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시집. ".../딱 한 번뿐인 사람/그만,/산모퉁이 돌아가신 뒤/털썩, 세상 어둠 주저앉는데/밭둑 너머 폭죽처럼 터지던 그리움/목화송이,환한 눈물로 길을 밝히던 것을//..." - <함박눈 中>

시인 김선태는 1960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목포대와 중앙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거쳐 원광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으며 1996년 『현대문학』에 시가 추천되어 등단했다. 시집에 {간이역}, 기행산문집에 {강진문화답사기}, 연구서에 {김현구 시 연구} 등이 있다. 현재 광주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목포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인 홈페이지 - http://my.dreamwiz.com/ksentae

.딱따구리 소리 ... 13 .파문 ... 14 .정수사 가는 길 ... 16 ... .신공무도하가 ... 106 .해설 - 성찰과 실천, 그리고 그 사이/ 이문재 ... 107

김선태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 나왔다. 1997년 1월에 첫 시집『간이역』을 낸 이후 6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이다. 늦깎이로 시단에 입문한 김선태 시인은 첫 시집을 낸 뒤로 줄곧 여러 문예잡지 등을 통해 시와 평론뿐만 아니라 기행산문들을 발표해왔으며, 2000년 6월에는 기행산문집『강진문화답사기』를 출간하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부지런히 작품활동을 계속해왔다. 따라서 이번 시집은 그의 성실한 작품활동의 귀결이라 할 수 있다. 『동백숲에 길을 묻다』는 첫 시집 『간이역』에서 드러난 김선태의 시성(詩性)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시인은 육자배기를 통해 남도 소리의 아름다움을 얼큰하게 풀어내고, 지리산의 풍광과 소리의 조화를 그려내고, 다산초당이며 담양의 대나무 숲 등 남도의 산하를 말한다. 김선태는 분명 남도 사람이고 남도에서 보고 삼킨 숫한 남도의 정서를 담고 있는 시인이다. 그러나 그가 남도에서 취하는 시재(詩材)에는 혁명이며 투쟁의 논리에 편성된 소위 광주 콤플렉스의 흔적은 없다. 남도의 근현대사를 설명하며 드러나는, 광포한 언어의 폭력도 없다. 다만 이 시집 속에는 남도를 배경으로 한, 그 천연의 향기가 녹아 있을 따름이다. 그것이 바로 김선태 시가 남도를 배경으로 자란 시인들의 시와 섞이지 못하는 이유임과 동시에 그만이 갖고 있는 두드러지는 색채이다. 또한 이번 시집을 이끌어가는 동인은 <둥근 것>에 대한 <성찰>이다. 시집의 해설에서 이문재는 『동백숲에 길을 묻다』가 <둥근 것>과 <모난 기억> 사이에서 오가는 웅숭깊은 대화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은 <둥근 것>은 <모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모난 기억>은 <둥근 것>의 아픈 흔적이다. <오랜 절망을 견딘 자만이 둥글고 단단한 희망 하나를 품을 수 있다>고 시인은 또 말한다. <둥근 것>으로 집약되는 시적 자아는 <모난 기억>을 품고 있는 <둥근 것>과 총천연색 남도 자연과의 합일을 꿈꾼다. 그러한 마음은 <둥근 것>에서 중심을 찾으려는 시적 자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남도를 사랑하는 시, 남도의 유구한 아픔의 흔적을 승화시켜 뛰어넘은 시, 그리고 남도를 피와 투쟁의 시간으로부터 건져올려 자연의 색을 입힌 시. 그것이 바로 김선태의 시이다. 김선태, 그는 자신의 얼굴처럼이나 둥근 정도리 바닷가의 몽돌을 통해 세상의 둥근 것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자신의 행동거지처럼이나 느긋한 나무늘보를 통해 지상의 느린 것에 대한 꿈을 꾸며, 자신의 변방의 이력처럼이나 외로운 남쪽 섬 한 기슭의 갯고둥을 통해 주변의 외로운 것들에 대한 연민을 한다. 욕망과 속도와 성공의 현대신화에 반하는 이 대책 없는 사람의 길과 집과 생엔 그래서 많은 기다림과 상처가 패어 있다. 그러기에 <오랜 기다림과 극단의 상처가 곰삭아 형언할 수 없는 삶의 향기로> 바뀌는 동백숲에 <동백 요양소>를 차리고, 열사의 뙤약볕을 가려 온갖 곤충과 새와 짐승의 넉넉한 그늘이 되고 밥과 집이 되는 <바오밥나무의 세계>를 건설하려는 건 자본문명에 대한 그의 자연 생태적 저항인지도 모른다. 고재종(시인) 김선태의 시는 다산초당이나 지리산에서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 남도는, 소위 거대담론이 개념화하기 이전의 남도이다. 그의 시에서 남도는, 세계와 맞서 자립, 자존하려는 도저한 개인(시인)이 바라보는 남도이다. 그의 시에서 남도는, 꽃이나 바람, 상처나 꿈과 같은 시적 대상일 따름이다. 그리하여 그의 원의 상상력은 서정적 자아의 <진경 산수>를 펼쳐 보인다. 이문재(시인)