상을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는 저급한 오락과 소비로 눈을 돌린다. 모든 사람이 자신은 수많은 것을 희생했으며 양보했다고 생각하는 사회,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박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회,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말한 “아이인 어른들, 즉 개인이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다. 어른은 시간이 지나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가다듬는 과정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어른의 세계에 대한 최초의 관념은 많은 부분 아버지에 대한 인상으로부터 조성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크고 완성된 세계였다. 어른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경외할 존재였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와 손님들이 앉았다가 일어선 빈자리의 그 어른스런 분위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재떨이와 담뱃갑, 간단한 다과, 그리고 그들이 남기고 간 어른의 체취와 낯선 대화의 여운은 그 자리를 지성소(至聖所)와도 같이 느껴지게 했다. 그것은 지금도 분석과 해설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신비하고 인상적이고 또 직접적이었다. 어른의 세계는 모든 성숙된 문명에 있어서 일정한 지향의 계기로 주어져 있었다. 그것은 폐쇄성을 방지해 주고 한 문명으로 하여금 자기가 가진 것 이상을 가지게 하는-오늘날에는 알려지지 않은, 대단히 축복받은-문화적 비의로 기능해 왔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 자신이 기성세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는 여전히 내 삶 속에 작용하며 나를 부르고 있다. -본문 중에서 우리 사회는 계속되는 경제 발전 논리에 의해 정신적인 성숙은 존중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래서 우리의 정신문화는 언제부턴가 성숙되지 못하고 항상 방황하고 있다. 그런 부유하는 정신의 가난함이 빚어내는 유치함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대로 적용되어 드러난다. 문화의 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정신적 단절의 병폐다. 성숙한 어른의 생각과 태도는 우리 삶을 진지하고 윤택하게 만든다. 청춘의 열정이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성숙한 사유와 반성은 안정되고 심오한 자기완성을 만들어낸다. 그러기에 공자의 말처럼 ‘귀가 순해지고[耳順]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게 되는[從心所欲不踰矩]’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특별할 게 없는 생활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상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통해 자신의 꿈을 반추해 내고 성찰하는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진정한 삶의 공부를 결코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어른 되기의 어려움’은 바로 순수한 영혼을 향한 지향성을 일상에서 잊지 않고 사는 것이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중용의 미덕을 잊지 않고 나이 들어가는 삶을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하고 겸허한 시간을 마련해 주는 『어른 되기의 어려움』은 큰 것, 강한 것, 힘센 것, 자극적인 것이 세상의 중심에서 위압하는 우리 사회에서 작은 것, 약한 것, 소박한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뿌리임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책의 구성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글 구성의 포인트는 ‘꿈의 반추’와 ‘사유와 성찰’이다. 일상의 자잘한 경험들과 부단히 읽어내는 독서의 경험들을 통해 삶의 진리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려는 순수한 영혼의 성찰의 기록들이다. 시와 철학, 역사학을 넘나들면서 말을 걸어오는 그의 순수한 열정은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면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의 일상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바라볼 수 있고, 그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사유의 과정과 도달하는 깊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삶에서 잊혀졌던 ‘생각의 씨앗’을 싹 틔울 수 있을 것이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우리는 똑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이사유감/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Pierre Gardin?/당신의 뜻대로 키우소서/꿈꾸던 날의 우상/우리들의 죄의식/핼리 혜성 이야기/고향이라는 허물 “선생님은…… 고생을 해보신 적이 없지요?” 어느 낯선 곳에서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그 아이가 아직도 그 말의 한스런 여운 속에 잠겨 있지는 않을까? 저는 고생을 했어요. 이 어린 나이에 저는 고생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몰라요. 선생님은 고생을 해보신 적이 없지요? 저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계시지요? 그래서 그런 단호한 답장을 보내셨지요? 굳게 잠긴 유리문과 그 유리문 안의 괴괴하던 어둠은 이제 그 모습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추상이 되고 말았다. J의 그 초롱초롱하던 눈빛과 성장을 하고 여인의 모습으로 환하게 다가오던 그 가을날의 모습과 흐릿한 불빛 아래 전기부품들을 꿰어맞추던 어린 손놀림과 혹은 붉은 잔을 엎지르고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모습,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향한 나의 온갖 기억과 상상까지를 하나의 소용돌이로 휩쓸어가는 거대한 블랙홀처럼. 사라져가는 말들 달리기/독본교육은 할 수 없는가?/해리 골든의 수필집/김명인 시낭송회/젊은 날의 노오트/기억의 인간성/헌 책 이야기/정리정돈의 철학/성숙의 논리/사라져가는 말들/돈 쓰기의 미학 아이가 느닷없이 ‘뒤안’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기억은 지금도 내 가슴에 무슨 상처처럼 남아 있다. 그것은 단절의 상처다. 내가 아이에게로 갈 수 없고, 아이가 나에게로 올 수 없는 그 단절은 시대의 상처이기도 하다. 한옥의 구조만 가지고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그 뒤안의 고요, 회벽에 서걱이던 마른 시래기 타래, 긴 행렬을 이루던 개미떼들, 사금파리와 녹슨 못을 달구던 여름날의 뙤약볕, 엉성한 판자 담에 무성히 기어오른 나팔꽃넝쿨, 혹은 시린 겨울날의 늘어선 고드름이나 그 끝에서 규칙적으로 떨어지던 차갑고 맑은 물방울 같은 것들은 이제 그 숱한 생멸과 변화와 속도와 그 속도의 피상에 가려 영원히 소통될 수 없는 단절의 세계로만 남아 있는 것이다.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일 윤 하사와 당앙/가장 무서운 사람/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일/일하는 것을 먼저 하고 그 결과는 나중으로 하라/신화의 탄생과 죽음/서정주 선생에 대한 생각/위대한 인물은 어떻게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가?/비판적 인식을 넘어서/객관적 시각에 대하여/우리 나라 사학의 내일을 위하여/믿음이라는 말의 진폭/통일은 서로 눈치 보고 간섭하는 것이다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일은 생각하면 하나의 일탈이다. 그것은 단 한 발자국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평균적 가치관에 저항하며 구축된, 다소 고독한 가치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 것을 위해 한 개인은 그의 내면에서 일탈이 주는 위협과 싸우고 때로는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 소외와 싸워야 하기도 한다. 그 한 발자국을 확보할 수 있는 자를 나는 행복한 자라 생각한다. 그는 비록 한 발자국을 물러섰지만 그의 앞에는 몇 배나 더 넓은 영지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삶에는 이런 신비스런 장치가 있고 그런 것을 발견해 갈 수 있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고요한 시간 고요한 시간/음악은 흐른다/누나, 그 구원의 여인상/이성의 세계와 어른의 세계/사랑의 변증법/다시 태어나도 저분과 결혼하시겠어요?/ 책 앞에서/병과 의료 그리고 건강/취중대오/역사를 넘어서/‘그것’이라 불리는 세계/중용의 길 그 고요를 의미 있게 간직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특별한 의식이 있어야 한다. 밀사가 스스로를 남다르게 의식하는 것은 그가 밀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확보하는 고요에는 삶의 밀명이 있다. 그 밀명을 전혀 깨닫지 못하거나 잘못 해석하면 고요는 부질없이 어른거리는 삶의 한 조각 음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것을 깨닫는 것은 어떤 의식적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구태여 말하자면 그것은 능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고요 그 자체에 귀를 기울이는 소극적 성실성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의식을 맑게 하고 귀를 기울이면 고요함 가운데에서 전해오는 존재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것은 고요가 우리의 초라하고 어리석은 삶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다. 마치 나뭇가지에 이는 조그마한 소리가 보이지 않는 바람을 의식하게 하고 또 바람 속에 선 마른 나뭇가지를 더 새롭게 의식하게 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